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라밸 열풍,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으로 일하는 방식에 대한 관심이 커집니다. 이에 조직의 변화를 고민하는 리더와 실무 담당자들에게 실질적인 변화와 혁신의 대안을 제시하는 동시에, 건강하고 체계적인 스마트워크 전략을 세울 기회를 제공하고자 ‘2018년 서울스마트워크위크(SSWW)’를 개최했습니다.
2018년 11월 12–16일까지 진행한 이 행사에서 저는 행사 전반적인 운영 및 홍보의 역할로 참여했습니다. SSWW는 크게 콘퍼런스, 워크숍, 강연회의 형태로 진행되었습니다. 행사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행사 공식 웹사이트 또는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스마트워크와 함께 한 주를 보내며 스마트워크의 배경과 트렌드, 실제 기업의 사례 등을 확인했고, 독일의 변화 혁신 경영 컨설턴트 닐스 플래깅이 전하는 조직의 복잡성, 피치형 조직 등과 같은 스마트워크를 위한 조직 시스템의 변화와 그에 따른 구체적인 액션플랜들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개인과 조직의 변화와 일하는 방식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가지고 모인 약 200명의 참가자들의 모습이 큰 감동이었습니다. 특히 종일 진행된 워크숍에서 조직의 진짜 문제에 대한 고민을 다양한 질문과 열띤 토론을 통해 해답을 찾아가는 모습이 매우 인상 깊었고, ‘베타 방식으로 진행되었던 그 과정 자체가 스마트워크로 가는 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던 시간이었습니다.
SSWW를 보내며 위와 같이 스마트워크에 대한 지식과 깨달음을 얻었지만, 약 3개월의 기간 동안 함께 행사를 준비하고 운영한 분들의 모습에서 진정한 스마트워크의 본질을 발견했습니다. 행사에 참여하면서 얻은 가장 큰 수확은 함께 일한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일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고, 그들의 모습에서 제대로 일을 하는 방법을 배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똑똑하게 일하는 사람들에게서 발견한 5가지 특징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1. 동기: 동기에서 동력이 생긴다
여기서 말하는 동기는 사람 이름도, 동료의 의미도 아닌 ‘어떤 일이나 행동을 일으키게 하는 계기’입니다. 똑똑하게 일하는 사람들은 일하는 동기가 분명합니다. 이번 행사는 본 프로젝트에 대한 분명한 동기를 가진 한 사람의 기획으로부터 시작해, 스마트워크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며 스마트워크에 관심 있는 개인과 기업에 도움 줄 이들을 연결하고, 스마트워크의 실천을 확산하고자 모인 사람들로 프로젝트팀이 구성되었습니다.
행사를 기획할 때 큰 수익을 얻기 위해서 진행한 것도 아니었고, 모두 각자의 본업이 있는 상태에서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행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난관에 봉착하고 기운이 빠지는 일들도 많았지만, 그럴 때마다 이들은 ‘왜 이 일을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끊임없이 던졌습니다.
‘일을 하는 이유’가 분명해진다면 무엇보다 일을 끝까지 밀어붙일 힘을 얻게 됩니다. 어떤 일이든 시작하기는 쉬워도 지속적으로, 끝까지 해내는 것은 분명히 쉽지 않은 일입니다. 동기가 분명하지 않다면, 어떤 상황에서도 끝까지 해낼 동력을 얻기 힘들 것입니다.
또 전체적인 프로젝트 진행뿐 아니라 세부적인 to do를 진행함에 있어서도 ‘왜 이것을 하는지’에 대한 질문은 계속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행사에 초청하는 사람들에게 전달할 초대장을 만들거나 행사장에 부착할 제작물을 만드는 과정에서도 초대장의 목적이 무엇인지, 행사장에 세울 배너를 통해 어떤 것들을 전달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how to에 대한 답을 찾아갈 수 있었습니다.
2. 투명성: 투명하게 공유, 주도적으로 실행
똑똑하게 일하는 사람들은 일하는 과정을 투명하게 공유합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주로 구글 드라이브와 단톡방을 활용해 커뮤니케이션했습니다. 위의 두 가지가 부족하다고 느낄 땐 그룹 통화라는 방법을 활용해 커뮤니케이션했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을 프로젝트에 참여한 모두가 공유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진행 상황을 모두가 알도록 공유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 것입니다. 진행되는 업무를 공유하며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면 주도적으로 하는 것입니다.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개인적으로 가장 어려웠던 부분이기도 합니다. 기존에 업무를 하는 방식과 많이 달랐기 때문이죠. 제가 하는 업무의 대부분은 어떤 형태이든 프로젝트를 주최/주관하는 일종의 ‘갑’의 위치에 있는 사람이 있고, 그들의 주도하에 진행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하다 보니 누군가의 ‘명령’이 떨어지기 전에는 쉽게 움직이지 않았죠. 주도적으로 움직였다가 오히려 일을 두 번 하게 되는 낭패를 보게 되기도 하니까요.
그러나,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누군가 윗사람이 따로 정리해서 일을 내려주는 방식을 의식적으로 경계하며 진행했습니다. 동시에, 어떤 일이든 가장 잘할 수 있는 사람이 주도적으로 진행하며 리드하고자 애썼습니다. 앞으로 일을 진행함에 있어서 꼭 실천해보고 싶은 부분이고, 조직에서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도 공유하고 싶은 부분입니다.
3. 오픈 마인드: 진정한 오픈 마인드는 함께 일하는 사람에 대한 신뢰
오픈 마인드라는 것은 1차적으로는 어떤 의견이든 내놓을 수 있고, 그것에 대해 동의, 혹은 동의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입니다. 동의하는 것은 쉽지만, 동의하지 않는 것은 어렵습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동의하지 않는다는 것을 입 밖으로 표현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모든 의견의 전제는 ‘동의하지 않아도 돼’였습니다. ‘왜 그렇게 해야 해?’ ‘왜 그게 필요하지?’라는 질문도 빠지지 않았습니다. 이를 통해 꼭 필요한 일만 할 수 있었고, 불필요한 일들로 인해 낭비되는 시간과 에너지를 줄일 수 있었습니다.
또한, 진정한 오픈 마인드는 함께 일하는 사람에 대한 신뢰가 아닐까 합니다. 내 기준으로 답을 정해 놓고, 상대방의 생각이나 행동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일하는 사람과 그가 하는 일을 신뢰하는 것입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기억에 남는 한 가지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이번 행사의 모든 디자인을 진행한 디자이너가 이 행사의 얼굴인 로고와 메인 시안을 디자인한 후 의견을 물었습니다. 일종의 컨펌을 받고자 한 것이지요. 이에 대해 프로젝트 리더는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디자인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디자이너인데, 왜 계속 컨펌을 받으려 하세요?
물론 피드백이 필요한 부분에서는 피드백해야겠지만, 일방적인 보고와 그렇다/아니다, 혹은 좋다/나쁘다 식의 판단을 하는 것은 스마트워크의 본질에서 벗어나는 것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4. 디테일: 중요하다고 여기는 것에는 비효율을 선택
스마트하게 일한다는 것은 결코 짧은 시간을 일한다는 것이 아닙니다. 똑똑하게 일하는 사람들은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파악하고, 그것에 깊이 있게 파고듭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이번 행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강연 내용’이라고 판단하고, 그 과정을 섬세하게 매니지먼트했습니다. 행사 시작 한 달 전부터 강연 내용이 겹치거나 빠지는 부분이 없도록 강연자들의 발표 내용과 자료를 꼼꼼하게 점검했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콘퍼런스와 강연회에서 강연할 연사들을 1:1로 코칭한 부분이었습니다. 코치하는 사람도 코치 받는 사람도 따로 시간을 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고, 어떻게 보면 오히려 비효율적으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행사의 본질인 ‘스마트워크에 대한 콘텐츠’의 퀄리티를 확보하기 위해 비효율을 선택했고, 그 비효율이 결국엔 성공적인 행사를 만들어내는 효과를 나타냈습니다. 또한 강연 내용뿐 아니라 행사를 홍보하는 한 개의 단어, 한 줄의 문구, 하나의 이미지에 성의를 다하는 모습에서 진정한 스마트워크의 본질을 발견했습니다.
5. 전문성: 똑똑하게 일하는 사람들은 정말 똑똑하다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제가 가장 많이 도전을 받은 부분입니다. 똑똑하게 일하는 사람들은 정말 똑똑하더군요. 각 분야에 전문성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각자 맡은 부분에서 최선의 성과를 도출했습니다. 스마트워크에 있어서 ‘전문성’은 다소 동떨어진 내용이라 여길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자기 일에 전문성을 가지고 일하는 것만큼 스마트하게 일하는 방법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스마트워크에 대한 전문성으로 탁월한 안목과 통찰로 행사 전체를 기획하고 리드해주신 분, SSWW의 진정한 의미와 비전을 담아내 멋지게 디자인해주신 분, 연사들의 강연 내용을 하나하나 검토하고 코칭해주신 분, 각 분야의 전문성으로 알찬 강연을 진행해주신 분들, 행사가 잘 진행될 수 있도록 때론 거시적으로 때론 디테일하게 도와주신 분들, 그리고, 닐스 플래깅의 귀와 입이 되어 모든 강연 내용을 원활하게 전달해주신 통역사님… 모두 각자의 분야에서 전문성을 발휘해 본 프로젝트의 바퀴를 굴려 가는 모습이 감동이었습니다. 또한 큰 도전이 되었고요.
마치며
스마트하게 일한다는 것은 결코 효율적인 디지털 툴을 사용하거나 최신의 스마트 기기를 사용하는 것이 아닙니다. 또한, 일하는 시간의 많고 적음 만으로 판단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진정한 의미의 스마트워크는 일에 대한 인식 변화가 우선이 되어야 하며, 이에 따라서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 것입니다.
- [동기] 일을 하는 분명한 동기를 가지고
- [투명성]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투명하게 공유하며 주도적으로 실행하고
- [오픈 마인드] 열린 마음을 가지고 함께 일하는 사람을 신뢰하며
- [디테일] 때론,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에는 과감하게 비효율을 선택하기도 하고
- [전문성] 자신의 분야에서 전문성을 확보하는 것
이것이 ‘스마트 워커’가 갖춰야 할 기본적인 소양이라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이번 프로젝트를 함께하며 참 즐겁고 행복했습니다. 이 또한 스마트워크의 진정한 모습 중 하나가 아닐까 해 괜스레 어깨가 으쓱으쓱해집니다.
원문: 낭만직딩의 브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