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나 버거의 『컨테이저스: 전략적 입소문』(문학동네)라는 책을 봤다. 제목 그대로 전략적 입소문의 원리를 규명한다. 유사한 책을 본 적이 있어서인지 내용은 술술 넘어간다.
사람들의 기억에 착 달라붙는 원리를 규명한 마케팅 책의 고전으로는 칩 히스의 『스틱』(엘도라도)이 있다. 정말 재밌게 봤다. 『컨테이저스』은 바이럴 마케팅의 원리를 규명한다는 점에서 『스틱』과 약간 구분된다. 겹치는 부분도 있고, 겹치지 않는 부분도 있다. 두 권 모두 볼 것을 추천한다. 『스틱』이 규명한 원리를 챕 히스는 각각의 앞글자를 따서 ‘SUCCESS’라고 정리한다.
- 단순성(Simple)
- 의외성(Unexpectedness)
- 구체성(Concreteness)
- 신뢰성(Credibility)
- 감성(Emotion)
- 스토리(Story)
한글로 요약하면 ‘단-의-구-신-감-스-S’로 마지막 일곱 번째 들어가는 S는 성공이라는 단어를 완성하기 위해 그냥 붙인 것이다. 전략적 입소문에서는 6가지를 제시한다. STEPPS이다.
- 소셜 화폐(Social Currency)
- 트리거(Triggers)
- 감성(Emotion)
- 대중적 가시성(Public invisibility)
- 실용적 가치(Practical Value)
- 스토리(Story)
『스틱』이 강조한 6가지와 『전략적 입소문』이 강조한 6가지 중에서 감성, 스토리는 일치한다. 차이가 나는 것은 ① 소셜 화폐, ② 트리거, ④ 대중적 가시성, ⑤ 실용적 가치이다. 6개 중에서 스틱에서 다루지 않은 4개를 중심으로 메모를 겸해 정리해본다.
소셜 화폐
저자는 소셜 화폐의 방법론으로 3가지를 제시한다. 내적 비범성, 게임 메커니즘, 인사이더 소속감이다.
- ‘내적 비범성’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결국 핵심은 의외성(Unexpectedness)이다. 의외성은 『스틱』에서도 매우 중요하게 다룬다.
- ‘게임 메커니즘’은 내용을 살펴보면, 결국 지위재(地位財)-위계질서를 활용하는 것이다. 점수, 등급, 승부욕, 정복감을 의미한다. 마치 미국의 제도주의 경제학자 도스타인 베블런이 강조했던 베블런 효과 같은 것이다.
- ‘인사이더 소속감’ 역시 내용을 살펴보면 결국 ‘지위재의 소비’이다. 저자는 ‘희소성’과 ‘배타성’을 강조한다. 타당한 지적이다. 흥미로운 것은 ‘희소성’과 ‘배타성’이 경제학에서 이야기하는 사적재(私的財)의 개념적 특징과 일치한다는 점이다. 경제학에서 사적재(私的財)의 반대개념은 공공재(公共財)이다. 공공재의 개념 정의 자체가 비(非)경합성과 비(非)배제성을 갖는 재화이다.
결국 저자가 이야기하는 ‘소셜 화폐’는 모두 지위재와 관련된다. ① 의외성에 기반한 내적 비범성, ② 승부욕 및 정복욕, ③ 희소성과 배타성에 기반한 인사이더 소속감이다. 책에서는 사례로 플리즈 돈 텔, 검은 화장지, 한정 판매 등을 소개한다.
트리거: 계기
계기(Triggers), 연상 효과는 매우 중요한 발견이다. 조나 버거는 입소문을 둘로 나눈다. ① 일시적 입소문, ② 지속적 입소문이다. 왜 어떤 것은 일시적인 입소문에 그치고, 왜 어떤 것은 지속적인 입소문에 성공하는가? 다르게 질문하면, 입소문의 ‘지속력’은 무엇에 의해 좌우되는가?
결론부터 말하면 ‘연상을 일으키는 사물-현상이, 얼마나 우리 일상에 착근해있는지’의 문제로 귀결된다. 단순하게 정리해보면 ① ‘연상의 발생’은 흥미, 비범함, 의외성 요인이 중요하다. ② ‘연상의 지속’은 연상 효과를 일으키는 계기가 얼마나 우리들의 일상과 착근되어 있는지와 연동된다. 다르게 말하면, 발생 빈도가 중요하다. 몇 개의 사례가 나온다.
사례 1, 120쪽
1997년 중반, 마스(Mars) 초콜릿 바 사례가 나온다. 나사(NASA)의 패스파인더가 화성(Mars)을 탐사하면서 프랭클린 마스(Franklin Mars)의 이름을 딴 마스 초콜릿 바의 매출이 급증한다.
사례 2, 121쪽
슈퍼마켓에서 실내 배경음악으로, 독일 음악을 틀어줄 경우 독일 와인이 더 많이 팔리고, 프랑스 음악을 틀어줄 경우 프랑스 와인이 더 많이 팔리는 것으로 나온다. 역시 연상 효과 때문이다.
사례 3, 121–123쪽
식판, 과일, 채소를 연결한 실험에서도, 식판이 연상 효과를 일으키는 트리거가 되어 과일-채소 섭취가 늘어난다.
사례 4, 127–130쪽
2011년, 리베카 블랙이 부른 ‘프라이데이(Friday)’라는 노래는 유치하기 그지없는 엉망진창인 노래였는데, 2011년 최고 인기 동영상이 된다. 유튜브 검색 요일별 조회 수를 살펴보면 금요일이 압도적으로 많다. 결국 금요일(Friday)마다 연상 효과를 일으켰기 때문이다.
사례 5, 135쪽
지명도가 낮은 작가이거나 신인 작가인 경우, ‘부정적 서평’이 오히려 매출을 45%나 증가시킨다는 조사가 있다. 이것은 부정적 서평이어서 매출을 증가시켰다기보다는 ‘인지도-노출효과’를 높여서, 매출을 증대시킨 것으로 볼 수 있다. 여의도 정치권에서는 “악플이 무플보다 낫다”라는 표현이 있는데, 역시 같은 이유 때문이다.
사례 5, 136–138쪽
초콜릿 과자인 킷캣(Kitkat)은 일부러 커피와 연계하는 광고를 했다. 발음의 유사성을 활용한 연상 효과를 노린 것이기도 하고, 킷캣을 먹는 사람들을 조사해보니 커피를 마실 때 먹는 경우가 많았다. 커피는 매우 일상적인 음료이기에, 커피와 이미지를 링크하는 킷캣 마케팅 전략을 했고,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마케팅 이후 매출액이 ⅓ 이상 늘어났다.
감성
감성은 『스틱』에서도 다루지만 『전략적 입소문』에서 감성의 개념적 본질, 특징이 무엇인지에 대해 훨씬 더 명료하게 다룬다. 감성이 작동하는 핵심은 긍정/부정 여부도 아니고, 기쁨/슬픔 여부도 아니다. ‘감정의 각성=활성화’ 정도이다.
소극적인 감정인 만족감(긍정)과 슬픔(부정)은 모두 ‘감성’의 활용에 효과적이지 않다. 각성상태(=활성화 정도)가 낮기 때문이다. ‘감성’과 결합하는 마케팅에 성공하려면 • 굉장히 웃기거나, • 분노와 불안을 일으키는 것이어야 한다.
대중적 가시성
개인적으로 매우 흥미로웠던 부분 중 하나는 대중성 부분이다. 저자는 대중적(Public)까지만 강조했는데 내용적으로 볼 때, ‘대중적 관찰 가능성(Public observation)’ 또는 ‘대중적 가시성(public invisibility)’을 강조한다.
사례로는 스티브 잡스와 회사 동료였던 켄 시걸이 애플 노트북을 열었을 때, 애플의 사과 모양 방향을 어떻게 할 것인지 진지하게 검토했던 내용이 나온다. 결국 ‘대중적 가시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사용자에게는 누워 있고 보는 사람 입장에서 서 있는 방향으로 했다.
그밖에 애리조나 대학의 알콜남용 방지 캠페인을 위해 사회적 증거를 제시한 경우, 와튼스쿨에서 있었던 콧수염 캠페인, 미국 애리조나주 석화림 국립공원에서 있었던 규화목 훔쳐 가기 방지 캠페인의 사례를 제시한다.
저자는 대중적 관찰 가능성, 대중적 가시성의 연장에서 두 가지 개념을 추가로 제시하는데 행동적 잔여, 사회적 증거다. 행동적 잔여는 “어떤 행동을 연상시키는 물건”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대표적인 것은 기념품이다. 돌잔치가 끝난 이후에 아무개 이름이 적힌 수건 같은 경우가 해당한다. 한국의 경우 2014년 세월호 사건 이후에 수년간 전개되었던 ‘노란 리본 달기’가 행동적 잔여 및 대중적 가시성을 극대화한 캠페인의 대표 사례로 볼 수 있다.
사회적 증거의 경우 내용을 들여다보면 ‘대중적, 가시적인 데이터’의 제시다. 사회적 증거의 파워를 나는 국회 보좌관을 하면서 실감했다. 데이터(=사회적 증거)를 만들어내는 것은 생각보다 매우 강한 힘을 갖고 있다.
실용적 가치
실용적 가치는 사실 너무 당연한 말이다. 재미있다는 말에는 이미 유용하다는 말이 포함되어 있다. 사람들은 유용할 때 재미있다고 생각한다. 실용적 가치를 설명하면서 ‘행동경제학’의 전망이론(Prospect Theory)을 활용한다. 흔히 기저효과(基底效果)라고 불리는 것이다.
사람들은 절대적인 금액이나 비율보다, 자기가 생각하는 어떤 기준점과의 거리를 중심으로 사고한다. 행동경제학의 다양한 실험을 통해 검증됐다고 볼 수 있다. 전망 이론의 연장선에서 ‘민감도 체감성'(diminishing sensitivity)의 사례를 활용한다.
종합해보면
트리거 및 연상 효과와 관련해 ‘일시적 입소문’과 ‘지속적 입소문’의 프레임은 ‘정책’에 있어서도 매우 시사적이다. 정책 버전으로 생각해서 ① 일시적 정책 입소문과 ② 지속적 정책 입소문으로 나눈다면, ‘일시적 정책 입소문’은 어떤 경우이고 ‘지속적 정책 입소문’은 어떤 경우일까?
‘연상 효과의 지속성’은 우리 일상의 삶에 얼마나 착근(着根)했는지에 의해 규정된다. 이 말은 다르게 말하면 우리 삶의 일상적·근본적 의제와 연동되지 않은 경우 그러한 정책성과는 ‘일시적 정책성과’에 멈추고, 반대로 우리 삶의 일상적-근본적 의제와 연동된 경우 ‘지속적 정책성과’로 두고두고 회자된다.
그럼 한국정치사에서 ‘지속적, 정책 입소문’으로 회자되는 경우는 뭐가 있을까? 그게 바로 박정희 대통령의 수출 10억 불, 수출 100억 불, 경제성장률 15년 평균 약 10%, 포항제철 건설, 경부고속도로 건설 등이다. 그리고 김영삼 대통령의 금융실명제, 하나회 해체 등이다.
민주당이, 진보가 ‘경제분야 관련, 지속적인, 정책 입소문’에서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서는 결국 ‘우리 삶의 일상에 착근한 이슈’에 대해서 ‘정책의 가시성’이 분명한 성과를 낼 때이다. 일회적인 이벤트는 반짝 기억에 남을 수는 있지만, 기억의 지속력이 매우 제한적이다. 일시적인 평가이기에 휘발성 역시 높다. 결국 종합해보면,
- 소셜 화폐 및 비범함의 본질은 의외성과 지위재를 의미하고,
- 트리거는 연상 효과를 의미하는데 연상 효과는 우리 삶의 일상에 착근한 것과 연동시킬 때 효과적으로 작동하고,
- 감성은 사람들의 감정을 격하게 활성화하는(=각성시키는) 것과 연동될 때 효과가 크고,
- 대중성은 ‘대중적 가시성’이 핵심이며 대중적 가시성은 행동적 잔여와 사회적 증거와 연동되면 더욱 바람직하고,
- 실용적 가치는 유용한 것이 중요하되 기저효과를 염두에 두어야 하며,
- 스토리는 인물, 시간, 공간, 사건이 있는 서사구조를 의미한다.
원문: 최병천의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