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직후 선장의 행동이 사고를 대형참사로 만들었다는 것에는 변명의 여지가 없고 그 내용들을 보면서 나도 부글부글 끓는다.
다만 선장 월급이 270만원에 계약직 직원이라는 기사를 보고 나니 ‘악마’로 밖에 보이지 않던 선장에 대한 약간의 연민이 생긴다. 돈 조금 받는다고 자기 할 일 제대로 안 하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 허나, 수백 명의 목숨을 책임져야 하는 대형선박의 선장에게 월 급여 270만원은 너무 작지 않은가.
저임금 계약직을 선장으로 내세운선박회사
시간강사 생활을 하면서 느끼는 것인데, 나는 나름 상당한 사명감과 의욕을 가지고 학생들을 가르치고 강의 준비도 열심히 하고 있지만, 월급날 통장에 찍히는 돈을 보면서 힘이 빠지고 의욕이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일개 시간강사야 그렇다 치고, 사람의 목숨을 책임져야 할 사람이라면 좀 더 좋은 대우를 해주어야 하지 않나.
원래 보수라는 것은 그 사람이 하는 일,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책임에 대한 댓가가 아닌가? 선장에게는 월급 270만원 주고 계약직으로 쓰고, 선박직 직원의 60%를 계약직으로 쓰면서 이들에게 뛰어난 사고 조치와 자기 목숨을 내던지는 희생정신을 기대하는 것은 좀 너무하지 않나 싶다. 계약직이란 기본적으로 책임과도 거리가 있지 않은가?
고귀한 희생을 한 박지영씨는 돈 가장 적게 받는 말단직원이었다고? 맞다. 하지만 그것이 박지영씨의 희생정신을 돋보이게 하는 일일 수는 있어도, 모든 사람이 좋지 않은 대우와 박봉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훌륭하고 고결한 정신을 가지길 기대하기는 힘들다.
선원에 대한 처우는 많은 것을 암시한다. 인건비를 그렇게 줄이고 계약직으로 고용하는데, 안전교육에는 얼마나 신경 쓸 수 있겠는가? 미국 여객선에서 일한 한 한국인 선원은 이번 선장의 차림새에 놀랐다고 한다. (영상 링크) 여객선의 선장이라면 누구나 알아볼 수 있게 유니폼을 입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문제는 사람 이전에 시스템이다
선장은 너무나 큰 죄를 지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시스템이다. 비단 돈을 적게 주는 문제가 아니다. 돌직구쇼(영상 링크)에서 임윤선 변호사(페이스북)가 던진 말을 인용해 보자.
사실 선장과 선원 행동들은 나도 자다가 가슴 벌떡 칠 정도로 화가 난다. 그렇지만 여객선 침몰 사건이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 우리나라 여객 시작함과 동시에 계속 있었다. 훼리호만만이 아니다. 50년대 창경호 사건, 70년도 남영호 사건에서도 3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 국민 총생산이 30달러 시대와 다를 게 없다.
이런 일이 몇십 년 반복되는 건, 원칙의 균열이 가장 큰 문제다. 나라는 왜 25년의 선령을 30년으로 늘리고, 나라는 왜 부실증축 선박 허가를 내주고, 부채비율 400% 넘는 회사 퇴출시키지 않나? 한국해운조합과 한국선급은 왜 이런 선박을 안전하다고 평가하는가?
이 모든 안전에서의 틈, 원칙에서의 틈이 나비효과로 나타난 것이다. 이건 우리 모두의 자화상이고, 남 탓할 것 없다. 서로가 이 정도는 괜찮겠지… 하며 허용치 벗어난 것들이 모두 모여 일어난 사건이다. 그런 모두의 자화상이라는 걸 알아야 한다.
이것이 이번 비극이 들춰낸 또 다른 암울한 현실이다.
그리고 더 답답한 것은 이런 식의 구조가 이 동네만의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IMF 이후 우리나라는 인건비 인상을 철저하게 억누르면서 간신히 경제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어디까지 버텨낼 수 있을까.
편집: 리승환
louis vuitton online shopGerry Anderson Film Music on C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