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아무도 커피 맛 이야기를 안 하지
애플스토어가 한국에 들어온다. 이미 가로수길에 들어왔다고? 아 미안 그 애플 말고 커피계의 애플 ‘블루보틀(Blue Bottle Coffee)’이다. 네슬레의 인수 이후 한국에 들어온다 들어온다 들어온다 들어온다는 소식만 들리더니. 드디어 5월 3일 성수동에 ‘블루보틀 한국 1호점’이 들어온다. 정말이다. 진짜야 제발 믿어줘.
이전에 ‘쉐이크쉑(Shake Shack)’이 그랬듯, 국내에 처음 발을 딛는 식음료 브랜드에 대한 관심은 폭발적이다. 심지어 인구의 절반 이상이 ‘커피애호가(혹은 영화평론가 혹은 등산가)’라고 할 수 있는 대한민국 사람들이라면 블루보틀을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문만 열어봐. 여기가 블루보틀인지 콩나물시루인지 모를걸.
나 역시 도쿄에서 두세 번 정도 블루보틀에 갔었다. 한국 매장이 오픈함과 동시에 빠르게 성장하리라 생각한다. 문을 열기도 전에 넘쳐나는 블루보틀 글들만 봐도 그렇다. 그런데 대체 왜 다들 창업스토리와 브랜딩 파워, 매장 이야기는 가득 채워 쓰면서 맛 이야기는 쓰지 않는 거야?! ……결국 아무도 안 쓰길래. 나라도 몇 자 적어보려고 한다. 근데 나는 커알못이었잖아?
포근함 가득한 블루보틀의 아우라
3년 전 도쿄 출장을 갔을 때가 기억난다. 다들 각자의 목표가 있었지만 나는 목표는 블루보틀이었다. 구글맵과 씨름을 하며 블루보틀 야오야마점에 도착했는데 문 닫는 시간에 도착해서 실패. 씁쓸함을 느끼며 다시 숙소에 돌아갔었지.
야오야마가 실패하면 신주쿠다. 신주쿠 뉴우먼건물에 있는 블루보틀에 들어갔다. 이미 잡지나 블로그에서 블루보틀 스포일러를 당했지만, 화이트와 우드로 가득한 매장은 포근함 그 자체였다. 특유의 푸른색 실루엣 보틀 고로도 블루보틀 고유의 아우라를 뽐냈다.
이런 포근함이라면 하루 종일이라도 이 매장에 머물겠는걸?
하지만 사람이 많아서 서 있어야 했기에 실패. 영혼과 돈만은 이곳에 두고 가겠다며 10만 원도 넘는 굿즈와 블루보틀 머그잔을 사고 돌아왔다. 그 정도만 가져가면 우리 집이 블루보틀이 될 줄 알았는데. 아직 한참 부족해서 3년 뒤에 다시 이곳에 왔다.
커알못인 나는 라떼를 추천한다
이제는 커피 이야기를 해보자. 나는 하루에 보통 아메리카노 2~3잔에 믹스커피 2잔 정도를 마신다. 그럼에도 머리만 대면 잔다는 게 함정. 당연히 커피맛도 잘 모른다. 정신 차리고 열심히 살아보려고 약처럼 마신다. 아메리카노는 쓰다 / 시다 / 맹맹하다 정도만 구분하는 수준이다.
이런 몹쓸 미각이 추천하는 메뉴가 있다. 바로 ‘라떼’다. 하도 주변에서 ‘블루보틀 커피가 대단하더라’해서 브랜드를 공부할 겸 찾았었는데. 주문했던 아메리카노는 산미가 좀 있었다. 아마 일본에서 마신 아메리카노들은 대부분 산미가 많았다.
라떼는 말이야… 그렇다 라떼는 달랐다. ‘커피에 우유를 타면 커피우유냐 밀크커피냐’라는 논쟁처럼 커피 특유의 쓴맛이 없고, 우유의 부드러움은 그대로 간직했다. 커피를 잘 모르거나 쓴맛을 견디지 못하는 사람도 기분 좋게 마실 수 있는 그런 라떼다.
한국에서 만나는 블루보틀 커피는 어떤 맛일까?
도쿄에서 추억으로 기억하는 블루보틀. 한국에서 다시 만난다면 어떤 맛을 느끼게 될까? 단순한 추억 보정(?)이었을까 아니면 ‘역시는 역시!’라는 감탄사를 내뱉게 될까? 어느 쪽이건 상관없다. 블루보틀의 라떼를 마실 수 있게 되었다는 건 즐거운 일이니까. 5월 3일이여 어서 와라! 블루보틀 한국에 온 것을 환영한다. 성수동아 기다려. 라떼가 식기 전에 내가 간다.
원문: 마시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