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카피 쓰다 막혔을 때 보면 좋은 글」에서 낯설게 하기의 방법론을 추후에 설명드린다고 했는데요. 이번 글에서 그 방법을 조금 더 자세히 알려드릴게요. 이전 글에서 언급했지만 낯설게 하기보다 더 중요한 작업은 주어진 정보를 토대로 함축적인 키워드를 추출하는 것입니다. 낯설게 하기는 그 이후 작업입니다. 이 점을 알고 아래 글을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1. 극과 극
극과 극은 통한다는 말 들어보셨죠? 이런 원리는 카피를 쓸 때도 적용됩니다. 우리가 익히 아는 이순신 장군님의 명언 ‘죽고자 하면 살고, 살고자 하면 죽는다’는 극과 극을 대립한 카피입니다. 또, 미니멀리즘을 설명할 때 가장 자주 쓰이는 ‘Less is More’ 또한 극과 극의 원리를 사용한 문장이죠.
‘죽음은 곧 삶이다’ , ‘사랑은 증오다.’ 같이 명언이라고 불리는 문장들은 극과 극의 법칙을 사용했습니다. 이런 법칙은 극단적으로 대립되는 의미를 동일시하면서 보다 파격적인 메시지 전달이 가능해서 효과적입니다.
2. 동음이의어 활용
몇 년 전 SK텔레콤은 ‘생활의 폼이 바뀐다’라는 슬로건을 사용한 적 있지요. 여기서 폼은 흔히 ‘폼 잡는다’처럼 멋을 부린다는 의미도 되지만 플랫폼의 폼을 가리키기도 합니다. 폼이라는 단어의 다양한 의미를 활용하여 1타 2피를 노린 메시지인데요.
위트 있게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효과적입니다. 이런 카피가 가능하려면 키워드가 1음절이면 유리합니다. 2음절 이상이면 다중 의미로 활용할 수 있는 경우의 수가 확 줄어들기 때문이죠.
3. 펀치라인
동음이의어 활용과 비슷한 맥락이지만 조금 다릅니다. 이건 한 문장의 카피에 음은 비슷하지만 다른 의미의 단어가 2개 이상 들어가는 카피를 말합니다. 예를 들어 ‘날씬함을 닮아 봐 미에로를 담아 봐’처럼 ‘닮아 봐’와 ‘담아 봐’는 비슷한 음이지만 다른 의미를 담아 전달합니다.
또 ‘때가 됐다 다방 할 때’도 비슷한 펀치라인을 사용했고, ‘물만큼은 삼다수로 산다’도 삼다수와 산다의 음을 활용한 카피입니다. 이런 펀치라인류의 카피는 문장에 리듬감을 실어 머리에 박히기 좋고 핵심 키워드를 중복되게 강조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효과적입니다.
4. 서술어 낯설게 하기
「카피 쓰다 막혔을 때 보면 좋은 글」에서 한 번 언급한 방법입니다. 단어의 서술어를 낯설게 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한우자조금의 카피 중 ‘명절, 맛있어진다.’는 명절을 음식으로 치환해 서술어를 바꿨습니다. 음식에 붙여서 사용하는 ‘맛있다’를 명절에 사용하여 낯설게 하기 효과를 노렸죠.
비타 500의 ‘젊음을 채워요’ 또한 ‘젊음을 비타 500으로 치환하여 채워요’라는 낯선 서술어를 붙였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브랜드에 적합한 치환 단어를 찾는 것입니다. 비타 500은 젊음이라는 키워드를 뽑아 조금 더 생동감 있는 브랜드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을 겁니다. 이처럼 어떤 키 메시지를 설정해야 할지가 이 작업의 관건이겠습니다.
5. A is B
A is B는 단순한 문장 구조지만 직관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하기에 좋습니다. 에이스의 ‘침대는 과학이다’가 이런 카피류의 대명사이죠. 또 ‘나는 가수다’도 A is B를 사용한 네이밍입니다. 브랜드가 강조하고 싶은 키워드에 비유되는 단어를 붙여서 사용하는 심플한 구조입니다. 그만큼, 브랜드 메시지가 힘 있고 간결하게 전달할 수 있습니다. 이런 류의 카피는 제 경험상 보수적인 회사에서 자주 쓰는 방법 중 하나입니다.
6. 의태어/의성어
몇 년 전에 이마트는 ‘쓱’이라는 단 한 음절의 카피로 꽤 많은 재미를 보았죠. 이렇게 의성어나 의태어를 활용한 카피는 요즘 들어 신선하게 사용합니다. 특히 상호작용이 중요한 디지털 마케팅 시대에 고객의 행동을 유도하는 카피 한 줄은 효과가 있지요. 이런 실험적인 카피는 아직 많은 기업에서 활용하지 않지만, 스타트업이나 커머스 브랜드에서는 꽤 많이 사용합니다.
7. 패러디
패러디 카피는 기업의 슬로건보다는 SNS 상에서 단발성으로 가볍게 사용합니다. 짤방에 사용된 카피를 패러디하는 게 방법인데요. 대표적으로 시트콤 〈순풍산부인과〉에서 박미선의 대사 ‘스토리는 내가 쓸게 글씨는 누가 쓸래?’는 이미 수많은 패러디를 낳았죠.
영화 〈극한직업〉 대사인 ‘지금까지 이런 맛은 없었다 이것은 갈비인가 통닭인가’ 또한 SNS 콘텐츠에서 많이 패러디되는 카피 중 하나입니다. 이런 패러디 카피는 이슈가 뜨는 시기를 잡아서 패러디를 해야 하는 만큼 타이밍이 중요하고 단발성으로 활용하기에 좋습니다.
마치며
지금까지 카피 쓰기의 7가지 유형에 대해서 알아봤습니다. 이 외에도 카피는 수많은 유형과 접근 방법이 있습니다. 초심자는 위 7가지의 가이드로 아이데이션을 한다면 조금 더 쉽게 카피를 쓸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먼저 글에도 말씀드렸지만 크리에이티브는 영감이 아니라 기술이자 패턴입니다. 여러분만의 크리에이티브 패턴을 찾는다면 그 누구보다 창의적인 카피를 쓸 수 있을 것입니다.
원문: 고로케의 브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