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별로 성공할 것 같진 않은 서비스를 이것저것 발표했습니다. 아예 애플이란 회사의 운명을 바꾸어버린 아이튠즈의 기록적인 성공이 있긴 했지만, 애플은 은근히 서비스가 잘 망하는 회사이기도 하죠. 특히 인터넷 서비스가… 아이웹이라든가 모바일미라든가…
하드웨어를 파는 회사다 보니 아이팟+아이튠즈처럼 유기적 연결에 성공하고 공고한 점유율까지 갖게 되면 서로 시너지 효과를 일으킵니다. 그런데 어중간하게 잘 결합되지 못하거나 시장 지배적 위치에 서지 못하면, 하드웨어에 발목 잡혀 서비스도 같이 무너져버리는 경향이 있죠…. 그렇다고 서비스가 대단히 훌륭하다거나 가격이 저렴하다거나 한 것도 아니라서 말이죠.
1. Apple News+
애플 뉴스 플러스(Apple News+)는 전통 잡지 구독 서비스입니다. 타임, 뉴요커부터 보그,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 와이어드까지 분야를 막론한 다양한 전통 잡지를 월 9.99달러에 구독할 수 있습니다. 한국은 안 됩니다.
유튜브를 비롯한 미디어 범람의 시대에 전통 미디어에 집착하는 애플의 행보는 뭐랄까… 사실 개인적으로는 좋은 시도라고 생각합니다. 모두가 컨텐츠 크리에이터가 되는 유튜브의 시대라는 게 말만 들으면 매력적이지만, 사실 가짜 뉴스와 편향 확대의 주범인 것도 사실이라서 말이죠.
하지만 컨텐츠를 돈 주고 구독하는 사람은 이제 세상에 그리 많지 않습니다. 특히 한국 잡지 시장의 현실을 생각하면 한국에 진출하더라도 별 파급력이 없을 가능성이 높지 싶습니다. 물론 한국에 서비스를 런칭할 생각도 별로 없을 것 같습니다.
2. Apple TV+
애플TV 플러스(Apple TV+)는 애플이 내놓는 스트리밍 서비스입니다. 넷플릭스가 장악하고 디즈니 플러스 등이 도전장을 낸 안방극장에 또 하나의 강력한 경쟁자가 출현했습니다만… 한국은 일단 안 됩니다. 하지만 100개국 이상에서 출시 예정이고, 자막만 달면 되는 거니 한국에서도 서비스할지도?
발표된 내용이 많지 않아 서비스의 성패를 쉬이 가늠하긴 어렵겠습니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어메이징 스토리>가 가장 큰 주목을 끌었고, JJ 에이브럼스 등의 제작자나 아쿠아맨 겸 칼 드로고 같은 배우도 단상에 올라왔고요. 그리고 이벤트 말미에는 ‘깜짝’ 등장한 오프라 윈프리가 기립박수를 이끌어냈습니다. 그는 애플TV 플러스의 다큐멘터리에 참여한다고 하네요.
독자 컨텐츠에 올해 2조 원(20억 달러) 정도를 쓸 거라고는 하는데, 큰 돈 같지만 사실 규모는 넷플릭스에 비해 많이 뒤떨어지는 편이라고 합니다. 뭐 예산 규모가 무조건 컨텐츠의 질을 담보하는 건 아니고, 넷플릭스가 계속 <클로버필드 패러독스>같은 괴작만 뽑아댄다면 승산이 있을지도…?
생각나는 걸림돌은 일단 하드웨어입니다. 애플TV 앱이 안드로이드나 일반 PC 등을 지원할지 모르겠습니다. 애플이 워낙 하드웨어에 폐쇄적인 회사라서 말이죠. 아마 지원 안 하겠죠? 그럼 모바일 시대에 모바일 고객의 70%를 일단 내치고 시작하는 건데… 애플이 하드웨어 업체이기도 하기 때문에 서비스가 어중간해지는 것 같군요.
3. Apple Card
애플 카드(Apple Card)는 애플이 만든 신용카드로, 골드만 삭스와 협업한다고 합니다. 한국은 안 됩니다. 애플 페이도 안 되는데 애플 카드가 되겠습니까.
카드가 되게 예쁩니다. 아주 심플하죠. 카드번호부터 서명까지 그 어떤 정보도 카드에 물리적으로 새겨놓지 않았는데요. 개인정보 보호와 보안을 최근 마케팅의 화두로 잡은 애플다운 행보입니다. 국내에서는 신용카드 사고가 그리 심각하지 않아 크게 어필하는 점은 아니지만요… 어차피 못 쓰기 때문에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겠습니다.
4. APPLE Arcade
애플 아케이드(Apple arcade)는 애플의 구독제 게임 서비스입니다. 아이폰과 아이패드, 맥과 애플TV를 넘나들며 게임을 즐길 수 있습니다… 마는…
애플 tv 플러스와 마찬가지로, 게임 구독 서비스도 가장 중요한 건 게임의 질일 건데요. 애플의 게임 전략은 피핀 이래 게임 센터에 이르기까지 늘 망했기 때문에 이번에도 망할 것 같습니다. mfi부터 시작해 애플이 건드리면 망가지는 게 게임은 서드파티가 알아서 하게 두는 게 차라리 나은 듯.
이건 사실 진지한 서비스라고 하긴 어려울 것 같고요. AAA급 게임은 하나도 없고, 기존 모바일 게임보다 딱히 돋보이는 게임성을 보여줄 것 같지도 않고. 애당초 모바일/애플 tv가 AAA급 게임을 낳을 만한 플랫폼은 아니죠. 인앱 결제 방식의 게임들로 돈의 흐름 자체가 거의 넘어간 상황에서 과연 얼마나 가능할지는 의문입니다.
원문: 임예인의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