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CES에서 아키오 도요타 사장은 인공지능, 자율주행을 필두로 한 도요타의 비전을 제시했습니다.
도요타는 모빌리티(MOBILiTY) 기업이다.
자동차 메이커는 단순히 자동차를 만드는 기업이지만, 모빌리티를 추구하는 기업은 ‘모빌리티’에 대한 모든 분야를 다루는 기업이 됨을 의미합니다. 이는 더 이상 도요타가 자동차 제조업이 아닌 자동차를 기반으로 한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기업으로 변하겠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자동차 기업은 어떻게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하지?
최근 개장한 도쿄 미드타운 히비야에는 ‘LEXUS MEETS Hibiya’가 새로 생겼습니다. 이곳은 앞으로 도요타가 어떻게 ‘모빌리티’를 중심으로 한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할지 보여줍니다.
- 웹사이트: LEXUS MEETS Hibiya
- 위치: 도쿄 미드타운 히비야 1층
- 교통: 도쿄 메트로 히비야선 히비야역에서 하차 후 도보 5분
이곳에서는 도요타가 미래를 위한 청사진과 하이엔드 브랜드인 렉서스에 관한 많은 고민을 알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도요타가 렉서스를 통해 렉서스 롤 먼저 나아가 다져갈 모빌리티는 ‘공간의 확장’입니다. 단순한 자동차라는 기계가 아닌 렉서스가 중심이 되는 라이프스타일로의 확장입니다.
단순한 홍보 카페가 아닙니다. 이미 렉서스는 ‘INTERSECT BY LEXUS‘라는 카페가 있습니다. LEXUS MEET는 렉서스를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확장하기 위한 공간 브랜딩이라고 보아야 합니다. 왜냐고요? 렉서스 차량 디자인을 모든 곳곳에 적용한 만큼 디테일이 훌륭하거든요. 이곳이 주는 메시지는 명료합니다.
우리는 렉서스를 ‘모빌리티’를 기반으로 한 라이프스타일로 브랜드로 확장하겠다!
1. 슬로건
‘Lexsus meet in Hibiya’라고 쓰여있는 문구는 렉서스가 단순하게 품질 좋은 하이엔드 차가 아닌, 렉서스라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한걸음 더 나아가겠다는 강한 의지를 담습니다. 쓰타야가 책에서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듯 렉서스가 중심이 된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합니다.
이곳의 기획은 ‘THE SPINDLE’ ‘TOUCH AND DRIVE’ ‘STEER AND RING’ 총 3가지입니다. ‘렉서스 차량을 가진 사람, 렉서스에 관심 있는 사람들의 취향은 이렇지 않을까?’라는 기획으로 생활잡화를 배치해 놓았습니다.
2. 오브제로서 렉서스, 기획의 시작점 렉서스
이곳에서 렉서스 차량 구매에 대한 상담은 물론이거니와 VR 체험 및 체험 주행을 할 수 있습니다. 예약 필수. 차는 단 2대만 전시되어 있습니다. 전시차량은 수시로 바뀌는 모양입니다. 웹사이트에서 지금 전시 중인 차량을 공지합니다. 제가 방문했을 때는 스포츠카 모델과 SUV 차량이 전시 중이었습니다.
이곳에서 렉서스 차량은 렉서스가 제시하는 라이프스타일 제안을 위한 하나의 오브제로 위치합니다. 렉서스를 타는 사람은 이런 것도 좋아하지 않겠는가? 하는 ‘기획의 중심’이지 자동차 판매를 위한 도구가 아닙니다. 어디서 많이 본 기획입니다. 어디일까요? 바로 쓰타야 서점이죠.
‘렉서스를 사용하는 이들, 혹은 렉서스를 구매하고자 하는 이들이라면 이런 향 혹은 화장품을 사용하지 않겠습니까?’라는 메시지가 보입니다. 렉서스가 중심이 된 라이프스타일 셀렉 숍이 바로 이곳입니다. 그래서 이곳을 부티크 숍이라고 부릅니다.
스티어링은 자동차에서 핸들을 의미합니다. STEER AND RING가 가진 의미는 ‘당신을 나아가게 하고, 둘러싼 것은 무엇일까요?’라는 모토로 렉서스 사용자의 취향에 관해서 이야기합니다.
Lexus Meet 웹사이트에서는 부티크라는 표현을 씁니다. 핸드백을 비롯한 생활잡화를 렉서스와 같이 비치합니다. 아직 이 기획은 다소 억지스러운 부분이 적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책이나 가전제품이 아닌 자동차를 중심으로 한 라이프스타일 제안은 아주 참신했습니다.
‘렉서스 사용자의 취향은 이렇지 않을까?’라는 질문은 비알레티 모카포트, 노트, 디퓨저 등 삶 속에서 ‘여유를 담은 생활잡화’ 혹은 ‘즐거움을 담은 생활 제안’으로 이어집니다. ‘여유로운 삶, 즐거운 시간을 위한 동반자’라는 이미지를 라이프스타일로 끌어올리려는 시도가 보입니다. 이동 도구에 불과한 자동차를 의식주의 부분으로 끌어올리려는 시도죠.
사실 저는 운전면허 취급이 어려울 정도로 시력이 좋지 않습니다. 벤츠, 아우디, BMW는 한 번쯤은 타고 싶은 차지만 렉서스는 벤츠나 아우디 사이에서 가성비가 좋은 튼튼한 차 이미지가 강합니다. 하지만 LEXSUS MEETS에서 본 렉서스와 그에 기반한 제안을 보면서 렉서스를 보는 시야가 많이 바뀌었습니다. 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타깃이겠죠.
앞서 말했다시피 ‘LEXUS MEETS’는 카페라기보다는 쓰타야 같은 라이프스타일 제안 숍에 더 가깝습니다. 이곳은 렉서스를 구매한 이들과 렉서스를 살 마음이 있는 모든 이들을 대상으로 합니다. 자동차 쇼룸이 아니라 잠재 소비자들의 취향을 알고자 함이 더 있다고 봅니다. 도요타에게는 그동안 축적한 데이터가 있을 테니까요.
렉서스뿐 아니라 도요타를 ‘의식주’로 생각하기 위한 도요타의 포석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자동차 회사들이 레이싱 게임을 통해서 자동차를 구매할 잠재 소비자들에게 자사 차량에 대한 경험을 간접 체험하게 하려는 면과 유사합니다.
레이싱 게임이 ‘자동차 기능’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이곳은 ‘라이프스타일’로 접근합니다. ‘당신이 렉서스를 사용한다면 이런 향수, 디퓨저, 옷 등이 취향에 맞을 겁니다!’라고 말하고 싶은 겁니다.
3. 내부 디자인: 렉서스 차량 디자인을 반영
자동차 회사가 디자인을 하는 일은 새로운 모습이 아닙니다. 이미 포르쉐 산하 포르쉐 디자인은 가방, 지갑, 선글라스 등 여러 제품 등을 디자인합니다.
‘LEXUS MEETS’를 조금만 관찰해보아도 테이블과 의자, 매장 모든 구조가 렉서스에 사용하는 타이어와 라디에이터 그릴을 비롯한 렉서스 차량 디자인에서 많이 차용했다는 사실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디자인은 결코 튀지 않고 모던하게 전체 공간과 잘 어우러져 갑니다.
SPINDE은 샌드위치&델리, 바로 구성했습니다. 공작 기계에서 SPINDLE은 공작물 또는 연장을 회전시키기 위한 축을 뜻합니다. 사람에게 SPINDLE은 역시 음식입니다. 이곳에서 드라이브를 하러 나가는 이들을 위한 피크닉 세트도 구비했습니다.
‘THE SPINDLE’ ‘TOUCH AND DRIVE’ ‘STEER AND RING’ 이 3가지 콘셉트는 모두 의식주로 연결됩니다. STEER ANF RING은 ‘의’, SPINDLE은 ‘식’, TOUCH ANF DRIVE는 ‘주’ 즉 렉서스입니다. 그리고 그곳을 경험하는 사람은 바로 ‘정’입니다.
LEXUS MEETS가 말하고자 하는 건 바로 ‘의식주정’이 하나가 되는 라이프스타일입니다. 렉서스로 시작되는 라이프스타일! 모빌리티라는 개념을 ‘이동’과 ‘연결성’에 한정하지 않고 그 이상, ‘생활’과 ‘삶’으로 확장하고자 하는 바가 렉서스를 비롯한 도요타의 최종 도착지로 보였습니다.
4. 렉서스의 지향은 렉서스가 중심이 되는 라이프스타일
라이프스타일을 구성하는 요소는 의식주입니다. 의식주가 만나는 곳에서 ‘정’ 혹은 ‘락’이 생깁니다. 여행을 예로 들어봅시다. 여행은 ‘의식주’를 다른 공간으로 옮기는 ‘초초 단기 이사’라고 보아도 됩니다.
자동차도 마찬가지입니다. 자동차를 타고 목적지로 가는 동안 ‘주’는 자동차가 됩니다. 그 시간은 ‘초초 단기 임대’도 마찬가지입니다. 많은 이가 자동차를 가꾸고 꾸미는 이유는 목적지로 가는 시간이 ‘나의 공간’이기 때문이고 라이프스타일의 연장선상에 있기 때문입니다.
렉서스가 되고 싶은 위치는 바로 ‘주’입니다. 단순한 ‘주’가 아니라 렉서스가 라이프스타일 중심이 되는 겁니다. 렉서스가 라이프스타일로 확장이 가능한 이유는 무엇보다 품질을 인정받았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자동차가 ‘주’가 될 수 있다고 해도 품질이 기반이 되지 않으면 소용이 없습니다.
도요타는 분명하게 자동차 회사입니다. 하지만 이제 자동차는 소유물이 아닌 임대물로 점차 변합니다. 이제는 자동차를 소유하기보다는 빌려서 잠깐 이용만 합니다. 오히려 자동차 회사는 자동차를 왜 소유해야 하는지 소비자들에게 직접 알리고 설득해야 하는 시대입니다.
아직은 자율주행이 대중화되지 않았습니다. 도요타는 모빌리티라는 개념을 팔레트라는 플랫폼을 통해서 라이프스타일로 확장하겠다는 방대한 청사진을 CES에서 이미 천명했습니다. 다소 추상적인 모빌리티의 개념을 사람들이 천천히 받아들일 수 있게 다가갈 필요가 있습니다. 도요타는 모빌리티 개념을 라이프스타일로 기획해보기 위한 첫 단추로 렉서스라는 이미 검증된 자사 브랜드를 선택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원문: 조성은의 브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