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IT 비즈니스를 이끄는 삼두마차 기업으로 바이두(Baidu), 알리바바(Alibaba), 텐센트(Tencent)를 꼽는다. 세 기업의 첫 글자를 따서 BAT라고도 부른다. 이 중 세계 최대 전자 상거래 기업인 알리바바의 설립자이자 최근 은퇴를 선언한 회장, 마윈은 내가 『마윈, 세상에 어려운 비즈니스는 없다』라는 책을 읽고 푹 빠져버린 인물이기도 하다.
IT 불모지에서 인터넷 사업을 일궈낸 훌륭한 성과도 성과지만 그보다는 사람 자체가 상대방을 빠져들게 하는 매력이 있다. 마윈은 2017년 포브스에서 선정한 중국 10대 부호에서 1위에 오를 정도로 대단한 자산가다. 그러나 그의 인생이 처음부터 화려했던 것만은 아니었다. 어느 인터뷰에서는 취업에 30번이나 실패했다고 밝혔을 정도로 전망이 어두운 청년이었다.
실패만 30번, 말이 쉽지 실제로 내가 겪었다고 생각하면 피가 마르고 자신감은 곤두박질칠 일이다. ‘아, 난 정말 안 되는 사람인가 보다.’라는 자조적 푸념과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마윈은 그럼에도 도전하는 사람이었고 반복되는 실패에도 포기를 모르는 사람이었다. 그가 늘 강조하는 말이 있다.
행동하지 않으면 변화하지 않습니다. 당신이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순간 상황은 변화하기 시작합니다.
만일 자신에게 일류 아이디어와 삼류 실행력, 삼류 아이디어와 일류 실행력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한다면 주저 없이 후자를 선택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만큼 실행에 대한 강한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어떻게 이런 확신을 가지게 된 걸까?
마윈은 중학교 때 흠모하던 영어 선생님으로부터 외국인들과 만나 대화하는 것이 영어가 빨리 느는 지름길이라는 말을 듣고, 그 길로 외국인 관광객이 많은 서호라는 곳으로 달려가 외국인들과 영어로 대화하길 시도했다. 물론 엉터리 영어였지만 말이다. 그 시도를 무려 9년이나 지속했다. 서호 또는 항저우 호텔로 나가 외국인들에게 무료 가이드를 해주면서까지 억척같이 영어를 배워냈다.
이때 배운 영어로 훗날 정부의 시 관리자들 미국 출장에 영어 통역사로서 함께 가게 되었고, 그곳에서 인터넷을 처음 접했다. 이때부터 인터넷의 매력에 빠져 인터넷 불모지인 중국으로 돌아와 인터넷 사업을 시작해 지금의 알리바바를 만들어 냈다. 조언을 곧장 실행한 실행력과 9년간 몸으로 부딪쳐가며 끈기 있게 배운 영어가 엄청난 기회를 가져다준 것이다.
무슨 일을 하든 시작은 우리를 얼어붙게 만든다. 다른 사람의 성공담이나, 마음을 설레게 하고 북돋는 이야기들을 들을 때면 나도 꼭 실천해봐야겠다는 생각은 드는데, 대부분 생각으로만 그치는 경우가 많다. “한 번도 실패하지 않는 방법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당연히 실패할 일도 없고 기회 또한 없다.
사회에서 소위 말하는 성공이라는 것을 한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이 성공한 바탕에는 ‘운’이 따랐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그 운은 어디서 오는 걸까? 나는 운을 만들 수는 없지만 운이 발생할 확률은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2개의 점이 선으로 이어질 방법은 고작 1가지지만, 점이 3개라면 이어질 방법 또한 3가지로 늘어나고, 4개의 점은 6개, 5개의 점은 10개로 늘어난다.
작게나마 시작해본 실행이란 점이 하나씩 늘어날수록 나에게 기회라는 이름의 선이 이어질 가능성이 놀라울 정도로 늘어나는 것이다. 그래서 생각을 실행으로 옮기는 것은 중요하다. 당장은 아주 소소한 일처럼 보일지 모르나, 이런 점들이 모여서 큰 힘을 이뤄낸다. 강연자로서도 전 세계적으로 스타인 마윈은 한 강연에서 이런 말을 했다.
한 번에 도약해서 높은 곳으로 오르려 하기보다는 조그만 성취를 쌓은 뒤 한 계단 한 계단 올라갈 필요가 있다.
많은 사람이 ‘5일 완성’, ‘2주 마스터’ 등등 원하는 걸 빠르게 성취할 수 있는 지름길을 원한다. 하지만 세상에 지름길은 없다. 착실히 실행의 점들을 모으고, 마윈이 무려 9년간 외국인 관광객들과 대화를 시도했던 것처럼 꾸준히 지속하는 끈기가 필요하다.
나 역시 세상 어딘가에 나만 모르는 지름길이 있을 거라며 그 지름길을 찾기 위해 많은 시간을 보냈다. 지름길이 버젓이 있는데 굽이굽이 돌아가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었다. 세상에 존재하는지도 모르는 상상 속의 유니콘 같은 지름길을 찾아 무수히 찾아 헤맸다.
그러나 지름길을 기대하면 지속하지 못한다. 금방 끝날 것 같은데 끝나지 않고, 금방 손에 닿을 것 같은데 닿지 않으면 지치기 때문이다. 지름길은 없다. 이 사실을 인정해야 먼 길을 떠날 채비를 단단히 할 수 있다.
원문: Peter Kim의 브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