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쇼핑몰의 든든한 지원군, 1020 여성 댓글
페이스북 피드를 보다 우연히 보게 된 남성 쇼핑몰의 콘텐츠. 언제나 그랬듯 다른 사람들의 반응을 살피기 위해 댓글부터 눌러댔고, 댓글들을 본 순간 나도 모르게 자사 몰로 들어가 다른 상품들을 구경했다. 그리고 결국엔 니트까지 하나 사버렸다. 나는 댓글에서 무엇을 보았을까?
해당 콘텐츠의 여성 댓글 지분은 80%에 육박했다(작정하고 좋아요와 댓글 지분을 계산해보았다). 시간이 지나고 든 생각이지만 여성 댓글 지분이 이렇게 많지 않았다면 나는 단번에 쇼핑몰 웹사이트로 진입하지도 않았을뿐더러 더더욱 구매는 하지 않았을 것 같다. 남성이 옷을 구매할 때 툭 튀어나와 주는 여성의 조언은 상당히 매력적임과 동시에 설득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어떤 댓글을 달까?
그들이 댓글을 단 이유를 완벽히 분석해볼 수는 없어도 댓글에 남긴 흔적을 통해 댓글을 단 이유에 접근해볼 수는 있다. 남성 쇼핑몰 콘텐츠에 달린 여성 댓글을 면밀히 보면, 크게 3가지 유형으로 구분해볼 수 있다.
첫 번째, 댓글에서 ‘수다’를 벌이는 유형이다. 물론 이 경우는 여성이 여성을 태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밥을 먹었냐는 말부터 여성들이 카페에서 이야기할만한 거리를 이곳에서 볼 수 있다.
두 번째, 모델 혹은 옷에 반한 유형이다. 여성끼리 나누는 대화라는 점에서 첫 번째 유형과 비슷하긴 하지만 실질적으로 남성의 구매욕을 자극하는 댓글 중 하나이기 때문에 굳이 구분해 보았다.
세 번째, 자신이 나서서 직접 발 벗고 나서서 바이럴 마케터를 자처하는 유형이다. 주변 남자인 친구 혹은 남자 친구를 태그하며 거리낌 없이 해당 콘텐츠에 담긴 옷을 추천해준다.
특히 두 번째, 세 번째 유형의 댓글들은 자연스럽게 이 콘텐츠, 상품이 바이럴되는 것을 적극 도와주는 댓글들이다. 고객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 그냥 옷이 이쁘다는 댓글보다 누군가에게 이 옷을 추천하는 댓글은 덜 상업적인 후기임과 동시에 더 품질 높은 후기이기 때문이다.
여자 쇼핑몰의 SNS에도 이와 같이 남자의 댓글 지분이 많이 포진되어 있을까? 전혀 그렇지 않다. 그러면 그들은 모든 남성 콘텐츠에 댓글을 남길까? 물론 아니다. 여성 댓글이 달리는 남성 콘텐츠의 사진 컷에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꽤 많은 여성이 한껏 꾸민 남자는 싫어한다
실제로 남성 콘텐츠에 달린 여성 댓글을 천천히 살펴보면, 20–30대 여성이 좋아하는 남자 코디는 분명히 존재한다. 그중 하나가 바로 ‘깔끔한 코디’다. 깔끔한 코디 컷은 SNS를 통해 급성장한 남성 쇼핑몰들의 사진 컷들의 공통점이라고도 볼 수 있다.
조금 애매할 수도 있는 단어지만 실제 남성 쇼핑몰들에서 구현하는 예시들을 보면 조금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타이와 셔츠로 한껏 꾸민 슈트보다는 안에 흰 티를 입은 왼쪽 코디 컷, 그리고 많은 쇼핑몰이 ‘남친룩’이라는 단어로 푸는 오른쪽의 깔끔한 코디 컷이 그 예시라 할 수 있다.
꽤 많은 여성이 현실 남친을 연상시키는 컷에 반응한다
멋있고, 옷 잘 입는 남자가 내 휴대폰 화면에 마치 내 남자친구처럼 불쑥 등장하면 어떤 기분일까? 0.5초 동안만큼은 기분이 좋아지는 현상이 벌어질 수도 있다. 실제로 많은 남성 쇼핑몰이 이러한 현상을 일으키게끔 하는 사진 컷들을 생산해낸다.
마치 여자 친구의 핸드폰에 저장되어 있을 법한 이러한 현실 남친 컷은 SNS를 이용하는 여성들에게 또 하나의 이야깃거리를 만들어준다. 그들의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주변 친구들의 피드에 보이면서 콘텐츠의 성과에는 날개가 달린다.
사실 현실 남친을 연상시키는 컷은 남성 쇼핑몰 콘텐츠에서만 벌어지는 현상은 아니다.’현실 남친 연상시키는 콘텐츠’ 자체가 좋은 반응을 얻는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아티스트인 바비의 솔로 앨범 콘셉트 자체가 ‘현실 남사친의 고백’이었고 현실감을 더하기 위한 장치로 ‘아이폰 화면’을 더했다.
핸드폰 안에 그를 등장시킴으로써 현실 남친을 연상시키는 콘텐츠를 완성하고, 열렬한 반응까지 확보했다. ‘현실 남친 연상시키는 컷’을 어떻게 고도화할지 고민한다면 실제 여성들의 핸드폰 사진첩 속에 어떤 남친 컷이 있을까 알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시간이 갈수록 유저들은 후기보다 더 리얼한 후기 컷에 반응하기 때문이서다.
꽤 많은 여성이 루즈한 핏을 좋아한다
왜 좋아할까? 위와 같은 루즈핏을 다루는 콘텐츠들의 댓글 그리고 주변 여성분들에게 물어본 결과 루즈핏을 좋아하는 이유는 다양했다. 남자가 조금 더 섹시하게 보이는 부분도 있고, 루즈한 핏이 조금 더 패셔너블해 보인다는 의견도 있었다. 그중 가장 설득력 있었던 의견은 바로 ‘내가 입어도 예쁠 거 같아서‘였다.
실제로 루즈핏 제품의 콘텐츠 댓글에는 옷 자체가 예쁘다고 하거나 입어보고 싶다고 하는 여성이 꽤 많다. 남자 쇼핑몰의 매출 케파를 늘리는 방법 중의 하나는 바로 남성과 더불어 여성 타깃까지 구매 타깃으로 끌어오는 방법이다. 그들이 반응하는 루즈핏 제품을 시작으로 자연스럽게 매출 케파를 늘려가 보는 것은 어떨까?
마치며
SNS가 매우 활성화되면서 같은 동대문 사입 제품이더라도 누가 어떻게 촬영하느냐에 따라 매출 및 트래픽의 파이 자체가 몇 배 이상 차이나는 시대가 되었다. 실제로 같은 동대문 사입 제품이면서 타 경쟁사보다 가격이 5,000원 정도 더 높았음에도 좋은 콘텐츠 효율 덕분에 주문량이 큰 폭으로 늘어나는 경험은 콘텐츠, 패션 쇼핑몰 관점에서는 사진 컷의 중요성을 실감케 한다.
이번 편에서 다룬 내용에서 알 수 있듯 남성 쇼핑몰 콘텐츠에 남성 타깃만 반응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왕성한 댓글을 다는 것은 여성 타깃이다. 콘텐츠 반응이 좋을수록 더 많은 사람에게 노출되는 페이스북의 특성을 잘 활용하려면 여성 타깃에 대한 이해가 콘텐츠에 반영되어야 한다.
주변 여성이 어떤 의류 콘텐츠에 주변 사람들을 태그하고 댓글을 다는지 관찰하는 것은 타깃을 이해해보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지금 남성 쇼핑몰을 운영한다면, 관찰을 바로 시작해보는 것은 어떨까.
원문: 진민우의 브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