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생활을 하면서 가장 어려운 일은 돈을 버는 일이 아니라 사람을 사귀는 일이라고 한다. 어떤 사람을 사귀는지에 따라서 우리는 변할 수도 있고, 어떤 사람과 곁에서 지내는지에 따라서 오늘의 기분이 달라질 수도 있다. 흔히 사람들이 말하는 ‘사람에게도 기(気)가 있다.’라는 말이 그렇다. 나는 그런 미신은 믿지 않는 사람이지만, 그래도 어떤 사람과 만나고 사귀는지가 얼마나 중요한가에 절대적으로 동의한다.
우리는 주변에 어떤 사람이 있는지에 따라서 내가 어떤 식으로 생각하는지 큰 영향을 받는다. 그 영향은 일, 연애, 가치, 정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어난다. 예를 들어 어떤 정당을 지지하는 사람과 어울리다 보면 평소 뚜렷한 정치 철학이 없음에도 자연스레 그 정당을 지지하게 된다. 함께 어울리면서 자연스레 그 사람의 가치관을 공감하게 되어가기 때문에 그러한 일이 벌어진다. 즉 어떤 사람과 지내는지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도 있다.
만약 내 주변에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기만 해도 쉽게 지치게 하고, 마치 나의 기를 빼앗아가는 듯한 사람이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오늘 읽은 『기운 빼앗는 사람, 내 인생에서 빼버리세요』라는 책의 저자 스테판 콜레르제는 나와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기만 해도 쉽게 지치게 하고, 마치 나의 기(気)를 빼앗아 가는 사람들을 ‘멘탈 뱀파이어’라 지칭한다. 저자가 책을 통해 직접 말하는 멘탈 뱀파이어를 알아보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누군가에게 기가 빨리고 있는 것이 맞는지 알고 싶은가? 그 사람 옆에 있으면 기분이 어떤지, 그 사람과 어울리고 난 후, 곧바로 기분이 어떤지 생각해보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이다. 일반적으로 우리의 기분은 그날그날에 따라 달라진다. 하지만 멘탈 뱀파이어와 함께 있으면 정식적으로든, 감정적으로든 행복하거나 힘이 나거나 충만한 기분이 들지 않는다. 그보다는 피곤하고 우울하고 의기소침하고 긴장되고 혼란스럽고 불안하고 탈진된 기분, 나아가 힘이 쫙 빠지는 기분이 든다.
- 『기운 빼앗는 사람, 내 인생에서 빼버리세요』, 34쪽
글을 읽으면서 생각해보면 분명히 우리 주변에도 멘탈 뱀파이어가 있을지 모른다. 멘탈 뱀파이어는 정신적인 병을 앓는 사람이 아니다. 아주 평범하게 함께 지내는 가족, 친구만 아니라 사회생활을 하면서 만나는 직장과 대학 선후배 관계 등 모든 인간관계에 뿌리내렸다. 아니, 어쩌면 내 주변 사람이 멘탈 뱀파이어가 아니라 나 자신이 멘탈 뱀파이어일지도 모른다.
때때로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서 불평불만을 쏟아내면서 “아, 속 시원하다.”라고 말하는 사람, 좀 지나칠 정도로 누군가에게 의존하며 함께 있으려고 하는 사람, 함께 해야 할 일에 무책임한 사람들이 그렇다. 자신은 평범하게 ‘친구로서 잘 지내는 사람’이라고 생각했겠지만, 힘들 때마다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어서 함께 욕을 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불평불만을 쏟아내는 행위는 전형적인 멘탈 뱀파이어 행위다. 저자는 책에서 이렇게 말한다.
멘탈 뱀파이어는 살아남기 위해 피해자인 척을 한다. 이들은 삶을 통제할 힘을 잃었다. 책임을 질 줄도, 방어를 할 줄도, 주도적으로 행동할 줄도 모른다.
“왜 나야?”, “내가 불쌍하게 느껴져”, “나는 정말 한심해”, “살면서 기회가 없었어”, “언제나 내 탓이지”, “언제나 내게 이런 일이 일어나지”, “그래, 나는 그래. 하지만….”
이들은 당신에게 동정심을 얻으려고 이와 같은 말을 반복하고 어깨를 축 늘어뜨린다든지, 등을 구부정하게 한다든지 팔을 힘없이 흔든다든지, 한숨을 쉰다든지, 멍하니 하늘을 바라본다든지, 입을 찡그리며 어두운 표정을 짓는다든지 해서 불쌍한 척을 한다.
- 앞의 책, 97쪽
멘탈 뱀파이어는 동정심을 자극해서 공감이라는 이름으로 계속 에너지를 빼앗아간다. 힘들어하는 친구와 함께 욕할 때는 그 친구를 위한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막상 그렇게 한참 동안 떠들고 나서 집으로 돌아올 때 친구는 개운한데 자신의 정신이 지쳐버린 적이 있지 않은가? 그 증상이 바로 멘탈 뱀파이어를 만나 감정적 교류를 한다고 착각한 상태로 에너지를 빨린 탓이다.
그런 멘탈 뱀파이어 친구와 오래 지낼수록 점점 지쳐가고, 어느 정도 선을 긋고 확실히 지내고 싶어도 왠지 모르게 배신을 하는 것 같아 쉽게 선을 긋지 못한다. 점점 더 나빠지기만 한다.
특히 감성적으로 예민한 사람일수록 더욱 먹잇감이 되기 쉽다. 저자는 제5장 ‘건강한 멘탈을 지키기 위해 알아야 할 것들’을 통해서 어떻게 자신을 지킬 수 있는지 크고 작은 실천법을 자세히 설명한다. 그중에서 세 가지만 옮겨보면 다음과 같다.
- 자기 성찰: 예민한 사람이라면 상황에 대한 자신의 생각이 어떤지 주기적으로 확인해봐야 한다. 다른 사람의 부정적인 기운을 받은 상황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는지 체크해봐야 같은 실수를 하지 않거나 대비를 할 수 있다.
- 사람을 가리며 사귀기: 예민한 사람이라면 주변 사람이 중요하다. 긍정적이고 밝고 차분한 사람들이 주변에 있을수록 긍정의 기운을 받는다. 동시에 당신을 홀리거나 부정적인 기운을 전하려는 사람들이 들어올 틈이 없어진다.
- 움직임: 예민한 사람은 내면의 세계에 집중하는 것이 특징이다. 예민한 사람은 공감 능력이 있어 자기 자신과 타인에 대한 생각을 깊이 한다. 그렇기 때문에 예민한 사람은 몸을 활발하게 움직여야 그동안 쌓인 부정적인 에너지가 소모되어서 마음에 쌓이지 않아 불안하지 않다. 몸과 마음 전체가 다시 균형을 찾는 것이다. 규칙적으로 몸을 움직이면 감정 기복을 달래주는 신경 전달 물질(특히 엔돌핀)이 두뇌에서 분비된다. 신체 활동을 하면 감정이 달라진다.
이 세 가지는 일상에서 가장 쉽게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고, 평소 자주 주변 사람이나 강연 혹은 책을 통해서 자주 접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책의 제목 그대로 나에게서 기운 빼앗는 사람을 내 인생에서 빼버리는 일이 쉽지 않다. 그렇다면 해야 할 일은 분명하게 보인다. 먼저 위 세 가지 방법을 통해 최대한 멘탈 뱀파이어에 대항하기 위한 내성을 기르고, 지금이라도 조금씩 그런 사람과 만나는 횟수를 줄여나가는 거다.
친구는 많을수록 좋은 게 아니라, 좋은 친구를 두는 게 무엇보다 좋은 일이다. 친구의 일에 일일이 신경 쓰기 전에 먼저 스스로 몸과 마음을 돌아보자. 그렇게 해야만 멘탈 뱀파이어에 당한 상처를 치료할 수 있고, 동시에 이들의 공격을 예방할 수 있다. 저자는 멘탈 뱀파이어에게 이미 기를 빨린 경험이 있다면 당장에 심리적으로 부작용이 없어도 기를 재충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휴식을 취하고, 기분 전환을 하고, 최대한 즐겁게 지내는 거다.
오늘날 사회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데이트 폭력도 일종의 의존성 멘탈 뱀파이어와 관련된 사건이다. 점점 사람과 관계가 어려워지는 지금, 이 책은 우리가 어떻게 관계를 나에게 플러스 요인으로서 만들어 갈 수 있는지 말한다. 특히 남의 시선을 지나치게 신경을 쓰는 경향이 짙은 한국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인간관계를 풀어나가는 데 『기운 빼앗는 사람, 내 인생에서 빼버리세요』는 큰 힘이 되리라 확신한다.
원문: 노지의 소박한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