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네이버가 국내 1위 포털 사이트가 될 수 있었던 여러 모멘텀 중 가장 큰 건으로 꼽히는 것은 바로 지식iN(이하 지식인) 서비스의 성공입니다. 검색 데이터베이스가 풍부하지 않을 때 네이버는 2002년 지식인 서비스를 오픈해 ‘사용자가 묻고 사용자가 답하는’ 구조를 만들면서 ‘집단 지성’의 힘으로 검색 데이터베이스를 생산했습니다.
그 결과 검색 DB는 풍부해졌고 다음, 야후, 네이트 등을 압도하는 검색 결과를 갖게 될 수 있었습니다. 검색 사용자의 만족도는 높아졌고 이는 결국 사용자가 네이버에서 검색해야만 하는 이유를 만들어냈습니다. 블로그, 카페와 더불어 검색 데이터베이스를 풍부하게 하면서 오늘날 네이버를 만든 서비스가 바로 ‘지식인’인 것입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사용자가 묻고 사용자가 답하는 게 ‘유튜브’에서 이루어집니다. 그 중심에는 바로 ‘전문직’ 유튜버의 등장이 있습니다. 과거 몇 년간은 게임, 음악, 댄스, 뷰티, 키즈 등 엔터테인먼트 위주의 채널이 유튜브의 큰 부분을 차지했다면 요즘에는 전문직을 업으로 삼은 유튜버가 ‘전문 정보’를 알려주는 채널이 늘어납니다. 약사, 의사, 회계사, 세무사, 변호사, 교사 등이 유튜브에서 분야별 ‘넘버원 채널’이 되기 위해 뛰어드는 것이죠.
대표적인 ‘전문직’ 크리에이터가 바로 현직 약사로 활동하는 ‘약쿠르트’입니다. 채널 개설 3개월 만에 13만 명이 넘는 사람이 구독했고 얼마 전에는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 프로그램에도 출연해 공중파 크리에이터로 거듭나기도 했습니다. 모 제약회사의 영양제에 대한 솔직한 리뷰를 남겼다가 제약 회사와의 안타까운 갈등이 공개되면서 많은 분이 응원을 보낸 크리에이터이기도 합니다.
‘약쿠르트’는 약에 대해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는 점을 영상 콘텐츠로 만들어 전문적인 정보를 전달합니다. ‘약사가 추천하는 시험 기간 피로회복제’ ‘수험생과 직장인을 위한 감기약 추천’ ‘아플 때 어떡하죠? 잘 듣는 진통제 딱! 알려드립니다’ 같은 콘텐츠를 통해 사용자가 궁금해하는 약에 대한 전문적인 정보를 전달하죠.
이 콘텐츠들을 살펴보면 특이한 점은 한 가지 발견할 수 있는데요. 바로 각 콘텐츠 댓글에 수많은 사용자가 ‘질문’을 남긴다는 것입니다. 영상 콘텐츠와 관련되어 궁금한 점을 질문으로 남기고 창작자는 이 질문에 답변을 남깁니다. 네이버 지식인에서 볼 법한 궁금증과 전문가 답변이 이제 유튜브 댓글 창에서 벌어집니다. 네이버 지식인이 이제 유튜브에서 일어나는 것입니다.
약쿠르트뿐 아니라 전문직 유튜버의 콘텐츠 대부분에는 이렇게 질문과 답변이 댓글로 달립니다. 한 분야의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 전문직 종사자가 뛰어들면서 사용자는 이들을 구독하고 이 채널에서 질문했습니다. 이번 포스트에서는 전문직 유튜버가 본격적으로 등장한 후 유튜브의 변화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떠오르는 전문 분야, 넘버원 창작자가 되자!
유튜브 내에서 게임, 뷰티, 개그 등의 엔터테인먼트 분야는 포화 상태입니다. 이미 ‘탑 티어(Top Tier)’그룹이 고착화되면서 새로운 크리에이터가 뛰어들어 성공할 수 있는 여지가 줄어들었습니다. 일명 유튜브 채널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점차 심해진 것입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는 부각 받지 못했던 ‘전문 정보’ 채널이 유튜브에서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약사, 의사, 회계사, 변호사, 한의사 크리에이터가 속속 등장해 자신의 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이들은 사실 고수입을 거두는 전문직이다 보니 그 동안은 유튜브 내에서 큰 움직임이 없었습니다. 이들에게는 유튜브를 해야 할 이유가 없었던 셈이죠.
유튜브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것은 어찌 보면 이들에게는 미비한 일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와중에도 ‘기회’를 본 전문직 종사자가 분명 있었습니다. 탑 티어가 뚜렷하지 않은 카테고리에서 상위 창작자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본 것이죠.
유튜브가 ‘국민 앱’이 되면서 유튜브 내에서 머무는 시간 자체가 많아지고, 더 많은 콘텐츠를 감당할 수 있는 ‘콘텐츠 수용력’을 사용자가 갖추게 된 것도 전문직 유튜버가 등장할 수 있는 환경으로 작용했습니다. 예전에는 재미있는 콘텐츠만 유튜브에서 봤다면 이제는 재미있는 콘텐츠+전문적인 콘텐츠도 함께 유튜브에서 소비했습니다. 사용자는 유튜브 내에 ‘락인(Lock-In)’되면서 유튜브로 모든 정보를 소비하는 ‘올인원 앱’이 된 것입니다.
유튜브에서 검색하는 패턴의 확산도 전문직 종사자에게 매력적이었습니다. 네이버 지식인에 물어보았을 전문적인 내용도 유튜브에서 검색했죠. 예를 들면 ‘아이폰 벽돌 현상’ ‘두드러기 증상’ ‘감기에 좋은 약’ 등을 유튜브에서 검색해도 충분한 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러자 네이버에서 블로그와 전문가 답변으로 활동했던 전문직 종사자들이 유튜브로 넘어왔습니다. 자신의 ‘전문력’을 어필할 수 있는 공간이 네이버에서 유튜브로 바뀐 것이죠.
그 결과 고수입을 누리지만 자신만의 브랜딩을 가지고 싶거나 유튜브를 통해 더 많은 기회를 얻고자 하는 전문직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등판했습니다. 지금 뛰어들면 이 분야의 넘버원 창작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과 가능성 덕분에 새로운 전문직 크리에이터가 매일 쏟아지는 상황입니다.
댓글이 만드는 Q&A 세트
유튜브는 댓글 소통이 매우 활발한 공간입니다. 영상을 보면서 댓글을 남길 수 있고, 타임 코드를 지정해서 특정 부분에 대한 코멘트도 가능합니다. 친구를 소환해서 페이스북 같이 콘텐츠를 함께 볼 수 있기도 합니다. 크리에이터는 맘에 드는 댓글에 하트를 표시할 수 있고 그에 대한 답변을 달면서 소통을 이어나갈 수 있습니다. 인기 영상에 수천·수만 개의 댓글이 있는 것은 유튜브에서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이 덕분에 전문 분야 크리에이터에게도 댓글과 질문이 쏟아집니다. 소통이 결국 채널의 인기와 구독자 수 증가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을 잘 아는 크리에이터는 구독자가 남긴 질문에 최대한 자세하고 친절하게 답변합니다. 댓글을 남기면 창작자가 답변을 줄 것이라는 어느 정도의 확신도 생기면서 궁금한 점을 풀어놓았습니다.
그렇게 사용자가 묻고 창작자가 답하면서 Q&A 세트가 만들어지고 이 세트를 다른 사람이 보면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공간으로 거듭났습니다. 본래의 콘텐츠인 ‘영상 콘텐츠’에 부가 콘텐츠인 ‘댓글 콘텐츠’까지 붙으면서 특정 주제에 대한 전문 정보와 함께 다른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것을 한 번에 소비할 수 있는 콘텐츠가 되어가는 것입니다.
게다가 이제는 사용자가 묻고 사용자가 답하는 형태로도 발전합니다. 창작자가 답변하기 전 다른 사용자가 답변을 먼저 남기기도 하고 그 사용자와 말을 이어나가며 궁금증을 풀어나갑니다. 또는 반복되는 질문이 있는 경우 위에 좋은 답이 있다며 안내까지 해주죠. 커뮤니티 게시판에서 볼 수 있는 듯한 형태가 유튜브에서도 일어나는 것입니다.
새로운 고객을 유치하는 곳으로 유튜브가 제격!
전문직 유튜버의 콘텐츠를 보면 콘텐츠 소개 영역에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것이 바로 ‘컨택 포인트’ 입니다. 메일 주소, 연락처 등이 언급되면서 추가로 궁금한 점이나 문의 사항은 이곳을 통해 연락을 달라고 합니다. 결국 새로운 고객을 유치하는 액션으로 볼 수 있습니다.
새로운 고객을 유치하는 곳으로 원래는 포털 사이트가 그 역할을 했습니다.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검색 결과에 노출되어 신규 고객을 유치하거나 키워드 광고 등의 광고 상품을 통해 특정 키워드를 검색했을 때 본인의 채널이 제일 먼저 나올 수 있도록 했습니다. 결국은 모두 ‘검색’이 일어나는 곳에서 신규 고객을 유치했습니다. 사람들은 궁금한 점을 ‘검색’하고 이를 해결하고 싶은 마음에 결국 전문가를 찾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고객을 유치하는 곳으로 유튜브를 선택했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습니다. 유튜브를 통해서 새로운 고객을 유치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겼다는 것이고, 그 의미는 결국 유튜브에서 사람들이 많이 검색한다는 것입니다. 특히 특정 콘텐츠를 본 뒤 보이는 ‘추천 콘텐츠’를 통해 자연스럽게 궁금증에 관한 여러 콘텐츠를 소비하면서 자신의 콘텐츠가 발견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유튜브를 통해 새로운 고객이 얼마 늘었다, 그래서 수입이 몇 퍼센트 늘었다, 이런 말이 업계에 돌면 유튜브에 뛰어드는 전문직 종사자들은 더 늘어날 것입니다. 그리고 이들은 더이상 블로그, 지식iN이 아닌 유튜브를 주 무대로 전문 콘텐츠를 생산해낼 것입니다.
‘밀레니얼 세대’ 전문직의 변화
과거에는 전문직이 부와 명예를 자랑하는 직업이었습니다. 고수입이 받쳐주다 보니 본업 이외의 무언가를 할 필요가 전혀 없었습니다. 자신을 굳이 팔지 않아도 안정적인 수입을 거둘 수 있고 ‘있어 보이는’ 직업이다 보니 품위를 지켜야겠다는 의지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밀레니얼 세대가 전문직을 업으로 삼으면서 변화가 시작되었습니다. 이들은 디지털에 친숙하고 자기 자신을 적극적으로 어필하는 세대입니다. 또한 ‘업’에 대한 인식 격차가 없는 세대이기도 합니다. 예전의 사회적 분위기에서는 ‘사’자 붙은 직업에 대한 무조건적인 선망이 있었습니다. 업에도 계급이 있다는 인식이 강했고 직업 분포도가 피라미드로 공유되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의 세대에게는 이런 인식이 약한 편입니다. 그렇다 보니 더 이상 부와 명예의 상징이었던 전문직 종사자가 품위를 지킬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뒤에 숨어 있는 것을 참을 수 있는 세대도 아닙니다. 자신이 하는 일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많은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하는 세대가 바로 밀레니얼 세대의 전문직 종사자입니다.
그래서 유튜브에서 뜨는 전문직 유튜버를 살펴보면 대부분 밀레니얼 세대입니다. 업에 갓 진출한 사회 초년생 유튜버도 있는 반면, 이제 자리를 잡아 업에 대한 지식을 갖춘 유튜버도 있습니다. 이들은 자신의 일상을 기록하는 브이로그도 함께 만들면서 라이프 스타일 공개도 서슴지 않습니다. 세대의 변화가 새로운 흐름을 만들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마치며
물론 지식인은 여전히 파워풀한 Q&A 서비스입니다. 궁금한 것이 생각났을 때 가장 먼저 검색하는 곳이 네이버이고 만약 적합한 답이 없다면 네이버 지식인에 질문을 올린 뒤 답변을 기다립니다. 유튜브보다 훨씬 질문과 답변을 편하게 볼 수 있는 UX, UI를 가졌고, 지식인이 가진 Q&A 세트를 따라올 서비스가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 포스트를 통해 느꼈던 점은 전문직 유튜버들이 유튜브에 뛰어들면서 만든 ‘전문 정보’ 콘텐츠의 다변화였습니다. 대중적인 감각을 가진 전문직 유튜버들은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많이 궁금해하는 정보를 하나씩 영상으로 만들어가며 사용자는 댓글 창을 통해 궁금한 점을 질문하고 타 사용자 또는 창작자로부터 답변을 얻습니다.
저 역시 특정 주제에 대해 궁금한 점을 유튜브에서 가장 먼저 검색을 했고 → 관련 콘텐츠를 통해 궁금증을 해소했고 → 나와 같은 상황에 처한 사용자는 없을지, 다른 사용자는 어떤 점을 궁금해하는지 댓글 창을 통해 확인했으며 → 댓글 창에 있는 Q&A 세트로 통해 궁금한 것에 더 풍성한 대답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아마도 전문직 유튜버가 더 등장하면서 이 흐름은 더 확산되지 않을지 조심스럽게 예측해봅니다.
원문: 생각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