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이용자들의 개인정보 유출 소식에 우리는 이제 익숙해졌다. 페이스북이 불안하다는 말도 하도 들어서 아마 익숙해진 사람이 많아졌을 것이다. 인스타그램 창업자, 왓츠앱 창업자도 나가 마크 주커버그의 리더십이 잘못된 것이 아니냐고 까지 이야기가 나오는 논란이 많은 지금의 페이스북, 미국에서는 수도 없이 유튜브가 대세라는 기사를 퍼붓는다.
하지만 내가 목격한 사실로는, 페이스북에서는 당장의 수많은 광고 성과가 발생한다. 광고 에이전시와 쇼핑몰을 운영해나가면서 페이스북 광고 효율이 불안하다는 것은 몸소 겪었다. 불안하다고 페이스북을 떠날 것인가? 아니면 당장 페이스북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무언가를 고민해볼 것인가?
스스로 던진 2가지 질문 중 당연히 후자의 질문에 답변하기로 마음먹었고, 이를 위해 실행한 것은 바로 우리 제품의 셀링포인트를 SNS 콘텐츠를 통해 찾아 나가는 것이었다.
우리의 제품은 어떤 이야기로 팔리는가?
당신은 위에서 던진 질문에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는가? 실제 제품을 만들거나 파는 대표님들을 만나보면 제품이 가진 ‘자랑거리’는 그 누구보다 열창해나간다. 그런데 막상 이 제품이 어떤 소재로 팔리는지, 고객들이 반응한 제품의 특징은 무엇이었는지 물어보면 시원스러운 답변을 듣기는 힘들었다.
그래서 더욱더 확신이 들었던 것이 바로 콘텐츠를 통해 제품의 셀링포인트를 찾는 일이었다. 제품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가설로 만들 수 있지만 모든 이야기에 고객이 고개를 끄덕이지는 않는다. 우리가 콘텐츠 영역에서 반드시 해야 할 것은 그들이 어떤 이야기에 반응하고 고개를 끄덕이는가를 발견해나가는 일이다.
여기 탈모방지 샴푸라는 제품이 있다. 당시 우리는 해당 제품을 팔기 위해 다양한 이야기를 논의 중이었다. 제품이 가진 성분, 유명 인플루언서가 사용한다는 팩트, 가성비(경쟁사 가격 대비 제품이 대용량) 등 해당 제품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여러 이야기를 실제 콘텐츠로도 실험해보았으나 CPC 500, 700원이라는 처참한 결과들만 우리 앞에 놓였다. 그러던 와중에 등대 같은 이야기가 하나 등장했는데 바로 위의 콘텐츠였다.
굉장히 자극적이어서 반응했을 수 있지만 우리의 가설은 실제 탈모 증상이 있는 사람들이 아침마다 거울 앞에서 하는 행동을 소재에 녹였을 때 그들이 반응할 것이라는 가설이었다. 실제 늘어나는 매출보다 기뻤던 것은 고객이 반응하는 접점을 하나 발견했다는 사실이었다. 그런데 해당 광고가 진행되던 중 크나큰 시련에 빠졌었다. 해당 광고가 페이스북 광고 정책에 의해 중단되었다는 사실이었다. 악재에 또 악재일까. 광고 정책 중단보다 더 크나큰 사실이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여론을 분석한 ‘이야기’가 필요하다
사실 페이스북 광고 정책상 ‘특정 부위를 지나치게 강조하는 이미지’의 경우 정책상 위반이라는 사실은 알았기 때문에 이 부분은 수긍했다. 다만 위의 캡처에서 보이는 것처럼 더 이상 소비자들은 샴푸를 쓰면 머리가 난다는 ‘기적 같은 이야기’는 믿지 않았다.
불과 2018년 초중반까지만 하더라도 4주 쓰면 이만큼 뚝배기(페이스북 광고 정책을 피하기 위해 탈모 관련 제품 업체들이 사용한 머리를 지칭하는 단어)가 채워지고 8주가 되면 이만큼 채워진다는 말에 어느 정도 부정적인 의견들이 있긴 했지만, 대다수의 사람이 ‘한 번 사볼까?’라는 반응을 보였는데 지금의 여론은 아예 달랐다. 또한 이미 페북은 믿거한다(과장된 페이스북 광고 때문에 페이스북에 지쳐버린 사람들이 쓰는 ‘믿고 거른다’라는 표현)하는 여론이 많았기 때문에 고객들이 반응하는 이야기를 찾기 전 여론부터 점검해 볼 필요가 있었다.
탈모방지 샴푸를 쓰면 없던 머리가 자랄 수 있을까? 물론 아니다. 이미 탈모를 겪어봐서 해결책을 조금이라도 찾아본 사람들은 이런 사실을 안다. 이런 사실을 모르고 이런 광고에 혹했던 사람들은 나 같은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탈모에 크게 신경을 안 써왔던 나는 그런 광고들을 보며 ‘아… 탈모 개선이 되는구나’라는 생각에 주변 지인들에게도 몇 번 선물을 해주었기 때문이다.
결국 자료를 찾아보며 알게 되었던 사실은 근본적으로 탈모에 개선을 주는 것은 ‘미녹시딜’ ‘프로페시아’와 같은 탈모 관련 약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탈모방지 샴푸의 본질적인 기능은 머리를 나게 해 주는 것이 아니라 머리가 잘 자랄 수 있게 만드는 환경(ex. 각질 제거 등)을 만들어준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우리가 다시 각색한 이야기는 이런 콘셉트의 영상 콘텐츠였다.
위에서 지적했던 대로 ‘이걸 쓰면 머리가 날 거야’라는 이야기는 일단 접어두고 샴푸의 본질적인 기능에 대해서 인정하는 ‘솔직한’ 콘셉트로 접근했다. 결과만 놓고 말하자면 소위 ‘대박’ 콘텐츠는 아니었다. 하지만 당시 영상이 게재된 이후 스토어팜 매출의 추이가 3–4배 정도는 상승했으니 ‘중박’ 정도는 달성했던 콘텐츠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또한 부정적인 댓글 여론도 적었을뿐더러 앞으로 우리가 만들어가야 할 ‘이야기’에 대한 힌트를 제시해준 콘텐츠여서 더욱더 의미 있는 콘텐츠로 기억이 남는다.
팔리는 이야기를 발견하는 빈도수는 댓글 관찰력에 비례한다
실제 강의를 해서 그런지 어떤 강의에 대한 니즈가 많은지에 대한 관심도 크다. 최근엔 단연코 그로스 해킹을 적극적으로 실행할 수 있게 해주는 툴, 구글 애널리틱스, 태그 매니저 등에 대한 강의 수요가 많은 것 같다. 물론 SNS 강의 수요는 꾸준히 많은 것 같다. 고객들의 행동을 추적하는 일은 마케터에게 숙명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알아야 최종 ‘전환’이라는 성과를 거두기 위한 설계를 해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SNS에서도 고객의 행동을 추적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방법이 있는데 바로 댓글을 관찰하는 것이다. 고객과 가장 최전방에서 소통하는 SNS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최고의 인사이트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제품 중에 어떤 제품이 고객들이 댓글을 작성할 만큼 반응이 있는지, 반응 있는 제품에는 어떤 이야기가 달리는지 관찰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제품에 대한 인사이트와 함께 콘텐츠에 대한 방향성이 잡힌다.
남녀공용으로 운영되는 의류 쇼핑몰의 콘텐츠를 발행했을 때 왼쪽에 보이는 콘텐츠와 같이 당연히 모든 제품이 남녀 모두 입을 수 있는 프리사이즈였기 때문에 남자 모델과 여자 모델의 착용 컷을 나란히 올렸다.
그런데 해당 제품 콘텐츠를 발행하면서 댓글을 관찰하니 남자들의 흔적은 아예 발견할 수 없었고, 친구들을 태그하며 트윈룩으로 입어보자는 여성들만 발견할 수 있었다. 자연스럽게 그다음 콘텐츠는 오른쪽과 같은 방향으로 틀어서 진행했었고 2–3배 이상 반응이 확연하게 늘었다. 이후로의 콘텐츠도 이 제품은 철저히 여성 타깃에 맞춰 콘텐츠를 발행했고 사이트 내에서의 이 제품의 전환율도 상승 곡선을 그렸던 기억이 난다.
특히나 의류의 경우 댓글을 관찰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우리가 다음엔 어떤 제품을 사입해야 하는지에 대한 인사이트도 가져갈 수 있다. 고객들의 선택을 받는 제품을 천천히 관찰하다 보면 신기하게도 반응 있는 여러 제품에서 공통점을 하나 추출할 수 있는데 이런 인사이트 또한 댓글을 관찰한 자를 위한 자그마한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SNS에 몸담은 실무자의 숙명 중 하나는 아마 꾸준히 팔리는 이야기에 대한 ‘색출작업’을 실시하는 것일 것이다. 나 또한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제품을 가장 잘 팔리는 이야기는 무엇인지 알아내기 위해 이런저런 가설을 고민해서 발행해본다. 그런데 발행해보면서 느끼는 건 분명히 생각할만한 기준과 관점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돛대가 없는 배처럼 콘텐츠 회의가 산으로 갈 가능성이 크고,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하는 실무자의 고민은 끝나지 않는다. 정답이 없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이 시장을 운의 개입이 난무하는 복잡계라는 표현을 썼는데 상당히 공감한다.
팔리는 이야기를 찾는 방법은 위에서 언급한 2가지 이외에도 무궁무진할 것이다. 모든 창조가 응용에서 비롯된다는 말이 있듯이 내가 나열했던 두 가지 방법이 새로운 접근법을 발견해나가는 좋은 힌트로 쓰였으면 한다. 위의 내용을 바탕으로 팔리는 이야기를 찾는 세 가지 방법, 팔리는 이야기를 찾기 위한 5가지 관점 등 나만의 콘텐츠 제작 가이드를 만들어가면 효율적으로 성과 있는 콘텐츠를 생산해나가는데 조금 더 가까워질 수 있지 않을까.
원문: 진민우의 브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