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웅제약 내 발달장애인 고용 사내매점 ‘베어마트’를 가다
처음에는 유통기한 점검하는 게 어려웠는데, 계속 일하다 보니 적응도 잘되고, 재미있어요. 손님이 들어오면 항상 인사를 하는데 그 점이 제일 좋아요.
대웅제약 내에 오픈한 사내매점 베어마트에서 근무하는 발달장애인 이선철(35세) 씨의 말이다. 선철 씨는 “출근하면 삼각김밥, 김밥, 샌드위치, 햄버거 등의 유통기한을 수시로 확인하고, 음료, 커피, 과자, 빵, 라면 등 제품을 진열한다”고 말했다.
지난 4월 23일 대웅제약 삼성동 본사 지하 1층에 문을 연 ‘베어마트’는 발달장애인을 정직원으로 채용한 사내매점이다. 전체 직원은 발달장애인 직원 10명, 관리자 2명으로 총 12명이다. 선철 씨를 포함한 10명의 발달장애인 직원들은 대웅제약 소속 정직원이며, 2명의 비장애인 현장 매니저들은 베어베터 소속이다.
발달장애인 근무하는 매점이 가능한 이유
베어마트는 대웅제약, 베어베터, 이마트24 등 3개 기업의 협업으로 이뤄졌다. 대웅제약은 발달장애인을 정직원으로 고용해 매점을 오픈했고, 이마트24는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상품 공급을 맡았다. 베어베터는 발달장애인 직원들이 주어진 직무를 잘 수행할 수 있도록 업무 매뉴얼을 만들고 체계적인 관리를 지원한다.
베어마트와 같은 발달장애인 고용 모델이 가능했던 이유는 유통기한 확인, 제품 진열, 쇼 카드 확인, 청소 등 업무가 비교적 단순하고 반복적이기 때문이다. 베어베터는 발달장애인들이 일하기에 적합하도록 업무를 더욱 세분화했다.
20평 규모의 베어마트에서는 7:30–11:30 4명 오전 오픈조, 12–16시 3명 미들조, 16–20시 3명 오후조, 총 3개 조로 발달장애인들이 나눠서 하루 4시간 근무한다. 공통 업무가 있긴 하지만 세부적으로는 조별 주요 업무가 다르다. 예를 들어 오픈조는 새벽에 미리 도착한 상품을 검수하고 진열하는 게 중요한 업무이며, 미들조는 손님이 가장 많은 점심시간에 일하기 때문에 유통기한을 철저히 확인하고 물건이 부족하지 않도록 계속 살펴서 보충해야 한다.
매장에는 직원들이 제품을 싣고 이동할 수 있는 트롤리(카트)가 구비돼 있다. 여러 제품을 손으로 한꺼번에 들고나와 보충하기 어렵기 때문에 필요한 물건이 생기면 창고에서 트롤리에 제품을 싣고 나와 진열한다. 때문에 베어마트 진열대 간격은 타 매점보다 비교적 넓은 편이다.
기자가 베어마트에 방문한 시간은 오후 2시, 미들조가 근무하는 시간이다. 미들조는 출근해서 아래 업무를 진행했다.
- 유니폼 장착 및 청결 상태 확인
- 음료 보충진열 확인
- 상품 진열 확인 및 보충
- 쓰레기봉투 접기·젓가락 및 창고 정리
- 시식대 청소
- 음식물 쓰레기통 비우기
- 50% 할인제품 할인 존으로 이동
- 상온 식품 재고 조사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근무 체크리스트에는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업무 수행 방법이 자세히 설명돼 있었다.
계산은 매장 내 비치된 셀프계산 키오스크를 이용하거나 현장 매니저가 한다. 또한 현장 매니저는 소비자 문의 등 매장 내 돌발상황에 대한 대처와 발달장애인 근로자들과 소통, 업무 관리 등을 진행한다.
강시화 베어마트 현장 매니저는 “손님이 발달장애인 사원들에게 ‘물건이 더 없는지’를 묻는 등 돌발상황이 생겼을 경우에는 현장 매니저에게 안내하도록 매뉴얼에 명시돼 있다”면서 “질문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융통성이 발휘돼야 하는데, 이는 발달장애인들이 다소 어려워하는 부분이어서 현장 매니저가 중간에서 소통하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업무 체크리스트에 따라 일을 마친 발달장애인 근로자들은 퇴근하기 전 일의 수행 여부를 직접 체크하고, 현장 매니저에게 확인받는다. 강 매니저는 “발달장애인 개인에 따라 특성이 달라서 각자 성격과 특성, 잘하는 것을 파악해 역할을 부여해 스트레스 없이 장기근속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발달장애인 근로자 대면·실무면접 거쳐 공정하게 선발
대웅제약 내 오픈한 베어마트에 근무하는 10명의 발달장애인 직원 중 7명은 베어베터에서 이직했고, 3명은 새롭게 채용된 직원이다. 베어마트에 직원으로 채용되기 위해서는 대면 면접과 실무 면접으로 공정하게 선발한다. 대면 면접은 인사 및 의사소통·근로 의욕·복장 관리·청결 관리부터 단독 이동 가능 여부, 질문 이해도 등을 평가한다. 실무 면접은 면접자가 매점 업무에 적합한지 확인하는 과정이다.
유통기한이 2019년 8월 13일 ‘이전’의 물건들을 진열대에서 빼서 아래로 내려주세요. 8월 13일을 포함합니다. 물건을 다 내려놓았으면 말씀해주세요.
면접관의 주문이 끝나자 면접자가 제품을 집어 들었다. 면접자는 유통기한이 어디 적혀 있는지 한참 헤맸고, 결국 유통기한을 찾지 못한 채 실무면접을 마무리했다. 이처럼 발달장애인들은 개인에 따라 유통기한의 개념을 모르거나, 제품에 표시된 유통기한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 면접관은 직원을 채용할 때 이를 확인할 수 있는 질문과 실무 테스트를 한다.
이 외에도 쇼 카드에 적힌 제품과 실제 제품 매칭 가능 여부, 청소 업무의 꼼꼼한 수행 여부 등을 확인한다. 실무적 능력뿐 아니라 평가자의 설명을 다 듣지 않고 먼저 시작하지는 않는지, 면접관이 주문한 사항을 마무리하고 “다 했다”고 이야기하는지 등 여러 행동을 상세히 관찰한다. 강시화 매니저는 “면접자의 특성에 따라 실무에 투입됐을 때 동료 사원이나 현장 매니저들과 소통에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꼼꼼하게 확인한다”고 말했다.
소비자 만족도 높은 ‘베어마트’, 장애인 고용 확대 위한 모델 되길
근로자 수가 50인 이상인 기업은 일정한 수의 장애인을 의무적으로 고용해야 한다. 만약 장애인 의무고용 인원에 못 미치면, 미달하는 수에 따라 사업주가 고용부담금을 내야 한다. 하지만 ‘베어마트’가 발달장애인 고용 성공 모델로 자리 잡으면 장애인고용부담금을 내는 기업보다 장애인을 고용하는 기업이 많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사내매점을 이용하는 비장애인 직원들은 별로 불편한 것이 없다는 분위기다. 오히려 대웅제약은 발달장애인 직원을 직접 고용함으로써 그동안 장애인고용부담금으로 지출했던 비용을 직원 복지 확대에 사용해 긍정적인 반응이다. 대웅제약 직원들은 베어마트에서 물건을 구매할 때 20% 할인된 금액으로 물건을 살 수 있다.
강시화 매니저는 “대웅제약 내부에서는 발달장애인 근로자들을 보호하고, 조심해야 하는 대상이 아니라 ‘자신의 위치에서 주어진 일을 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는 분위기”라며 “얼마 전 대웅제약에서 자체적으로 ‘후기 이벤트’를 진행한 적이 있는데, 베어마트에 대해 매장이 깨끗하고, 신선한 음식을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어 만족한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말했다.
원문: 이로운넷 / 글·사진: 박미리 이로운넷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