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든 이야기에 앞서, 아직 못 찾은 분들 가운데 한 분이라도 더 살아 구조되시기를 희망하며 불행히도 고인이 되신 모든 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 청해진해운 여객선 참사 관련, 사건에 대한 즉각적 정보 너머로(물론 구조가 진행중인 지금은 바로 그 즉각적 정보들이 가장 중요하다) 앞으로 더 깊게 파고들어봐야할 함의 몇 개를 메모해본다. 어디까지나 답이 아니라 질문인 셈이고, 현명한 분들을 접해가면서 정식으로 더 발전시켜볼만한 화두.
– 재난대응, 유비무환의 비용에 관하여
: 이번 재난은 물론 이런 식의 참사 때마다 흔히 재난 매뉴얼이 없다는 이야기가 많은데, 매뉴얼은 대체로 늘 있다. 웬만하면 안 따라서 문제인 것. 만일을 상정하는 안전 대비는 돈과 인력이 든다. 규제에 따라서 장비를 사놓은 뒤에도, 그것을 정기적으로 정비하고, 사용법을 사람들에게 숙지시키고 하는 것이 결코 만만치 않다.
따라서 적발될 가능성과 그 경우 당할 손실이 뚜렷하게 압도적이지 않다면, 부실 관리는 매력적인 선택지가 된다. 재난 대비에 들어가는 비용이 절감불가능한 고정비용이 되도록 하려면 어떻게 (디스)인센티브 체계를 다듬어야 하는가.(추가: 달리 표현하자면, 위기 발생 가능성에 무심한 안전’불감’증보다는 대비에 드는 비용을 회피하는게 유리한 안전’후순위’증의 만연이며, 규범의 부재보다는 그 규범을 따라야할 인센티브의 부재라는 인식 위에서 구체적 논의를 지속해야함)
– 유사시, 지시를 따라야 하는가 거부해야 하는가
: 위기시에는, 전문가 리더의 지시를 따라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효율성이 중요하다. 하지만 이번 참사에서는, 지도자가 지시를 중간까지만 내리고(“선실에 대기”) 그 다음에 필요한 지시(“이제 차례대로 배를 떠나자”) 없이 사라져버렸다. 결국 지시를 ‘어긴’ 사람들이 생존하는 결과가 되었다.
그런데 이것이 하필 한국 현대사의 기억, 참 국부局部 같이 굴었던 국부國父의 일화와 겹치고, 각자도생이 시대정신처럼 퍼진 오늘날 우리 사회의 모습과 공명했다. 리더의 지시를 따르다가 공멸하는 것, 지시를 어겨서 신뢰에 기반한 사회적 응집이 파탄나는 것 사이 어딘가에서 대처하는 것이 필요한데, 매 상황마다 어느 쪽을 선택할지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
사람들을 대피시키고는 안타깝게 변을 당한 말단직원분의 사례를 보듯, 지휘체계 붕괴시 빠르게 재정립을 할 수 있게 하는 중간급 리더의 배치와 활용 방식이 관건이 될 듯하다. 안전에 대해서도, 사회 일반에 대해서도.
– 언론 재난 보도 윤리: 윤리적 보도에 대한 인센티브 부재 문제
: 언론이 뭘 해야하는지는 너무 뻔하다(확인된 생존자/사망자 명단 및 병원 안내. 수온과 조류 분석을 바탕으로 구조 가능성 타진. 현장에 구조인원 외 호사가들 몰리지 않도록 종용. 반면 사고원인, 생존자 사연 등의 보도는 안 급하니, 재확인까지 유보). 하지만 그보다는 5종 천박 보도(금전만능. 뜬소문 증폭. 비극 구경. 문제의 다른 조건들을 가리는 개인 악마화. 낚시질)만 풍족하다. 재난보도준칙이 제정된다한들, 안 지켜도 불이익이 미미하면 딱히 지켜야할 동기가 없다.
반면 선정성 보도를 통해 관심을 수탈하는 것이 주는 상업적 이득은 너무나 뚜렷하다. 즉 규범과 인센티브가 반대로 가는 것이 언론판의 현실이다. 어떻게 인센티브 체계를 구축할 것인가.
– 개인의 뉴스 윤리: 입소문 그 이상으로
: 이미 최소한 십년쯤 전부터, 개인이 ‘매스’미디어 같은 힘을 발휘하는 것이 가능한 미디어환경이 갖춰진 시대다. 그런 힘을 행사한다면, 그 개인도 딱 그만큼씩 미디어로서의 책임 또한 지게 하는 것이 합당한 균형이겠지만… 그게 좀 어렵다(장점이자 단점이다).
그 틈새로, 패륜애호가들이 파고든다(게시판, 댓글 등지에서 패륜적 발언을 일삼는 많은 이들에 대해, 나는 그들이 정말로 어떤 대상을 극단적으로 혐오해서 그렇게 된다기보다는, 극단적 혐오발언을 뱉기 위해 대상을 찍는다는 가설이 있다). 또 어떤 이들은 지극히 정의감과 선의로, 각종 뜬소문의 증폭기 역할을 한다.
선정적 뉴스의 적극적 소비자들이란 바로 평범한 너와 나다. 재난 상황 와중에 이런 움직임들은 생명에 대한 예의로 절제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관심의 집중 속에 증폭된다. 언론의 뉴스 윤리도 망해가는 판에, 개인의 뉴스 윤리를 향상시킬 방법은 무엇일까.
– 이슈의 유통기한: 대형참사는 얼마나 간직되는가
: 한국에서 벌어졌던 대형참사와 그 책임의 역사는 어떤가. 참사에 대한 대책이 실제로 충분히 진행될 때까지 대중적 관심은 지속되는가. 관심이 급격히 꺾이는 시기, 계기에는 어떤 공통점이 있는가. 언론은 얼마나 오랫동안 관심을 할애할 수 있는가. 사안별 아카이브 정리, 손쉬운 인출과 참조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PS.
위에서 ’5종 천박 보도’ 유형을 슬쩍 운운했는데, 사실 대충 열거해본 것은 아니다. 저널리즘의 가장 널리 합의된 몇가지 규범론을 정돈해보면 이런 모양을 제안할 수 있다:
1. 공적 필요를 채우는 정보를 정제하여 소통하되, (저널리즘의 존재 의의)
2. 보도 내용은 사실의 정확성을 갖춰야 하고, (사실적 파악, 즉 팩트 지향)
3. 논점을 공정성에 입각해 배분하며, (온전한 파악, 즉 공정 원칙)
4. 다루는 대상에 대한 수탈(exploit)을 최소화해야 한다. (개인의 존중, 즉 권리침해 제한 원칙)
5. 그외에도 가급적이면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상위 윤리 규범을 존중한다. (사회의 존중, 즉 보편적 사회담론 발전에 대한 기여)
눈치채셨겠지만, 각각의 규범을 엿먹이는 것이 바로 낚시질 / 뜬소문 증폭 / 악마화 / 비극구경 / 금전만능.
원문: capcold님의 블로그님 / 편집: 리승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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