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년 동안 사채 일수를 쓰다가 딸에게까지 사채빚을 안긴 시장 밥집 아주머니가 자살 시도를 했습니다. 다행히 목숨을 건진 아주머니는 모진 마음을 먹고 개인파산을 신청해 면책을 받아 한 시름 놓았는데요. 그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청천벽력같이 사기죄로 경찰에 소환당한 겁니다. 그 아주머니의 딸이 ‘민생연대’로 편지를 보냈습니다. 다음은 그 편지 내용을 발췌한 것입니다.
저는 김○○ 씨 딸 XXX라고 합니다.
약 10년 전 쯤부터였습니다. 저희 엄마는 중앙시장(금천구 소재) 지하에서 작은 밥집을 하셨습니다. 다리가 불편하신 아버지도 함께 하셨습니다. 아버지는 제가 어렸을 적 사고를 당해 고관절 수술을 하셔서 장애등급까지 받으셨어요. 먹고 살기 위해 아버지는 무거운 배달통을 들고 다니시면서 배달을 하셨고 엄마는 주방에서 음식과 설거지를 하셨습니다.
저는 그런 부모님 덕분에 아쉬울 것 없이 잘 먹고 잘 입고 자라왔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엄마는 언제부터인가 집에 오시면 한숨과 눈물이 잦으셨고 죽고 싶다는 말을 많이 하셨습니다. 저는 그런 엄마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2010년 어느 날 엄마가 제가 다니는 직장으로 다급하게 연락을 하셨습니다. 엄마는 우시면서 저에게 “자식한테 이런 부탁 하는 거 정말 몹쓸 짓”이지만 “너무 급해서 그러니 대출을 좀 받아 달라”고 말씀하셨어요. 너무 놀랐습니다. 생활력이 강하셨던 엄마가 그런 말을 하시니 정말 큰일이 난줄 알았습니다. 얼마나 급하셨으면…
무슨 일인지 묻지도 않은 채 사금융권 2군데에서 700만 원 가까이 되는 금액을 대출받아 어머니께 드렸지요. 그때는 그저 가게 운영하는데 무슨 문제가 있나, 운영이 힘들 밑천 때문에 그러시나 싶었습니다.
직장을 다니면서 대출금을 조금씩 갚아 나갔습니다. 엄마 때문에 생긴 제 빚이 어느 정도 청산이 되갈 무렵, 엄마는 또 한 번 부탁을 하셨습니다. 추가대출을 좀 받아달라고 말입니다. 저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도대체 어느 정도로 가게 운영이 힘드시기에 대출을 또 받아달라고 하시나.
우선은 거절 했지만, 엄마의 눈물과 힘들어 하시는 모습에 추가 대출을 또 받아서 어머니께 드렸습니다. 엄마의 부탁을 마지못해 들어 주긴 했지만, 또 늘어난 사금융 빚을 갚아 나가야하는 현실이 너무 버거웠습니다. 엄마가 이해가 되지도 않았고요.
그러던 어느 날 사건이 터졌습니다. 엄마가 이제까지 감당하셨던 빛더미를 더 이상 견디지 못하시겠다고 하시며 채무 사실들을 털어 놓으신 겁니다. 주렁주렁 달린 불법 사채 일수… 순간 정말 너무 놀랐고 그 빚 때문에 내가 추가대출까지 받아서 줬다는 사실이 너무 끔찍하고 싫었습니다.
엄마는 아버지와 저와 남동생에게 모든 사실을 알리고 죽을 시도까지 하셨습니다.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고, 파산면책을 밟아 엄마의 사채 빚도 청산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며칠 전 돈 놀이를 했던 사람이 하나가 엄마를 금천경찰서에 사기죄로 고소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지금 죽을 것만 같았던 엄마의 그 때 그 표정을 다시 보고 있습니다. 뜬 눈으로 잠도 못 주무시고 있습니다. 정말 사는 게 너무 지옥 같습니다. 아프신 아버지는 병원을 오가며 병세가 더 악화 되셨고, 저 역시 아직도 갚지 못한 채무로 너무 버겁습니다. 어느 순간 무너진 저희 집이 너무 안타깝고 숨이 막힙니다.
저는 저희 엄마를 잘 압니다.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아마 그동안 가족들 몰래 숨기시면서 하루하루 감당 하셨을 겁니다. 엄마를 많이 원망하고 눈물로 지새울 때가 많았지만 이제는 엄마를 이해하고 엄마편이 되고 싶습니다.
“저희 엄마 살려주세요!”
XXX 올림
대부업자들은 종종 거래과정에서 발생한 서류(차용증 또는 위임장 등에 기초해서 작성된 공정증서 등)를 가지고, 자신의 불법 부당한 기준으로 계산한 채무를 갚지 않았다며 채무자를 사기죄로 고소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돈을 갚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사기죄가 성립되지는 않습니다.
대출거래에서 사기죄는 사람을 속이고 기망(欺罔)하여 금전을 편취할 때 성립되는 범죄이며, 생활상의 불운이나 사업상의 불운으로 채무자가 돈을 갚지 못할 경우에는 사기죄가 성립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대부업자가 사기죄로 고소했을 때는 당황하지 말고 다음과 같이 대처할 필요가 있습니다.
1. 실 대출금을 정리하라
언제부터 언제까지 실제로 얼마를 빌렸고 얼마를 갚았는지를 정리하세요. XXX 씨 어머니의 경우 정리해봤더니 2009.08.06.∼2010.03.02. 이 기간 실제로 빌린 돈은 총 1억 2,222만 원이었으며, 갚은 돈은 현금으로 갚은 돈 수천만 원을 제외해도 2009.06.11.∼2010.08.18. 기간 1억 2,518만 원이었습니다.
2. 증거 자료를 경찰에 제출하라
통장거래내역 등과 이것을 기초로 정리된 자료를 경찰서에 증거자료로 제출하고 소명하세요. 즉, “돈을 이렇게 빌리고 갚았으며, 돈을 떼먹을 의사는 전혀 없었고, 단지 생활상의 불운, 사업상의 불운 등 때문에 상대가 원하는 만큼 갚지 못했을 뿐이다”는 취지로 진술하면 됩니다.
3. 대부업자의 불법 부당 행위에 대항하라
셋째, 대부업자 대다수(간혹은 국민적으로 노출된 대형대부업체들조차)는 대출거래 과정에서 불법 부당한 행위를 하는 경우가 많으며, 이에 대해서는 경찰서 고소나 기타 신고(예; 탈세혐의는 국세청 신고, 등록 대부업자가 계약서를 주지 않거나 계약서 내용의 법령 위반은 지자체 신고 및 검사요청 민원) 등 별도로 대항하세요.
대부업자의 불법 부당한 행위를 구체적으로 가장 많이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은 이자율 위반혐의(대부업법 제8조, 제11조 위반혐의; 상대가 개인일 때는 이자제한법 제2조 위반혐의), 미등록 혐의, 불법 부당한 빚 독촉행위(채권추심법 위반혐의)이고, 이외에도 탈세 혐의 등 수많은 유형의 불법 부당한 행위가 있을 수 있습니다.
XXX 씨의 엄마 김○○ 씨의 거래내역에서는 대부업법 위반혐의(연 225.69%의 이자율 등을 적용하여 이자율 위반, 등록하지 않고 대부업 행위를 하여 미등록 혐의)가 있었고, 이에 대해 맞고소로 대항할 수단이 있었습니다.
4. 공인된 전문기관의 도움을 최대한 받아라
제가 대표로 있는 ‘경제민주화를 위한 민생연대’, 약칭 ‘민생연대’는 사채·대부업 피해에 대해 무료법률지원 활동을 하는 비영리 민간단체입니다(법무부 등록 제8호). 이뿐 아니라 법률구조공단(국번없이 132), 금융감독원 사금융 피해신고센터, 서울시의 금융복지지원센터(다산콜센터; 서울은 국번 없이 120) 등을 통해 최대한 법률자문과 도움을 구해야 합니다.
원문: 시사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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