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동안 근무한 구글을 떠난 한 구글러의 포스팅 ‘왜 나는 구글을 떠났는가(Why I Left Google)’를 읽었다. 높은 연봉, 무료 식사, 마사지를 제공하는 데다가 최고의 브레인을 가진 좋은 동료들까지. 구글은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신의 직장‘이다. 하지만 그녀는 이곳에 있다가는 내 자신의 모습으로 살아갈 수 없다는 이유로 더 이상 행복해질 수 없는 삶의 방식을 그만 두기로 했다. 진짜 자신이 살고 싶은 삶을 살기 위해.
‘신의 직장’ 루트를 노리는 많은 이들이 의아해할 수도 있는 부분이다. 구글처럼 업무 조건이 좋고 눈에 띄는 곳이 일지언정, 최고의 일과 최고의 직장이 아님을 보여주는 글이다.
이전에 나는 ‘나’를 잃어버린 적이 있다.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하고자 그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나’를 연출했고, 내가 못하는 것도 잘하는 척하고자 노력했다. 하지만 남은 것은 나에 대한 깊은 실망이었다. 모든 것이 내 탓 같았다. 하지만 지금은 ‘그저 그 업무가 나에게 맞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모두가 가지고 있는 가능성의 씨앗은 다른 것이고, 이제는 그 씨앗에 싹이 나기 시작했으니까.
위의 구글러도 그런 생각을 했던 거 같다. 모두가 부러워하는 신의 직장이 그녀에게는 최고의 일터가 아니었다. 회사에서 이탈(?)하지 않고 모든 것을 구글 캠퍼스 내에서 해결하며 일을 할 수 있도록 최고의 환경을 제공했지만, 그녀가 하고 싶은 것은 빵을 굽고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이었다.
그래서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을 위한 세 가지 조언을 하고자 한다. 이 문제에 이렇게 관심이 많은 이유는 나 역시 최근까지 내가 잘하는 것, 하고 싶은 것을 고민하던 이였기 때문이다. 결국 가장 잘할 수 있고 열정을 가질 수 있는 일을 하게 되었다. 조금이라도 더 많은 이들이 자신이 최고가 될 수 있고 결코 질리지 않는 일을 하는데 보탬이 되었으면 한다.
1. ‘직업’보다 ‘방향’ 정하기
구글의 CCO 로버트 웡은 한 강의에서 Work를 ‘Job’ ‘Career’ ‘Calling’ 의 세 측면으로 본다고 했다. 내 경험에 의존하자면 Calling에 의해, 내 영혼이 원하는 일을 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나에 대해 잘 모르겠다면, 자신의 페이스북/카카오스토리 등 소셜 미디어를 들여다 보자. 누구나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강력하게 반응하게 되어 있다. 때로는 나의 너무 ‘덕후’스러운 기질이 알려지지 않았으면 해서 ‘비공개’로 올린 것도 있을 것이다. 이를 찬찬히 살펴보면서 나는 어떤 것을 할 때 질리지 않는지 찾아보고 그 중 커리어적으로 잘해내고 싶은 부분이 있는지 생각해 보자.
내 경우 그 방향은 ‘웹’이었다. 어릴 때는 학습 만화 콘티 등의 알바를 했다. 하지만 웹으로 방향을 정한 이후는 그 방향성만으로 충분히 즐거웠다. 특히 2010년부터 해왔던 업무들 – 소셜 미디어 운영, 차세대 크리에이티브를 위한 인사이트 발굴 등 – 은 이전에는 국내에 없었던 업무들이며, 직책도 새로이 만들어진 것이었다.
그렇다고 무조건 ‘좋아하는 일’을 권하는 건 아니다. 개인적 삶과의 균형이 필요하다. 10년 정도의 직장인 생활 중 가장 힘들었던 경험은 인간 대접을 받고 싶다고 생각했을 정도로 만족도가 낮았다. 내가 나를 인정할 수 있고, 가능하면 함께 일하는 사람들도 그 일의 가치를 인정해주는 쪽을 권한다. 내가 추구하는 가치를 먼저 알아주고 함께 나누고 토론하며 발전시킬 최고의 사람들이 곁에 두는 방향을 권하고 싶다.
2. ‘내 영혼이 이끄는 방향’의 경험 넓히기
업무 성격 상 광고·마케팅을 지원하는 친구들을 만나보게 되는데, “대학생으로서 할 수 있는 경험은 한정적이다”라고 생각해서 공모전에 유독 매달리는 거 같다. 광고·마케팅을 하고자 하는 이들이라면 이를 통해 제안서나 광고 기획/제작 능력을 높일 수 있고, 실제 광고하는 이들의 피드백을 받을 수 있고, 잘 하면 해외 광고제를 견학할 수 있어 물론 좋다.
공모전도 좋지만 어느새 이력서에 점수 외 쓸 것은 공모전 밖에 없어진 느낌이다. 공모전 십수 개를 붙는 능력자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공모전은 복불복이 크다. 요즘은 스펙보다 스토리라고 해외 봉사활동까지도 한다는데 딱히 업무 수행 능력과 관계가 없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이외의 어떤 것을 이력서에서 어필해야 할까? 이력서와는 거리가 멀겠지만 적어도 그 답은 현업에서 가장 잘 알 것이다. 대기업 취업한 선배가 와서 하는 취업 설명회가 아닌 업계 사람의 진솔한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방향’을 잡아가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현업 종사자를 어디에서 알 수 있을까? 어렵지 않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 소셜 미디어를 공개한, 혹은 관심 있는 업계 사람들을 컨택하면 된다.
대학교 때 커리어를 고민하던 중 우연히도 해외 광고회사에서 근무하는 분을 알게 되어 서울을 안내하게 되었다. 그 분은 내 전공인 디자인을 주로 하는 곳보다 다른 곳에서 일을 배우는 게 향후 더 도움이 될 거라는 얘기를 해주셨다. 이후에도 그분이 다니는 회사로 찾아가서 또 뵙고 좋은 얘기들을 들을 수 있었다.
소셜 미디어로만 아는 사람들에게 만나고 싶다고 말하는 것을 의외로 어려워하는 거 같다. 하지만 진짜 실력 있는 이들은 자신의 경험의 폭을 넓히고 지식을 넓히기 위해 더 많은 이들을 만나고 얘기를 듣고 싶어한다. 나 또한 벌써 30대이기에 최근 20대들은 어떤 것을 고민하고 있는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듣고 싶어 영어학원에서 대학생들과 서툰 영어로 대화하며 두 마리 토끼를 잡곤 한다.
직장에 들어가서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영혼이 이끄는 방향과 가까운 지점에 있다고 생각되는 이들(이미 당신은 그들과 친구이거나 팔로우하고 있을 수 있다.)에게 말을 걸어보고 만날 약속을 잡아 보자. 나도 이런 식으로 해외 에이전시의 분들을 만나기도 하고 실시간으로 해외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와 채팅을 하기도 한다.
자신의 노력에 따라 얼마든지 좁아질 수 있는 세계다. 이미 자신이 가고 싶은 방향과 비슷한 지점에 가 있는 이들의 경험을 통해 미리 간접 체험을 해 보고 나의 길을 그리는 데 참고로 삼자. 그리고 그들에게도 당신이 줄 수 있는 것들을 아낌 없이 내놓자. 그렇게 이야기가 오가는 중에서 서로의 매력을 발견할 수 있고, 이런 과정에서 좋은 인상과 좋은 인연을 남기는 것은 미래의 나와 그 사람에 대한 투자다.
3. 나의 히스토리와 여정을 보여줄 허브 갖기
이제 내가 갈 방향을 정하고, 그 방향 가까이에 있조는 이들을 만나고, 경험을 쌓게 되었다면, 이 또한 그냥 흘려보내지 말고 자산화하자.
페이스북 페이지/블로그/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의 커뮤니티 등 자산화할 수 있는 곳이 풍성해졌다. 자신만의 허브가 없다면 얼마든지 공짜로 만들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여행을 좋아한다면 여행을 갔던 곳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사진과 함께 정리할 수도 있고, 팁을 정리해서 친구들에게 공유할 수 있다. 굳이 해외 여행일 필요도 없다. 요즘 국내 여행도 인기니까.
워드프레스를 쓴다면 스킨을 적용해서 포트폴리오 사이트로 쓸 수도 있다. 또한 어떤 소셜 미디어를 쓰느냐에 따라 자신의 성향이나 전문성을 보여줄 수 있다. 예를 들어 인스타그램을 자주 사용한다면 사진 찍기를 좋아하는 사람, 라인 카메라를 애용한다면 아기자기하게 꾸미는 걸 좋아하는 재치 있는 사람 등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렇게 자신이 사용하는 소셜 미디어의 주소를 이력서에 추가하는 것은 이제 두말할 것 없는 필수 사항이다. 특히 어린 나이일수록 디지털에 대한 수용도가 높고 유연하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에 이런 인식을 강점으로 어필하면 좋다. 대기업의 경우 역으로 신입사원이 디지털을 알려주도록 일부러 나이 있는 고위층과 신입사원을 묶기도 한다.
내 경우는 업무상 브랜드 블로그·커뮤니티를 운영하기 전에 이미 개인 블로그와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오프라인 모임을 주최하는 등 여러 경험을 쌓았고 이게 큰 도움이 되었다. 더불어 내가 이런 걸 할 수 있다는 것도 깨달았다.
내 현재 스펙이 아닌 미래의 가능성을 보는 회사에 취직하기
이것이 내가 꿈꾸는 이상적인 취업이다. 이력서를 채울 ‘스펙’들을 위주로 채우다 보면, 이력서에 맞는 것들을 준비할 수 밖에 없다. 영어 공부를 하고 공모전을 나가고 평이한 이력서가 되기 쉽다.
하지만 많은 경우 자신의 가능성은 아직 발견하지 못한 것일 수도 있다. 나도 업무를 하면서 내가 잘하는 것을 꾸준히 탐색하면서 그 분야의 책을 읽고 정보를 수집하고 관련된 사람들을 만나고 꾸준히 피드백을 받으며 결국 열정적으로 잘할 수 있는 것, 하고 싶은 것을 찾게 되었다.
그러니 자신에 대한 믿음, 자신이 최고로 잘할 수 있는 걸 하게 되리라는 믿음을 잃지 말자. 점수에 맞춰서 어쩔 수 없이 선택한 전공이라도 도움이 될 날이 있다. 내가 Calling이 이끄는 방향으로 가면, 내게 맞는 최고의 직장도 Calling에 이끌려 인연을 맺을 수 있을 것이다.
함께 얘기를 해 보고 싶은 분들은 페이스북 메시지나 트위터 멘션으로 말을 걸어주길 바란다. 현실과 동떨어진 이상론을 말하기는 싫고, 페이스북 내 친구 수를 많이 늘리고 싶어서 페이스북을 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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