CS로 빡친 고객님 사정, CS로 병든 상담원 사정
고객님, 저희는 그럴 권한이 없어서 어떻게 해드릴 수가 없습니다.
앵무새 같은 상담원 답변으로 어떤 회사의 안티가 되본 적 있을 거예요. 이렇게 CS 때문에 새어나가는 매출은 상당할 겁니다. CS의 잘못된 대응으로 회사가 급속도로 몰락하는 경우도 발생했죠. 아이러니하게 고객 만족을 위한 CS가 오히려 고객 불만을 키웁니다.
여기서 상담원의 사정도 들어볼까요? 대다수 상담원은 결정권자가 아닙니다. 고객 불만이 생겨도 해결할 권한이 없어서 문제를 덮는 데 급급하죠. 이렇게 고객 불만을 본진인 제품팀에서는 모르고 넘어간다는 게 더 심각한 문제입니다.
CS를 넘어 CX로: CX의 역할은 CS를 없애는 것
과연 고객상담을 잘하면 고객 만족도가 획기적으로 올라갈까요? 위의 ㅍㅍㅅㅅ 이승환 수령 사례를 보면 불량 의자가 도착했을 때부터 그는 화가 났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제품 단에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기 때문에 고객 센터가 있는 거죠. 진정한 고객 만족을 위해서는 CS를 넘어 CX적 접근이 필요합니다.
CS는 고객 문의를 ‘응대’한다
CS는 고객 불만은 어쩔 수 없으니 잘 막자는 세상입니다. 단순 업무라 생각하고 큰 회사는 외주를 맡기려고 하고, 작은 회사는 주로 막내에게 맡깁니다. 외주는 매뉴얼에만 의존하고, 가여운 막내는 권한이 없어요. 고객 의견을 전달해도 늘 우선순위에 밀려 개선이 없습니다. 제품에 개선이 없으니 고객은 낮은 만족도를 유지하게 됩니다. 이런 과정을 거친 오퍼레이터는 나아지지 않는 반복적 스트레스 퇴사를 선택하죠.
CX는 고객 문의를 ‘제거’한다
CX는 역설적으로 상담이 필요 없어지는 세상입니다. 고객 문의를 응대하는 것이 CS라면, 고객 문의 제거를 위해 프로덕트 개선까지 연결하는 것이 바로 CX입니다. CS 오퍼레이터가 고객 불만을 받아낼 때, CX 오퍼레이터는 프로덕트 팀에 ‘이거 고쳐주세요’라고 당당히 요구하죠. 제품팀이 문제를 해결할 때까지만 상담으로 시간을 벌어준다는 게 그들의 철학입니다. 이런 과정을 거친 오퍼레이터는 경영자 수준의 시야를 가지게 되죠.
- 참고 글: CX는 고객경험? 짤로 읽는 CX의 역사
대표부터 잡스병을 버리자! 고객 피드백을 등대 삼아 제품 개선
스타트업에는 신화 같은 인물이 존재합니다. 바로 스티브 잡스죠. 그는 ‘고객은 원하는 것을 모르기에 시장 조사를 하지 않는다’는 정신으로 유명합니다. 사업을 망치는 대표들의 흔한 착각이 바로 ‘잡스병’입니다. 하지만 잡스는 스스로 지독한 고객이었고, 고객의 관점에서 제품을 개발했습니다.
대부분 고객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죠. ‘백종원의 골목식당’에 나오는 ‘타코야키를 좋아하지 않는 타코야키집 사장님’처럼요. 그렇기에 고객 피드백이야말로 우리 제품의 개선점을 알려주는 등대입니다. 대표부터 멤버 모두가 고객 문의를 공유하고 제품 개선을 반복하는 루틴을 만들어야 합니다.
비즈니스 단계별 CX 전략의 핵심은 ‘가시성’ 확보
스타트업의 비즈니스 단계별로 고객센터의 형태도 달라집니다. 모든 단계의 핵심은 모두가 고객 문의를 공유할 수 있는 ‘가시성’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회사 규모가 커지면 현실적으로 모든 고객 문의를 대표가 신경 쓸 수는 없죠. 하지만 가시성을 확보하면 고객 중심으로 제품을 개선하는 문화는 지속될 수 있습니다.
- 1단계: 초기 스타트업이라면 고객 문의에 모두가 참여하는 문화로 고객 가시성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 2단계: 조직이 커져도 가시성을 확보하려면 비즈니스와 일치하는 오퍼레이션 목표 수립이 중요합니다.
- 3단계: 오퍼레이션-제품팀-사업팀 간 가시성과 유기적 협업이 이뤄질 때 CX가 비즈니스에 임팩트를 냅니다
1단계. 하루 고객 문의가 30건 이하라면?
제품의 개선점을 발견하기 위해 대표도, 개발자도, 마케터도 고객 문의를 공유하세요. 1단계에서 모두가 고객 문의를 모니터링하고 프로덕트의 장점과 단점을 찾아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때는 CS 전담팀을 두기보다는 누구나 CS 메인 콜이 될 수 있어요.
창업한 지 몇 년이 지나도 대표가 직접 CS를 잡는 경우도 있어요. 개발 중심 회사는 개발자들이 직접 고객 응대를 하며 제품의 로드맵을 잡아가고요. 마케터가 고객과 대화 중 건진 카피로 효율이 떡상하는 마케팅 메시지를 건지기도 합니다.
2단계. 하루 고객 문의가 100건이 넘어선다면?
오퍼레이션 목표과 KPI 설정 후 CS 전문팀을 두기 시작합니다. 가입, 결제수 등이 늘어나며 원활하게 서비스가 성장하는 단계입니다. 2단계에서 회사 비즈니스 성격에 맞는 오퍼레이션의 뱡향성을 설정해야 합니다. 이것이 완성되면 고객 응대에 전문성이 있는 구성원을 채용하고 전담팀을 구성할 수가 있죠.
이렇게 팀이 세팅되고 나서야, 아웃소싱 같이 외부 파트너와의 협업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마치 자녀 학원 고르듯 고객과 프로덕트를 우리 조직만큼 생각할 수 있는 집단에게 책임을 줘야 합니다.
3단계. 고객 문의 건수에 상관없는 CX의 끝판왕은?
CX가 매출에도 기여하려면 모든 조직과 연결되어야 합니다. 3단계에서 CX 팀은 고객 피드백을 제품에 반영하도록 인사이트로 도출해야 합니다. 앞으로 CS는 비즈니스에 기여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진화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오퍼레이터가 누구보다 회사를 잘 이해하고, 전사를 적극적으로 휘젓고 돌아다녀야 하죠.
CX 전략, 함께하고 반복하라
스타트업 대표라면?
CX 전략은 대표가 함께 고민해야 합니다. 좋은 전략이 있어야 좋은 개선과 실행도 가능하죠. 흔히들 CS는 실행의 영역이라 생각하고 실행 단에만 너무 많은 짐을 주지 않았나요? 고객을 안티가 아닌 팬으로 만들려면 직접 나서서 CX 전략을 생각해볼 때입니다.
오퍼레이터라면?
조직 내 코치 같은 역할을 해서 개선과 실행을 반복해야 합니다. 사내에 같은 말을 500번은 반복해야 개선이 일어납니다. 양적 성장에만 빠진 멤버에게 오퍼레이터가 고객 중심 관점을 계속 환기해줘야 회사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습니다.
원문: 채널블랙의 브런치 / 필자: 김수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