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왕국 일본의 만화가 원고료와 계약 방식들에 대해 많은 분들이 궁금해 하십니다. 항시 질문이 많은 부분이고, 이런저런 오해가 많은 부분이라서 조금 이야기를 해드리려고 합니다. 아래의 내용은 제가 주로 근무를 하는 스퀘어 에닉스의 경우가 아니라,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1. 작가의 평균적인 원고료는 얼마인가?
일본에서 완전 신인 작가분의 고료는, 그 잡지사가 중급이상의 규모를 갖추고 꾸준히 5만부 이상의 정기간행물을 내는 잡지사인 경우라도, 보통 굉장히 싼 경우는 7000엔 밑으로 떨어지는 경우는 잘 없다고 알고 있습니다. 보통은, 신인 공모전을 통해서 발굴된 작가분이 연재를 시작하는 경우 8000엔 이상의 원고료를 지급하는게 보통입니다.
하지만, 정규 연재 경험을 쌓은 1번 이상 연재를 한 작가분이거나, 타사에서 신인고료를 받다가 이적한 등의 어쨋든 신인 딱지를 뗀 프로작가분의 경우는 보통 10000엔 전후의 원고료가 지급이 됩니다. 여기서 보통 소득세로 원천징수가 10% 되니, 작가분이 실재로 받는 원고료는 페이지당 9000엔 정도입니다.
만일 어떤 작가분이 주간잡지에 연재를 한다고 칩시다. 주간지는 보통 16페이지 정도 연재를 하니, 그분이 휴재가 없이 연재를 다 한 경우는 한 번에 16*9000엔=144000엔 (150만원 정도) 한 달에 4번이니까 576000엔 (580만원)정도의 금액이 지급된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보통 격주간지 연재를 하시는 분들은 한번에 24페이지 정도의 연재를 하시지 24*9000엔=216000엔 *2=432000엔.
월간지를 연재하는 분들은 32페이지 연재가 많으니 32*9000엔 = 288000엔 정도가 원고료 수입이 되겠습니다. 오~ 한국의 웹툰 작가분들이나 이전의 잡지만화 작가분들 원고료 38,000원보다 많다!
2. 일본작가는 원고료로 수익을 거의 남길수 없다.
사실 이렇게 보면 한국보다는 형편이 훨씬 좋아보일수도 있겠습니다만, 천만에요 그렇지가 않습니다.
일본은, J잡지의 O작품에 투입되는 같은 초특급의 극단적인 경우긴 합니다만, 어시스턴트의 연봉이 1억 엔을 넘기는 케이스도 있고, 중견급 이상의 유명작품 어시스턴트는 연봉 4,5천만엔을 넘기는 케이스도 종종 있습니다. 사실 위의 금액을 벌어도 어느정도 수준있는 원고를 위해서는 3,4명의 어시스턴트 도움은 필수 입니다.
어시스턴트가 없으면 작품의 배경 아트 퀄리티나 마무리 체크에서 헛점이 반드시 발생하고 이는 눈썰미로는 세계 최고 수준인 일본독자의 눈을 속이기 어렵습니다. 가령 이런 어시스턴트를 최저 비용으로 두 명 15만엔 씩에 고용했다고 칩시다. 주간 연재를 해서 월에 64페이지를 그린다고 해도 이미 30만엔 정도의 지출이 생기지요. 거기다 사무실이 필요합니다. 일본에서 4명 정도가 안정적으로 원고가 가능하고 출퇴근이 가능한 사무실을 구하려면, 뭐 장소에 따라서 틀리지만 도쿄의 출판사에서 전철로 30분~1시간 거리라면 7,8만엔 정도는 각오를 해야 합니다.
여기에 작가 자신의 생활비가 있겠죠. 아무리 아껴도 일본에서는 5만엔 이상은 듭니다. 거기에 재료비가 들어갑니다. 네? 디지털 원고니까 원고용지나 스크린 톤등의 돈은 안든다고요? 천만에 말씀. 결국 장비를 돌리는 전기세가 드는데, 4명이 컴퓨터를 돌리면 아무리 못잡아도 한달에 2,3만엔 전기세가 나옵니다. 여기에 여름이 되면 필수적으로 에어콘을 돌려야 하는데 이러면 4,5만엔까지 갑니다.
게다가 어시스턴트 식비가 있겠죠? 물론, 월급제니 니들이 사먹어! 이런 분들도 계시겠지만, 이러면 그 선생님 째째하다는 식으로 어시스턴트들 세계에 악평이 자자해지게 됩니다. 맥도널드를 사먹이더라도 마감중의 식비 정도는 내줘야죠. 만화 <바쿠만>을 보시면 어시스턴트 식비를 출판사가 내주는 케이스도 있는데,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일본에서는 ‘연재 거지’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것은 신인 작가가 데뷔를 하더라도 단행본이 나오기 전에는 적자를 계속본다는 의미이고, 사실 굉장히 심각한 이야깁니다. 따라서 회사에 따라서는 단행본 1권이 출간되기 전에 어시스턴트 비용을 지원하는 등의 회사도 있습니다.
여하튼 일본에서는, 어렵게 잡지 연재를 따더라도 단행본이 나올 때 까지는, 코피나는 적자행진을 면치 못합니다.
3. 계약의 형태
이건 제가 K사에서 작가로서 계약을 해본 경험이 있으니 그걸 토대로 말씀드립니다. 일본 만화업계의 경우, 작가분과 출판사의 계약은 첫 단행본이 나올때를 즈음해서 [출판계약]이라는 형태로 맺어 집니다. 이 경우, 작가분은 갑의 입장이 되며 출판사는 을의 입장이 됩니다. 을인 출판사는 갑인 작가분에게서 정해진 기간- 보통 3년 간 입니다- 동안, 작가가 가진 권리 중에서 [출판 판매권]을 위임받습니다. 즉, 판권입니다. 원래 출판의 가장 이상적인 형태는, 작가분이 직접 원고를 그려서 이것을 책으로 찍어서 파는 것이 제일 좋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죠. 작가분은 그리는 전문가지 기획하고 팔고 유통시키는 전문가가 아니니까요. 그래서 자신이 작품을 파는 권리를 출판사에 위임해주는 것입니다. 보통 이 댓가로 받는 돈을 [인세]라고 합니다.
일본의 출판사의 경우, 단행본 가격의 10%가 작가분의 인세로 배정됩니다.
아, 전자책의 경우는 인세 배분 몫이 틀린 경우가 많습니다. 전자책은 유통이나 재료비가 먹히지 않습니다. 아, 물론 디지털 컨버팅 등의 비용은 듭니다만, 책을 물리적으로 유통시키는 비용보다는 싸지요. 그러니 작가분의 몫을 챙겨드리는 경우가 많고, 보통 파일 판매가격의 13~15%정도를 배당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가 일한 고단샤의 경우가 이러했습니다.
2차 저작권의 경우는, 회사마다 굉장히 다양합니다. 제가 일한 고단샤의 경우만 설명을 드립니다. 예를들어 제가 만든 작품이 영화화 되었다고 칩시다. 영화사에서는 제 작품을 영화화 하는 권리를 사는 댓가로 2년 내에 영화화 시키겠다는 권리로 100만엔을 줬다고 합시다. 이중에서 출판사는 보통 절반정도를 가져갑니다. 그리고 남은 50만엔의 금액을 작가 몫으로 배당하지요. 이 비율이 높다면 높고 불공평하다고 보는 분은 계시나, 일본 내에서는 당연하게 생각합니다. 이 계약과정은 굉장히 복잡하고 처리할 서류가 많습니다. 출판사는 이를 대리로 처리해줍니다. 그리고, 출판사는 당연히 작가분에게 원고료라는 투자를 한 셈이니, 이런곳에서 투자한 금액을 회수하게 해주는 것이죠.
4. 스토리 작가가 참가했을 경우
(1) 원고료 스토리 작가분의 원고료는 1 장당 따로 배정됩니다. 즉, 그림작가분 10000엔에 스토리 작가분의 원고료 4000엔 이런식으로 배정됩니다. 토탈 14000엔 짜리 원고료가 되는 것이죠.
(2)인세 스토리 작가분과 그림 작가분이 인세 10%를 배분하여 받게 됩니다. 배분 비율은 출판사 마다 틀립니다. 하지만, 보통 스토리 작가분 3에 그림 작가분이 7을 가져가는 것이 상식적으로 통용되고 있습니다. 고단샤의 경우는 유명작가분의 경우 5:5로 나누는 경우도 있었습니다만, 이것은 스토리 작가분이 엄청난 유명작가이고 신인 그림작가분이 같이 일을 해서 그러한 케이스가 많았습니다.
저는 3:7이 당연한 배분이라고 봅니다. 스토리 작가분에게서 떠난 원고를 마지막으로 만화형태로 완성시키는 스트레스는 막중하고, 실재로 노트북 한권이나 펜과 노트만 있으면 일 할 수 있는, 초기 투자가 적은 스토리 작가분과 달리 그림작가분 들은 막중한 초기 투자를 감내해야 하죠. 게다가 어시스턴트 인력관리에… 한가지 예로, 스토리 작가가 스토리가 늦으면 그 늦은만큼 그림 작가분은 잠을 덜자고 원고를 해서 움직일 수 없는 마감에 맞춰야 합니다. 틀리죠. 그러니 틀린 배당이 당연하다고 봅니다.
노파심에 말씀드립니다만, 이 이야기를 스토리 작가분의 중요도가 낮다는 것으로 판단하시지는 마시기 바랍니다. 저는, 한국 만화 업계에서 흔히 벌어져 온 스토리 작가분들에 대한 푸대접을 이전에 직접 보고 당해온 사람이기도 합니다. 분명 그 스토리 작가분의 비중이 굉장히 큰 작품인데, 책에 그 이름이 나오지도 못하고 이후에 정당한 댓가를 지불하지도 않는 모습은 분명 부조리 그 이하도 이상도 아니죠.
5. 그 스토리가 소설이나 애니메이션의 스핀오프 일 때는?
이 경우는 그 소설을 낸 출판사, 애니메이션을 배급한 배급사에게 원작 사용료라는 것을 지불하게 됩니다. 인세에서 지불하게 됩니다. 그러니까, 책 값에서 작가분에게 배정된 금액 10%에서 3%정도를 잘라서 지불하게 됩니다. 아, 물론 이건 케이스 바이 케이스라서, 모 초초초 유명 리얼 로보트가 등장하는 장편 애니메이션의 경우는 원작 사용료로 인세 중에 5%가까이 뜯어가는 강도 같은 케이스도 있는 모양입니다만요.
6. 원고료의 책정 기준
원고료는, 작가의 유명세나 단행본의 판매부수, 잡지내 인기순위 (앙케이트)를 고려해서 책정됩니다. 한국에서는 일부 초 유명작가분들의 원고료가 부풀려져서 알려지는 통에 이런저런 오해를 사는 모양입니다만…
유명작가 분들은 자신의 원고료가 일정 수준이상 부풀어 오르는 것을 경계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왜냐구요? 원고료란 결국 일종의 경비 입니다. 본인이 그 투자비용을 쓴 이상, 그만큼 이익을 내야하는 부담도 늘어납니다. 가령 장당 3만엔을 받는 초특급 작가분의 경우, 당연히 애니메이션이 나올만한 작품을 만드셔야 하고 단행본은 초판에 최소 15만 부 이상은 팔아야만 하죠.
그 이하의 실망스런 성적을 남기면 솔직히 빨리 정리되는 정리 작가 대열에 합류하게 됩니다. 출판사로서는 이분의 원고료면 아직 감각이 파릇파릇한 신인 작가 3명을 쓸 수 있는 투자금이 마련되고, 사실 이 작가들이 3~4만부씩만 팔아도 출판사로서는 실익이 더 크기 때문이죠.
아, 위에 3만엔이라는 금액을 썼습니다만, 저런 금액을 받을 수 있는 작가는 왕년의 호황기에 권 당100만부 이상을 팔았다거나 하는 일본 만화 업계 안에서도, 수입 피라밋 최상위급에 위치하는 극히 일부 작가분들입니다. 보통 권 당 4,5만부 정도의 성적을 기록하는 작가분들은 장르등에 따라서 편차는 있겠지만, 15000엔 안 팎의 원고료라고 보시는게 타당합니다.
제가 알고 있는 가장 높은 원고료는 장당 20만엔 이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모 전설적 만화를 그리신 모 작가 선생님이 단편을 실으실 때 출판사가 예의상 지급한 금액으로 전혀 참고 대상이 아닙니다. 현실적인 수준에서 가장 높은 원고료로 들은 금액은 장 당10만엔 정도 입니다.
스토리 작가분들은 보통 3000엔 정도부터 시작하십니다. 다만 이것은 콘티 형태가 아니라 시나리오 형태로 작업하시는 분들의 경우입니다. 콘티로 작업을 하시는 분들의 경우는 여기서 1000엔에서 2000엔을 더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중견 작가로 평가를 받기 시작하면 5000엔 이상을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개그 만화나 4컷 만화 작가분들은 원고료가 보통 일반 만화 작가분들 보다 높이 책정됩니다. 이것은 페이지가 적은 경우가 많아서 한 달 동안 충분한 생활비를 벌기 어려운 사정과 잡지 인기 순위가 높아서 잡지가 팔리는 데는 공헌을 해도 단행본이 안팔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또한 스트레스가 가장 심한 장르군 작가분들이라서 그러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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