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가 공채를 포기한 이유
첫째, 다양성이다.
그동안 들어왔던 인재들은 다양성에서는 높은 점수를 주지 못한다. 이미 회사가 원하는 인재상이 정해져 있고, 컷오프를 통과하기 위해 그들의 입맛에 맞아야 한다. 당연히 우리 회사에 어울리는 천재형 돌아이를 뽑지는 않는다. 왜? 그들이 가려고 하는 방향에 고춧가루를 뿌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말 잘 듣고, 손, 발, 머리가 빨리 돌아가는 이들이 필요해 잔뜩 뽑았는데, 이미 그들로는 앞으로 생존이 불투명해졌다. 때문에 인재의 다양성을 통해 새롭게 그룹이 나아가려는 방향을 재정립하기 위함이며, 동시에 기존 조직원들에게 보이지 않는 ‘경종’을 울리기 위함이다.
둘째, 생존을 위한 필연적 선택이다.
이미 한국 시장을 넘어 세계시장을 노크하는데, 글로벌을 상대로 일방적인 인재 표준화 전략은 다소 효율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현지화 전략을 위해 최대한 인재의 유연성을 확보해야 하는데, 기존 인재 선발의 시스템이 경직되어 있고, 무엇보다 한국에서 뽑아 세계를 무대로 경쟁이 불가능에 가깝다.
셋째, 공채는 인재 선발 및 육성에 효율 및 효과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공채는 탈락자를 선발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원하는 인재가 가진 역량을 억지로 계량화하여, 이를 기준으로 평가를 하게 된다. 소위 역량 모델링이라는 그럴듯한 이름으로 포장하여 많은 컨설팅사가 팔아먹었다.
상당히 과학적이지만, 논리적 오류가 많고 제대로 구사하려면 비용이 많이 드는 방식이며, 수시로 비즈니스 방향의 변화에 따라 바꿔줘야 하지만, 그런 회사를 정말 손에 꼽는다. 그것도 대기업이라고 해도 말이다.
예를 들어, 현장에서 필요한 인력 대상으로 직무상 일정 이상 필요한 요건을 확보하고 계량화하거나 또는 전수 조사하여 다방면의 측정 가능한 역량을 통해 이를 신입부터 베테랑까지 수준을 정의 및 구분하고, 이를 기준으로 선발에 활용하는 것이다.
그런데, 실제 공채에서 위와 같이 직무상 필요한 역량을 묻지 않는다. 대부분 의미 없어 보이는 XX 사고력이라고 하는 것을 물어본다. 그런데 그건 어디에 쓰는 건가요?
넷째, 조직 내 또 다른 불협화음을 조장한다.
전 세계를 상대로 비즈니스를 하는데, 기수에 의해 선후배를 나누고, 그들끼리의 파벌을 조성하는 등, 끌어주고 밀어주고 하는 회사를 운영하는데 어쩌면 불필요한 공식적 네트워크를 굳이 계속 가져가야 할 이유가 없다.
그들 나름의 파벌에 의해 비즈니스는 현실에 계속 안주하고, 최대한 시장 요구에 맞춘 안정성이 높은 선택을 계속하면, 회사가 내리막길을 걷게 된다. 워낙 빠르게 소비 시장이 변하는 지금으로서는 어쩔 수 없다. 고객을 따라가야 한다. 그나마, 그들의 선택이 빠르게 결정되면 다행이지만, 이미 커져 버린 덩치에서 그런 식의 움직임은 불가능에 가깝다.
녹화 영상 – 04:52
앞으로 채용 형태상의 변화
결과만 봤을 때는 공채보다는 수시 채용을 통해 현장에서 필요한 인력을 증원 또는 충원의 방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이건 거스를 수 없는 변화이다. 회사는 일정한 T.O가 존재하고, 그걸 억지로 늘릴 수는 없다. 시장에 너무나 빨리 팽창하여, 일손이 모자라게 되면 모를까. 하지만 그런 일은 거의 일어나기 어렵다. 특히 내수 시장을 주로 하는 조직에서 말이다.
또한, 미국이나 유럽처럼 바로 엄청난 규모와 그에 걸맞은 대우를 받을 수 있는 조직, 즉 대기업으로 직진할 수 있는 코스는 점차 좁아질 전망이다. 이미 그런 좋은 자리(?) 들은 모두 한 자리씩들 차지하고 있다. 그들이 과연 쉽게 다른 이들에게 자리를 내어줄 수 있을까?
그리고 그들이 옮기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더는 올라갈 곳이 없다. 옮기는 사람이 바보이고, 옮긴다고 해도,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할 수 있는 곳은 극히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정리하며
지금처럼 혹은 앞으로 같이 모든 것이 불확실하고, 기존의 기업들이 가진 성공 방법론을 새롭게 세팅해야 할 때, 공채는 회사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이라는 자원을 발굴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오히려 엄청난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누군가를 탈락시키기 위해 만들었는데, 탈락시킨 이들 중에 혹시 흙 속의 진주 같은 이를 발견 못하고 떨어뜨릴 수도 있잖다. 아이유가 JYP 오디션에 탈락한 것과 같은 일은 어찌 보면 늘 있는 일인 것 같다.
다만, 현기차에서 일종의 선수를 쳤다고 볼 수 있다. 다른 그룹사를 포함한 대한민국 100대 기업 규모를 가진 이들 중에 일부도 이를 따라서 할지 모른다. 인사팀만 다소 바빠지겠다. 물론, 바로 바뀌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다. 이것도 정부의 눈치를 어쩔 수 없이 봐야 하는 기업들 입장에서는 쉽게 할 수 없는 선택일 것 같다. 하지만,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인 것은 분명하다.
산업 속 특정 업계를 타고 대기업으로 가는 이들은 극히 제한적이고, 스타트업 혹은 중소기업부터 시작하는 것 말이다. 일종의 롤플레잉 게임 속 테크트리와 유사하다. 그래서 특정 업계 속 직무를 목표로 취업을 준비하는 것이 가장 현명하다. 그 선택 가운데 대기업과 중견, 중소기업이 뒤섞여 있는 것뿐이다. 그 안에 내가 옮겨 다닐 수 있는 여러 직장이 있을 뿐이다.
원문: Eden Kim의 브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