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사이비과학은 단순히 돈을 뜯어내는 게 아니라 사람의 생명, 특히 어린이들을 죽이는데 악용되는 경우가 있다. 그 결과는 처참하다. 그리고 여기에 사이비종교가 뒤섞이면,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가져온다. 몇 가지 사례를 살펴본다.
20명 이상의 아이들을 치료 거부, 죽음으로 몰아간 사이비 종교
1,200명의 신자가 있는 미국 오리건주의 Followers of Christ는 기독교 근본주의 계통의 사이비종교로, 기도와 신앙의 힘으로 질병을 치료하겠다면서 의료를 거부한다(medical neglect). 2010년 7월, 이 교회 신자인 윌랜드 부부는 생후 7개월 된 딸의 눈 치료를 계속 거부하다가 현재 친권이 정지된 상태이다. 다행인 것은 아이가 죽기 전에 재판이 열렸다는 것. 대개의 경우는 이미 아이가 죽은 다음에야 부모들의 극단적인 근본주의 종교가 원인임이 밝혀져서 과실치사 등의 판결을 받고는 한다.
왜 아이를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냐는 질문에 부모는 ‘신과 신앙’을 언급하며, 딸이 좋아지지 않더라도 그건 신의 의지라는 식의 답변을 늘어놨다. 왜 이들의 친권을 박탈하고 아이를 신속하게 구출해야 하는지 알 수 있다. 현재 거의 실명상태에 이른 아기의 사진이 공개되었다. 아기가 저렇게 되도록 방치한 부모들과 그 종교가 정말로 증오스럽다. (참조 링크)
이 사이비 종교가 증오스러운 이유는 이미 지난 30년 동안 적어도 20명 이상의 어린이들을 방치, 죽인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지방검사국은 강력하게 이 교회에 반발하여 아이들을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지방검사 John Foote는 교회가족들에게 편지를 보냈는데, 검사국이 바라는 것은 부모들의 기소가 아니라 부모들이 책임감을 가지고 아이들이 죽지 않도록 하기를 바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참조 링크)
이는 미국에서 얼마나 기독교 근본주의가 판을 치고, 또 여기서 파생된 온갖 합리적인 이성과 과학을 거부하는 사이비종교들이 설치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미국은 진화론 지지도가 유별나게 낮게 나오는 국가이기도 하다. 진화론 지지율: 독일 91.5%, 일본 90.1%, 덴마크 89.1%, 스웨덴 86.4% … 미국 46.2%)
잘못된 믿음으로 딸까지 죽음으로 몰아넣은 AIDS 환자
합리적인 상식과 과학을 거부하는 또 하나 유명한 예는 AIDS 음모론이다. 이들은 AIDS의 원인이 HIV 바이러스라는 과학을 거부하는데, 최근에 유명했던 예는 스스로 책까지 써내던 미국의 Christine Maggiore의 경우이다. 자신이 HIV에 감염되었는데도 불구하고 모자감염 위험성을 낮추기 위한 항 레트로바이러스제 사용을 거부하고 감염 위험도가 높은 모유수유까지 하면서 2005년 봄에 결국 3세 딸을 감염으로 죽여 버렸다. 그 딸의 귀여운 사진을 보면 정말 안타깝다.
자기 딸이 AIDS로 죽은 게 아니라고 우기던 그녀 자신도 AIDS로 2008년 12월에 사망했다. 죽을 때까지도 합리적인 상식과 과학을 거부한, 정말로 안타까운 일생이었다고 할 수 있다. (참조 링크) AIDS 부정론은 창조과학과 지적설계론으로 대표되는 반진화론, 온난화 부정론과 함께 현대 자연과학 3대 부정론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렇다면 Christine Maggiore이 자신과 자신 딸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이 부정론에 광신적으로 매달리는데 기여한 자칭 전문가들은 누군가? 이들 그룹에는 지적설계론이라는 창조론의 자칭 전문가들이 다수 속해 있다. 지적설계론의 아버지라는 필립 존슨은 물론이고, 그나마 몇 안 되는 자칭 생물학 전문가라는 통일교 신자인 조나단 웰즈도 속해있다.
그리고 지적설계론 이론가 뎀스키 관련 블로그 집필자인 DaveScot은 지적설계론 블로그에서 AIDS 백신이 잘 안 만들어지는 게 HIV가 ADIS의 원인이 아니라는 횡설수설을 늘어놓을 정도이다. (참조 링크) 지적설계론 전체에서 공식적으로 AIDS 음모론을 지지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적설계론의 아버지를 포함해서 핵심적인 인물들이 참가한 것으로 보면, 사이비과학은 서로 끼리끼리 잘 통한다는 듯 싶다.
도그마는 신앙이 아니다
합리적인 상식과 과학과 의료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으로 뭉쳐서 자신들의 독실하고 숭고한(?) 신앙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어떠한 모순이 드러나고, 탄압(?)을 받아도 굽히지 않겠다는 사이비과학 숭상이 종교로 이어지면, 어느 순간 위험한 선을 넘어가 자신과 심지어 자신의 가족마저 처참하게 죽이고 만다. 명확한 선을 긋지 않고 어설프게 창조론을 지지하고, 사이비과학에 애정을 가지며, 근본주의 신앙에 빠지면 이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자신은 저렇게까지 되지 않고 이성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이미 함정에 빠진 시점에서 이성적이지 못하다는 증거다. 게다가, 본인은 그렇다 치더라도 자신이 끌어들인 탓에 가족이나 주위 사람들 중에서 광신에 빠지는 사람이 한 명도 생기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어설픈 사이비과학 숭상종교는 절대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
종종 자기네 교회를 홍보하며 ‘우리 목사님은 성령이 충만하셔서 질병들도 잘 고치십니다.’ 란 말을 하는 이들이 있다. 과연, 이들은 미국의 사이비종교와 과연 그렇게 많이 다를가? 정말로 어려운 세상의 슬픔과 괴로움은 외면하고, 자기 아이 병이 기도로 고쳐졌다는 착각, 쇼핑센터에서 주차할 때 성령이 인도하셔서 금방 주차했다는 지극히 긍정적인 착각에 감격하여 ‘하나님을 자동판매기 정도로 취급하는 신앙생활’이 과연 그렇게 바람직할까?
사람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신앙은 이렇게 수준이 낮을 리 없다고 생각한다.
원문 : 버둥거리는 비엔나 소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