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새벽 배송 시장이 여전히 핫하다. ‘굳이 새벽 배송으로 택배하시는 분들 괴롭혀야겠냐’고 생각하신다면 그건 오지랖이다. 그분들에겐 아주 소중한 일자리니까 소비자는 그냥 소비자가 가장 편리한 쪽으로 하면 된다.
마켓컬리와 쿠팡이 새벽 배송 시장의 파이를 확 키워놨다. 전 국민을 열광하게 만들었다. 물론 배송 비용이 막대해서 실질적으로 업체 입장에서는 단기적으론 큰 손실이지만 이 전투에서 승리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친다. 지금 새벽 배송을 못 따라오면 비즈니스 아웃된다는 공포감이 지배적이다. 머지않아 기존의 몇몇 업체가 떨어져 나갈 것으로 보인다.
새벽 배송의 핫 아이템은 식품, 특히 신선, 냉장, 냉동식품이다. 오더가 들어오면 물류센터에서 아이템을 빨리빨리 찾아서 박스 작업을 한 다음에 내보내야 한다. 즉 업체가 컨트롤 할 수 있는 냉장·냉동 물류 창고가 있어야 하고 이를 운용하는 시스템 및 인력이 필요하다.
지마켓, 11번, 옥션 같은 기존의 플랫폼 강자들은 지금 새벽 배송 전투에 끼지도 못한다. 자체 물류센터가 없기 때문이다. 이들의 경우는 살아남으려면 비식품에 올인하면서 할인 경쟁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다. 이 세 옛 강자 중에서 적어도 한두 개는 곧 날아가지 않을까.
기존의 대형 마트들도 새벽 배송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그런데 정말 눈물겹다. 이마트의 경우를 보자. 이마트는 온라인 사업부를 따로 법인 분리 시켰다(그 이유는 아래에). SSG라는 통합 쇼핑몰을 열고 신세계 계열의 모든 온라인 상점을 한 사이트 아래에 서브 상점으로 밀어 넣는, 내가 봤을 때는 실로 크나큰 실책을 범했다.
제대로 된 통합도 아니다. 그렇다고 세분화된 전문적인 몰의 형태도 아니다. 식자재를 쇼핑하러 들어가면 이마트몰, 트레이더스, 새벽 배송… 각각의 탭을 누르고 들어가서 검색을 시작해야 한다. 정말 잘못된 ‘경험’ 제공이다.
아무튼 SSG가 새벽 배송을 시작하면서 재활용 가능한 보랭 백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이름하여 ‘알비백’은 예쁘다. 잘 만들었다. 고객이 가져도 좋다. 온라인 배송의 지속적인 문제였던 포장재의 과대 사용 문제, 포장재 폐기 문제도 해결한다. 이 알비백은 다음번 새벽 배송 올 때 문 앞에 내두면 수거되고, 새로운 알비백이 돌아온다. 마트에 갈 때 들고 다니기도 좋아서 오프라인 식자재 구매 시 편리하다.
눈물겨운 이마트의 새벽 배송 이야기를 조금만 더 살펴보자. SSG가 법인 분리되고, SSG는 자신의 브랜드인 SSG(쓱)을 키우고자 하니, ‘알비백’ 어딜 봐도 이마트라는 브랜드의 흔적은 없고 ‘쓱’ 브랜드만 있다. 쓱에서 새벽 배송을 하는 고객들은 기존의 이마트 고객이 다수다. 그런데 새벽 배송을 하면 기존의 이마트와는 전혀 상관없는 브랜드 경험을 하게 된다. 고객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지금부터다. SSG에서 식자재를 주문하려면 주간 배송과 새벽 배송을 나눠서 주문해야 한다. 일단 귀찮다. 그리고 동네마다 다르긴 한데, 주간 배송의 경우 주요 도시 지역의 경우 집 인근의 이마트 매장에서 이마트 매대 위에 올라가는 물건을 해당 이마트 직원이 포장해서 매장에서 집으로 바로 배송해 준다. 그런데 새벽 배송을 하면 김포에 있는 물류 센터에서 포장되어 출발한다.
자, 내가 사는 곳은 분당이다. 우리 집에서 이마트 분당점까지는 차로 8분 거리다. 주간 배송 주문을 하면 이마트 분당점에서 배송이 오는데, 새벽 배송을 주문하면 1시간 반 떨어진 김포 물류센터에서 배송이 오는 것이다. 뭔가 비합리적이지 않은가? 이유는?
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이라는 규제 때문이다. 밤 11시부터 오전 10시까지 마트는 무조건 문을 닫아야 한다. 매장은 닫고 매장 내 물류창고에서만 작업하면 안 되냐고? 안 된다. 불법이다. 그래서 이마트는 새벽 배송 전투에 참전하기 위해 온라인 사업부를 법인 분리하고, 김포에다가 물류 센터를 짓고, 각 매장에 있는 제품 구색을 똑같이 채워 넣는다. 실제로는 제품 구색을 절반도 못 채웠다.
그래서 지금 새벽 배송은 일부 품목에 한해 서울과 경기 일부 지역만 가능하다. 김포 물류 창고에서 부산까지는 멀어서 새벽 배송이 안 된다. 부산의 이마트 고객은 새벽 배송을 받으려면 이마트가, 아니 SSG가 부산 인근에 새벽 배송용 물류센터를 지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부산의 각 매장에서 새벽 배송 나가면 불법이니 이마트는 어쩔 수 없이 물류 창고를 다시 곳곳에 지어야 한다. 어마어마한 중복 비용의 지출이다. 이마트… 눈물겹지 않은가?
이마트만의 문제는 아니다. 홈플러스, 롯데마트도 마찬가지다. 왜 이 사달이 났는가? 이놈의 표심 때문이다. 골목상권을 살리기 위해, 재래시장을 살리기 위해 ‘악의 축’인 대형마트를 규제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야지 정치인들은 정의의 이름으로 표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재래시장은 살아났는가? 최근 4년간 재래시장 매출 변화 추이를 살펴봤더니 참담하기 이루 말할 수 없다.
대형마트마저도 휘청인다. 홈플러스는 언제 문 닫는다고 발표해도 전혀 놀랍지 않은 상황이다. 결국 손정의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쿠팡의 매출만 오른다. 그렇다고 쿠팡이 돈을 벌고 있느냐, 그것도 아니다. 모두 다 적자다. 다 같이 죽음의 길로 들어서서 행진한다. 규제. 이제 좀 풀자. 미치겠다 정말.
원문: 문정훈의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