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집으로 오세요.” 그녀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에디터의 달팽이관부터 발끝까지, 온 전신에 그린라이트를 팟팟키웠다. 그녀의 자취방이 있는 부산으로 출장 간다고 하니, 우리 회사 늑대들은 기차표를 알아봤고, 기름값을 계산하기 시작했다. 불행하게도 그들은 피앙세들과의 약속을 잊고 있었다. 본인들에겐 재앙이었겠지만, 그들의 여자친구에겐 구사일생이었던 이번 취재. 자취방과 박현서, 그것만으로 이 인터뷰 읽어 볼 가치가 있지 않은가.
– 에디터 유지수, 포토그래퍼 유지수
반갑다. 자취방이라니. 내가 나쁜 사람이면 어쩌려고? 이 방에 몇 명의 남자가 와봤나?
너무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아서. (웃음) 이 전의 인터뷰들은 날 너무 힘들게 했다. 서울에 올라가는 건 괜찮은데, 옷을 야하게 입히고 인터뷰도 화보 위주로 진행하더라. 이 전에 상의도 없었는데 말이다. 5시간 동안 옷도 계속 갈아입으라 하고, 야한 포즈도 시키더라.
난 착하고 능글맞은 사람이다. 그래도 조금 걱정은 했나 보네! 혼자 산다고 들었는데, 어머니가 와 계시다니. (옆에 계시던 어머니 왈 : 이 기사는 좋게 나가는 거야?) 선정적인 기사들이 많더라. 선정적인 것에 대해서 거부감은 없다. 그래야 조회 수가 높으니까 이해한다. 엄마가 안 좋아하지. 나는 악플을 일부러 안 보는 게 아니라, 너무 많아서 귀찮아서 못 읽는다. 성격이 많이 무디고, 단순한 편이다.
이상한 댓글 많던데? 기사 제목들도 가관이더라. 기레기들 참 많아.
아 그래? 7년 동안 인터넷 속에서 일을 해서 그런지, 익숙해서 그런지. 욕하고 섹드립 치는 것 보다 상처가 되는 말이 뭐냐면, 억지로 까는 게 아니라, 논리정연하게 날 평가하는 것. 그게 더 상처다.
방송 7년째라니, 베테랑이다. 방귀 뀌더라도 웃으면서 넘어갈 수 있는 경력인데? (웃음) 처음 방송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중 2 때, 세이클럽에서 남자 BJ(BJ민)가 하는 방송을 듣게 되었다. 성시경 목소리의 꿀성대를 갖고 있는 오빠였다. 그 오빠를 사적으로 알고 싶다는 생각에, BJ 오디션을 봤다. 실제로 봤는데, 가로로 긴 사람이었다. 분명 목소리를 성시경인데, 그 사람이 뻐끔 거리는 듯 한 모습이었다.
환상이 와장장장창문. 세이클럽에서 BJ 하다가, 아프리카TV로 넘어온 이유는? 별풍선 때문인가?
아니. (웃음) 기존에 하던 들리는 라디오와는 다르게, 보이는 라디오라 재미있을 것 같아 시작했다. 초반엔 베스트BJ들에게만 풍선을 나눠줬다. ‘풍선이 뭐예요?’라 하니까, ‘돈으로 환전할 수 있어요.’하길래 당장 환전했지. (웃음)
첫 월급이 얼마였나?
28만 원. ‘내가 좋아하는 방송도 하고 돈도 버나? 와 쥑이네!’ 점점 돈 욕심이 생기더라. 주마다, 달마다 돈을 환전할 수 있다.
난 앉아서 돈 버는 사람들이 부럽더라. 그러니까 생활하고 있어도 돈이 들어오는 사람들! 나름 일상에서 돈을 벌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월수입은 얼마나 되는가?
시상식(2013아프리카 TV 토크 부분 최우수상) 이후로 훨씬 많이 받는다. 거의 200 – 300만 원차이. 아쉽게 번다 싶을 때는 300만 원, 오 좀 괜찮은데 싶을 때는 500만 원 정도.
20대 여자 혼자 사는 집이 왜 이렇게 좋나 했는데, 이유가 있었구먼. 경제적으로 완벽하게 독립했네. 첫 자취인가?
23살 때, 미술 입시 준비를 위해 홍대 앞에 살았다. 그 이후로 계속 혼자 산다. 방송하려면 아무래도 혼자 사는 게 편하니까.
방송하다 부모님이 들이온 적 있나?
부모님이 들어온 적도 있는데, 오히려 그런 걸 더 재미있어 한다. 장모님 이러면서. (깔깔)
여자 혼자 살기엔 너무나 험한 세상이다. 몇 년 후엔, 전자발찌를 패션 아이템이라며 자랑하는 사람도 나올걸? 그동안 스토커는 없었나?
있었다. 한 번은 집 앞에 차를 세워놨는데 파란 페인트를 들이부어 놨더라. 오토바이도 파란색, 집 앞에도 파란색 페인트가 뚝뚝 떨어져 있었다. 그 뒤로, ‘나 너 죽일 거다.’, ‘내가 이 편지를 넣고 가는 길에 너를 만나게 된다면 반갑게 인사할게.’ 등이 적힌 편지가 집으로 왔다. 경찰에 의뢰했는데, 지문도 없고.
그 정도면, 사람에 질릴 것 같다. 그런데도 얼마 전 정모도 한 것 같던데. 분위기는 어땠나?
다들 나만 본다. 얼굴 다 뚫리는 줄. ‘너 캠이랑 같은지 보겠어.’ 이 표정으로 보신다.(웃음)
어쩔 수 없다. 나도 얼짱 실물이 늘 궁금했으니까. 근데 현서 씨는 비슷한데?
다르다는 사람 많다. (웃음) 학교 도서관에서 자는 것도 찍혔다. 공부랑 담쌓은 건 사실이지만.
인터넷이 고장 나서 생방송을 진행 못 했다는 글을 봤다. A/S 아저씨를 부르니 뽑혀 있던 인터넷 선을 꽂아주고 갔다고. 아저씨가 자기 꼬시려고 부른 지 알겠다.(웃음) 택배 아저씨, 우체부, 음식점 배달부에게 대시 받은 적 있는가?
“어, 선이 뽑아졌네? 컴맹이에요?” 라 하고 쿨하게 가시던데. (깔깔) 피자집 배달 학생들은 가끔 그런다. “누나, 쿠폰 드릴 테니까 번호 주면 안돼요?”
난 배달 오면 숨는데? 초인종 소리 나면 후다닥 방으로 도망가고, 동생 내보내는 게 진리 아닌가여? 아, 근데 아까부터 이 개냥이는 뭔가.
두부다. 하얗게 생겨서 두부인데, 좀 크더니 약간 곰팡이 핀 것 같다. 진짜 개냥이다. 멍청하고, 호기심 많고 도도 하진 않고. 자기가 먼저 나가서 손님들 반긴다.
미묘다. 집사 노릇할 맛 나겠다.
‘렉돌’이라는 종이다. 한국에 흔하지 않은 종이라, 렉돌 홍보 목적으로 나에게 분양해주셨다. 처음엔 주인도 못 알아보고 도도한데 무슨 맛으로 키우냐 했는데, 고양이 만의 매력이 있는 것 같다.
수컷인가, 암컷인가?
고자다.
사전에 페이스북으로 팬들에게 질문을 받았다. 섭섭할 만큼 독한 질문은 별로 없더라. 평소 팬 관리를 잘 하고 있는 건가?
차단 당할까 봐 그러는 것 같은데. (씨익) ‘선정적인 것도 괜찮아요.’ 하면 올렸을 거야.
심한 말하는 사람도 있나?
야한 말 많이 하는데, 채팅창을 잘 안 본다.
일부러?
아니, 내 얘기하느라 바쁘다. (깔깔) BJ 사이에서도 채팅창 안 보는 BJ로 유명하다. 풍선 많이 받는 BJ에게 “난 왜 풍선을 별로 못 받지…”라 하면 “그걸 몰라서 묻느냐?”라 한다. 소통하는 맛이 없어서 그런가 보다.
BJ 매니저도 있다고 들었는데, 도움 좀 받아라. (웃음) 매니저는 어떠한 시스템으로 운영되나? 따로 월급을 주는 건가?
아니다. 그분들은 의도치 않게 매니저가 된 거다. 매일매일 들어오시길래, ‘매니저 해주세요.’라 했다. 매일 들어오시는 매니저는 네 분이시다.
BJ 매니저는 어떤 일을 하나?
채팅창 관리, 블랙리스트 관리, 내 뒤를 든든하게 지켜주는 백이다. 하는 일이 되게 많으시다. 작년 시상식 때, BJ 한 명당 다섯분을 초대할 수 있어서 매니저분들을 초대했다. 참 감사한 분들이다.
예전엔, BJ들을 ‘별창’이라 부르기도 했지만, 요즘은 대도서관, 양띵 등 BJ들이 스타로 뜨면서 BJ에 대한 인식이 훨씬 좋아졌다. 그 덕에 BJ 밭이 되긴 했지만.
진짜 방송하는 분들이 되게 많다. 롱런하기 위해선 자신만의 콘셉트와 매력이 있어야 한다. 살아남는 사람 얼마 없거든.
현서 씨의 방송 매력은 뭐라고 생각하나?
사연 받고, 신청곡 틀어주는 방송은 내가 유일하다고 알고 있다. 음, 청취자들이 편하게 듣는 방송이 매력 아닐까. 놀랄만한 재미, 반전은 없지만 그냥 틀어놓고 그 공간을 소리로 채워놓고 다른 일하기 좋은 방송 같다.
목소리가 좋아서 아닐까. 진짜 포르노보이스다. 오버 더해서 섭외 전화할 때, 귀 녹는 줄. 성우가 꿈이라 들었다.
KBS 시험 쳤는데 떨어졌다. 10대 말투, 다큐 내레이션, 할머니, 할아버지, 초등학생 등 예시가 있는데, 본인이 골라서 목소리를 내면 된다. 심사위원들이 다들 한 번만 시키는데, 난 두세 번 시키길래 좋아했는데 보기 좋게 탈락.
아깐 라디오 DJ가 꿈이라며! (웃음) 어쨌든, 목소리로 벌어먹고 살 것 같다. 방송하다 상처받은 적 있나?
오랜 기간 방송을 했으니까, ‘난 인기 있는 BJ야.’란 생각을 했었다. 그러다 입시 준비로 방송을 쉬다가 다시 복귀했을 때, 100명이 듣더라. 날 알아봐 주는 사람도 없고, ‘쟤 뭐냐.’, ‘듣보잡이다.’ 이라 말씀하시는 분들도 많고. 나 혼자 말하고 웃고. 하아.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에헤라디야아. 표정관리 안 될 것 같다. (웃음)
왜여? 전 재미있는데여? 쿨한 척. 근데 캠 끄고 울고. (존귀) 그 시기에, 사연을 읽어주기 시작했다. ‘인기 많고 달콤했던 시절이 없었다고 생각하고 방송하자.’ 마음을 비우니까 인기가 올라갔다. 잘하려고 시청자 수 보면서 방송하면 거기에 쫓기면서 방송하니까 더 안되더라. (웃음)
최근 엠넷에 출연한 거 봤다. 방송에서도 조금씩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방송인에도 욕심이 있는가?
연예계에 끼가 없다는 걸 스스로 잘 안다. 그리고 머리통이 너무 커서 연예인 못하겠다. (깔깔) 와, 진짜 다들 얼굴이 전구 사이즈야! 진짜 세상은 불공평하다. 사람들은 내 보면서 불공평하다 하겠지, 나도 그런 거 느낀다고!
현서씨 어머니는 인터뷰 내내, 매의 눈으로 에디터를 지켜보셨읍니다. 어머님 버스정거장까지 데려다주시고, 감사합니다. 근데, 아들은 없으세요?
원문 : 오피스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