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간 살던 동네를 떠나 새로운 동네로 이사했습니다. 새로 이사한 집은 기존에 살던 집보다 연식은 훨씬 오래됐지만 그 대신 공간이 넓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사할 집을 알아보기 위해 발품을 팔 때, 이 집을 보자마자 맘에 쏙 들었고, 꼭 이 집에서 살아야겠다 싶어 당일에 바로 계약했던 집이죠. 좁은 신축보다는 오래됐더라도 넓은 집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던 찰나에 발견한 집이었습니다.
이전보다 넓은 집으로 이사한 덕분에 방을 꾸미는 것이 가능해졌습니다. 기존의 제 방은 ‘생활필수품’만 들여놓아도 꽉 찼었습니다. 당연히 공간이 좁다 보니 방을 꾸미고 싶다는 생각은 그야말로 사치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새로 이사한 집의 제 방은 TV 선반과 소파도 들여놓을 수 있을 정도로 넓어졌습니다. 요즘은 방을 하나씩 꾸미고 채워나가는 재미로 퇴근 후 시간을 보냅니다.
방을 꾸미고 싶어지자 가장 먼저 사용하게 된 서비스가 바로 ‘오늘의집’입니다. 매일 수차례씩 앱을 켜서 들어가며 방을 어떻게 꾸밀지 고민했죠. ‘오늘의집’에는 인테리어 콘텐츠가 무궁무진했습니다. ‘집들이’ 섹션에서는 자신만의 감각과 스타일로 예쁘게 꾸며놓은 방과 집을 구경할 수 있었고, ‘노하우’ 섹션에서는 인테리어에 대한 다양한 테마별 꿀팁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맘에 드는 사진, 제품, 포스트는 스크랩을 해뒀죠.
방 배치를 확정한 다음부터는 가구와 소품을 주문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역시 ‘오늘의집’ 안에서 해결했습니다. 그동안 스크랩했던 제품을 주문한 거죠. 결국, 인테리어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도, 인테리어 제품을 구매하는 것도 모두 오늘의집 안에서 이뤄졌습니다. 콘텐츠 서비스로서, 그리고 커머스 서비스로서 저는 오늘의집을 선택한 것입니다.
실제로 저처럼 오늘의집을 콘텐츠 서비스와 커머스 서비스로 ‘함께’ 사용하는 사용자는 많습니다. 월 MAU가 106만 명을 넘어서고 개인이 올린 인테리어 사례가 100만 건을 넘으며 콘텐츠 서비스로서의 성장 지표를 보입니다. 또한 올해 거래액이 1,000억 원을 돌파했으며 서비스 출시 이후 누적 거래액이 1,900억 원을 넘어서면서 커머스 서비스로서의 성장 지표도 함께 만들죠.
사실 콘텐츠 서비스와 커머스 서비스,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잘 잡는 IT 서비스는 많지 않습니다. 콘텐츠를 잘하면서 커머스도 잘하는, 또는 커머스를 잘하면서 콘텐츠를 잘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콘텐츠 서비스는 다수의 콘텐츠 취향을 만족시켜줄 수 있는 DB, 그리고 업데이트의 신속성이 필요합니다. 이에 반해 커머스 서비스는 최대한 많은 소비자를 커버할 수 있고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DB가 필요하며 최저가, 쿠폰 마케팅 등 가격 경쟁력이 제일 중요하죠.
이처럼 서로 이질적인 특징이 있다 보니 콘텐츠와 커머스, 모두 잘하는 서비스는 보기 드뭅니다. 하지만 ‘오늘의집’은 오픈 3년 만에 콘텐츠 서비스, 그리고 커머스 서비스로서의 동시다발적인 성장을 보입니다.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오늘의집’을 콘텐츠로 이용하기도 하고 상품도 주문하면서 커머스 서비스로도 이용해본 경험을 토대로 성공 포인트를 주관적인 관점으로 기록해두고자 합니다.
상품과 가격을 UGC 콘텐츠 안에 철저히 숨기다
‘오늘의집’은 인테리어 정보 공유 앱으로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큰 축은 지금과 같은 콘텐츠와 커머스였습니다. 자신이 꾸민 셀프 인테리어를 포스트로 만들어 업로드하는 UGC 서비스이기도 하면서 포스트 사진에서 본 다양한 인테리어 제품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스토어도 함께 운영했죠.
하지만 오늘의집은 늘 상품보다 콘텐츠가 먼저 보이는 화면 UI를 강조했습니다. 상품과 가격이 가장 먼저 눈길을 끌어 ‘혹’하게 하는 일반적인 커머스 서비스와는 달리 유저가 올린 자신의 인테리어 콘텐츠가 먼저 눈길을 끄는 구조를 오픈 이후 유지했습니다.
대신, 상품과 가격 정보는 철저하게 콘텐츠 이면으로 숨겼습니다. 글과 사진을 통해 인테리어 결과를 먼저 보여주고 맘에 드는 아이템을 눌러 상세 정보를 볼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그 아이템의 구매를 원하는 사용자는 즉시 결제를 해서 주문까지 완료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즉, ‘나도 이렇게 집을 꾸며보고 싶다’는 생각을 먼저 들게 한 뒤 ‘이런 집을 꾸미려면 이런 아이템이 필요하겠지’로 연결되면서 구매 뽐뿌가 일어나는 것이죠.
이런 접근 방식은 가격 허들도 현저하게 낮춥니다. 이 아이템을 통해 사진과 비슷하게 집을 꾸밀 수 있다는 생각을 하자 상품 가격이 비싸다거나 아깝다는 생각을 조금은 덜 하는 거죠. 이 아이템을 통해 내 집을 어떻게 꾸밀 수 있는지 콘텐츠로 본 이상 이 아이템은 ‘내 것’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죠. ‘구매 맥락’을 먼저, 그리고 충분히 만들어준 뒤 맘에 드는 상품을 소비자가 자발적으로 찾을 수 있도록 보여준 덕분입니다.
꾸밈없는 리얼함과 실제 사용자의 리뷰 콘텐츠라는 점도 구매 결정에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합니다. 일부 커머스 서비스에서는 전문 에디터를 통해 커머스와 관련된 콘텐츠를 생산합니다. 하지만 이는 오늘의집의 유저 콘텐츠와 다소 결이 다릅니다. 전문 에디터에 의해 만들어진 콘텐츠는 가공되었다고 생각하는 반면 유저가 직접 올린 콘텐츠와 리뷰는 실제 모습에 가깝고 이는 즉, 아이템을 구매하면 이런 인테리어를 나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하죠. ‘구매 맥락’을 철저히 전문 에디터가 아닌 나와 비슷한 상황의 유저에게 만들게 한 것도 좋은 콘텐츠 전략 중 하나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이해 관계자의 니즈를 잘 엮어주다
서비스가 잘 돌아가기 위해서는 구조를 잘 짜는 것이 중요합니다. 서비스와 엮여 있는 다양한 사람들이 서로의 니즈를 충족시키면서 서비스에 적극성을 보이는 것이 서비스 활성화에 매우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오늘의집은 ‘인테리어’에 엮인 다양한 관계자를 잘 연결하면서 성장했습니다. 인테리어 크리에이터, 상품 판매자, 유저가 바로 이들입니다.
수많은 유저 중 인테리어 콘텐츠를 올리는 사람은 소수입니다. 그리고 이들을 ‘인테리어 크리에이터’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인테리어 크리에이터는 오늘의집을 포트폴리오 공간으로 활용했습니다. 자신이 인테리어한 공간의 비포, 애프터를 보여주며 어떻게 공간을 탈바꿈시켰는지 보여줍니다. 많은 사람에게 예쁘게 꾸민 자신의 집과 방을 보여주길 원했고 이를 본 유저들은 좋아요, 스크랩, 댓글, 공유로 피드백을 남기죠.
그리고 SNS 채널도 함께 홍보하면서 신규 팔로워를 모으는 창구로도 활용했습니다. 다른 사용자의 긍정적인 피드백과 셀프 브랜딩 효과는 인테리어 크리에이터가 지속적으로 오늘의집 안에서 활동하는 동력으로 작용했고 자연스럽게 고퀄리티 UGC 콘텐츠가 생산되었죠.
인테리어 크리에이터에게 오늘의집이 제공한 매력적인 기능은 ‘사진 속 상품 태그 기능’입니다. 자신이 직접 상품을 태그해서 콘텐츠를 보는 분들에게 유용한 정보를 알려줄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오늘의집 스토어에 입점되어 있는 상품일 경우 태그가 편리하고 주문까지 가능한 서비스 흐름이 만들어지자 인테리어 상품 판매자들이 적극적으로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콘텐츠를 본 뒤 원하는 상품을 눌러 구매하는 유저가 늘어나자 판매자들에게 오늘의집은 매력적인 유통처 중 한 곳이 된 것입니다.
또한 유저가 상품을 태그를 하지 않더라도 사진 속의 비슷한 상품을 자동으로 추천해주는데, 이 경우에도 오늘의집 스토어에 입점한 상품이 선노출됩니다. 즉, 스토어에 입점이 되어 있어야 크리에이터가 상품 태그를 하기도, 태그가 안 된 사진이더라도 비슷한 제품으로 추천이 뜰 수 있는 겁니다. 입점을 해야 하는 충분한 이유가 생기게 된 거죠.
결국 인테리어 크리에이터는 콘텐츠 DB를 생산하고, 상품 판매자는 상품 DB를 제공하면서 오늘의집은 콘텐츠와 커머스 모두 풍부한 서비스가 되었습니다. 콘텐츠가 커머스를 불렀고 커머스는 다시 콘텐츠를 풍성하게 만든 거죠.
이렇게 콘텐츠와 커머스가 늘어나자 이를 구경하기 위한 유저들이 모여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각 콘텐츠에 대한 피드백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서 콘텐츠 생산자는 ‘생산의 재미’를 느꼈고, 상품 주문도 함께 늘어나면서 상품 판매자는 ‘판매의 재미’를 느꼈습니다. 인테리어 크리에이터, 판매자, 유저의 선순환이 오늘의집을 콘텐츠 서비스이자 커머스 서비스로 만들었습니다.
이곳에서 사야 하는 이유를 만들다
콘텐츠를 통해 상품 결제까지 유도하는 서비스의 가장 큰 고민은 ‘체리피커’입니다. 좋은 상품의 발견은 콘텐츠 서비스에서 하지만 막상 상품 주문은 포털 사이트 최저가 검색을 통해 가격이 가장 저렴한 곳에서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콘텐츠를 기반으로 하는 곳이 커머스까지 잘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마케팅 비용의 출혈 없이는 최저가를 만들기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오늘의집은 서비스 내에서 결제가 일어날 수 있는 조건까지 갖추었습니다. 방법은 크게 3가지인데요. 첫 번째는 포털 사이트의 최저가와 동일한 금액이거나 더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는 것입니다. 오늘의집과 포털 사이트의 최저가가 동일하다면 굳이 포털 사이트에서 할 이유가 없어집니다. 그리고 많은 사용자의 주문이 발생하면 이를 토대로 높아지는 협상력을 통해 가격 할인을 업체에 요구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가격 경쟁력을 가져갈 수 있는 거죠.
두 번째 방법은 포털 사이트의 최저가보다는 가격이 다소 비싸더라도 ‘무료배송’ 조건을 통해 최저가 효과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이는 판매 업체와의 제휴를 통해 진행되는데요. 오늘의집의 사용자가 늘어나고 서비스 내에서 주문하는 건수가 늘어나면서 오늘의집은 ‘협상력’을 가졌습니다. 이렇게 많은 사용자가 스크랩하고, 주문하는데 오늘의집에서 주문하는 사용자에게 제공해줄 수 있는 혜택이 없는지를 물어볼 수 있게 된 거죠. 그 덕분에 무료 배송 조건이 가능해졌고 오늘의집에서 주문해야 하는 이유가 하나 더 만들어졌습니다.
세 번째 방법은 포인트 적립과 구매 등급입니다. 오늘의집에서 주문하면 결제 금액의 일정 부분을 포인트로 적립해주고, 추후 결제 시 사용할 수 있도록 해줍니다. 또한 구매 등급 정책도 운영해 구매 등급이 올라가면 적립율을 높여주며 혜택을 높이죠. 덕분에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아서 자주 물건을 구매하는 유저라면 오늘의집에서 결제한 뒤 포인트를 적립하거나 구매 등급을 높이는 게 다른 곳에서 결제하는 곳보다 좋은 구매 전략일 수 있습니다.
마치며
이 밖에도 저는 ‘스크랩’ 기능에도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오늘의집은 모든 콘텐츠 요소를 스크랩 할 수 있도록 해놓았습니다. 제품, 사진, 집들이 콘텐츠, 가이드 콘텐츠 등 모든 콘텐츠 요소를 스크랩해서 각 단위별로 ‘마이 페이지’에 담을 수 있습니다. 커머스 탐색의 기본인 ‘장바구니’와 ‘찜’ 개념을 콘텐츠에 적용하면서 콘텐츠와 커머스를 함께 섞는 색다른 시도를 선보였습니다. 콘텐츠가 결국 커머스이고, 커머스가 결국 콘텐츠인 셈이죠.
어느 정도 방 인테리어를 끝낸 지금도 오늘의집 서비스는 매일 들어갑니다. 놀랍도록 무서운 습관은 오늘의집을 데일리 앱으로 만들었고 콘텐츠와 커머스를 함께 즐기며 인테리어의 모든 것을 즐깁니다. 앞으로도 오늘의집이 ‘인테리어 플랫폼’으로서 콘텐츠 재미와 커머스 매력을 함께 높이면서 성장하는 서비스가 되면 좋겠습니다. 또다시 이사할 즈음, 더 성장한 모습의 ‘오늘의집’과 함께 인테리어를 준비해보길 바라봅니다.
원문: 생각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