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겨울잠에 빠진 뇌가 깨는 것 같은 경험을 했다. 발단은 독서모임 회원인 지민 씨에게 마그네슘 영양제 한 병을 선물로 받은 데서 출발한다. 마그네슘을 먹어보니 처음으로 신체에 관심이 생겼고, 검색하다가 필리라는 서비스를 이용해 다른 영양제도 구매했다. 문득 몸에 돈을 써보니 배움에도 돈을 써보는 게 어떻겠냐는 생각이 들었다. 오메가3가 좋긴 좋나 보다.
원래 같았으면 절대 안 할 짓인데 충동적으로 스노우폭스 김승호 회장님 8시간짜리 강연을 아내랑 둘이서 100만 원이나 내고 들었다. 돈을 많이 내서 그런지 집중력이 8시간 동안 유지되었다. 사실 영양가 넘치는 내용이 아주 많았다. 모든 게 좋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본인 식탐도 관리를 못 하면서 무슨 회사를 경영하려고 하냐는 부분이었다.
내 입장에서는 대학교 졸업반일 때 재밌는 일 해보려고 창업한 거였지만, 4년이 지난 현재는 그런 마인드로 살 수 없는 상황이다. 임직원 수와 딸린 식구들까지 생각하면 내 의사결정 하나하나에 50명의 삶이 직·간접적 영향을 받는다는 걸 깨닫고, 월급 주는 행위에서 오는 책임감이 무척 크다는 점을 알았다.
그다음 날부터 핑계 없이 쉽게 할 수 있는 운동이 뭐가 있을까 생각하다가 바로 매일 1만 보 걷기를 시작했다. 양재동 집에서 역삼동 회사를 왕복하면 10km가 되고 1만 2,000보가 나온다. 매일 2시간씩 햇빛을 받으며 1달간 200km를 걸어보니 자연스럽게 식사량도 줄고 체중이 1달 만에 6kg나 빠졌다. 역시 체질 때문에 살이 찐 건 아니었고 단순히 인풋은 많은데 아웃풋은 적으니 살이 찐 거였다.
뚜렷한 신체 변화를 통해 자신감은 얻었는데 정신은 갈수록 더 예민해져갔다. 어느 날 내가 아내와 독서모임 운영진에게 부정적인 충고를 하면 그 사람들에게 내 말이 종일 영향을 끼친다는 종철형의 이야기를 듣고 충격에 빠졌다. 그동안의 인생을 돌아보니 최근에 살이 빠지면서 예민해서 이렇게 된 것이 아니라 원래 회의적이고 부정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고 살아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스타트업을 하다 보면 항상 적대적인 주변 환경에 놓인다. 사실 매년 ‘통장에 남은 현금이 6개월 치’ 따위의 이야기를 하는데 긍정성을 유지할 리가 없다. 그래서 스스로 부정적인 모습이 존재한다는 것은 알았지만 ‘그때그때 상황에 맞추어 행동할 뿐’이라는 핑계를 대며 30년을 살아왔다. 내 주변인들이 멘탈 좋은 사람들만 남아있을 수 있었던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이젠 나도 바뀔 때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들, “할 수 있다” 따위의 클리셰 문장들을 20개 정도 적어서 인쇄하고 침대 머리맡에 붙여 놓았다. 눈뜨면 그 문장이 먼저 보인다. 그다음부터 정신 나간 사람처럼 만나는 사람마다 “너는 잘될 거다” “왠지 느낌이 좋다” “올해 대박의 조짐이 보인다” 등의 말을 하며 주먹을 흔들며 소리를 지르는 등 자주 흥분하며 사이비 교주처럼 행동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사람이 너무 갑자기 변하니 무섭다, 이러다 말겠지 등의 이야기를 들었지만 어느새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가 좋아지며 “사실 예전보단 지금이 훨씬 좋아” 등의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다.
회사에서는 모든 성과 지표를 정량적으로 측정 가능하게 만들었다. 각 담당자가 자기 위치에서 노력만 하면 누구나 달성 가능한 팀별 KPI를 세웠다. KPI를 세우고 나서 직원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직원들이 표면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높은 보상이지만, 마음 속 깊이 원하는 것은 스스로 성장한다는 자기 확신과 타인에게 존경심을 얻어 인정 욕구를 채우는 것이다. 회사는 1차적으로 돈을 버는 조직이지만, 여러 사람이 모인다는 것에서 커뮤니티적 가치 또한 크다는 것을 배웠다.
스스로 성장한다고 생각하는 직원들은 퇴근을 안 하고 회사에 계속 붙어 있기 시작했다. 직원은 동기 부여할 ‘대상’이 아니다. 대표가 스스로 잘될 거라고 믿는 게 가장 큰 동기부여가 된다. 실제로 매출이 커져서 열심히 일하는 게 아니라 이렇게 하면 잘될 거라는 인식(Perception) 때문에 열심히 일하는 점에서 상품 마케팅과의 유사성이 있다.
직원들은 양심적이라 성과를 먼저 화끈하게 올리고 나서 보상도 올라가기를 기대한다. 근데 뭘 잘해야 회사에 보탬이 되는 건지 정의를 안 해놓으면 당연히 잘할 수 없다. “몸무게, 매출, 상품 수” 모두 다른 키워드지만 1. 구체적인 현재 상황 인식, 2. 정량적 목표 설정, 3. 주기적인 리듬으로 측정하고 피드백하기를 통해서만 가시적 성과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사실 같다. PDCA, 린 스타트업, 자기경영노트, GTD, OKR 등 책에서 이것을 설명하는 용어는 천차만별이지만 모두 같은 내용이다. KPI를 세운 지 2주 만에 매출이 20% 증가했다. 이 모든 게 걷고 나서 1달 안에 벌어진 일이다.
삶의 목적에 대해서도 돌아보았다. 사업 전에는 오히려 이런 생각을 자주 했던 것 같은데, 4년 동안 돈 버는 방법 찾느라 이런 고민 참 안 했구나 싶었다. 내가 돈을 왜 벌려고 노력할까? 아내와 나는 신입사원만큼이나 소비를 적게 한다. 사는 게 없다. 최근 걸어 다니다 보니 자동차도 필요 없다는 생각에 작년에 리스로 장만한 BMW도 팔아버렸다.
계속 걸으며 “물욕이 없는 내가 왜 돈을 많이 벌고 싶어 할까?”라고 끊임없이 자문해보니, 더 많은 사람과 계속 도전적인 일을 벌여보려고 끊임없이 밑천을 모은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나는 상사도 없고 눈치 볼 사람도 없는데 왜 그동안 타인과 나를 끊임없이 비교해 왔는가?
스스로 불필요한 족쇄를 채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제 내 맘대로 할 거다. 하고 싶은 건 다 할 거다. 열심히 했는데 망하면 다른 거 하면 된다. 유일한 제약은 자본이 아니라 남은 시간이다. 그러니 머뭇거리지 말고 부지런하게 움직여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모든 위대한 성공 비결은 클리셰고 업종을 가리지 않는다. 그러니 내가 100가지 뻔한 성공 비결을 알고만 있는 것은 소용없고 그중 1가지라도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도 많은 성공한 사람이 자기는 이렇게 해서 잘된 거라는 책을 쓰고 강연을 하며 다양한 방식으로 대중에게 숨김없이 적극적으로 안내하지만 실천하는 사람은 역사적으로 극히 드물다. 마치 한국에 주식쟁이가 수백만 명이지만 1쇄가 다 팔리는 주식 책이 드문 것과 같다. 받아들일 마음만 열면 된다.
시크릿 효과는 분명히 있다. 어떤 경우에도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견지하는 편이 좋다. 나는 계속 억지로라도 긍정적인 태도를 가지도록 노력할 것이고, 고민거리가 생기면 아무 생각 없이 계속 길거리를 걸어 다닐 것이다. 그럼 아무리 어려운 문제라도 반드시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나는 성공할 것이고, 남긴 돈을 모조리 재투자해서 계속 더 재밌는 일들을 함께할 것이다.
원문: 임승진의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