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3일 예스24 강남점에서는 브런치에서 스테르담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는 송창현 작가의 『직장내공』 북 토크가 열렸다. 『직장내공』 은 직장과 일에 관해 객관적으로 생각하고, 자신을 지키며 일하는 힘을 기르는 방법을 담은 책이다.
송창현 작가는 직장인의 비애, 퇴사를 부추기는 콘텐츠를 보며 공감하고, 많이 웃었다. 하지만 그 웃음은 다음 날 다시 직장을 향해야 하는 자신을 향한 비웃음이 되어 더 큰 회의감이 들었다. 직장 생활은 정말 비참하기만 한 걸까.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은 정말 완벽하게 나눌 수 있는 걸까. 송 작가는 자신의 직장 생활을 되돌아보며,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대기업 20년 차를 몇 년 남겨 둔 현시점에서 자신의 직장 생활을 돌아봤을 때, 다른 사람들의 말처럼 ‘견디기’나 ‘버티기’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버티기로 견뎠던 순간들도 지나고 나면 깨달음으로 남기도 했다.
송 작가는 직장 생활이 쓸모없는 순간만 있다는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누구든지 자신의 직장을 충분히 활용할 방법을 찾기만 하면, 모두 ‘남’을 위한 시간이 아니라 ‘나’를 위한 시간으로 만들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었다. 그렇게 직장 생활에 관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송 작가는 “매일 출근하고, 무사히 퇴근하는 많은 직장인분이 자부심을 가지면 좋겠다”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직업이 아니라 ‘업’으로 직업을 대하다
2004년 국내 대기업에 입사한 송창현 작가는 영업·마케팅 업무를 맡아 국내ㆍ국외 시장에서 마케팅 업무를 맡았다. 네덜란드 주재원에서 근무하던 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2017년 첫 번째 책인 『네덜란드 이야기』 를 출간했다. 20년 가까이 한 회사에 다니며 송창현 작가에게도 숱한 고비가 있었다. 입사 초기에는 ‘이렇게 평생은 못 살겠다’는 생각도 자주 했다.
이러려고 공부했나 싶을 만큼 힘들었고, 조급함이 생겼어요. 사원부터 대리까지는 많이 흔들리잖아요. 공무원 시험도 생각하고, MBA도 기웃거려 보고, 지금이라도 교직원을 알아볼까 생각도 하고요. 지금 그때의 저를 생각하면, 안 그만두고 잘 버텼다고 토닥여주고 싶어요.
3년만 버티자는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보냈다. 버티기가 모두에게 만병통치약은 아니겠지만, 송 작가에게는 좋은 약이 되었다. 연차가 쌓인 후 해외 주재원 근무를 할 수 있었고, 많은 것을 보고 배웠다. 더럽고 치사하다고 생각했던 시간이 돌이켜보니 단단하게 쌓여 있었다.
직업이라는 낱말은 너무 당연하고, 가끔은 초라하게 생각되잖아요. 그런데 ‘직’을 떼고 업이라고 생각해 보세요. 국어사전에 ‘업’을 검색하면 ‘미래의 선악의 결과를 가져오는 원인이 되는 것, 몸과 입과 마음으로 짓는 선악의 소행’이라고 나와요. 저는 직업의 ‘업’ 역시 직장에서 주어진 업무가 아니라 미래에 영향을 주는 업이라고 생각해요. 좋은 업보를 얻기 위해서라도 직업이 아니라 업에 중점을 두고 가치를 쌓는다면, 하는 일이 의미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직장은 ‘회사 체질이 아닌 사람이 모여 하기 싫은 일을 해야 하는 곳’
아무리 ‘업’을 쌓는다고 생각해도 직장은 힘든 곳이다. 송창현 작가는 직장이 힘들 수밖에 없는 곳이라는 걸 부정하지 않는다. 직장이 힘든 가장 큰 이유는 그곳에 모인 모두가 회사 체질이 아니라는 점 때문이다. ‘회사 체질이 아닌 사람이 모여서 하기 싫은 일 혹은 해야 하는 일을 하는 곳’이 직장이다.
또 모두의 밥벌이가 달린 곳이기 때문에 모두가 양보할 수 없는 순간을 마주칠 수밖에 없다. 나와 타인이 부딪힐 때는 나와 타인의 밥벌이가 부딪히는 순간이다.
밥벌이가 부딪히기 때문에 고귀함과 동시에 처절해지는 거예요. 승진 문제가 걸려 있다고 생각해 보세요. 그냥 양보하고, 다른 사람이 승진하게 해줄 수 있나요? 사수해야죠. 살아남는 자가 강한 것이라는 유명한 말도 있잖아요. 부딪힌 시점에서 지면, 인정받지 못하고, 떨어져 나갈 수 있기 때문에 기를 쓰고 달려들 수밖에 없는 거죠.
자신의 적성에 맞지 않는 일을 한다는 것도 힘든 일이다. 다른 부서나, 다른 회사를 알아보지 않고 하기 싫다는 마음으로 버티기만 한다면 자신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이다. 또 사람들과 함께하는 일이기 때문에 인정을 바라게 된다. 상사나 동료들에게 아무리 열심히 해도 인정받지 못한다는 생각이 든다면 자기 자신을 객관적으로 돌아볼 필요가 있다.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나와 내가 하는 일을 생각해보고, 부족한 점을 고민한 후 채울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만약 ‘사람’ 때문에 힘들다면,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파악한 후 그 사람을 공략하면 된다.
매일 퇴근하기 전에 일을 주는 상사가 있어요. 그 사람이 퇴근하기 전에 일을 주는 것에 초점을 맞추면 나만 힘들어지잖아요. 그 사람이 퇴근 전에 일을 주는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거예요. 그날 꼭 해야 할 일을 못했을 수도 있고, 일을 주기 전에 해야 할 일이 있는지 묻고 먼저 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을 탓하는 것으로 끝나면 내가 더 힘들 수밖에 없잖아요. 특별히 상사에게 잘보이거나 상사를 위한 일이 아니에요. 언제나 퇴근 시간에 일을 받아서 힘겨워하는 나를 위한 일이 되는 거예요.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의 줄다리기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살라는 달콤한 거짓말에 속지 마라.
송창현 작가가 브런치에 글을 쓰게 된 동기이기도 하다. 직장에서는 대부분 해야 하는 일을 처리할 때가 많다. 그런데 때로는 해야 하는 일에서 하고 싶은 일을 발견하기도 하고, 해야 하는 일 자체가 하고 싶은 일이 되기도 한다.
스타 강사 김미경 씨가 가장 좋아하는 일은 강연이라고 해요. 그런데 가장 하기 싫은 일이 강연 준비라는 말을 했어요. 책을 출간하면서 이 말이 정말 와닿았어요. 글을 쓰면서 늘 책을 출간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어요. 저자가 되는 일을 꿈꾸다가 출판사와 계약을 하게 된 거예요. 정말 기뻤어요. 그런데 마감을 해야 할 때가 오니까 너무 하기 싫은 거예요. 도망가고 싶었어요. 간절하게 하고 싶은 일이 해야 하는 일이 된 거예요. 우리는 늘 하고 싶은 일을 할 때 자신이 성장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때로는 해야 하는 일을 하면서 자신도 모르는 역량을 발견하게 되는 것 같아요.
송 작가도 그랬다. 처음 입사했을 때만 해도 엑셀, 파워포인트 같은 프로그램을 하나도 다루지 못했다. 해야 하니까 했고, 그렇게 하다 보니 어느 정도 다룰 수 있게 됐다. 그리고 쌓인 기술은 책을 만들 때 요긴하게 쓸 수 있었다. 책의 목차를 구성하고,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한 얼개를 짜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주재원에서 근무할 때 주인의식을 가지고 일한다는 것에 관해서 많이 생각했어요. 거기서는 나 자신이 모든 걸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책임감이 막중했죠. 그런데 본사에서 근무할 때 부속품처럼 일하는 경향이 있었거든요. 주재원에 나가서 그때를 돌이켜보니까 알게 된 거예요. 만약 본사에 죽 있으면서 관성처럼 일했으면 알지 못했을 거예요. 주인의식을 가지고 일한다는 게 결국 자기 자신에게 최선을 다하고, 스스로 책임질 수 있도록 일한다는 말이라는 걸 깨달았어요.
일과 삶, 일과 태도에서 균형을 잡는 법
브런치에 글을 쓰면서 직장 때문에 고민하는 청년들의 멘토로 만나기도 했다. 송 작가가 만난 멘티 중 다섯 번의 입사와 퇴사를 반복한 청년이 있었다. 그는 한 회사에서 6개월을 넘기지 못하고 그만두기를 반복한 상태였다. 대화를 나누다 보니 그가 회사 생활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는 ‘워라밸’이었다.
워크, 라이프, 밸런스라는 말이잖아요. 균형을 잡기 위해서는 양팔을 벌리고 자기 자신이 균형을 맞추어가는 과정이 필요한데, 그 친구는 누군가 잡아주길 원했던 거예요. 그런데 저는 이렇게 생각했어요. 처음 회사에 입사하면 잘 모르는 게 당연하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서 라이프보다는 워크에 더 많은 시간을 쓰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부족하다고 생각되는 역량을 키워야 나중에 라이프가 보장되는 거예요. 워크를 완벽히 하지 않으면 라이프도 편안할 수 없잖아요.
직장에서 일을 잘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태도다. 송 작가는 직장에서의 태도를 ‘귀는 열고, 입은 닫고, 마음은 반만 주는 것’으로 요약했다. 회의 등 공식적인 자리에서 귀를 여는 것은 당연하고, 동료들의 사소한 말 한마디도 귀 기울여 듣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상사가 다른 사람과 전화하면서 회의 시간을 세 시로 잡았어요. 그럼 저는 바로 회의실을 잡아서 보고했어요. 상사는 자기가 시키지 않았는데, 정말 필요한 일을 한 거니까 저를 인정하게 되는 거죠. 또 옆자리 동료가 혼잣말로 욕을 하면, 무슨 일이냐고 먼저 말을 걸었어요. 그러면 옆자리 동료는 자기에게 관심을 주니까 이 사람이 나를 인정한다고 느끼게 돼요. 자기 일을 잘해야 하는 건 맞아요. 그런데 자기 일만 하면서 유대감을 쌓을 수는 없잖아요. 나를 인정하는 사람을 조금씩 늘리는 것도 회사 생활을 하는 데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해요.
반면에 열 번 이야기할 것은 두 번만 한다. 상사나 동료, 후배가 누군가를 욕하는 것에는 반응하지 않는 것이 좋다. 입을 열어야 하는 순간은 누군가를 칭찬할 때, 논리와 근거를 가지고 불합리한 것에 대응해야 할 때이다. 또 회사 동료와의 관계는 친구보다는 멀고 타인보다는 가깝게, 딱 그 정도의 마음만 나누는 것이 좋다.
직장인인 나도 자부심이 되는 순간
그럴 수도 있지, 하면 되지, 안 되면 말고, 저 사람은 저 사람의 일을 하는 것뿐이야, 이 또한 지나가리라.
송창현 작가가 힘들 때마다 외는 주문 같은 말들이다. 어떤 상황이든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실패할까 봐 두려운 일도 시작하면 어떻게든 풀리게 되어 있다는 것을 믿는다. 상사가 자신에게 심하다고 생각될 때는 ‘감정’보다는 ‘일’에 초점을 맞춘다. 저 사람도 저 사람에게 주어진 일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훨씬 편안해진다. 안 좋은 일도 지나가기 마련이니 그 안에서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면 된다.
진급 누락된 적이 있었어요. 상사분이 저와 다른 사람 중 진급할 사람을 선택해야 할 때 다른 분에게 기회를 준 거죠. 처음엔 상사분을 원망했어요. 그런데 나중에 돌이켜보니까 저라도 그랬을 것 같더라고요. 둘 다 비슷한 조건이었는데, 상사분을 대하는 태도가 달랐던 거예요. 진급 누락된 이후에 저를 떨어뜨렸던 상사분과 맥주를 마실 기회가 있었어요. 미안하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러면서 제가 그분을 피했을 때 본인도 서운했다는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좀 놀라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했어요. 생각해보니 진급했던 분은 일을 잘했던 건 물론이고, 상사분과도 살갑게 지내던 분이었어요. 저는 그때 상사분을 노골적으로 피하고, 일만 제대로 하자는 태도였고요. 그런데 그분이 먼저 맥주를 마시면서 그때 이야기를 하셔서 죄송하고, 감사했어요.
송 작가는 그때부터 아침마다 상사에게 커피 한 잔과 대화를 건넸다. 안 좋은 상황에서 머무는 것이 아니라 ‘나 같아도 나를 편하게 대하는 직원을 선택했을 거라는 현실’을 자각한 것이다. 진급하지 못했지만, 그때 송 작가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은 잘못을 인정하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것이었다.
오글거릴 수도 있지만. 직장 상사에게 칭찬 하나라도 한 번씩 건네고, 인정받는 과정을 만들어 보셨으면 좋겠어요. 상대를 공략하고, 인정받으면 결국 자기 자신이 성장하고, 내공이 쌓이는 것 같아요. 직장인이라도, 여러분은 여러분의 자부심이에요. 그걸 잊지 마셨으면 좋겠습니다.
독자와의 Q&A
Q. 작가로 성공해서 직장과 비교할 수 없는 수익이 생긴다면 혹시 직장을 그만두실 생각도 있으신가요?
A. 저는 끝까지 다닐 생각입니다. 제 나이가 이제 마흔셋인데, 3년 전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어요. 마흔까지는 정말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직장 생활은 언젠가 끝이 날 텐데, 이후엔 뭘 해야 할지 같은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목적이 생겼어요.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홍익인간 생산자’라는 건데요. 제가 생산한 콘텐츠를 통해서 누군가에게 긍정적인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러다 보니 글쓰기를 계속 하게 되는데, 모든 소재가 직장에서 나오더라고요. 월급을 받으면서 고생도 하지만, 그만큼 배우는 게 큰 것 같아요. 강연도 하고, 책을 쓰는 모든 일이 본업을 충실히 하지 않으면 흔들리게 되는 것 같아요.
Q. 직장에서의 목표가 궁금합니다.
A. 높은 자리까지 올라가고 싶은 욕심 당연히 있고요. 타이틀에 대한 욕심도 있어요. ‘직장 생활 20년 차를 얼마 남기지 않은 직장인’이 책을 내는 것과 높은 직급의 타이틀을 달고 책을 내는 것은 영향력에서 큰 차이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끝까지 열심히 직장에 다닐 예정이고요. 더 많은 사람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원문: 채널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