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애도의 뜻을 표함으로써 슬픔을 나누고 공동체 의식을 확인하는 일은 뜻깊어 보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긍정적 정서’를 죄악시할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그리고 연구들을 보면 이렇게 힘들 때일수록 오히려 긍정적 정서를 더 많이 느껴줘야 부정적 정서의 악영향을 완화하면서 ‘오래’ 버틸 수 있을 듯 보입니다.
부정적 정서를 감내하게 하는 긍정적 정서의 힘
스트레스를 받은 사람들에게 재미있는 영상을 보게 하는 등 긍정적 정서를 느끼게 하면 부정적 정서가 줄어들고 스트레스 또한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일례로 사람들에게 ‘공포심’이 느껴지게 하는 무서운 영상을 보여준 후 1) 긍정적 정서가 느껴지는 영상, 2) 별다른 정서가 느껴지지 않는 영상, 3) 부정적 정서가 느껴지는 영상을 각각 보여줬더니 긍정적 정서가 느껴지는 영상을 본 사람들이 가장 빠르게 원래의 심혈관 반응 수준을 회복했다는 연구가 있었습니다.
또한 스트레스가 심한 일을 하는 도중 혼자 씨익 웃는 표정을 짓곤 한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스트레스를 잘 견뎌냈다는 연구도 있었지요. 최근의 한 연구에 의하면 힘든 일을 하는 도중 인위적으로 입꼬리를 올려 웃는 표정을 지어 보이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를 이겨내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심지어 그것이 썩소일지라도 입꼬리를 올리고 있었던 사람들이 무표정이었던 사람들에 비해 스트레스를 덜 받고 심장 박동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우리의 ‘감정경험’은 몸 + 마음이 합쳐진 총체적인 것이라 웃음과 관련된 얼굴 근육을 움직이는 것만으로 긍정적 정서와 그 효과를 어느 정도 경험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긍정적 정서는 스트레스를 줄여줄 뿐 아니라, 정신력 소모가 극심할 때 찾아오는 일종의 방전 상태인 ‘자아 고갈 상태(ego-depletion, 급격한 뇌 활동으로 인해 잠시 정신이 잠시 가출한 상태)’로부터 우리를 회복시켜 주는 등 떨어진 수행을 다시 회복시키는 효과도 보입니다.
엄숙함과 함께, 재충전이 필요할 때
따라서 학자들은 긍정적 정서가 마치 마법의 지우개처럼 스트레스나 에너지 고갈을 ‘취소(undoing)’ 또는 ‘치료(remedy)’하는 효과가 있다고도 이야기하지요. 긍정적 정서가 지친 마음을 회복시켜주는 것뿐 아니라 신체적인 면역력을 향상시켜 준다는 발견들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이들 연구 중에는 부정적 정서나 스트레스가 건강을 해치는 효과보다 긍정적 정서가 건강을 촉진시키는 효과가 더 크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들도 있다고 합니다. 이는 곧 부정적 정서를 많이 느꼈더라도 그만큼 긍정적 정서를 많이 느껴주면 괜찮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아닐까요?
따라서 ‘힘들 때일수록 웃어라’는 말처럼 지금 같은 상황일수록 간단한 취미활동 같이 즐거움을 줄 수 있는 무엇의 존재가 매우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러니 다들 하시던 덕질이나 소소한 기분전환거리들을 많이 만들어 놓으시는 게 좋을 듯 보입니다. 잘 버텨서 문제 해결을 위한 ‘장기전’을 준비하기 위해서라도 말이지요.
개인적으로는 만약 우리나라 사람들이 문제 상황에서 냄비근성을 보이는 게 사실이라면, 혹시 힘든 상황에서 엄숙함과 부정적 정서만을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소진이 빠른 게 한 원인이 되는 건 아닌지 궁금합니다. 또 엄숙함을 지나치게 강요하는 것은 결국 ‘감정노동’을 초래할 수 있는데, 이는 사실 엄청난 자기통제력(엄청난 뇌활동)을 필요로 하는 일이어서 단순히 지치는 것뿐 아니라 자기통제력 저하까지 불러오는 등 상당히 소모가 클 수 있지요.
가뜩이나 소모가 큰 상황인 만큼 자기 자신도, 타인도 너무 몰아세우지 말고 ‘재충전’의 기회를 가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간단한 팁!
- 참고로 연구에 의하면 ‘expressive writing’이라고 힘든 경험에 대해 쓰면서 생각을 정리하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가 많이 해소되고, 스트레스 때문에 저하되었던 인지능력(작업기억)이 회복되는 현상이 나타난다고 합니다. 개인 일기장이나 SNS도 적절히 활용하시면 도움이 될 지도요.
- ‘가벼운 운동’ 또한 스트레스 해소와 ‘예방’에 좋은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 친구들과의 허심탄회한 수다, TV보기도 실제 연구에 의해 스트레스 대처에 좋은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참고
- Fredrickson, B. L., & Levenson, R. W. (1998). Positive emotions speed recovery from the cardiovascular sequelae of negative emotions. Cognition and Emotion, 12, 191–220.
- Kraft, T. L., & Pressman, S. D. (2012). Grin and Bear It The Influence of Manipulated Facial Expression on the Stress Response. Psychological science, 23, 1372-1378.
- Tice, D. M., Baumeister, R. F., Shmueli, D., & Muraven, M. (2007). Restoring the self: Positive affect helps improve self-regulation following ego depletion. Journal of Experimental Social Psychology, 43, 379-384.
- Segerstrom, S. C., & Sephton, S. E. (2010). Optimistic expectancies and cell-mediated immunity: The role of positive affect. Psychological Science, 21, 448-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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