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이 무르익을수록 가볍게 먹을 수 있으면서 갈증이 해소되는 냉면과 국숫집들은 바빠진다. 그중에서도 특히 평양냉면은 고기 육수와 메밀면이라는 심플한 구성인 만큼 만드는 사람과 식자재, 공정에 따라 천차만별의 맛을 낸다. 그 세심한 맛의 차이를 느끼기 위해 전국의 평양냉면 맛집 투어를 다니는 마니아들도 있을 정도다.
이와 같은 평양냉면의 독보적 인기는 2010년 초반부터 서서히 시작되었다. 우래옥, 필동면옥과 같은 전통의 강자들은 여름이면 연령대가 높은 손님들로 구성되어 젊은 대중에게 알려질 기회가 많지 않았다. 이들이 블로거를 중심으로 하나둘 소개되다 존박 등 유명 방송인들이 ‘냉면 마니아’를 자처하며 붐이 일기 시작했다.
대미는 작년 열린 남북정상회담이었다. TV로 생중계되는 옥류관의 만찬 장면이 방영된 이후 검색어가 평소보다 두세 배 증가하며 마니아를 넘어선 대중적인 인기를 구가하게 되었다. 이런 인기를 타고 평양냉면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맛집들도 많이 생겨났다.
서울 평양냉면 맛집으로는 충무로 필동면옥, 마포 을밀대평양냉면, 무삼옥, 청춘구락부, 을지로 을지면옥, 우래옥, 평래옥, 장충동 평양면옥, 논현동 평양면옥, 배꼽집, 진미평양냉면, 송파 봉피양, 역삼 능라도, 평양옥, 잠원 의정부평양면옥, 삼성동 평양종가평가옥, 평화옥, 시청 강서면옥, 남포면옥, 남대문 부원면옥, 여의도 정인면옥, 대동문, 종로 유진식당, 분당 평가옥, 윤밀원, 판교 능라도, 일산 대동관, 윤선희의 평양냉면 양각도, 구의동 서북면옥, 청담동 피양옥, 강남구청 봉밀가, 은평 만포면옥, 고양 만포면옥, 홍대 동무밥상, 연남동 련남면옥, 광화문 광화문국밥, 오류동 평양냉면, 방이 금왕평양면옥, 목동 평미가 등이 유명하다.
전국 평양냉면 맛집으로는 의정부 평양면옥, 양평 옥천냉면, 옥천고읍냉면, 황해식당, 안성 우정집, 천안 평양냉면, 아산 평양면옥, 양주 평양면옥, 대전 숯골원냉면, 수라면옥, 한마음냉면, 사리원, 대구 대동면옥, 대동강식당, 용인수지 기성면옥, 동두천 평남면옥, 동인천 경인면옥, 제주 대광식당, 군산 압강옥, 평택 고복례냉면, 부산 원산면옥, 백령도 사곶냉면, 부천 삼도갈비, 인천공항 평화옥 등이 유명하다.
그중에서도 최근 평이 좋은 평양냉면 신흥 맛집 BEST 5를 소개하고자 한다. 올여름에는 내 입맛에 꼭 맞는 시원한 냉면 한 그릇을 내는 ‘나만의 평양냉면 맛집 리스트’를 만들어보기를 권한다.
1. 단계별로 즐기는, 삼성동 ‘경평면옥’
논현동 ‘평양면옥’에서 17년간 근무했던 김태권 주방장이 새롭게 문을 연 ‘경평면옥’. 매 식사 시간이 되면 인근 직장인들의 발걸음이 끊이질 않는 곳이다. 자리에 앉으면 빈속을 달래줄 구수한 면수가 제공된다.
대표 메뉴 ‘평양냉면’은 단단히 똬리를 튼 면발 위로 돼지고기 제육과 소고기 편육, 달걀을 올려 내온다. 처음엔 아무것도 넣지 않은 상태에서 육수를 들이켜면 은근한 육향과 함께 짭조름한 맛이 입안 가득 뭉근하게 퍼진다. 이후 기호에 따라, 식초를 면에 뿌리고 겨자를 넣은 후 갖은 고명과 함께 즐기고 편육은 남은 육수와 함께 마지막에 먹는 방법을 추천한다.
식신 TIP
- 위치: 서울 강남구 삼성로104길 12
- 영업시간: 매일 11:00–21:30
- 가격: 평양냉면 11,000원, 제육 13,000원
- 후기(식신 Narcisist): 코엑스 근처에 생긴 지 얼마 되지 않는 신생 냉면집. 생기자마자 평냉 마니아의 관심을 받고 많은 사람이 방문 중이다. 전체적으로 평냉의 기본 원칙을 잘 지킨 집이다. 국물이 다른 곳하고는 좀 다르게 달달한 맛이 느껴지는데 전체적으로 밸런스가 나쁘지는 않다. 수육과 제육도 원칙에 충실하다. 소주를 부르는 맛이다.
2. 향이 진한 육수, 교대 ‘서관면옥’
‘선주후면’의 대표 음식답게, 평양냉면에 고기가 듬뿍 들어간 안주 냉면인 ‘맛박이냉면’을 내며 애주가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곳. 평양냉면은 국내산 한우 암소의 양지, 사태를 삶은 베이스에 지리산 흑돼지, 제주 토종닭을 삶은 육수를 혼합하여 육향이 진한 육수를 내는 것이 특징이다.
면은 국내산 메밀로 매장에서 직접 자가제면한다. 메밀면에 들기름을 비벼 먹는 ‘골동냉면’도 별미. 들깻가루로 무친 버섯, 무나물 등의 재료를 함께 비며 입안에서 폭발하듯 터지는 고소한 풍미가 일품이다.
식신 TIP
- 위치: 서울 서초구 서초대로56길 11
- 영업시간: 매일 11:30–21:40, B/T 15:30–17:30
- 가격: 평양냉면 13,000원, 골동냉면 13,000원
- 후기(식신 토토룰루): 평양냉면을 여기서 처음 먹어 봤는데 너무 맛있어요. 점심에 먹고 괜찮아서 다음 날 회식하러 방문했어요. 냉면뿐만 아니라 수육, 빈대떡 등등 있어서 술 한잔 곁들이기에도 좋네요!
3. 순 메밀 100% 면에 대한 고집, 역삼 ‘평양옥’
국내 손꼽히는 평양냉면 맛집인 우래옥에서 냉면을 배운 김영규 대표가 꾸준히 면과 육수에 대한 연구를 통해 역삼동에 오픈한 곳. 업력은 길지 않지만 그 맛과 가성비로 핫한 식당으로 올라섰다.
이곳은 메밀에 밀가루를 섞지 않고 100% 순 메밀 평양냉면을 선보이는데, 면의 찰기를 보완하기 위해서 대형 현무암 맷돌을 제작해 아주 곱게 가는 방식을 선택했다. 냉면은 곱게 똬리를 튼 사리 위에 무절임, 채 썬 배, 고기와 계란 반쪽을 단아하게 올려서 손님상에 낸다. 면에 대한 메리트가 있는 곳이니 깊은 메밀의 풍미를 느껴보기를 추천한다.
식신 TIP
- 위치: 서울 강남구 논현로71길 18
- 영업시간: 매일 11:00–21:00
- 가격: 평양냉면 10,000원, 어복쟁반(中) 55,000원
- 후기(식신 마포면먹러): 강남에서 이런 가격에 이런 맛을 내는 식당이 있다는 사실에 감사할 뿐이다. 향과 식감을 동시에 잡은 면, 육향과 간이 조화로운 육수의 냉면. 조금 평범했던 만두. 그리고 초대박인 김치. 사실 김치 때문에 다시 가야만 하는 식당이기도 하다.
4. 혼족도 만족하는 알찬 메뉴 구성, 대치동 ‘판동면옥’
한적한 대치동 거리에 있는 소박한 익스테리어의 냉면집. 평양냉면, 접시 만두, 녹두 지짐, 제육 등의 일반적인 평양냉면집의 메뉴를 판매한다. 이 집의 장점은 ‘반 접시’가 있다는 것. 만두나 제육뿐 아니라 녹두전도 절반 용량의 사이즈를 판매하고, 냉면 또한 ‘소’사이즈가 있어 이것저것 다양하게 먹고 싶은 손님에게는 아주 좋은 메뉴 구성이다.
이 집은 입구에 있는 제분기에서 직접 메밀을 갈아 사용하는데, 밀가루를 배합한듯한 찰기 있는 식감의 면을 만든다. 육수는 짭조름하고 진한 편으로 사이드 메뉴와 함께 즐기기 좋다.
식신 TIP
- 위치: 서울 강남구 역삼로77길 5
- 영업시간: 매일 11:00–22:00
- 가격: 평양냉면 11,000원, 제육 10,000원
- 후기(식신 늙은마법사): 과하지 않는 평양냉면을 좋아하는데 제가 딱 좋아하는 스타일입니다. 평양 냉면 좋아하시는 저희 부모님과 함께 방문했는데 두분 다 만족하셨어요. 앞으로 외식은 여기로 가는 걸로~~
5. 비즈니스 모임에 추천할 만한 이북음식 전문점, 선릉 ‘우밀면옥’
안동 국시 전문점으로 유명한 우밀가 안동 국시에서 새롭게 오픈한 이북 음식 전문점. 우밀가 안동국시는 음식의 맛과 퀄리티,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잘 운영하는 브랜드인 만큼 평양냉면도 추천할 만하다.
육수는 맑은 국물에 쪽파를 동동 띄우고, 고명으로는 오이, 무절임, 배, 고기, 계란 반쪽을 올린다. 메밀과 밀가루를 배합하여 찰기가 있는 면발에 육향이 강한 육수는 대중적인 맛이라 구성원 모두가 만족할 만하다. 부드럽고 따뜻한 ‘안동 국시’를 한자리에서 즐길 수 있어서 평양냉면을 선호하지 않는 사람과 함께 가도 선택의 폭이 넓다.
식신 TIP
- 위치: 서울 강남구 언주로 508
- 영업시간: 매일 11:00–22:00
- 가격: 평양냉면 12,000원, 어복쟁반(小) 70,000원
- 후기(식신 럭키선아): 깔끔한 국물이 아주 좋았어요. 원래 국물을 다 마시지 않는 편인데 여기는 완냉했습니다. 냉면이랑 먹기 좋은 다양한 음식도 많아서 다음엔 이것저것 다 먹어 보고 싶네요.
원문: 식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