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PR, Terry Gross의 「A Neuroscientist Explores The Biology Of Addiction In ‘Never Enough’」를 번역한 글입니다.
뇌과학자 주디스 그리젤은 어렸을 때부터 가족 모임에서 조금씩 술을 맛보았을 겁니다. 하지만 열세 살 때 처음으로 술에 취했고, 모든 것이 바뀌었습니다.
“정말로 완벽했고 아주 만족스러웠어요. 불안감이 사라졌고, 두려움도 없어졌으며, 세상을 마음대로 할 수 있을 것 같았지요. 그전까지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자신감을 느꼈어요.”
그리젤은 그 기분을 떨칠 수가 없었습니다. 이후 오랫동안 그녀는 알코올과 마리화나, 코카인을 끊기 위해 노력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중독이 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나는 무언가가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나에게 어떤 병이 있다고 하면, 나는 그 병의 생물학적 원인이 있을 것이고 내가 그 원인을 찾아서 고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요.”
이제 그리젤이 약물과 알코올을 끊은지 30년이 지났습니다. 그녀는 버크넬대학의 심리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약물이 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그녀는 그동안의 연구 결과를 정리해 『만족할 수 없는: 중독의 경험과 뇌과학(Never Enough: The Neuroscience and Experience of Addiction)』으로 펴냈습니다.
Q: 약물과 알코올이 청소년과 청년의 뇌에 미치는 영향
A: 청소년기는 뇌의 구조가 완성되는 시기이기 때문에 이 시기의 행동은 매우 중요합니다. 이 시기의 경험은 뇌가 이미 발달을 마친 뒤의 경험에 비해 남은 인생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뇌 신경 회로가 구성되는 시기에 하는 약물은 뇌 신경 회로의 구조에 영향을 미칩니다. 만약 당신이 이미 뇌가 완성된 28살에 약물을 시작한다면, 그 약물은 그렇게 장기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습니다.
뇌는 대략 25살 까지 계속 성장합니다. 즉, 25살 이전이 매우 중요한 시기입니다. 이 시기의 경험이 이후의 삶에 영향을 주는 예를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이 시기에 고주망태가 되도록 마시는 경험은 이후 그 사람을 알코올 중독에 빠지게 만들 가능성을 높입니다. 또한 도파민 전달 경로를 포함한 뇌 신경회로와 연결에 영향을 줍니다.
술을 언제 처음 마시느냐, 그리고 얼마나 오래 마셨느냐보다 한 번 마실때 어떻게 마시는지의 술 습관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칩니다. 곧, 폭음하는 습관은 이후의 삶에 가장 나쁜 영향을 미칩니다.
Q: 알코올은 왜 둔탁한 망치와 같은가
A: 알코올은 뇌를 엉망진창으로 만듭니다. 알코올은 아주 작은 분자이기 때문에 뇌의 모든 영역에 퍼져 다양한 신경 회로에 영향을 미칩니다. 엔돌핀과 도파민에도 영향을 줍니다. 핵심신경전달물질인 글루탐산염과 GABA에 영향을 줍니다. 모든 종류의 이온 채널에 영향을 줍니다.
알코올 분자의 크기는 너무나 작아서 뇌 어디든 침투합니다. 그래서 알코올이 뇌에 미치는 영향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알코올 분자는 마치 둔탁한 망치처럼 뇌의 거의 모든 세포 기능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우리는 술에 취한 것이 무엇인지, 어떻게 술에 취하는지를 최근에야 조금씩 알아가고 있습니다.
Q: 코카인은 왜 레이저와 같은가
A: 코카인의 작동방식은 알코올과 정반대입니다. 코카인의 역할은 단 한 가지입니다. 그리고 매우 효과적이지요. 코카인은 도파민과 노르에피네프린과 같은 신경전달물질의 회수를 방해해 쾌락을 주고 몸을 움직이게 만듭니다. 즉, 코카인의 작용은 매우 구체적입니다. 상대적으로 코카인은 연구하기 쉽고 작동방식을 이해하기도 쉽습니다.
Q: 마리화나는 어떻게 작용하는가
A: 마리화나는 코카인과 알코올의 특성을 모두 가지고 있습니다. 즉, 코카인처럼 그 작용이 매우 구체적이지만, 알코올처럼 뇌의 모든 영역에 작용합니다. 곧, 한 가지 일을 하지만, 모든 영역에서 한다는 것입니다. 반면, 코카인은 한 가지 일을 몇 가지 신경 경로에서만 하지요.
알코올은 모든 영역에서 다양한 작용을 하고요. 마리화나의 핵심 성분인 THC는 뇌내 세포간 정보 교환을 활발하게 만듭니다. 세포들이 서로 주고받는 메시지를 더 크게 들리게 만드는 것과 비슷합니다.
마리화나를 피울 때 뇌에는 THC가 넘쳐나게 됩니다. 때문에 뇌내 세포 간 정보 교환이 증가합니다. 이는 “오, 모든 것이 재미있어! 모든 게 아름답네! 이 음악은 정말 감동적이야! 저 색깔은 정말 화려하구나! 이 음식은 왜 이렇게 맛있지?”같은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모든 신호가 동시에 켜지는 것입니다. 이는 당연히 자연스러운 반응은 아니지요.
문제는 뇌가 이런 상태에 곧 적응한다는 것입니다. 즉, THC 에 의해 영향을 받는 신호의 크기를 뇌는 알아서 줄이게 됩니다. 뇌가 둔감하게 바뀌는 것이죠. 그리고 마리화나를 더 많이, 더 자주 사용할수록 뇌 또한 여기에 적응하게 됩니다. 그래서 사용을 멈추는 순간, 모든 것이 무의미하고 회색 빛으로, 덜 흥미로운 것으로 느껴지게 됩니다.
Q: 아편은 어떻게 작용하는가
A: 아편은 고통을 없애주고, 따라서 완벽한 만족감과 행복을 선사하며, 모든 것이 그 자체로 괜찮다는 느낌을 줍니다. 바로 이 점이 아편을 매력적인 약물로 만듭니다.
문제는 이러한 고통의 제거와 행복감에도 뇌가 적응한다는 점입니다. 아편을 계속 사용할 경우 완벽한 만족감은 점점 줄어들며 그저 비참하거나 아픈 느낌만이 제거된 상태라 느끼게 됩니다. 하지만 아편의 약효가 끝나면, 처음 아편을 사용할 때보다 훨씬 더 큰 고통을 느끼게 됩니다. 즉, 뇌가 고통을 스스로 만드는 셈이 됩니다.
Q: 왜 메타돈은 아편 중독의 좋은 해결책이 아닌가
A: 메타돈은 아편을 대신할 수 있는 물질입니다. 메타돈은 약효가 매우 오래 지속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심한 금단 증상을 경험하지 않고, 그래서 사람들은 메타돈을 선호합니다. 즉, 메타돈은 값싸고, 오래 가며, 금단 증상도 없는 약처럼 보입니다.
즉 우리 같은 보통 사람들은 메타돈이 아편 중독을 치료해주는 좋은 해결책이라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아편 중독자들, 특히 젊은 아편 중독자들이 메타돈에 중독될 경우 헤로인만큼이나 그 중독에서 헤어나오기 어렵습니다.
Q: 약물과 알코올이 얼마나 문화 속에 침투해 있는지
A: 우리 사회는 현실에서 도피하거나 현실을 잊고자 하는 그런 방법들에 중독되어 있습니다. 자신을 파괴하지 않고서도 잠시 현실을 잊을 수 있다면, 그건 대단한 일입니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에서 나 같은 평범한 사람은 – 아마 많은 이가 그렇겠지만 – 쉽게 유혹에 빠지게 됩니다.
나는 우리 사회 전체가 만족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징후는 어디에서나 발견됩니다. 그래서 우리 각자가 “이 방법이 내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줄까? 아니면 그 반대일까?”를 늘 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나는 커피의 경우 내성이나 중독에 비해 생활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카페인이 많이 필요한 날은 커피를 석 잔 마시면 되니까요. 중요한 것은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솔직하게 물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원문: 뉴스페퍼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