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에서 한 달 살기] ② 숙소 편」에서 이어집니다.
제주를 제대로 즐기는 재주
처음부터 밝혔지만 나의 제주에서 한 달 살기 목적은 단 하나, ‘쉼’이었다. 워낙 여행 스타일 자체가 코스를 빡빡하게 짜서 둘러보는 편은 아닌데다 이번 한 달 살기는 더 없이 격렬하게! 게을러지는 것이 목표였기 때문에 그날그날 마음 내키는 대로 움직였다.
배고프면 먹고, 커피가 마시고 싶으면 집 앞 카페로 슬렁슬렁 걸어가거나 위시리스트에 넣어두었던 카페의 목록을 뒤적였다. 그러다가 아무것도 하기 싫어지면 종일 집에서 뒹굴거리기도 하고 어떤 날은 꼭두새벽부터 집을 나서 숲길을 걸었다. 제주에서의 나는 여행자도 생활자도 아닌 그야말로 세상 게으른 ‘한량’이었다. 그리고 그걸로 충분했다.
지금부터는 내가 다녀와 보니 좋았던 곳, 그리고 아직도 내 위시리스트에 남아있는 곳들 위주로 소개를 해 볼까 한다. 볼거리, 먹을거리, 즐길 거리 넘쳐나는 제주의 구석구석을 다 담지 못해 아쉬울 따름. 최고의 여행 코스? 정답은 없다. 그냥 하고 싶은 대로 하면 그게 답이지.
가만히 걸으면 파도소리가 들리는 듯한, 제주의 숲. 제주도의 매력은 바다에만 있는 게 아니다. 독특한 생태 지형을 갖춘 곶자왈의 몽환적인 풍경과 하늘로 솟아 오른 삼나무 숲이 주는 웅장함. 제주의 숲은 어느 계절에 가도 부족함 없이 당신을 채워줄 것이다. 비록 당신이 산을 싫어할지라도 말이다.
비자림
제주도에 도착해 처음 맞이한 이른 새벽, 가장 먼저 갔던 곳인 바로 비자림이다. 마치 동네의 산책 코스라도 된 듯 여유롭게 걷던 새벽녘의 비자림을 잊을 수가 없다.
싱그러운 새소리, 쏴아쏴아 파도를 닮은 나뭇잎의 떨림, 간간히 들려오는 운동 나온 어르신의 경쾌한 트로트 메들리까지. 이른 새벽의 산책, 특히 비온 다음 날의 비자림은 진심 추천한다.
- 제주 제주시 구좌읍 비자숲길 55
- 별: ★★★★★
- 난이도: 하
- 소요시간: 약 1시간
- 평지를 따라 천천히 걷기 좋은 (만만한?) 산책로. 커플이라면 손잡고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며 걸어보자♡
사려니숲길
아마도 제주도에서 가장 유명한 숲길이 아닌가 싶다. 친구가 놀러왔던 언젠가, ‘오늘은 사려니숲길이나 걸어볼까?’ 하고 아무 정보 없이 출발했다가 낭패를 보았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사려니숲길은 양쪽에 입구가 있고 중간 물찻오름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코스로 보통 많이 간다. 어느 쪽 입구로 들어가느냐에 따라 시간도 난이도도 많이 달라진다. 아무 정보 없이 사려니숲 주차장을 찍고 출발한 나는 자연스럽게 사려니숲주차장→조릿대숲길→숲길입구(비자림로변)→물찻오름에서 돌아오기 코스를 선택했다.
그런데 여기 이 ‘조릿대숲길’이 아주아주 복병이었다. 꼬불꼬불 오르락내리락하는 숲길을 등반(?)하며 한 시간 쯤 걸었을 때 나타난 “사려니숲길입구” 간판에 눈앞이 캄캄해지고 “나는 누구? 여긴 어디?”를 외쳤다는 슬픈 이야기. 한 시간을 왔는데 이제 시작이라니… 슬픔 오조오억개;ㅁ; 정작 사려니숲길은 한 30분가량 걷다가 돌아왔다는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그러니 꼭! 당부컨대 나와 같은 즈으질 체력이라면, 그리고 아이와 함께 하거나 유모차가 있다면 네비게이션에 ‘남조로변 사려니숲길’을 찍고 시작하길 바란다.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조천읍 교래리 산137-1
- 별 ★★★★
- 난이도 중상
- 소요시간: 코스1(사려니숲주차장→조릿대숲길→숲길입구(비자림로변)→물찻오름) 3–4시간, 코스2(남조로변 사려니숲길 입구 주차 → 물찻오름) 2–2.5시간
절물자연휴양림
사려니숲길에서 씁쓸한 패배를 맛보고 돌아오는 길에 만난 커피 푸드 트럭 사장님이 추천해준 곳이다. 숲도 너무 예쁘고 길도 잘 닦여 있어서 아이들과 오는 여행객이 많이 찾는 곳이라고. 지인이 아이와 함께 제주를 방문했을 때 함께 다녀왔는데 확실히 숲의 매력을 느끼며 편히! 걷기 좋은 곳이었다.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봉개동 산 78-1
- 별: ★★★★
- 난이도: 중하
- 소요시간: 약 1시간
- 경사가 완만한 삼나무 숲 산책로. 어린아이, 유모차도 가능.
경험자의 짤막한 TIP: 비밀의 숲
제주에 살면서 발견한 나만의 ‘비밀의 숲’을 공개합니다! 시원하게 뻗은 삼나무 숲과 버려진 창고, 가꿔지지 않은 매력이 담긴 비밀의 숲길. 관광지와는 다른 비밀스러운 분위기가 매력적이라 웨딩촬영, 인생샷 명소로 꼽히는 곳이다.
실제로 관광지가 아니라 누군가의 소중한 사유지이기 때문에 모르는 사람이 더 많다. 그렇기에 더 주의와 배려가 필요한 곳. 쓰레기를 버린다거나 숲을 해치는 일이 절대절대 없기를!
- 선덕사에 주차 후 50m 가량 걷기
- 별: ★★★★★
- 난이도: 하
- 고즈넉한 분위기. 삼나무 사이로 들어오는 햇살 받으며 인생샷 한 컷!
여행을 쓰자, 볼로!
- 글, 사진: 제주가 좋아 한 달 살기가 아홉 달이 된 자유로운 영혼, 희원
- TAKE OF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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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볼로 VOLO의 브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