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자주: 금융위기부터 시작된 각국의 비전통적인 통화정책은 점차적으로 시간이 흐름에 따라 그 효과를 분석하는 논문이나 보고서들이 나오고 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든 비판적으로 생각하든,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었던 맥킨지의 QE(양적 완화) 분배효과에 대한 보고서가 나왔다. 그리고 이를 요약한 이코노미스트의 기사를 소개하고자 한다. 2013년 11월에 나온 보고서이지만, 여전히 유효한 메시지다.
맥킨지 보고서에서는 ‘저금리’라는 요인에 한정하여 QE의 분배효과를 분석한 것으로 보인다. 주된 내용은 저금리의 수혜를 입은 것은 정부와 주택시장이며, 가계지출과 기업들의 투자, 그리고 주식시장은 QE에 큰 영향을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자세한 내용은 본문을 참조하길 권하며, 추가적인 자료로 홍춘욱 박사님께서 맥킨지 보고서 핵심내용을 정리하신 글을 보면 좋을 듯하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는 다른 QE
예상을 깨고 금리인하를 단행한 ECB(유럽중앙은행)의 조치는 길고 길었던 초 저금리 통화정책의 시대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2007년 금융위기가 시작된 이후로, 미국/영국/유로존/일본의 4곳 중앙은행은 시장에 총 4조 7천억 달러의 유동성을 투입하면서 이자율을 상당히 낮은 수준까지 끌어내렸다. 이로 인해 각국의 GDP를 1~3%정도 상승시켰고, 글로벌 금융 시스템이 파국적인 재앙을 맞이하는 것을 방지했다는 게 이 정책에 대한 컨센서스이다.
선진국 중앙은행의 정책이 어떤 식으로 GDP를 부양시켰는지에 대해 미시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면, 앞으로 이들의 행보가 경제에 끼치는 영향을 이해하는 데 상당히 큰 도움이 된다. 중앙은행들의 정책에 관한 논쟁은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는데, 이것이 시사하는 바는 성장이 기업들의 투자나 소비자 지출과 같은 전통적인 경로에서 기인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그 대신에, 정부지출을 늘리고 주택 시장을 부양시킨 것이 초저금리가 만들어낸 확실한 효과인 것으로 보인다.
미국/영국/유로존의 비금융기관들이 저금리의 최대 수혜자인데, 그도 그럴 것이 2007~2012년 사이 부채에 대한 이자 지급 비용을 총 7,100억 달러 절감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저금리도 잠재적인 프로젝트 투자(PF)에 대한 투자의사의 하락은 억제하지 못했다. 이론적으로, 유동성이 추가적으로 공급되면 기업은 차입을 쉽게 할 수 있었어야 했다. 그런데 일부 업종에서는 신용이 제한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많은 중소기업들(심지어 유로존의 일부 대기업들까지)은 자금 조달 비용을 낮출 수가 없었으며, 그 이유는 이들 기업들이 은행 대출에 의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기업들이 추가적으로 투자에 나서고 있지 않았다. 미국의 경우, 비거주자 민간기업들의 순 투자규모는 2007년부터 2009년 사이에 GDP의 80%까지 하락하였다. 물론 그 이후로 회복세에 들어가긴 했지만, 미국 기업들의 투자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47년 이후로 최저 수준이다. 비슷하게도, 유럽의 기업 투자 역시 부진한 수준이다.
초 저금리가 GDP를 부양시킬 수 있을만한 또 하나의 경로는, 소비를 위한 지출의 증가일 것이다. 그렇지만 미국/영국/유로존의 가계는 저금리로 인해 6,300억 달러의 손실을 입었는데, 그렇다고 모든 사람들이 피해만 입은 것은 아니다. 예금 금리 하락으로 은행에 돈을 넣어놨던 사람들은 예금 이자가 낮아지는 피해를 입었으나, 예금의 여유가 없던 이들은 대출 금리 하락으로 부담이 줄어들었다. 대체로 순 차입자인 젊은 가계들은 이익을 본 반면, 순 저축자들이 많은 노인세대들은 손실을 본 것이다.
QE로 돈이 풀리자 자산가격이 상승했고, 이는 낮아진 이자소득을 상쇄할 수도 있다. 그러나 자산 가격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면, 일단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그리 간단하게 설명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확실히 채권 가격은 상승했다. 하지만 QE가 주식시장을 상승시켰다는 증거는 찾아보기 힘들다. 물론 중앙은행이 양적완화를 실시한다고 발표했을 당시에는 주식시장이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 반응하긴 했지만, 이와 같은 가격 변동은 수주 후에 소멸됐다. PER와 PBR를 봐도 역사적인 평균에 비해 높은 수준이 아니다. 합리적인 투자자들이 미래에 이자가 상승할 것이라는 가정을 자신들의 밸류에이션에 이미 반영했던 것일 수도 있다.
주택 가격 역시 저금리로 인해 상승한 것일 텐데, 영국에 가장 뚜렷이 나타났다. 하지만 여전히 공급 과잉이라는 강력한 역풍에 직면에 있는 미국의 주택시장에선 그 효과가 미미한 수준이었다. 아무리 QE가 주택시장을 상승시켰다고 한들 ,미국 주택가격은 아직도 정점에서 한참 멀리 떨어져있다. 이러한 사실을 놓고 보면, 주택 가격 상승으로 인해 소비자들의 추가적인 지출이 발생했는지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을 갖게 된다. 더욱이 은행의 대출기준이 강화되면서 높은 주택 가치에 비해 차입을 하는 것이 어려워졌다.
따라서 QE가 가계 소비를 증대시켰다고 보기엔 확실하지 않다. 대신 미국의 개인 저축률은 5%를 기록했는데, 위기 이전 수준보다 훨씬 높다. 선진국 경제성장률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 요인이 기업 투자와 가계 지출에서 비롯된 게 아니라면, 어느 요인이 그러한 역할을 맡은 것일을까? 주택 착공 건수가 증가했다는 점이 한 가지 가능성이다. 미국의 신규 주택 착공 건수는 저점에서부터 꾸준히 상승해 왔으니, 만약 저금리 기조가 없었다면 주택 부문의 회복이 느려졌을 것이라는 주장은 그럴 듯해 보인다.
하지만 저금리가 가장 확실하게 영향을 끼친 곳은 정부 지출일지도 모른다. 2012년 말을 기준으로, 미국/영국/유로존 정부들은 2007년에 비해 총 1조 4천억 달러 가량의 간접적인 혜택을 보았다. 주로 재정부채에 대한 이자 지급 비용이 낮아졌다는 데서 기인한다.
제일 크게 수혜를 입은 국가는 위기의 정점에서 연간 연방적자가 거의 9,000억 달러에 달하는 미국정부에게로 돌아갔다. 영국 정부는 1,200억달러, 유로존 국가들은 총 3,600억 달러 수혜를 입었다. 게다가 선진국 정부들은 중앙은행들의 확장된 대차대조표에서 나온 이득으로부터 혜택을 봤는데, 미국은 1,450억 달러, 영국은 500억달러, 유로존은 50억 달러였다. 이렇게 정부가 뜻밖의 혜택을 받으면서 정부는 더 많은 지출이 가능하게 되었다. QE와 초 저금리가 없었다면 이들 국가에서 시행했던 긴축정책은 더욱 가혹했었을 것이다.
QE의 분배효과를 자세히 살펴보는 일은, 혹시라도 중앙은행의 정책에 변화가 생겼을 때 직면하게 될지도 모르는 위험을 조명해준다. 당사는 만약 이자율이 2007년 수준으로 되돌아간다면 정부가 지급하는 이자 비용이 20%정도 상승할 수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미국의 경우 매년마다 이자가 750억 달러씩 늘어나게 될 것이다. 물론 저축자들은 이익을 보겠지만, 주택시장의 회복세는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금융위기는 전세계 주요 중앙은행들의 전례 없는 정책을 촉발시켰다. 이런 정책들이 위기가 파국적인 재앙으로 치닫는 것을 막았다는 사실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동시에 미지의 이자율 환경을 조성하였다. 통화정책이 정상으로 돌아가는 과정은 순탄치 않을 수도 있다.
원문 : Got to Be Rea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