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을 최우선시한다’지만 기업 데이터 속에는 고객이 없다
고객과 관계를 맺기 위한 노력보다, 적절히 무언가를 제공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여겼던 기업이 점점 몰락한다. 그들의 가장 큰 실수는 고객이 제공한 데이터를 자신들의 편의에 의해 판매 데이터로 처리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고객 제일주의’의 유행으로 CS(Customer Service)가 마케팅만큼 주목받았던 시절이 있었다. 밀레니엄 전후, 사우스웨스트 항공사의 Fun 경영, 아마존에 인수된 자포스의 CS 강화 전략까지, ‘대고객 서비스’를 단순 ‘친절함’으로부터 나타난 의무감이 아닌, 기업의 본래 가치에 병합 제공함으로써, 자신들만의 차별화 포인트를 가져가는 기업이 하나둘 나타났다.
하지만 대부분 흉내를 내는 수준에 그쳤다. 절대 앞서 말한 두 사례처럼 될 수 없었다. 애초에 비즈니스를 설계할 때부터 ‘고객 – 특정 부류의 누군가’를 염두에 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부분 어떻게 해서든지 ‘효율적으로 제공’해 더 많은 매출(또는 수익)을 얻길 바라는 막연함으로부터 시작했다. 고객 중심적 비즈니스 시스템 설계가 굳이 필요가 없었다고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그리고 나중에는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었다.
- 공급자보다 구매자가 훨씬 많았다.
- 시간이 흘러 고착화된 시스템을 바꿀 수 없을 정도로 성장 및 고도화됐다.
- 시장 성장에 따라 수많은 브랜드가 고객 반응에 의해 출현했다.
- 이에 대응하려고 시스템 개선을 위해 노력했지만, 부족해진 시스템 유연으로는 혁신에 가까운 변화가 불가능했다.
외부 환경 변화에 위와 같은 대응 때문이었을까, 대부분 접점을 최대한 늘리는 것에 집중했다. 유통은 더 많은 점포를 개설하는데, 제조는 더 많은 유통망에서 팔리는 것만을 생각했다. 우리 제품을 어디서든 쉽게 확인하고, 구매하도록 ‘들어오는 경로’를 활짝 열어놨다. 애초에 그들이 그동안 성장해왔던 방식이 ‘고객 데이터에 의한 전략 기획’이 아니었다.
- 고객이 있을 만한 곳에 최대한 빨리 그리고 많이 뿌리는 것,
- 고객이 될 만한 이들에게 더 많이 알려지는 것,
- 구매 시점에 상기시키도록 더 많은 접점 및 경로를 선점 또는 지배하듯 확장하는 것,
당연히 고객 경험에 대한 개념 자체가 중요하지 않았다. 일단 확장하는 것이 중요했고, 그로 인해 ‘고비용 구조’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되었다. 고객 경험 경로상의 데이터 수집은 거의 없었다. 대부분 매출 중심이었다.
고객 중심적 비즈니스 구축? 여전히 ‘매출 데이터’만 고수
분명 ‘접점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는 ‘고객의 구매 데이터’였다. 온 오프라인 가릴 것 없이 대부분 그렇다. 하지만 시스템에는 ‘판매 데이터’로 남았다.
- 기업 편의상 고객이 발생시킨 데이터는 매출 및 재고 파악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설계됐기 때문이다.
- SCM(Supply Chain Management)의 효율화가 비즈니스에 더 큰 도움이 된다고 믿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해당 논리는 오늘, 이번 주, 이번 달, 분기, 반기, 1년 등 일정한 시기에 제품 및 서비스가 얼마나 팔렸고, 이를 적재적소에 제공하기 위한 공급망 관리에 적극 최적화했다. 파는 품목이 많고 복잡해도, 즉시 제공이 어려워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과거 판매 실적에 의해 ‘적정 재고량 혹은 적절한 제공량 및 기간’을 유지하면 충분했다. 이것이 곧 시스템 안정화의 길이라고 믿었다.
수요(고객 및 시장)와 공급(기업) 간의 균형조차 외면한 효율화는 성장 한계에 봉착했다. 공급사를 후려쳐서 더 싼 가격에 무한정 공급받는 것도, 이를 더 빠르고 정확하게 고객에게 전달하는 것도 분명히 ‘비용’을 줄이기 위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조직 구조의 거대화를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극대화하면서 더 큰 비용을 요구받게 되었다. 더 나아지기 위한 시스템의 투자 및 유지가 발목을 잡았다.
결과적으로, 그들이 설계한 시스템의 종착역에 (사줄만한, 이용할 만한)’고객’이 있음을 간과한 전략은 실패다.
- 원가에 의한 경쟁도 쉽게 할 수도 없고,
- 브랜드 또는 채널에 대한 호감도 및 로열티를 충분히 증명하지 못하고,
- 일부 고객으로부터 제품 및 서비스에 대한 로열티조차 갖지 못한 기업의 끝은 뻔하다.
매출 중심 데이터가 아닌 고객 중심 데이터
매출 중심의 데이터 구축 및 운용은 기업에게 아킬레스건을 만들었다. 고객이 누군지도 모르고, 채널 및 접점을 방문한 이가 고객인지도 모르고, 누군가 샀지만 왜 샀는지 당연히 모른다. 때문에 무엇을 언제, 어떻게, 왜 팔아야 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다. 오로지 할 수 있는 것은 과거 판매 데이터를 참고로 잘 팔렸던 것을 떼어다가 펼쳐놓고 사가기를 기다리는 방법뿐이다.
이제는 고객과의 네트워크를 구성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일방적으로 기업이 고객에게 제품 및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에 대한 반응을 오로지 ‘판매 여부’로 확인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관점에 의해 고객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고객 경험 개선에 반영해야 한다. 재고 관리를 위한 기존의 매출 중심의 데이터가 아니라, 고객 관계 관리를 위한 고객 중심의 경험(구매) 데이터다.
예를 들어 온라인 서비스(커머스)는 대부분 몇 명이 어떤 경로에 의해 사이트에 들어와, 얼마 만에 혹은 내부의 어떤 경로에 의해 구매 버튼을 눌렀는지 수치화하는데 치중하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여기서 한 발 더 들어가 더욱 작은 데이터를 연결 지어 볼 필요가 있다.
- 왔던 이가 또 왔는지, 왔다면 누가 얼마나 왔는지,
- 이전에 구매한 이들이 또 유사 상품을 구매하려고 하는 제스처는 없었는지,
- 1개 구매한 이들과 1개 이상 구매한 이들의 차이는 무엇인지,
- 이런 사용자들이 가지는 특징과 유사성은 무엇인지 등.
사용자 행동을 기반으로, 우리 시스템 내에서 그들이 남기고 간 흔적을 따라서 우리가 목표한 고객에 대해 비즈니스를 전개하는 과정에서 이전보다 자세히 알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 및 유지하는 것이다.
또한 오프라인 매장의 경우, 고객에 대한 적절한 관찰이 요구된다. 화장품 매장에서 립스틱 프로모션을 한다고 하자. 대부분 누가 사는 것을 알려고 하기보다는 어떤 색이 더 많이 팔리는지를 두고, 적정 재고량이 유지될 수 있도록 관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고객 경험 경로를 기준으로 데이터를 수집한다면 다른 관점의 접근이 가능하다. 만약 프로모션 이후 ‘남자 고객’이 늘어난다고 하자. 평소에는 10명 중 1–2명이었는데 며칠 사이 4명 정도까지 늘어났다고 한다. 그렇다면 화장하는 남자가 늘어난 것일까, 아님 립스틱을 누군가에게 선물하려는 이들이 늘어난 것일까?
분석의 결과가 전자라면, ‘남성을 위한 립스틱 사용법’을 알려줘야 한다. 그리고 그루밍족을 더 많이 유치하기 위한 관련 상품 추가 프로모션도 생각해볼 수 있다. 후자라면, “선물을 위한 세트 구성 또는 별도의 선물 포장 패키지 등을 개발해” 더 많은 매출 혹은 다음 시즌에는 ‘선물’이라는 테마로 캠페인 전체를 기획할 수 있다.
핵심은 “우리 시스템 속 고객 경험 경로에 고객이 남기고 간 흔적 중에, 우리가 미처 수집하지 못하고 놓치는 데이터가 무엇인지 살펴보는 것”이다. 이를 확인하면, 즉각 ‘고객 식별’을 위한 실험적 대응을 수시로 펼치는 것이다.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서 말이다.
혹은 처음부터 고객 경험 중심으로 비즈니스를 만든다. 이는 고객 경험 경로 및 단계별로 원하는 데이터를 언제든지 관찰 및 추출 가능하도록 하는 것으로 목적은 고객에게 적극 반응해, 그들과 유대 관계를 맺기 위함이다. 쉽게 말해 기업 시스템(Value Chain + Supply Chain = Value Network)의 시작을 고객이라고 보는 것이다. 그리고, 목표한 고객이 경험할 경로상에 그들이 남기는 데이터를 수집해, 이를 시스템 개선 및 운용에 적극 반영하는 것이다.
출발은 위 둘의 개념상 대립을 인정하는 것이다. 우리가 제안할 수 있는 것은 우리의 역량 안에 있다. 여기에 ‘적극적으로 호감을 표시할 이들’은 몇몇의 소수에 불과하다. 우선 이들을 위해 움직인다. 이때 ‘제공이 아니라 제안’이다. 아직 정확하게 우리의 가치가 고객으로부터 충분한 입증이 되었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유행하는 린(LEAN) 또는 애자일(Agile) 방식, 혹은 소수의 고객으로 시장 반응을 보는 거라 간주해도 무방하다.
그리고 우리가 가진 역량 및 가치 제안 안에서 어느 접점을 중심으로 누구와 어떤 채널을 통해 관계를 확장하는 게 바람직한지, 고민의 결과를 고객이라 불리는 이들이 제공하는 데이터에 의해 확장하는 것이다. 이는 고객에 의해 기업 시스템이 언제든지 변화할 수 있도록 설계해, 경직되는 것을 가장 경계하는 것이다. 고객의 반응에 따라, 자신의 캐릭터를 변화시킬 수 있도록 늘 한쪽 문을 열어두는 것을 말한다.
시간이 흘러 우리가 어떤 시장 한가운데 있음을 깨달을 것이다. 위 도표상 어느 위치에 있어도 괜찮다. 단지 우리 앞과 뒤에 누가 있는지만 확실히 알면 된다. 그리고 지금보다 확장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어떤 면을 확보 또는 강화해 가치 제안 및 제공해야 하는지 고객의 입장에서 늘 살필 수 있는 시스템을 추가로 구축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적어도 해당 데이터를 통해 다각도로 ‘조금 더 충성도 높은 고객’과 ‘그렇지 않은 고객’을 분류하는 기준을 갖고 비즈니스를 운용해야 할 것이다. 쉽게 말해 ‘단골’과 ‘손님’ 정도는 구매해야 된다는 말이다.
이때 우리 비즈니스를 지속시키기 위해 공급자와 소비자 사이에서 무조건적으로 50:50의 균형을 잡는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우리가 무엇을 얼마나 적절히 제공할 수 있는지, 그 판단은 오로지 고객이 한다. 우리 제품의 질에 대한 기능적 판단은 스스로 할 수 있지만, 그 기능적 우수성이 비즈니스에 즉각 반영되는 세상은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고객 경험 경로상의 수집 가능한 데이터를 추출할 시스템을 구성하고, 필요에 따라 얼마든지 ‘추출’해 활용할 수 있도록 하면 된다. 그 목적은 고객을 더 많이 유치하고 유지해, 지금보다 비즈니스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 이외에는 없다.
그래서 고객의 구매 데이터를 반대로 판매 데이터로 다시 또 그 반대로 쉽게 전환해 적절히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어렵다면 시스템 속에 두 데이터가 늘 흐를 수 있도록 관리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구매와 판매, 두 데이터를 어떻게 연결하고 (비즈니스) 시스템에 최적화할 것인가. 해당 질문에 대한 끊임없는 물음이 결국 나에게 맞는 답을 찾게 할지 모른다.
원문: 이직스쿨 김영학의 브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