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일의 홍수에 파묻혀 산다. 시간은 없는데, 일은 넘쳐난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처리하지 못한 일은 항상 존재하고, 연차가 높아질수록 업무량은 늘어났으면 늘어났지 줄어들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일 복이 많은 탓인지 어느 회사에 가든 일이 많아 일찌감치 일을 빠릿빠릿하게 처리하기 위해 생산성 개선을 공부했다. 특히 일하는 시간과 성과가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고 나서부터 일을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것에 관한 고민을 시작했다. 지난 몇 년간 스스로 여러 생산성 관련 책을 보고 방법을 실험해보면서 가장 효과 있었던 4가지 방법을 공유하고자 한다.
1. 시간의 무서움을 안다
시간의 무서운 점은 해야 할 일을 제때 하지 않고 미루면 부채처럼 쌓여서 무거운 스트레스를 안겨준다는 점이다. 벼락치기로 시험공부를 하거나 발표 준비를 전날이 되어야 부랴부랴 할 때 스트레스를 받은 경험이 종종 있을 것이다. 게으름에는 시간의 보복이 뒤따른다.
우리는 생각보다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마감 시간이 다 돼서야 발휘가 되었던 생산성을 본인의 평소 일 처리 속도로 착각하고 그것을 기준으로 일정 산정을 하면 다음에도 마감 시간이 다되어 급하게 일을 처리하는 사태가 발생한다. 악순환의 반복이다.
본인이 생각한 시간의 2배로 여유 있게 일정을 산정해보자. 예를 들어 보고서를 작성하는 데 2시간이 걸릴 것 같다면 4시간을 잡자. 일정을 여유 있게 잡은 후 빨리 끝냈을 때의 성취감은 일하는 데 있어서 동기부여가 된다. 빠듯하게 일정을 산정하면 시간 내 처리하지 못한 일은 이자처럼 쌓여 스트레스를 줌으로써 오히려 일을 처리하는 속도가 느려질 수 있다. 시간을 너무 타이트하게 잡거나 흐지부지 보내어 시간 부채가 쌓이지 않도록 해보자.
팁. 자신의 일 처리 속도나 생산성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싶다면 일을 최대한 많이 벌려보는 것을 추천한다. 조금은 극단적인 방법이긴 하지만 계속해서 몰려오는 데드라인들의 홍수 속에서 생산성이 높을 때와 낮을 때의 일 처리 속도를 비교할 수 있고, 시간을 흘려보냈을 때의 무서움을 확실하게 느낄 수 있다. 시간의 무서움을 인지하면 실행력이 빨라진다.
그리고 반드시 이 과정에서 각 테스크를 처리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을 트래킹해보자. 일의 성격이나 상황에 따라 소요되는 시간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비교해보면 시간을 미리 계획하는 데 있어 많은 도움이 된다.
2. 성과를 보장하는 우선순위 세우기
이 글을 읽는 독자분들이라면 일의 성취에 대한 욕심이 많은 분일 것이다. 일을 더 잘하고 싶고, 회사에서 인정도 받고 싶다. 필자도 일 욕심과 인정에 대한 욕구가 강해 무리한 일정과 목표 설정으로 건강이 상한 적도 있다. 특히 하루에 할 일 목록(To Do List)에 작성된 항목의 수가 너무 많아 일과가 끝났는데도 반 이상 남은 리스트를 보며 스트레스받고 긴장 상태로 지낸 적도 많다.
연차가 낮은 사회 초년생의 경우에는 많은 가짓수의 일을 처리하는 것이 성과에 긍정적으로 반영된다. 하지만 경력자의 경우, 일을 많이 하는 것보다 중요한 업무를 처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베들레헴 철강회사의 사장인 찰스 슈왑에게 생산성 컨설턴트 아이비 리가 해준 조언을 따라 해보자.
- 자기 직전에 내일 끝내야 할 6개의 과제 적기
- 6개 과제의 우선순위를 정할 것
- 첫 번째 과제에 집중하고, 끝날 때까지 다음 과제로 넘어가지 않기
- 만약 하루가 끝났는데도 과제가 남았다면 다음 날로 넘기기
- 이를 매일 반복할 것
언뜻 보기에는 너무나 단순해 보이는 이 방법을 통해 찰스 슈왑은 당시 매너리즘에 빠져있던 회사 직원들의 생산성을 크게 개선했고, 아이비 리에게 무려 5억에 달하는 돈을 지불했다고 전해진다. 이 심플한 방법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우선순위 세우기다.
사람들은 보통 중요한 일보다는 급한 일을 먼저 처리하게 된다. 급하면서 간단한 일들을 많이 처리하면 스스로 바쁘게 지내고 일을 많이 하고 있으며 생산적이라는 느낌을 준다.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우리가 집중해서 리소스를 투여해야 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중요한 일들은 대체로 처리하기가 까다로운 경우가 많아 시작하기가 쉽지 않다.
리타 엠멋의 ‘엠멋의 법칙’에 따르면 실제 일하는 것보다 일하기를 두려워하느라 소비하는 시간과 에너지가 더 크다고 한다. 해당 과제가 끝날 때까지 다음 과제로 넘어가지 않고 얼른 끝내버리는 것이 좋다. 간단한 일들을 많이 처리하는 것보다 당장 느껴지는 성취감도 적고 심적 부담감도 크겠지만 중요한 일을 해냈을 때 성취감은 물론이고 업무 평가도 더 좋아질 것이다.
3. 업무 집중 시간 정하기
일하기 싫은 기분이 갖는 힘은 생각보다 강력해서, 동기부여가 되지 않을 때는 온갖 핑계가 떠오르기 마련이다. 옆 테이블이 너무 시끄러워서, 온도가 맞지 않아서, 배가 고파서 등 마감 전날이라면 절대 발생하지 않을 핑계로 인해 일이 지연되기 마련이다.
직급이 올라가고 연차가 쌓이면, 회의가 많아지고 엮여있는 프로젝트들이 늘어나기 마련이다. 업무시간에 이 회의 저 회의 불려다니고, 진행 상황만 체크했을 뿐인데 어느새 저녁이 되어 있는 경우도 많다. 나도 마찬가지로 일이 많고 바쁜 것 같긴 한데, 일의 효율은 떨어지는 듯한 느낌을 많이 받았다. 이럴 때 유용했던 방법이 업무 집중시간 설정이었다.
회사마다 다를 수 있겠지만, 내가 다니던 회사는 오후 시간에 회의가 몰려 있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오전 10시부터 점심시간까지 시간을 제대로 활용하지 않고 커피를 마시거나 이메일 몇 개 정도 보내다 보면 오후 시간은 이리저리 치이다가 하루가 끝났다. 업무 집중 시간을 오전 10시부터 12시로 설정해 이 시간 동안에는 웬만하면 이메일 답변 등의 우선순위가 떨어지는 일은 제쳐두고 그날 꼭 완수해야 하는 일을 처리하는 데 시간을 쏟기 시작했다.
단지 2시간 집중 시간을 설정했을 뿐인데, 많은 변화가 있었다. 우선 중요도가 높은 일들의 처리 속도가 월등히 빨라졌고, 사용 가능한 시간이 2시간 밖에 없으니 나름의 데드라인의 효과를 주어 업무 처리 속도도 향상되었다. 회의에도 더 준비된 상태로 참석할 수 있었고, 오후 업무 이후에도 할 일이 남아있어 매일 같이 야근하던 습관에서도 벗어날 수 있었다.
일을 길게 하는 것은 생산성 향상에 도움이 전혀 되지 않는다. 오히려 밀도 있게 집중해서 일하고 퇴근 후에는 개인적인 시간을 보내는 것이 워라밸을 유지하는 방법이다. 이 집중 시간 설정은 개인적인 일에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는데, 필자는 저녁 10시부터 자정까지는 항상 똑같은 카페에 같은 자리에 앉아서 2시간 동안 글쓰기나 사이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데 집중하는 시간을 만들었다. 하루에 딱 4시간의 집중으로 평소보다 얼마나 더 많은 일을 처리할 수 있을지 비교해본다면 그 결과에 놀랄 것이다.
4. 스스로 데드라인 설정하기
팀어번의 ‘할 일을 미루는 사람의 심리’라는 제목의 Ted 영상을 보면, 데드라인이 얼마나 생산성에 영향을 미치는지 잘 설명해주고 있다. 2주가 지나도록 과제의 첫 문장도 쓰지 못하던 사람들이 어떻게 마감 전날에는 기적적으로 밤을 새워가며 10장이 넘는 글을 쓸 수 있는지 말이다. 이렇게 외부 요인에 의한 데드라인은 강력한 동기를 부여하고 몸을 움직이게 만든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마감기한에 쫓기다가는 몸이 남아나질 않는다. 일을 조금이라도 미리미리 하려면 스스로 데드라인을 설정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여기서 데드라인은 ‘이번 주 수요일까지는 칼럼을 작성해야지’와 같은 형태의 추상적인 데드라인은 아니다. 이런 식의 데드라인 설정은 여간 의지가 강한 사람이 아니면 지켜지지 않는다는 것을 경험한 독자도 많을 것이다. 스스로 데드라인을 만들 때는 짧게 구체적인 시간 단위로 잡는 것이 좋다.
‘앞으로 30분간은 글의 개요를 잡는다.’, ‘다음 30분은 리서치를 한다.’ 등으로 시간/분 단위로 짧게 타이머를 사용하여 단기적인 긴급함을 만들어내면 우리의 뇌는 그것에 속아 넘어가 줄 것이다. 이때 시간의 트래킹에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앱으로 포커스 투 두(Focus To Do), 포레스트(Forest), 포커스(Focus) 등이 있다. 안드로이드와 iOS를 모두 지원하는 앱들이니 한번 사용해보면 생산성 향상에 유용하게 쓰일 것이다.
원문: 킹홍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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