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개발을 위해 돈을 써본 적이 있나요?
실제로 몇 달 전 제가 직접 받았던 질문입니다. 질문자는 국내 굴지의 기업에서 오랜 시간 전문성을 가지고 일하는 분입니다. 직장에서는 인정받는 능력 있는 직장인이자, 집에서는 가장인 그분은 얼마 전 순전히 자기개발을 위해서 사비를 들였다고 합니다. 적은 비용이지만, 처음으로 자기개발을 위해 지출을 했다는 것에 대해 뿌듯해하셨던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자기의 책임하에 자기의 이해와 평가에 의해서 성장·향상 의욕을 갖고 자주적으로 이에 대한 노력하는 것을 말한다. 즉 자기개발이란 자기개발 의욕을 갖고서 자기훈련을 하는 것이다.
- 지은실, 『인적자원관리용어사전』
이처럼 자기개발은 자발적으로 자신을 위해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거나, 자신의 지식이나 재능, 기술을 발전시키는 일입니다. 제게 질문을 던졌던 그분도 지금까지는 직장생활, 결혼과 출산, 육아에만 신경 쓰느라 자신을 돌아보지 못했는데 이제는 나 자신만을 위해, 휘발되지 않고 남은 무언가가 하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그것을 하기 위해 결제해놓고 매우 만족스러워했죠.
저는 뭐라고 대답했을까요?
최근 몇 년 사이에 샐리던트(saladent)라는 말을 보편적으로 사용할 정도로 직장인들이 직장 생활 외에도 자신의 성장에 의욕을 가지고 자기개발을 합니다. 샐리던트란 급여 생활자(salary man)와 학생(student)의 합성어로, 공부하는 직장인을 일컫는 말입니다.
게다가 올해는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되면서 직장인들이 원하는 퇴근 후 삶의 모습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이전에는 야근에 시달리다가 집에 와서는 쓰러져 잠들고 아침에 겨우 일어나 다시 일터로 향하는 것이 일상이었다면, 이제는 정시퇴근 후 자기만의 방법으로 자신을 위한 무언가를 합니다.
퇴근 후 갑자기 시간이 생겨 친구들에게 번개를 치거나, 삼삼오오 모여 직장 상사를 안주 삼아 술 한잔하는 것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영어 학원에 가거나 악기를 배우거나 요가를 하거나 그림을 그립니다. 그것이 자연스럽게 일상의 한 부분이 됩니다. 이러한 모습이 바로 직장인 자기 개발을 설명해준다고 생각합니다.
더욱이, 안정적으로 오래오래 직장생활을 하기 어려운 이때 자기개발은 어쩌면 직장인에게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취업포털 커리어에서 2017년에 직장인 71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직장인의 98.5%가 자기개발이 필요하다고 답했습니다.
같은 조사에서 자기개발을 하는 이유로 ‘나만 정체돼 있다는 불안감 해소를 위해서’라는 답변이 30.8%로 가장 많았으며 자기만족을 위해, 은퇴 및 경력 단절 이후의 삶을 준비하기 위해, 이직이나 전직을 위해, 수입을 늘리기 위해, 승진을 위해, 인적 네트워크를 넓히기 위해서 라는 답변이 뒤를 이었습니다.
현재하는 자기개발로는 업무 관련 자격증 취득, 운동, 영어 회화, 취미 활동, 업무 외 자격증 취득, 제2외국어 순으로 답했습니다. 또한 응답자의 50% 이상이 월 10만 원 미만을 자기개발비로 사용한다고 합니다. 10만 원 이상 20만 원 미만으로 쓰는 비율도 30% 가까이 되는군요.
이처럼 직장인에게 자기개발은 업무 능력 향상, 더 풍성한 삶을 위한 배움뿐 아니라 육체적/정신적 건강 강화, 스트레스 해소 등의 역할을 합니다.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는 이 시점에서 내년도 계획을 세우면서 자기개발 계획과 그에 따른 지출 계획 세우는 것을 가벼이 여기면 안 되겠습니다.
자기개발비는 얼마나, 또 어떻게 사용해야 할까요?
안 그래도 급여일이면 잠시 내 통장에 들렀다가 바로 떠나버리는 월급인데 자기개발비는 얼마나 쓰는 것이 옳은지 고민이 될 겁니다. 물론 자기개발비가 개인의 성장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다만 매월 일정한 급여를 받는 직장인으로서 소비 예산을 세울 때 한 번쯤은 고려해볼 수 있는 내용이라 생각합니다.
일본 저축 분야 1인자인 요코야마 미쓰아키는 지출 관리 시스템을 ‘소비, 낭비, 투자’로 나누고, 소비 70%, 낭비 5%, 투자 25%의 황금비율 원칙에 따라 예산 계획을 세우라고 합니다. 배가 고파서 빵을 (적당히) 사 먹는 것과 출퇴근을 위해 지하철을 타는 것은 ‘소비’, 비가 와서 귀차니즘으로 택시를 타버린 것은 ‘낭비’, 저축이나 도서 구매, 공연 관람은 ‘투자’에 포함된다고 합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자기개발비는 ‘투자’ 항목에 포함됩니다.
각자가 처한 상황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겠지만, 소득의 최소 5%는 자기개발비로 지출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소득의 5%는 사실 적지 않은 비율입니다. 금액으로 환산해보면 얼마 안 되는 듯 보여도 다른 지출 내역들과 비교해보면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닙니다.
직장인에게 있어서 자기개발비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꼭 돈을 들여야 자기개발을 할 수 있나요? 꼭 비용을 지불할 필요는 없습니다. 요즘에는 유튜브를 포함한 온라인에서도 무료로 활용할 수 있는 콘텐츠들도 많습니다. 돈이 있는 곳에 마음이 가고, 마음이 있는 곳에 돈이 갑니다.
직장인에게 자기개발비는 투자입니다
앞서서 언급한 취업포털 커리어에서 진행한 조사 결과에서도 자기개발을 하는 이유 중 가장 응답률이 높았던 항복이 ‘불안감’ 때문이었습니다. 직장인 중에서 마음 편히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요? 급변하는 경영환경 속에서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이 직장인의 삶입니다. 실제로 ‘뭐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 ‘내가 이렇게 살아도 될까?’라는 생각을 한 번도 안 해본 직장인은 없을 것입니다.
영원하지 않을 직장생활 속에서 소위 말하는 제2의 인생을 준비하기 위한 투자가 필요합니다. 준비하는 자만이 기회를 얻는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기도 하고요. 불투명한 미래뿐 아니라 현재의 실무능력 향상을 위해서도 자기개발에 투자해야 합니다.
한 가지 사례로 도서 『메모 습관의 힘』의 저자 신정철 작가는 앱의 형태로 판매하는 생산성 도구가 필요하다면 주저하지 않고 구매한다고 합니다. 지불하는 비용 그 이상의 가치를 생산해낼 수 있으면 된다는 자신감과 그에 따른 노력이 있기에 가능한 태도라 생각합니다.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그겠습니까? 마음이 간다면 돈과 시간도 함께 보내세요. 그러면 더 큰마음이 그곳으로 갈 것입니다. 자기개발비의 또 다른 의미는 의지를 구매하는 비용입니다. 저는 의지박약입니다. 여자의 마음이 그렇듯 제 의지도 갈대 같습니다. 게으름 바람, 배고픔 바람, 졸음 바람, 호기심 바람, 집착 바람에 갈대 같은 제 의지는 마구 흔들립니다.
이런 제가 이전 글에서도 밝혔듯이 2018년 주 1회 글쓰기를 실천했습니다. 비결이 무엇일까요? 주 1회 글을 써야 한다는 의지를 일정 비용을 내고 구매를 해버렸습니다. 더불어 그 의지를 더욱 지지해주었던 것은 페이백 제도였습니다. 8주 단위로 온라인 글쓰기를 진행하며 8주를 다 쓰면 지불한 금액을 돌려받고, 글을 쓰지 못한 주는 1만 원씩 차감하는 규칙이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빠지지 않고 글을 쓰진 못했습니다.)
물론 들인 비용 때문에 글을 쓴 것은 아니었으나, 돈과 페이백 제도는 제 의지에 채찍질을 가해주는 고맙고도 무서운 선도부 선생님이었습니다. 이처럼, 직장인에게 있어서 자기개발비는 또 다른 모습의 투자이며, 의지를 구매하는 비용입니다.
추가적으로 한 가지만 더
투자한 자기개발비가 낭비가 되지 않게 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요? 함께하기입니다. 무언가를 지속하기 위해 ‘함께하기’만큼 효과적인 방법은 없어 보입니다. 함께하는 것은 힘이 있습니다. 최근 직장인들을 중심으로 스터디, 자기개발, 재테크, 취미 등의 관심사를 기반으로 한 소규모의 사적인 모임들이 활성화되는 것이 그 사실을 방증합니다.
트레바리, 북클럽, 탈잉, 2교시 등 O2O를 기반으로 한 플랫폼이 떠오를 것입니다. 이러한 플랫폼을 활용해 큰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서도 원하는 자기개발을 뜻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 실천할 수 있습니다. 취향이 비슷하고, 서로의 마음이 한 방향으로 간다면 함께한다면 서로에게 좋은 에너지를 받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즐겁게 할 수 있습니다. 무엇이든 즐겁게 한다면 그 효과도 더욱 크기 때문이죠. 이것이 함께하는 것의 힘입니다.
더불어 그 비용을 벌기 위해 힘들었던 시간들을 돌이켜보세요. 쥐꼬리만큼이지만 그 월급을 위해 몇 번이나 퇴짜 맞은 보고서를 다시 쓰느라 눈이 빨개지도록 야근하기도 했고, 까다로운 상사의 의중을 파악하느라 눈이 찢어지도록 눈치도 보았고, 최소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하루 최소 8시간은 직장에 꼼짝없이 시간을 담보로 잡혀 있어야 했죠. 눈물 없이는 떠올릴 수 없는 그 순간들… 그 돈의 가치를 생각해보면, 지불한 자기개발비를 그냥 날려버릴 수는 없을 것입니다.
여러분은 자신의 즐거운 성장을 위해 어느 정도의 예산을 책정하시겠습니까? 자기개발을 위해 무조건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것도, 돈을 밟고 올라서야만 성장을 할 수 있다는 것도 아닙니다. 물론 지출하는 비용보다는 무엇을, 왜 할지에 대한 고민을 우선 해야겠죠.
글의 서두에서 자기개발을 위해 돈을 써본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한 저의 대답을 물음표로 남겨두었습니다. 저는 신체적 건강을 위해 1년 치 헬스클럽을 등록했고, 영어 공부를 하기 위해 상반기 스터디 모임에 비교적 큰 금액을 지불하고 참여를 결심했습니다. 적지 않은 비용이지만 1년이 지난 후 그 이상의 값어치를 선물로 받을 수 있기를 바라며 다짐하고, 동시에 나 자신을 응원해봅니다.
직장인의 자기개발비용을 국가에서 지원하는 제도도 있습니다. 근로자 직업능력개발훈련 제도입니다. 직업훈련 포털 HRD-net에서 근로자카드를 신청한 후 수강 가능한 리스트를 확인해 수강 신청을 하면 됩니다. 1인당 계좌 한도는 1년 200만 원이고, 최대 5년 300만 원까지 쓸 수 있습니다. 생각보다 다양한 강좌가 준비되어 있더라고요. 신청하셔서 나라에서 제공하는 혜택도 활용해보면 좋겠습니다. 이러는 저는 카드만 신청해놓고 막상 사용을 못 했습니다(…)
원문: 낭만직딩의 브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