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크네 스튜디오(Acne Studios)는 광고 회사로 시작했다. 별생각 없이 만들어서 가족과 친구에게 나눠주었던 청바지가 우연히 패션 잡지에 실리면서 옷도 같이 만들기 시작했고, 지금에 이르렀다. 그러나 아크네 창업자 중 한 명이었던 아트 디렉터 제스퍼 쿠토트드(Jesper Kouthoofd)는 이런 방향을 원하지 않았다.
쿠토트드는 회사를 그만두었고, 그의 팀과 함께 2007년 틴에이지 엔지니어링(teenage engineering)을 시작했다. 틴에이지 엔지니어링은 약 40여 명의 엔지니어, 디자이너가 한곳에 모여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제품 디자인, 그래픽 디자인, 패키징, 영상, 마케팅 모두 인하우스에서 진행한다.
이들은 스스로를 사용자가 예술을 만들고, 또 즐길 수 있는 소비자 가전제품을 만드는 스튜디오라고 칭한다. 설립 이후 앱솔루트 보드카, 소니 에릭손 등과 미디어 아트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2010년, 그들의 첫 번째 포터블 신시사이저 OP–1을 공개한다.
OP–1
OP–1은 틴에이지 엔지니어링의 첫 번째 제품으로 시퀀서, 샘플러, 신시사이저 기능이 들어간 포터블 신시사이저이다. 신시사이저는 악기에 해당하는 소리를 만들고, 합성하고, 변형할 수 있는 전자 악기이다. 틴에이지 엔지니어링은 전형적인 신시사이저가 가진 형태, 크기, 디자인, 기능에서 벗어난 새로운 악기를 만들었고, 출시와 동시에 많은 관심과 인기를 끌었다.
특히 한 손에 들어오는 작은 사이즈에도 파워풀한 기능, 스웨덴 감성이 들어간 감각적이고 미니멀한 디자인, 작은 액정에 들어있는 재치 있는 그래픽, 직관적인 사용성으로 많은 아티스트와 디자이너의 사랑을 받았다. 라디오헤드의 톰 요크, 아비치, 디플로, 차일디시 감비노가 사용했다고 하며, 그 외에도 수많은 아티스트가 아직까지도 작곡 및 라이브에 OP–1을 사용한다.
틴에이지 엔지니어링은 OP–1 이후 다양한 크기와 형태의 실험적인 신시사이저를 발표했으며, 2018년 OP–1의 정식 후속작 OP-Z를 공개했다. 액정과 건반이 빠졌으며, 크기도 기존 제품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블루투스가 추가되어 아이폰 혹은 아이패드와 연결해서 사용할 수 있으며, oplab 모듈을 연결하면 드럼 패드, 건반, 다른 신시사이저 등 다른 악기와 연결해서 확장성도 제공한다.
우리는 소비자 리서치를 믿지 않는다. 우리는 우리 스스로가 가장 적절한 소비자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우리가 믿는 일을 한다.
틴에이지 엔지니어링은 현재 다양한 종류의 포터블 신시사이저, 스피커 등의 소비자 가전제품을 만들고 패션, 가구, IT 등 다양한 업계의 브랜드와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한다. 이들은 소비자 리서치에 의존하지 않고, 본인 스스로를 가장 적절한 사용자라고 생각하며, 본인들이 좋다고 믿는 제품을 만들고, 본인들이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한다.
제품에 들어가는 그래픽 디자인, 패키징, 광고, 프로모션, 카피라이팅 모두 틴에이지 엔지니어링이 직접 진행한다. 덕분에 웹사이트,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다이렉트 이메일은 물론이고 창고 세일에서조차 이들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느낄 수 있으며 설립 이후 지금까지 일관된 언어로 진행한다. 틴에이지 엔지니어링은 소비자 가전제품 브랜드보다 다양한 방식으로 본인들의 개성을 표현하는 아티스트 그룹에 가까운 셈이다.
OD-11
틴에이지 엔지니어링은 1974년 스웨덴의 사운드 엔지니어 Stig Carlsson가 디자인한 스피커 OD-11, 이른바 ‘칼슨 큐브’를 리엔지니어링한 스피커 OD-11을 출시했다. 기존의 미니멀하고, 클래식한 디자인은 유지하고, 기존 설계에 새로운 기술까지 추가해 사용자 편의를 더해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Teenage Engineering x Cheap Monday
틴에이지 엔지니어링은 언제나 뜻밖의 회사랑 컬래버레이션을 발표한다. 그중 하나로 H&M의 스트릿 패션 브랜드 칩 먼데이(Cheap Monday)와의 컬래버레이션으로 발표한 포켓 오퍼레이터(Pocket Operator) 시리즈가 있다.
작은 크기에 힙한 디자인, 직관적인 사용성, 저렴한 가격이지만 작곡과 라이브에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의 성능, 다른 신시사이저와 연결할 수 있는 확장성으로 많은 인기를 끌었다. 칩 먼데이와의 컬래버레이션은 끝났지만, 다양한 소리와 기능이 담긴 새로운 시리즈를 계속 발매한다.
Teenage Engineering x Baidu
2016년에는 중국의 IT회사 바이두(Baidu)와 인공지능 로봇 스피커 레이븐 R(raven R)과 레이븐 H(raven H)를 만들었다. 일반적인 스마트 스피커의 기능에 로봇 전면에 매트릭스 디스플레이가 달려서 정보 표시는 물론 감정 표현도 할 수 있다. 틴에이지 엔지니어링은 콘셉트부터 제품 디자인, 엔지니어링 전반을 맡았으며, 출시는 미정이다.
Teenage Engineering x IKEA
가장 최근에는 이케아와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했다. 사람들이 파티를 준비할 때 이케아에 많이 오는데 여기서 냅킨, 접시만 사는 게 아니라 스피커와 조명도 살 수 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모듈로 구성해서 파티 장소에 맞게 조명과 음향을 구성할 수 있고, 올해 여름에 출시할 예정이다.
원문: 이진재의 브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