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승진의 정석』을 기반으로 재구성한 글입니다.
만약 당신이 어떤 것을 간단하게 설명하지 못한다면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임원이 되면 얻는 고질병
직장인 중 많은 사람이 만성 피로나 불규칙한 식사 같은 스트로스로 인해 역류성 위염, 손목 터널 증후군, 거북목 증상 등을 앓죠. 흑, 말하다 보니 왠지 슬퍼지네요. 그런데 슬픈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관리자 직급, 특히 임원 이상이 되면 추가되는 치명적 질병이 있어요. 바로 성인 주의력 결핍 행동 장애(ADHD)입니다. 아, 정말 눈물이 앞을 가리는군요.
실무자 때는 프로젝트 개수가 10개를 넘어가는 경우가 많지 않고, 그중 핵심 프로젝트는 2~3개 수준입니다. 그러나 관리자가 된 순간 직원의 숫자에 비례해 신경 써야 하는 프로젝트가 폭발적으로 늘어나죠. 게다가 임원이 되면 각종 회의가 끝도 없이 늘어나고 외부에 나가 얼굴이라도 비춰야 하는, 소위 영양가는 없지만 안 가면 큰 결례인 업무도 많아져요.
게다가 연속된 회의 끝에 간신히 자리에 돌아와 메일이라도 체크하려고 하면 기다렸다는 듯이 직원들이 우르르 문제를 들고 옵니다. 그 와중에도 휴대폰에는 경영진이나 외부의 긴급 요청사항이 날라오는데 대부분 즉시 처리해줘야 하는 업무가 많죠.
그래서 상사들은 보고를 들으면서도 조금만 틈을 주면 딴생각을 합니다. 머릿속에 처리 못한 업무 리스트가 가득하거든요. 똑바로 보고를 하지 않으면 화를 내거나, 나중에 자기는 들은 적이 없다고 하는 거예요. 제 주변의 임원들을 보면 자기가 지시했다고 하는데 백지처럼 전혀 기억이 없는 경우도 많다고 해요(물론 책임을 회피하려고 거짓말하는 경우도 있겠지만요).
자, 그럼 이 안타까운 상황에서 이토록 산만한 상사를 앞에 두고 우리가 해야 하는 생존 전략은 뭘까요? 특히 팀원들을 대신해서 온갖 문제를 상사와 상의해야 하는 팀 리더라면, 상사가 딴생각할 틈을 가능한 주지 않는 겁니다.
보고의 목적에 맞춰 처음부터 얘기해주세요
상사가 딴생각을 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자랑이든 중계든 도움 요청이든 처음부터 보고하려는 목적을 분명히 정해서 얘기해주세요.
많은 사람이 글로 보는 보고서는 몇 번이나 다시 쓰고 오타를 검수하면서 말로 하는 보고는 준비 없이 그냥 들어오는 경우가 태반이에요. 심지어 임원 중에서도 그런 사람들이 많아서, 한탄하는 회장님들도 상당합니다. 그러니 처음부터 얘기해주세요. 초반 30초 멘트를 준비해서요.
보고의 목적
- 첫째, 자랑: 당신이 시킨 일이 이렇게 잘 진행되고 있다. 당신의 상사에게 자랑하라.
상무님, 좋은 소식입니다. 이번 B 프로젝트 입찰에 우리 회사가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되었습니다. 자세히 보고드리자면, […]
- 둘째, 현황 중계: 일이 잘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참고로 알고 있어야 것들을 말해주겠다.
부사장님, A 프로젝트 관련해서 진행 사항을 참고삼아 보고드립니다. 향후 일정을 중점적으로 말씀드리려고요. 도와주신 덕분에 별문제 없이 진행되고 있고요, 전체 진행 프로세스는 여기 첫 페이지를 보시면 됩니다. 먼저 시제품 일정인데요, […]
- 셋째, 도움 요청: 잘 안 되는 부분이 있다. 내가 생각하는 해결을 위한 핵심 과제는 이렇다. 도와 달라.
본부장님, 재무 본부에 전화 한 통 해주셨으면 해서 왔습니다. 이번 C 프로젝트 예산이 5% 정도 늘어나는데 승인해줄 수 없다고 완고하게 굴어서요. 저희 B 프로젝트 예산이 줄어들어서 전체 예산 여유는 충분한데 말입니다. 아무래도 부서 기 싸움을 하는 것 같아요.
위의 예시들을 보면 모두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30초 두괄식이라는 점입니다. 얘기할 때 상사가 딴짓한다는 건 보고를 잘못하고 있다는 결정적 신호입니다. 물론 본인이 시킨 일에 관해 얘기하는데 딴짓하는 사람도 잘못이죠. 그런데 한번 생각해보세요. 자기가 시킨 일이면 관심 있는 일인데 왜 딴짓을 할까요? 많은 상사가 이렇게 생각하거든요.
중요하지 않은 얘기를 길게 하니, 본론이 나오면 그때 집중해서 들어야지.
그러니 우리는 가장 중요한 걸 맨 먼저 얘기해야 해요. 우리는 그 얘기가 중요한 지 알지만 상사는 모르잖아요.
좋은 소식을 전해도 짜증을 내는 이유
안 좋은 소식을 전할 때 클라이언트나 상사가 히스테리를 부리는 건 뭐, 아예 이해 못할 일은 아닙니다. 하지만 좋은 소식을 전하면서도 면박을 당하면… 곤란하겠죠. 다음은 이규명 팀장의 사례입니다.
오늘은 좋은 소식이다. 오랜만에 가벼운 마음으로 최 대리가 건네 준 결재판을 들고 본부장에게 찾아갔다. 그동안 평창 프로젝트의 가장 큰 난관 중에 하나가 시설 용도를 변경하는 문제였는데, 완고했던 담당 공무원의 입장이 이번 주부터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그동안 최 대리와 내가 얼마나 노력했는지 모른다. 본부장이 이걸 알아줘야 하는데. 그런 생각을 하며 똑똑, 문을 두드리고 자신 있게 들어갔다. 본부장이 스마트폰으로 뭔가를 입력하고 있다.
“본부장님, 평창 프로젝트 보고하려고 왔습니다.”
본부장은 평창 프로젝트라는 단어를 듣는 순간 미간이 찌푸려진다. 나는 서둘러 덧붙인다.
“그동안 평창 프로젝트는 시설용도 변경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습니다. 인허가 공무원이 허가를 계속 거절하고 있었는데, 주요 반대 논리는 기존에 허가한 사례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정확하게 파악하려고 전문가들을 찾아 자문해봤습니다.”
“……”
“전문가들은 이런 경우 허가를 안 해주는 경우가 많지만 아예 선례가 없는 건 아니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기존에 비슷한 사업을 수행했던 담당자들을 만나 여러 차례 미팅을 진행했습니다.”
잠깐, 뭐하시는 거지? 중요한 일인데 왜 제대로 안 듣고 있는 거야?
본부장은 듣는 등 마는 둥 다시 휴대폰을 들어 뭔가를 입력하기 시작했다. 나는 초조한 마음이 들어서 말이 빨라졌다.
“담당자들의 협조를 얻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일주일 내내 회의를 한 결과 설득할 만한 논리와 자료를 준비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래서 담당 공무원을 저번 주에 만나 설명을 했는데,”
“이 팀장, 그래서 도대체 결론이 뭐지? 왜 이 얘기를 듣고 있어야 하는 건지 모르겠네. 바쁘니까 요점만 말해.”
“아, 죄송합니다. 담당 공무원이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입장을 바꿨습니다.”
“긍정적으로 검토? 검토? 그럼 아직도 확실치 않다는 얘기 아닌가?”
“그래도 절대 안 된다고 했던 공무원이 이 정도로 입장을 바꾼 것은 확실히 놀라운 변화이고, 사실상 된다고 봐야 된,”
“어허, 이 팀장! 내가 부사장님께 아직도 검토 중이라고 한심하게 대답해야겠어? 당장 사업 시작 예정일이 석 달 뒤인데? 참나, 일 답답하게 하는구먼. 담당 국장이 누구야? 내가 직접 설명하지. 아까 말한 자료 정리한 거나 가져와.”
본부장은 화를 내며 결재판을 큰 소리 나게 책상에 탁 놓았다. 사실 긍정적 검토라고 표현했지만, 국장까지 승인을 했기 때문에 99% 성공이라고 봐야 했다. 이 결과를 얻기 위해서 그동안 우리 팀은 아는 인맥을 총동원해서 사례를 연구하고 입에 단내가 나도록 전화를 돌렸다. 그런 노력이 우습게도 본부장의 화만 돋우고 말았으니 기운이 빠졌다. 뭔가 더 얘기하려고 입을 달싹거렸지만 본부장이 나를 노려보는 얼굴을 보자 고개를 숙이고 조용히 방을 나섰다.
- 『승진의 정석』 본문 中
얘기의 순서가 바뀌면 이상하게 반응도 바뀐다
앞의 글 기억나시죠? 상사들은 주의력 결핍 장애가 있기 때문에 중요한 걸 30초 안에 얘기해야 한다고요.
이규명 팀장은 우리 팀이 얼마나 고생했는지를 구구절절 설명한 후 마지막에 좋은 소식을 딱! 얘기하고 싶었죠. 하지만 상대방은 그 사실에는 전혀 관심이 없습니다. 오히려 이런 생각을 하면서 점점 화가 치밀어 오르죠.
얘기가 길어지는 거 보니 변명하려는 건가 보지? 하아… 난 또 부사장한테 가루처럼 까이겠구나.
짜증으로 가득 찬 마음에 좋은 소식을 들어봤자 그중에 거슬리는 부분만 크게 보이는 거죠. 그러니 이규명 팀장은 가장 중요한 걸 맨 먼저 얘기했어야 합니다. 바로 이렇게 말이죠.
본부장님, 평창 프로젝트 인허가 관련해서 좋은 진척이 있어 보고 드립니다. (결론)
그동안 시설용도 변경 인허가가 가장 큰 어려움이었는데, 담당 부처에서 허가해주는 쪽으로 입장을 바꾸었습니다. 국장급까지 승인이 되었으니 99% 됐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가장 궁금할 이야기)
본부장은 당연히 좋아할 것이고 어떻게 된 건지 궁금해져서 더 얘기를 듣고 싶어 할 테죠. 자랑은 이때 덧붙이는 겁니다.
담당 공무원이 얼마나 까다로운지 사실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선례가 없어서 무조건 안 된다는 입장이었거든요. (자랑 1: 까다로운 담당 공무원을 설득했다).
그런데 전문가들도 계속 만나고, 기존 유사 프로젝트 담당자들도 찾아다니다 보니 선례가 꽤 있더라고요. (자랑 2: 전문가 등을 발로 뛰며 찾아다녔다)
그걸 들고 담당자를 꾸준히 설득했습니다. 이번에 팀원들이 정말 열심히 뛰어줬습니다. (자랑 3: 팀 전체가 고생 많이 했다).
허가 승인이 나면 조촐한 회식이라도 하려고 합니다. (설마 모른 척할 거야?)
앞에 얘기한 내용과 거의 똑같습니다. 근데 전혀 다르게 들리시죠? 상사 입장에서는 더 다릅니다.
30초 보고를 위한 포스트잇 활용법
저는 포스트잇을 활용하는 걸 추천드립니다. 보고 전에 보고 요지를 포스트잇 안에 메모하고 들어가세요.
- WHY(왜 보고하러 왔나): A 프로젝트 인허가 관련 ⇨ 좋은 진척
- WHAT(무슨 일이 있나): 인허가 승인 99% 완료 (국장 승인)
- HOW(어떻게 했나): 전문가 미팅, 경험자 미팅, 담당 공무원 설득
들어가서 이 순서대로 얘기하면 상사가 딴짓하는 경우는 급격히 줄어들 겁니다. 그리고 제 경험에 따르면 안 좋은 소식을 전할 때 더 효과적이더라고요 🙂
원문: 박소연의 브런치
[박소연] 일 잘하는 사람은 단순하게 합니다: 단순하게 일잘러가 되는 법
일(Work)하는 시간이 불행한데, 삶(Life)이 행복할 수 있을까?
상위 0.1%의 진짜 워라밸 비결을 말하다. 일 잘하는 사람들, 특히 효율적으로 일하면서 인생도 즐길 줄 아는 사람들의 노하우와 특별한 습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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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래가 불안한 모든 이
단순하게, 기획하다
- 왜 이 일을 하는지 고민하다: WHY First, Always
- 좌뇌를 이용해 기획하다: Logical Thinking
- 뇌가 편안한 방식으로 구성하다: MECE
- 우뇌를 이용해 기획하다: 꽂히는 콘셉트
- 낡은 내용을 새롭게 변화시키다: 일상의 재발견
- 업무의 좌표를 표시하다: Project Management
- 나의 커리어를 기획하다: The Core Project
단순하게, 글을 쓰다
- 직장의 글쓰기는 원래 어렵다: 글쓰기 3대 분야
- 직장의 글쓰기는 고객이 존재한다: 상대방 중심의 글쓰기
- 한 줄로 요약하다: 정보 전달을 위한 글쓰기
- 100장 보고서도 1장으로 그리다: 설득을 위한 글쓰기
- 글을 덩어리 짓다: 메시지 전달을 위한 글쓰기
- 글을 어지럽히는 나쁜 습관을 경계하다: 불규칙성과 권총
- 기호(symbol)를 활용하다: 메시지를 돋보이게 하는 기법
단순하게, 말하다
- 같은 공간에서 다른 꿈을 꾸다: 동상이몽
- 이해도 안됐는데 시작부터 하지 마라: No Question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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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부터 요점을 말해달라, 현기증 나니까: 두괄식 보고
- 비슷한 답 말고 정확한 답을 말하자: 에둘러 가지 말 것
- 상대의 머릿속에 모호함을 지우다: 숫자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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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소: 위워크 삼성역 2호점(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5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