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이를 낳은 2012년만 해도 아이와 함께 야외로, 유원지로 나들이하는 분이 많았다. 캠핑족이란 말이 생길 정도로 아이와 함께 여행과 캠핑을 즐기는 가족들도 급격하게 증가했던 시점이 그즈음이었다.
그런데 최근 황금 같은 주말, 갑작스러운 미세먼지의 습격으로 야외 활동이 우려된다면 집에서 어떻게 아이와 종일 버틸 수 있을까 고민하는 분들께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 도서관 나들이를 소개해드리고자 한다.
도서관은 조용히 해야 하는 곳 아니야?
이런 선입견 때문에 아이와 함께 도서관 방문하기를 꺼리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나 역시 어린이 도서관의 존재를 모른 채 3-4년간 아이를 키웠다. 하지만 요즘 도서관은 영유아 아이들에게 마음껏 소리 내 책을 읽어주어도 눈치 볼 필요 없는 ‘유아 전용 열람실’을 따로 운영할 뿐 아니라, 어린이들을 위한 영화 상영 및 체험 프로그램처럼 다양한 문화 행사도 운영한다.
도서관 운영 주체
도서관은 운영 주체에 따라 교육청 소속 도서관, 시립도서관, 구립도서관, 마을도서관, 기타 문화재단에서 설립한 도서관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도서관 운영 주체가 어디인가에 따라 도서관 프로그램과 열람 가능한 자료의 수가 많은 차이를 보이니, 잘 알아보고 이용하면 좋을 것이다.
교육청 소속 도서관일수록 규모가 크고, 운영되는 프로그램이 다양하다. 근무하는 사서 숫자도 월등히 많다. 전체 도서관 중 교육청 소속 도서관들이 가장 많은 예산을 가졌다. 마을도서관의 경우 예산과 규모는 작지만 지역주민들의 니즈에 따라 맞춤식으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되는 특징이 있다.
서울시의 경우 구마다 도서관을 운영하지만 어떤 도서관은 교육청 소속이고, 어떤 교육청은 구립 도서관인 경우가 있다. 도서관 웹사이트를 방문하면 쉽게 운영 주체를 확인할 수 있으며, 다양한 프로그램과 보유한 장서도 확인할 수 있다.
도서관 휴관일
도서관은 주 1회 혹은 월 2회의 휴관일을 가진다. 그래서 무턱대고 도서관에 방문했다가 아쉬운 마음으로 발걸음을 돌려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방문하고자 하는 도서관의 휴관일을 체크한 후 방문하기를 추천한다.
도서 대여하기
도서관에서 도서를 대여하기 위해서는 우선 온라인으로 해당 도서관의 회원가입을 한 후, 사서에게 직접 도서회원카드를 발급받아야 한다. 도서관 운영 주체에 따라 1인당 3권~10권까지 대여할 수 있다. 작은 규모의 도서관일 경우 1인당 3권의 도서를 대여할 수 있으며, 규모가 큰 도서관일 경우 1인당 10권의 도서를 대여할 수 있다.
간혹 도서관별로 ‘2배 대출데이’와 같은 특별 프로그램을 운영해 1인당 대여할 수 있는 도서의 수가 20권인 경우도 있으니 참고하면 좋다.
희망 도서 신청하기
내가 원하는 책이 도서관에 없다면 ‘희망 자료 신청하기’ 프로그램을 통해 빌릴 수 있다. 희망 도서 신청은 도서관 웹사이트를 통해 1인당 월 3권까지 가능하며, 단행본인 경우 거의 받아준다. 희망 도서가 도서관에 도착하면 신청자에게 휴대폰 알람을 보내 가장 먼저 대여할 권리를 준다. 단 아래 경우에 해당하는 도서는 신청이 거절될 수 있다.
- 신간 도서 주문 중이거나 정리 중인 도서
- 참고서 및 수험서, 판타지 및 무협지, 로맨스 소설, 만화, 해외 주문 도서
- 비도서, 정기간행물
- 출간연도가 오래된 도서(3년)
- 고가의 전문 도서(정기 구입 시 반영)
유아 자료실의 경우 반기에 3-4질의 전집을 구매한다. 유아 자료실 사서분께 희망하는 전집 정보를 미리 귀띔하면 전집 구매 시 최대한 반영해주니 참고하자.
대출 예약
인기 있는 책들의 경우 도서관 웹사이트를 통해 예약해둘 수 있다. 예약자가 많을 경우 순번에 따라 도서가 대출되며, 내 순서가 돌아오면 휴대폰 문자로 도서 대출 가능 여부를 알려준다. 예약 신청한 도서는 사서가 별도로 보관해 사서를 찾아가면 즉시 대출이 가능하다.
도서 택배 대출
임산부이거나 입원 등 건강상의 이유로 도서관 출입이 불가능할 경우 도서 택배 대출 서비스를 이용해 책을 빌려볼 수 있다. 택배 이용 금액은 본인 부담이며, 온라인으로 신청할 수 있고, 1회 10권 14일간 이용 가능하다. 책 수령시 이용자가 직접 배달직원에게 택배 이용료를 지불해야 하며, 반납은 직접 반납, 우편 반납, 택배 반납 3가지 방법 중 하나를 이용할 수 있다. 반납 택배료는 이용자 부담이다.
도서관에서 책 읽기
도서관의 유아 자료실 또는 어린이 전용 도서관의 경우 도서관 안에서 소리 내어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것이 허용된다. 이 곳에서는 엄마 또는 아빠가 직접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풍경이 매우 흔하다.
책 읽어주세요 프로그램
주말의 경우 ‘책 읽어주는 봉사’를 하는 중고등학생들이 상주하며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준다. 엄마, 아빠의 목소리 이외의 사람이 책을 읽어주는 독특한 경험을 쌓게 해줄 수 있다.
동화 구연 프로그램
정해진 날, 시간마다 ‘동화 구연 선생님’이 직접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이 많다. 동화 구연 선생님이 책도 읽어주시고, 선물도 받아올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늦게 도착할 경우 자리가 없어 맨 뒷자리에 앉아서 이야기를 들어야 할 수도 있으니 미리미리 가서 좋은 자리를 선점하는 게 좋을 것이다.
북 스타트 프로그램
1단계(3개월~18개월), 2단계(19개월~35개월) 대상으로 그림책 2권, 가이드북, 가방으로 구성된 책 꾸러미를 배부해 영유아들이 책에 친숙해질 수 있도록 도서관 이용을 장려하는 프로그램이다. 도서관별로 일정과 규모가 조금씩 상이하지만 대부분의 도서관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이다.
북 스타트 프로그램에 선정되면 2차 활동으로 책 읽기 및 노래, 율동 및 만들기 연계 활동을 해볼 수 있는 책 놀이 활동에 참여할 기회가 주어진다.
도서관에서 수업 듣기
대다수 도서관에서 정기, 혹은 비정기 수업을 통해 영유아를 포함한 성인들까지 무료/유료 수업을 진행한다. 정기 수업의 경우 3개월을 한 학기로 총 12회의 수업을 진행하며, 비정기 수업의 경우 특강 형식으로 진행된다. 대부분 수업을 무료로 진행하며 재료비가 필요한 경우 부분적으로 재료비를 내는 경우가 있다.
영유아 대상 수업의 경우 책을 읽어주고 간단한 종이접기나 만들기 활동을 해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꾸준히 특강 형식으로 운영하며, 6세 이후의 어린이들에게는 주말 정기 수업으로 미술, 줄넘기, 책 놀이 활동 등의 무료 수업 기회가 주어진다. 청소년을 위한 과학실험이나 독서 동아리 등의 프로그램도 운영하기에 어릴 때 도서관에 한번 발을 들여놓으면 성인이 될 때까지 죽 활용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주중 오전에는 성인들을 위한 무료 수업이 다양하게 오픈되어 있는데, 취미 활동부터 외국어, 인문학, 자녀 교육에 도움 되는 강좌를 무료로 운영한다. 오전에 아이를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보낸 부모가 이용하면 좋을 것 같다. 어른 대상 특강 중에는 저자 특강과 같은 단발성 특강도 많이 운영하는데, 강의 듣기를 희망하는 강사가 있다면 도서관 측에 신청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도서관에 놀러 가기
도서관은 무료 수업 외에도 영화상영, 인형극, 벼룩시장 행사, 전시회와 같은 다양한 부대행사를 운영한다. 주말에 주로 상영하는 영화로는 디즈니 애니메이션이 가장 일반적이다. 주말에 아이와 함께 영화를 보러 도서관에 놀러와도 아주 좋을 것이다. 비용이 무료이고, 아이가 울거나 지루해하면 언제든지 중간에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1년에 몇 번 되지는 않지만 인형극이나 벼룩시장 행사와 같은 특별한 행사를 운영하는 도서관도 있다. 아이와 함께 지역 축제 분위기를 체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공모전에 도전
교육청 소속 도서관에서는 초·중·고등학교 재학생 및 지역민들에게 공모전을 통해 독후 활동을 장려하는 프로그램을 연 1회 운영한다. 선정 도서를 읽고 북 에세이, 북 디자인, 북 트레일러 3가지 분야 중 원하는 작품을 제작해 응모하면 된다. 북 에세이는 독후감을 말하며, 북 디자인은 독후 감상화, 북 트레일러는 책 소개 영상을 뜻한다.
초등부와 청소년부, 일반부로 나뉘어져 있어 각각 참가할 수 있으며 교육감상, 교육지원청교육장상, 공공도서관장상 등 수백 명에게 시상의 기회가 돌아가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책을 읽기 위한 좋은 동기부여가 되어줌과 동시에 수상하게 되면 아이들에게 훌륭한 이력을 만들어 줄 수 있어 좋다.
마치며
동네에 있는 가까운 도서관부터, 시내에 있는 대형 도서관까지! 수천 권의 이야기책과 무료로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영유아와 어린이들을 기다린다. 이번 주말에는 우리 동네 도서관에 방문해보는 것이 어떨까?
원문: 스윗제니의 브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