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여행을 하며 생긴 습관 중 하나는 매일 테드 영상을 하나씩 보는 것이었다. 15분 정도의 시간만 들여도 책 한 권에 맞먹는 인사이트와 새로운 시각을 접할 수 있다.
아래에 추천하는 영상들은 어쩔 수 없이 내가 관심 있는 주제들에 편중되어 있다. 하지만 모두 재미있다. 아무리 중요한 내용이더라도 강의력이 떨어지거나 유머 감각이 없으면 짧아도 끄게 된다. 좋은 강연자의 강연에는 언제나 유머가 있으며, 기승전결 사이사이에 위트가 적절하게 숨겨져 있다. 그런 강연을 통해서는 주제를 이끌어나가는 힘과 구성 방식에 대해서도 배운다.
내 시야를 확장시킨, 재미있는 테드 영상들을 몇 가지를 뽑아 소개한다.
프로불편러가 되는 데 익숙해질 것
지금 내가 가는 길이 맞는지, 용기와 영감을 동시에 준 멋진 여성의 연설. 작가이자 운동가, 자칭 프로불편러인 Luvie는 군중 속에서 반대의 목소리를 내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말한다. 침묵은 아무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우리 모두 불편함을 편안하게 느낄 필요가 있다.
제 직업은 세상을 비판하고 부당한 제도와 개선할 생각이 없는 사람들을 비판하는 것이죠. 작가이자 연설가이며 못 미더워하는 나이지리아인으로서요.
왜 나는 하나에 집중하지 못할까? 다능인이라서!
에밀리의 강연은 산만한 관심사와 직업이 걱정되는 나에게, 그것도 재능이라고 당당하게 격려한다. 그리고 이러한 다능인(multipotentialites)들이 가진 슈퍼파워와 미래에 다능인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설명한다.
초점을 좁게 둔 인생에 대한 관념은 우리 문화에서는 과도하게 낭만적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운명이나 천직이라는 개념 때문에요. 우리가 각자 지구 상에 있는 시간 동안 할 운명인 하나의 대단한 일이 있고 그게 무엇인지 알아내서 일생을 헌신해야 한다는 생각이죠.
하지만 여러분이 이렇게 만들어지지 않은 사람이면 어떡하죠? 여러분이 호기심을 갖는 주제가 다양하고 하고 싶은 일도 많다면요? 그래서 고독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목표가 없는 것처럼 느낄 수 있습니다. 자기 자신에게 무슨 문제가 있다고 느낄 수도 있죠. 여러분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다능인인 거죠.
소녀들에게도 모험이 필요하다
샌프란시스코의 15번째 여성 소방관이었던 캐롤라인은 본인의 경험을 통해 소녀들이 보다 건장하고 도전적인 모험을 즐겨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건장한 소녀들은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나무에 오르고, 이리저리 기어 다니고, 넘어지고, 무릎을 긁고, 바로 일어서서, 그리고 자라서 용감한 여성이 된다. 소방관, 패러글라이더, 만능 모험가 캐롤라인 폴의 이야기와 조언으로 약간 생산적인 위험을 감수하고 자신감 있는 소녀들을 키우는 방법을 알려준다.
싫든 좋든 여자 아이들에게 조심하라는 말을 하지 마세요. 다음에 혹시 이런 말을 하는지 신경 써보세요. “조심해, 다칠지도 몰라.” 아니면 “하지 마. 위험해.” 이런 말이요. 아이에게 그렇게 말할 때마다 이런 의미로 전해짐을 명심하세요. 스스로 도전하지 말라거나 능력이 충분하지 않다거나 겁을 내라고 얘기하고 있는 겁니다.
우울과 사랑, 가족과 정체성에 대한 방대하고 심오한 이야기
- Depression, the secret we share
- Love, no matter what
- How the worst moments in our lives make us who we are
우리 시대 가장 독창적인 작가이자 저널리스트, 심리학자인 앤드류 솔로몬은 명 강사로도 유명하다. 그는 본인의 삶과 여행은 물론이고, 수많은 사람의 삶을 인터뷰하며 발견한 우울과 사랑,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를 과감하게 풀어놓는다.
그가 강연한 세 영상 모두 좋아해서 다 추천한다. 세 강연의 주제는 각각 우울증, 정체성, 사랑에 대한 이야기지만 모두 한데 섞인 주제며, 그의 책 『한낮의 우울』 『부모와 다른 아이들』 『경험 수집가의 여행』과 함께 본다면 더욱 좋다.
혹자는 이렇게 말하죠.
“우울증 치료 약을 먹으면 행복해지나요?”
아닙니다. 하지만 점심을 먹는 일에 우울해지진 않습니다. 자동응답기 때문에 슬퍼하거나 샤워할 생각에 슬퍼지지도 않고요.
어느 날 게이 운동가 하비 밀크에게 한 게이 청년이 물었습니다. 어떻게 해야지 동성애자 권리 운동을 도울 수 있냐고요. 하비 밀크는 답했습니다. “밖에 나가서 이야기하세요.”우리의 인간성을 뺏기 원하는 사람들은 언제나 있습니다. 빼앗긴 인간성을 회복시키는 이야기들도 언제나 있습니다. 우리가 당당하게 산다면 우리는 미움을 완파하고 모두의 삶을 더 드넓힐 수 있을 것입니다.
무경계의 시대, 집의 의미를 다시 묻다
자신이 태어난 곳에서 살고 있지 않은 사람들이 2억 2,000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작가 피코 아이어는 조상은 인도이지만 자라난 곳은 영국이고, 세금을 내는 곳은 미국이다. 하지만 그가 가장 집 같다고 느끼는 곳은 일본이다. 그에게 집이란 고정된 물리된 공간이 아니다. 아이어는 이방인으로 사는 것이 훌륭한 해방이라고 말한다. 그의 강연을 보고 나면, 새로운 시야로 집과 세상을 보게 된다. 떠나지 않고 여행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은 덤이다.
집은 당연히도 여러분이 단순히 잠을 자는 공간이 아닙니다. 그것은 당신이 서 있는 공간입니다.
난민들은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
UN 사무총장 안토니오 구테흐스는 우리가 난민을 보호해야 하고, 또 세계적인 난민 위기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유럽의 극우 진영의 출범과 반난민 전략, IS의 활개 등 부정적인 상황 속에서 UN을 포함해 국제 사회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제시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수용과 존중을 향한 다각적인 전환이다.
제가 보기엔 미래에 모든 사회가 인종과 문화와 종교가 다양해질 것이라는 게 명백히 보입니다. 이걸 피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과학 기술이 보여주는 놀라운 친환경 디자인
네덜란드의 예술가이자 사업가인 단은 기술과 창의적인 사고를 융합한 지구친화적인 디자인을 보여준다. 사람들이 환경에 대해 생각하게 하기 위한 자전거 길에서부터, 공기 정화를 위한 스모그 진공청소기를 개발한 베이징 프로젝트 등, 그의 강연을 보고 있으면 우리가 지구의 사용자가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동료라는 것을 실감하게 한다. 아주 창의적이고 놀라운 방식으로!
“지구라는 우주선에 승객은 없다. 우리는 모두 승무원일뿐.”
우리는 그저 소비자이기만 한 게 아닙니다. 우린 생산자입니다.
인공지능의 시대, 윤리는 더 중요해질 것이다
머신러닝이 이미 주관적인 결정을 내리는데 개입하는 시대, 앞으로는 그 방식이 더 복잡하고 통제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기술사회학자 Zeynep은 더 이상 우리는 우리의 도덕적 책임을 기계에 전가할 수 없다고 말한다. 인공지능의 시대에서 인간 가치와 윤리는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중요한 화두를 흥미로운 사례를 통해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아주 좋은 강연.
인공지능이 ‘윤리적 문제의 면죄부’를 주지는 않습니다.
우리 판단의 도덕적 책임은 우리 스스로가 짊어져야 합니다. 알고리즘은 그 틀 안에서만 이용되어야 할 뿐이고 우리의 도덕적 책임을 다른 쪽에 전가하는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되죠.
당신이 모르지만 유창한 언어, 이미지
일러스트레이터 크리스토프 니만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는 이미지의 언어를 유창하게 구사하고 있다고 말한다. 재치 있고 우스꽝스러운 이미지들로 가득 찬 매력적인 강연에서, 니만은 예술가들이 우리의 감정과 마음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보여주는 재미있는 시각적 이미지를 보여준다.
그건 여러분과 여러분이 알아채지도 못하지만 여러분은 어떤 언어에 유창하다는 사실입니다. 여러분은 이미지 읽기라는 언어에 능숙합니다. 이런 이미지를 판독하는 것은 지능을 약간 써야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게 어떻게 작용하는지는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죠. 여러분은 그냥 압니다.
예술가가 되자, 지금 당장!
스토리텔러이자 강연가로서 김영하의 능력은 작가 못지않게 탁월하다. 이 강연에서 김영하는 우리에게 예술을 하지 말라고 하는 수많은 목소리를 무시하고 지금 당장 예술가가 되라고 조언한다. 그가 바라는 이상적인 사회에서 시민들은 다중적인 정체성을 가지고 있으며, 모두 자신만의 예술을 한다. 그러니 우리도 지금 당장 예술가가 되자. Just do it!
프랑스의 작가 미쉘 뜨루니에가 명언을 남겼는데요. 좀 짓궂은 코멘트죠. “일은 인간의 본성에 맞지 않는다. 하면 피곤해지는 게 그 증거다.” 그렇죠? (웃음) 본성에 맞으면 왜 피곤해요? 노는 건 피곤하지 않아요. 노는 건 밤새 놀 수 있어요. 일을 밤새 하면 잔업수당을 받아야죠. 왜? 힘드니까. 몸도 축나고요.
선한 사람이 악마가 되는 이유
우리는 가끔 선량하다고 생각한 사람이 순식간에 악행에 빠지는 것을 본다. 1971년 스탠포드 감옥 실험의 리더이기도 한 심리학자 필립 짐바르도는 사람들이 악행을 저지르는 이유를 사회과학적으로 탐구한다. 그의 책 이름이기도 한 “루시퍼 효과”는 선량한 사람이 악한 행동을 저지르게 하는 특정 상황 혹은 시스템이 주는 영향력을 의미한다. 그리고 그는 악을 바로잡기 위한 영웅 교육에 대해 제안한다.
“다들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다.” 이것이 도덕 명령입니다. 언젠가 여러분에게도 중요한 순간이 올 겁니다. 첫 번째 선택은, 악인이 되는 거죠. 둘째는, 방관의 죄를 저지르는 것이며 셋째는, 영웅이 되는 겁니다.
깃발 얘기가 이렇게 재미있을 수 있냐고
깃발 디자인을 가지고 이렇게 재미있는 강연을 할 수 있다니. 유머가 흘러넘치다 못해 줄줄 흐르는 그는 강연을 통해 최악의 깃발 디자인에서부터 깃발 디자인의 다섯 가지 원칙을 세상의 수많은 깃발을 통해 알려준다. 이 강연을 보고 난 이후에는, 모든 깃발을 주의 깊게 관찰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로만 마스의 흥미로운 다른 이야기는 그의 팟캐스트 “보이지 않는 99%“에서 들을 수 있다.
우리 삶을 더 좋게 하는 것. 이것이 디자인의 필수적인 정의입니다. 인생을 더 좋게 하고 기쁨을 주는 것이죠. 어떠한 것도 제게 엄청난 기쁨을 주지 않죠. 잘 설계된 깃발들 만큼요.
뉴요커 만화 편집장이 들려주는 유머의 미학
뉴요커의 오랜 만화 편집장이자 자칭 인간 분석가인 밥 맨코프는 잡지에 특화된 만화를 해부한다. 유머의 작동 원리는 무엇인지, 부조리와 넌센스가 어떻게 뉴요커의 만화와 결합하는지, ‘뉴요커’ 카툰과 그렇지 않은 카툰의 차이는 무엇인지… 만화 해부를 통해 들여다보는 위트의 본질에 대한 흥미롭고 재미있는 강의. 강의 자체에 만화가 한 가득이라 재미없을 수가 없다.
이제 모든 것을 한 만화에 달린 캡션으로 요약해 보겠습니다. 제 생각엔 이것이 정말 뉴요커 만화의 전부를 요약하는 것 같습니다.
“멈춰서 생각해 보게 만드는 거 같네, 그렇지 않아?”
그 외 좋은 강연들
- The art of stillness: 위에서 소개한 피코 아이어의 또 다른 영상. 명상과 고요의 예술에 대해 소개한다.
- The art of asking: 우리는 혼자 살 수 없다. 질문과 의존의 기술에 대한 강연.
- Why you should make useless things: 쓸데없는 것들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 Two nameless bodies washed up on the beach. Here are their stories: 두 이름 없는 시신이 강변에서 발견되었다.
- Happy maps: 가장 빠른 길이 아닌, 가장 행복한 길을 알려주는 지도.
- How I’m fighting bias in algorithms: 알고리듬에는 인간의 편견이 그대로 남아 있다.
- Designing books is no laughing matter. OK, it is.: 북디자인의 원칙과 예술
- Why I’m a weekday vegetarian: 주말 채식주의자를 추천합니다.
- This is what happens when you reply to spam email: 테드에서 가장 웃긴 영상 중 하나. 조회수가 5000만에 가까워지고 있다.
- The 4 a.m. mystery: 이렇게 웃기면서 지적일 수 있다니.
원문: 사과집의 브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