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의 내용은 책 『승진의 정석』 중에서 각색한 것입니다.
태도는 사소한 것이지만 그것이 만드는 차이는 엄청나다.
- 윈스턴 처칠
태도를 보고 채용하라. 스킬은 훈련으로 된다.
- 사우스웨스트 항공사
위로 올라갈수록 태도가 중요합니다
능력 있는 사람이 오히려 승진에서 누락되는 걸 자주 봅니다. 의외로 평범한 사람이 주요 위치에 발탁되기도 하고요. 무슨 기준인지 궁금하시죠? 역시 이놈의 세상은 인맥과 빽이 다일까요?
물론 그런 경우도 자주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본 대부분의 경우는 ‘태도’가 중요했어요. 사람들이 자기에게 호감을 가진 사람과 아닌 사람을 민감하게 알아차리는 것처럼, 경영진도 그런 사람을 알아봅니다. 소위 똑똑한 사람 대신 우직하고 성실한 사람이 승진하는 경우가 그 이유 때문이죠.
요즘은 직원 하나가 저지른 잘못된 행동으로 회사의 운명이 요동치기도 합니다. 하물며 조직의 리더가 되면 얼마나 효과적으로 회사를 망칠 파급력이 있겠어요? 그러니 회사에서는 사람을 승진시킬 때 태도, 즉 로열티를 까다롭게 볼 수밖에 없습니다. 자기에게 조금만 더 유리하면 언제든 회사와 등질 준비가 되어 있는 똑똑이들을 걸러내려고 노력하죠. 일 잘하는 사람은 돈 주고 사면 되지만, 내 편인 사람은 구하기 어렵거든요.
보이지 않는 ‘태도’를 어떻게 판단하죠?
회사와 같은 편인지(‘예스맨’을 찾는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판단하는 여러 잣대가 있는데, 여기서 반복적으로 실수해서 밀려나는 임원이 꽤 많습니다. 물론 ‘당신은 회사에 로열티가 부족해서 어느 이상은 승진시키지 않을 작정이네.’라고 면전에 말하지 않으니 퇴사할 때까지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죠.
여러 가지 판단 기준이 있지만, 저는 오늘 한 가지만 얘기해볼까 해요. 바로 회삿돈을 쓰는 태도입니다. 여기서 회삿돈이란 프로젝트에 쓰는 사업비일 수도 있고, 하다못해 화장실 휴지나 A4 용지일 수도 있어요. 제가 아는 경영진들의 재미있는 사례를 얘기해드릴까요?
A그룹 회장은 나이가 많아 눈이 좋지 않은데도 종잇값이 아까워서 보고서를 올릴 때 폰트 크기는 10, 여백은 가능한 한 넓게 해 빡빡하게 채우도록 지시합니다. 그리고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닌데 컬러 인쇄를 하면 불같이 화를 내요. 또한 B그룹 회장은 IT 산업 트렌드에 따라가기 위해 새로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은 꼭 구매해서 써보지만 비서가 1,000원짜리 유료 앱을 설치하면 쓸데없이 낭비한다며 호통을 칩니다.
필요한 투자라면 1조 원을 쓰지만, 낭비하는 비용이라면 100원도 언짢아하는 사람들이에요. 제가 그동안 지켜본 기업의 오너나 CEO의 모두 공통적인 태도였습니다. 그래서 회삿돈을 함부로 쓰는 사람을 보면 회사가 어떻게 되든 자기 잇속을 챙기려는 사람이라고 보고, 오래 데리고 있을 사람은 아니라고 평가합니다.
무조건 돈을 적게 쓰라는 의미인가요?
아닙니다. 돈을 함부로 쓴다는 기준이 많은 금액을 쓴다는 의미가 아니에요. 예를 들어, 더 좋은 입지에 프로젝트를 추진하려고 쓰는 토지 구매 비용, 유력 바이어 고객에 대한 서비스 비용 등은 금액이 높아도 옳은 투자이기 때문에 과감하게 하더라도 문제 될 게 없어요.
저렴하게 구매하려는 노력을 특별히 기울이지 않는다든가, 글자 위주의 보고서라 컬러 인쇄가 필요 없는데도 굳이 컬러로 몇십 부씩 몇 번이나 출력해오는 모습에 큰 감점을 줍니다.
고작 컬러 출력 많이 했다고 찍힌다고요?
이렇게 황당해하시는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네요. 물론 컬러 출력이 문제가 아닙니다. 회사 비용에 무심한 태도가 문제예요. 설사 마음속으로는 그래도 절대 겉으로 표현하면 안 됩니다. 예를 들어 회사 워크숍에 치킨을 대량 구매했는데 많이 남았다고 해봐요. ‘뭐 어쩌겠어’라며 쳐다보는 사람과 괜히 많이 시켰다며 계속 아까워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럼 다음에 누구에게 구매 책임을 맡기겠어요? 회사 비용에 무심한 경영진은 없습니다.
이런 것들을 조심하세요
1. 회의마다 컬러 인쇄를 30부씩 출력하여 참석자마다 나눠준다.
매우 싫어하는 대표적인 모습입니다. 표나 그래픽이 없는 경우는 흑백 인쇄해야 해요. 컬러가 있어야 자료 이해도가 높아지는 경우는 회의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 2–3명만 컬러로 인쇄하고 나머지는 흑백 인쇄하세요. 사실 종이가 없어도 되는 상황이면 더 좋죠. 이 경우에도 회의에서 가장 중요한 2–3명은 메모하면서 볼 수 있도록 출력해주는 게 좋아요.
2. 식사 도시락, 기념품, 행사 물품 등이 항상 몇 박스씩 남는다.
수량이 모자랄 경우 더 큰 문제이니 넉넉하게 구매하려는 담당자의 심정은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그러나 경영진 마음속에서는 ‘네 돈이었어도 이렇게 했겠나.’라는 말이 치밀어 올라요. 가능한 빠듯하게 구매하세요. 불안해서 넉넉히 구매했다면 여분의 박스는 숨겨 놨다가 진짜 필요할 때 가져오면 됩니다.
3. 상사 앞에서 부하직원인 우리에게 좋은 거로 하라고 선심을 쓴다.
틀렸어요. 선심을 쓰는 역할은 상사 겁니다. 우리는 아끼는 역할이고요.
예시
담당자: 이번 직원 워크숍의 저녁 식사 메뉴를 정하려고 합니다. 가격대별로 17,000원, 25,000원, 40,000원이 있습니다. 가격대별 포함 음식은 9페이지를 보시면 됩니다. 작년 지출은 2만 원이었다고 합니다.
① Wrong
김○○ 상무: 작년에 식사가 부실해서 원성이 많았다고 들었어요. 먹는 게 가장 중요한데. 사기 진작 차원에서 과감하게 4만 원으로 하면 어떨까요?
경영진: (이 사람이 회사가 요즘 힘든 건 생각 안 하고. 직원 워크숍 식사가 4만 원이 말이 되나? 게다가 담당자 앞에서 저렇게 말하면 안 된다고 말하는 내 입장이 뭐가 돼? 저 사람 그렇게 안 봤는데, 쯧쯧.)
② Correct
김○○ 상무: 사실 이 정도 비싼 메뉴가 필요한가요? 요즘 도시락 1만 원 세트도 정말 잘 나오던데 말이죠. 기본은 도시락으로 하고, 요즘 젊은 사람들 좋아하는 치킨이나 족발을 추가로 시키면 어떨까요?
경영진: 어허, 김 상무. 아끼는 것도 좋지만 오랜만에 직원 워크숍인데 도시락으로 하면 실망하지 않겠어요? 여기 25,000원으로 하지요.
김○○ 상무: 사장님 의견이 그러시다면……. 김 과장, 사장님 말씀 들었지요? 그 메뉴로 최대한 가격을 협상해보세요. 그리고 작년에 식사가 너무 남아 아까웠어요. 약간 부족하게 주문하세요. 술도 많이 마시니 꼭 인원수에 맞춰 주문 안 해도 충분합디다.
경영진: (흐뭇) 흠흠, 김 상무가 알아서 잘 챙겨줘요.
원문: 박소연의 브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