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를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자산’에 대한 인식부터 배워보라는 이야기를 제일 하고 싶다. 자신이 가진 자산을 망라해보자. 자산이라 하면 언젠가 이득을 줄 수 있는 어떤 소유물이다. 자산에는 두 종류가 있다. 유형자산과 무형자산이다. 많은 이가 ‘돈이 없어요’라며 웃지만 돈은 자신의 자산 중 아주 작은 일부이다.
예컨대 사지가 멀쩡한 20살 젊은이가 있다고 해보자. 돈은 한 푼도 없다. 하지만 앞으로 20년간 약 4억 원의 현금 흐름을 일으킬 무언가가 있다. 노동력을 발휘할 수 있는 가능성, 즉 건강한 몸이라고 해보자. 이는 현금으로 친다면 대략 10억 정도의 가치라고 할 수 있다.
몸을 팔 수 있는 시장은 없지만, 현금 10억을 가진 것과 흡사한 현금 흐름을 일으킬 수 있는 재산이다. 그러면 자산이 진정 없는 것일까? 고아나 빚을 물려받은 사람이 아니라면, 대개 부모한테 물려받은 무형의 자산이 있다. 건강한 몸뿐 아니라 모종의 교육도 제공 받았을 것이다. 이는 20년간 4억 원에 보태어 1억 이상 더 벌 수 있는 어떤 자산일 가능성이 높다.
부모한테 20억짜리 부동산을 물려받았으면 자산이 많은 것일까? 그와 함께 25억의 부채도 물려받았다면 자산은 적은 것일까? 한 달에 1억을 버는 공장을 물려받았으면 자산이 많은 것일까? 그와 함께 50억의 부채를 물려받았으면 자산은 마이너스일까? 5년간 도제 생활을 했는데 나올 때 보니 돈이 한 푼도 없다. 그런데 매월 700만 원을 벌 수 있는 기술을 익혔다. 자산이 많은 것인가 없는 것인가. 유형자산만 떼놓고 자산이라 할 수 있는가?
그나마 먹고살 길이 있으니 고마워하라는 메시지가 아니다. 냉정하게 자신의 자신을 헤아리지 않으면, 자산이 썩어 나뒹굴 수 밖에 없는 법이다. 우리는 유형자산을 헤아리는 것을 매우 부끄러워하는 민족이다. 한편으로는 엄청나게 자랑하고 싶은 욕구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안 비밀이다. 문화 탓인지 무형자산에 대한 감각은 더욱 떨어진다. 아니 어쩌면 학벌에 집착하는 것은 무형자산의 가격을 너무 잘 알아서일지도 모른다.
가계부를 쓴다면 유·무형 자산을 합쳐서 계산하는 습관부터 들여야 한다. 돈 없다고 손 놓으면 아무것도 못 하기 마련이다. 무형자산을 계산하지 않으면 어떤 일이 생기는지 보자. 3년 후 월 100만 원씩을 더 벌 수 있는 기술을 딱 10만 원 주고 배울 수 있을 때, 우리는 배우지 않고 만다. 고민조차 안 한다. 1억을 투자해서 학위를 따도 그 돈을 돌려받지도 못 하는데 굳이 투자하고 만다. 이거 줄까 저거 줄까 할 때 엉뚱한 걸 선택하고 만다. 호주머니 안에 있는 돈만 보게 된다.
인생은 타고난 무형자산과 자기 계발한 무형자산을 유형자산들로 치환해가는 과정이다. 재테크 전문가로서 본 인간의 삶은 정말 저 문장 하나로 끝난다. 10억짜리 가치로 태어나 몇십억 치 무형자산을 추가로 습득한 다음에 소비하고 즐기고 애 키우다가 3억이 남는 사람도 있고 30억이 남는 사람도 있다.
누군가는 가계부를 써가며 계산을 하고 관리를 하고, 누군가는 내 손에 있는 자산이 똥인 줄 알고 산다. ‘몇십억? 웃기고 있네, 이거 바꿀 데도 없어, 난 그냥 없는 대로 사는 거야’라며 말이다. 그렇다. 자신이 타고난 무형자산을 당장 치환해줄 시장은 없다. 그러나 하나씩 하나씩 환전을 해나가는 지난한 과정은 남아있다. 그 시장이 원래 그렇다.
처음 취업을 한다면 가장 좋은 조건으로 나의 무형자산을 유형자산으로 치환하는 공정을 만들었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은 시작일 뿐이다. 몇 년이 지나 보면 더 이상 좋은 조건이 아니다. 무형자산이 썩고 있거나, 더 높은 치환 비율이 많거나, 무형자산을 늘릴 기회가 끝없이 찾아온다. 그저 내 손 안에 있는 돈만 바라보고 산다면 그 돈이 없건, 약간 있건, 아주 많건, 부질없다.
은행과 국가는 돈을 빌려준다. 없는 자산이 늘어난 것인가? 아니다, 그러한 신용도 사회에서 부여받은 자산이다. 누군가는 무일푼에서도 몇억, 몇십억을 빌린다. 이런 가능성은 여러분 안에서 놀고 있는 무형의 자산이다. 좋은 친구를 만날 기회, 책을 읽을 기회, 좋은 생각을 할 기회, 도전할 기회, 모두 여러분이 썩히고 있는 자산일 수 있다. 기껏 치환해둔 몇 푼의 돈만 보고 있으면 남은 자산을 어떻게 치환할지에 대한 계획을 짤 수가 없다.
어릴 땐 이런 점을 몰랐다. 절박하고, 앞뒤가 꽉 막혀 있을 땐 이런 말도 다 부질 없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믿을 수밖에 없지 않은가, 무언가 더 있으리라고. 자신의 무형자산을 탐색해내서 이를 악물고 그 꼬리를 붙잡고 끄집어내야 한다. 알고 보면 항상 그 자리에 있었던 느낌마저 든다.
그다음에는, 돈 몇 푼 번 것 때문에 인생 다 산 것처럼 음미하지 말자. 이제 시작일 뿐이다. 이 유·무형의 자산을 합쳐 어떤 소득을 올릴지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결과는 오롯이 여러분의 것이니까. 재테크는 당장의 돈만 굴리는 싸움이 아니다. 삶을 설계하는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