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 미생물이 생산한 알코올이 간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장내 미생물은 숙주가 소화시키고 남은 영양소나 식이섬유처럼 숙주가 소화하지 못하는 영양분을 분해해 에너지원으로 삼습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다양한 부산물이 생성됩니다. 이 중에는 심지어 알코올도 있을 수 있습니다.
물론 대다수 사람 장내에서 천연적으로 생산되는 알코올의 양은 얼마 되지 않지만 드물게 예외적인 경우가 있습니다. 자동 양조장 증후군(Auto-brewery syndrome, ABS)이 그것으로, 탄수화물이 풍부한 식사 후 혈중알코올농도가 상승하게 됩니다. 이 질병의 원인은 술을 발효시킬 때와 마찬가지로 효모균의 일종으로 생각됐습니다. 하지만 이를 억제하는 약물을 투여해도 ABS를 치료하기는 어려웠습니다.
중국의 과학자팀은 좀 더 흔한 장내 미생물인 폐렴막대균(Klebsiella pneumonia)을 대상으로 알코올 생산 능력을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두 개의 균주에서 높은 알코올 생산 능력을 확인했습니다. 의외의 사실 같지만, 사실 부산물로 알코올을 생산하는 미생물은 매우 흔합니다. 따라서 정확한 범인을 찾기 어려웠습니다.
연구팀은 이 미생물 균주와 매우 흔한 간 질환인 비알코올성 지방간 (NAFLD)의 연관성을 조사했습니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알코올 섭취 이외의 다른 원인으로 생기는 지방간으로 가장 흔한 경증의 간 질환입니다. 하지만 이것 역시 만성 간 질환은 물론 심혈관 질환의 위험 요인이 됩니다.
그런데 비알코올성이라는 의미가 전혀 알코올이 연관이 없다는 의미는 아납니다. 보통 하루 20–30g 정도 이하의 알코올 섭취 시 이런 표현을 사용하지만, 그 이하 수준에서도 지방간은 생길 수 있고 또 장내에서 합성되는 알코올 역시 영향을 줄지도 모릅니다.
연구팀은 43명의 NALFD 환자와 대조군의 장내 미생물을 조사해 NAFLD 환자의 60%가 알코올 생성 균주를 가졌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이는 정상 대조군의 6%에 비해 매우 높은 것입니다. 물론 술에 취하게 만들 정도는 아니지만, 소량의 알코올이 계속해서 만들어져 간 손상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것입니다.
우리가 만약 장내 미생물군을 조절할 수 있다면 현재 특이적 치료제가 없는 비알코올성 지방간의 치료와 예방이 가능할지도 모릅니다. 아마도 장내 미생물을 통한 흥미로운 치료법 가운데 하나가 될 것입니다. 다만 이 가설은 더 검증이 필요하며, 장내 미생물도 쉽게 바꿀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후속 연구가 더 필요합니다.
원문: 고든의 블로그
참고
- 「Alcohol-producing gut bacteria can cause liver disease」, New Atlas
- 「Fatty Liver Disease Caused by High-Alcohol-Producing Klebsiella pneumoniae」, Cell Metabolis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