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일상용어가 된 TPO (Time, Place, Occasion)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복장은 예의와 신분을 상징한다는 것은 워낙 당연하다. 박근혜 대통령의 복장이 문제가 되고 있는데, 이는 가벼운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다른 사람이 아닌 나라의 대표다. 그러면 당연히 복장은 ‘의미’를 가지기 때문이다. 원래 박근혜 대통령이 패션 정치로 유명하긴 했지만(…)
검은 정장은 아무 때나 입지 않는다
되려 방문한 미국측에서는 죄다 ‘검은 정장’을 입고 왔다. 정장은 원래 검정색이고, 그냥 우연히 입은 것 뿐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정장은 검푸른 계열 (곤색)을 주로 입는다. ‘완전히 검은’색은 기본 정장의 색이 아니다. 즉, 미국 측에서는 원래 입던 대로 입은게 아니라. ‘일부러 신경 써서’ 입은 것이다. 심지어 상대측 여성도 검은색 옷을 입고 왔다.
이는 넥타이 색깔에서도 의도를 파악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어두운 계열의 정장을 입었을 경우, 넥타이를 밝은 색을 하여 칙칙함을 없애곤 한다. 오바마의 당적인 민주당의 공식 색상인 푸른 계열 타이를 오바마 대통령이 즐겨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당일 오바마 대통령의 타이색상은? 역시나 회색 사선 타이. 이는 분명히 ‘의도적’인 것이다. ‘추모를 하려는 의도’
검은 복장… 심지어 가정 의례 준칙에도 나온다. 제14조(상복 등)에 따르면 한복이 아닌 양복을 입었으니 검은색을 입는게 맞다. 여기에도 ‘푸른색’은 찾아볼 수가 없다.
① 상복은 따로 마련하지 아니하되, 한복일 경우에는 흰색으로, 양복일 경우에는 검은색으로 하고, 가슴에 상장(喪章)을 달거나 두건을 쓴다. 다만, 부득이한 경우에는 평상복으로 할 수 있다.
② 상복을 입는 기간은 장일까지로 하고, 상장을 다는 기간은 탈상할 때까지로 한다.
복장이 밝으면 액세서리라도 좀…
잘못된 건 잘못된 거다. 비록 대통령 급에서 일어나서는 안 될 실수였다고 보지만, 언론은 비판하고 정부는 고치면 된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정부가 고치는 게 아니라 언론이 고치는 것이다. 그것도 포토샵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복장 색을.
푸른색을 어떻게든 좋게 표현하려고 시도하는 기사도 있었다. 기사 제목이 무려 박근혜 의상 옷 칼라, 사망자와 실종자들의 영생을 바라는 추모 상징. 푸른 색 자체는 ‘안정’ ‘긍정’의 뜻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푸른 복장’에서 ‘추모’의 의미를 캐낸 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백번 양보해서 극락 왕생을 바라는 마음으로 푸른색을 입었다 가정하자. 그러면 그 큼지막한 금목걸이는…?
복장은 멋이기 이전에 사회적으로 정해진 예의다. 남의 나라였으면 정말 이미지 떨어질 수 있는 이슈이니, 앞으로는 좀 조심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청와대에 필요한 건 멋을 아닌 코디가 아니라, 예의를 아는 코디가 아닐지.
편집: 리승환
valentino shoesand the Role of Fashion Design School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