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를 운영하면서 느낀 점을 주기적으로 블로그에 기록하고 있다. 어떤 점을 배웠는지 어떤 점을 놓쳤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떤 방향성으로 가보고 싶은지를 기록해놓는 것이 제일 큰 목적이다. 또한 블로그를 시작하고 확장하려는 분께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기록물이었으면 하는 마음도 있다. 그렇게 블로그 5개월의 기록, 1년의 기록, 2년의 기록, 2년 6개월의 기록 포스트가 나왔다.
블로그를 확장시키고 있는 ’ SNS 채널’에 대한 기록도 적어보고자 한다. 그 첫 번째 주인공은 바로 인스타그램. 2018년 6월 말, 생각노트 인스타그램 채널을 오픈하고 시작했다. 다른 포스트에서 적었던 것과 같이 인스타그램을 오픈하는데 2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이미지 중심의 채널에 텍스트 콘텐츠를 만드는 블로거가 들어가는 것이 맞을까, 그 핵심 질문에 답을 하지 못했다. 그렇게 미루고 미루다 더는 늦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우선 오픈부터 하고 봤다.
그렇게 오픈한 지 9개월. 생각노트 블로그에서 운영하고 있는 마케팅 채널 중 가장 빠르게 팔로워 5,000명을 넘어섰다. 생각노트는 뉴스레터,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을 마케팅 채널로 운영하고 있다. ‘글의 발견성’을 높이고 블로그와 SNS 채널 간 유기적인 흐름을 만들기 위한 채널이다. 뉴스레터 구독자 5,000명이 1년 6개월, 트위터 팔로워 5,000명이 2년 3개월, 페이스북 팔로워 5,000명이 2년 6개월 걸렸던 것과 비교하면 매우 빠르게 팔로워가 늘어난 셈이다.
감사하게도 9개월 만에 팔로워 5,000명이 넘은 이 시점에서 인스타그램을 어떻게 시작했고 어떤 점을 배웠으며 어떤 방향성으로 운영했는지 정리를 한 번 해두고자 한다. 또한 앞으로 어떤 채널이 되고 싶은지 고민한 내용도 기록으로 남겨놓고자 한다.
왜 인스타그램 채널을 오픈했을까?
인스타그램은 ‘이미지’ 중심의 SNS다. 이는 텍스트 콘텐츠를 발행하는 블로거 입장에서 큰 ‘허들’이었다. 텍스트와 이미지는 전혀 다른 콘텐츠 포맷이기 때문이다. 물론, 텍스트 콘텐츠와 이미지 콘텐츠를 같이 잘 만드는 크리에이터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나에게는 아쉽게도 그런 재능이 없다. 그래서 인스타그램 계정을 오픈할 지, 오픈하면 잘 운영할 수 있을지, 그 ‘지속 가능성’을 2년간 고민했다.
그 와중에 인스타그램의 대세감은 더 높이 올라갔다. 블로그를 처음 시작(2016년 5월)할 때도 인스타그램은 핫한 SNS 중 하나였다. 하지만 당시만 하더라도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은 어느 정도 동등한 레벨에 있었고 페이스북 페이지를 운영하고 있는 걸로 충분하다는 판단을 했다. 사실 페이스북 페이지 하나를 운영하는 것만으로 벅차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 대세감은 점차 커지더니 인스타그램은 모든 사업자와 크리에이터의 no.1 마케팅 채널로 자리 잡게 되었다. 다른 채널은 없더라도 인스타그램은 꼭 있어야 하는 채널이 된 것이다. 블로그를 처음 시작할 때 인스타그램 채널을 핵심 마케팅 채널로 생각하지 않은 점은 큰 판단 실수였다. 텍스트 콘텐츠와 이미지 콘텐츠의 큰 간극을 두려워했고 나에게는 결코 맞지 않는 핏이라고 단언해버렸다. 인스타그램의 대세감과 확장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것이다.
이에 반해 페이스북은 추락하기 시작했다. 마케팅 채널 중 가장 먼저 오픈했던 생각노트 페이스북 페이지의 팔로워 증가 속도가 눈에 띄게 더뎌지고 도달 역시 크게 줄어들게 되었다. 많은 사람이 페이스북에서 인스타그램으로 넘어갔고, 특히 1020에게 페이스북은 이제 필수가 아닌 선택이 되었다. 그 중간에는 페이스북 탈퇴 바람이 불기도 했었고 그들이 정보를 얻고 머무르는 곳은 더는 페이스북이 아닌 인스타그램이었다.
이에 따라 ‘글의 발견성’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인스타그램이 꼭 필요해졌다. 또한 ‘생각노트’라는 브랜드 파워를 키우고 기존 타겟 – 페이스북에서는 주로 30, 40대 분들께서 팔로잉해주고 계신다 – 에서 더 젊은 타깃으로 확장하기 위해서는 인스타그램 채널이 전략적으로도 필요해졌다. 그렇게 2018년 6월, 인스타그램 채널을 오픈했다.
1차 방향성 – 인스타그램은 역시 사진이지!
사실 ‘이거다!’ 느낄만한 방향성을 찾고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뚜렷한 방향성이 없었다. 더는 늦으면 안 되겠다는 조급함에 우선 오픈부터 했다. 그런데 정작 오픈은 했지만 여기에 뭘 쌓아야 할지 막막했다. 그래, 글은 그동안 써왔기에 익숙한데 이미지? 여기에 난 뭘 올릴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이 밀물처럼 몰려들었다.
그래서 우선은 많은 분들이 인스타그램을 사용하고 받아들이는 목적에 적합하게 ‘감각적인 사진과 이미지’ 중심으로 가고자 했다. 그렇게 올렸던 사진이 컴팩트 카메라를 구입한 뒤 ‘잘 찍어보자’는 강렬한 의지(!)를 불태웠던 사운즈 한남과 스틸 북스 후기였다.
지금보면 참 부끄러운 포스팅이다. 결코 잘 찍은 사진도 아니다. 지우고 싶은 마음이 크지만 이 또한 실패의 기록일 수 있으니 모른척 하고 있다. 이처럼 나는 ‘사알못'(사진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다. 예쁜 사진, 감각적인 사진과는 거리가 멀다. 그런 재능이 있지도 않고 그런 재능은 쉽게 길러지는 재능이 아니라는 점 역시 잘 알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포인트가 나의 색깔일까에 대해서 고민이 많았다. 사진을 잘 찍는 분들은 이미 인스타그램에 많고 이미 그런 분들은 수 만, 수십 만 팔로워를 보유하며 경쟁력을 키웠는데 내가 ‘사진’으로 경쟁력을 가져갈 수 있을지 의문이 생겼다. 내가 아무리 사진을 잘 찍고 감각적인 이미지를 올린다고 한들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었다. 인스타그램 채널 방향성을 다시 고민하기 시작했다.
2차 방향성 – ‘디테일’ 관련 기획 포스트를 올려보자!
결국 익명을 기반으로 하는 채널에는 뚜렷한 컨셉과 색깔이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배웠다. SNS의 힘은 맨파워에서 나오는데 맨파워가 없는 익명의 계정이라면 누구나 매력적으로 생각하는 특별한 컨셉이 필요했고 무엇이 나에게 가장 잘 맞는 컨셉일지에 대해 고민했다.
그렇게 나온 컨셉은 ‘디테일’. 관점의 기록물이기도 했던 <도쿄의 디테일>에 보여준 많은 분들의 관심 덕분에 이 컨셉이 의미를 가질 수도 있겠다는 것을 조금은 체감했다. 눈에 걸리고 메모로 담고 이미지로 찍었던 일상의 사소한 것들이 다른 사람에게는 색다른 콘텐츠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또한 채널을 한 마디로 정의할 수 있는 것도 필요했다. 그래서 ‘디테일’이라는 핵심 워딩을 채널 성격으로 가져가며 “인스타그램에서 디테일 이미지를 볼 수 있는 계정 = 생각노트” 공식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1년 정도는 ‘디테일’로 강하게 밀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디테일’과 관련된 기획 포스트를 인스타그램에 올리기 시작했다. ‘일상의 디테일’, ‘일상에서 발견한 기발한 물건’, ‘북경의 디테일’, ‘부산의 디테일’ 등이 그런 기획 포스트다. 그리고 기존의 생각노트 블로그 – <도쿄의 디테일> 라인과 가장 톤앤매너가 잘 맞는 컨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 기획 포스팅이 조금씩 반응을 보이면서 팔로워가 조금씩 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어떤 콘텐츠를 인스타그램에 올려야 할지 감을 조금씩 잡아나가기 시작했고 이 지점에서 인스타그램 운영에 대한 중요한 인사이트를 얻었다. 결국, 인스타그램 유저에게는 ‘감각적인 사진’도 필요하지만 그 보다는 ‘의미있는 사진’이 더 중요할 때도 있고, 그들은 ‘예쁜 이미지’에도 좋아요를 누르지만 ‘인사이트를 주는 이미지’에도 좋아요를 누르고 거기에 덤으로 ‘공유’와 ‘북마크’까지 한다는 것이다. 이 인사이트를 느끼고 나자 모든 것이 명확해졌다. 결국은 뚜렷한 컨셉과 개인의 관점이 필요했던 것이다.
3차 방향성 – 나의 생각을 담자!
관점을 담아야 색깔을 띨 수 있다면 내 생각을 솔직하게 공유해보자는 생각까지 나아갔다. 그렇게 시작한 것이 ‘짧은 생각’ 시리즈다. 나의 생각을 트위터와 비공개 블로그에 주로 올리는 편인데 트위터에 올린 생각을 인스타그램에도 올려봤다. 대신 별도의 이미지 작업을 하기에는 리소스가 넉넉치 않아 트위터에 올린 글을 그대로 스크린샷 해서 올린 형태였다. 결국 ‘예쁘지 않은 피드’가 되었다. 하지만 예쁘고 감각적인 걸로는 승부할 수 없다는 것을 지난 과정을 통해 절실히 배웠고 이런 방법이라도 필요했다.
그런데 기대했던 것보다 좋은 반응이 있었다. 결코 예쁘지 않은 스크린샷 이미지이지만 관점이 묻어나고 생각의 결이 담기자 반응이 생겼다. 인스타그램 비즈니스 계정이면 도달수, 공유수, 북마크 수를 확인할 수 있는데 트위터에 올렸던 내 생각을 인스타그램에 올렸을 때 성과가 좋았다. 한 예로, 얼마 전에 올렸던 한 포스트는 좋아요가 처음으로 400개가 넘었고 북마크는 200건이 넘었다. 즉, 좋아요를 눌러준 분 중 절반 이상은 이 포스트를 ‘간직’까지 하고 싶다는 더 강력한 의지가 있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여기서 추가적인 방향성이 나왔다. 생각노트 인스타그램은 단순한 ‘좋아요’ 보다는 ‘간직하고 싶은 생각’이 담긴 곳으로 자리 잡아야겠다는 방향성.
그래서 앞으로는?
얼마 전 바꾼 생각노트 인스타그램 프로필 문구가 앞으로의 방향성을 의미하지 않을까 싶다. “제 생각과 제게 영감을 준 생각을 담습니다.” 이 한 줄이 앞으로의 생각노트 인스타그램 방향성이다. 나의 생각을 담고 이를 공유하고 다른 사람의 좋은 생각을 담는 곳이 되고자 한다. 그래서 4개의 핵심 콘텐츠를 정했다.
- 첫째는 디테일. 디테일은 내가 일상을 보는 관점이다. 그리고 여전히 디테일을 채널의 핵심 성격으로 가져가고 싶다. 이에 대한 메모들은 계속 업로드할 예정이다.
- 둘째는 짧은 생각 시리즈다. 긴 생각은 주로 블로그에 정리해서 올리고 있는만큼 하루에 들었던 단상을 중심으로 인스타그램에 계속 올릴 예정이다.
- 셋째는 인터뷰다.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인터뷰 콘텐츠를 좋아하고 인터뷰에서 영감을 받는 것을 좋아한다. 영감을 준 분들의 생각도 올리고자 한다.
- 마지막은 책문장이다. 이 역시 영감을 준 생각이다. 그리고 내 일상이기도 하고, 지속 가능성을 갖추며 꾸준히 업데이트할 수 있는 내용이기도 하다.
이 4개의 카테고리를 업로드하면서 “생각이 담은 계정”으로 자리매김하고 올해 OKR에서 적었던 것과 같이 1만 팔로워 달성을 위해 꾸준히 운영해보고자 한다.
인스타그램을 하니 좋은 점
첫째. 팔로워분들과의 적극적인 소통이다. 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를 통해서는 경험하지 못한 인터랙션을 하고 있다. 더 적극적으로 피드백을 남겨주시고 나 역시 답글을 달고 그들을 팔로잉하면서 새로운 뭔가를 얻어가는 재미가 분명 있다. 늘 관심 있게 살펴봐 주시는 팔로워분들께는 늘 무한히 감사드리면서.
둘째. <도쿄의 디테일> 독자분들에 대한 반응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스타그램의 대세성과 이제 개인적인 이야기를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흐름에 맞춰 책 <도쿄의 디테일>에 대한 후기가 460건 가까이 인스타그램에 올라와 있다. #도쿄의디테일 해시태그를 팔로잉하면서 독자분들의 솔직한 후기를 보고 있다. 좋아요를 누르며 감사함을 표현하는 소소한 재미를 느끼는 요즘이다.
셋째. 생각노트라는 브랜드가 조금은 캐주얼해진 점이다. 사실 블로그, 뉴스레터, 트위터는 너무 엄근진 모드였다. 회사에 다니고 혼자서 이 모든 것을 하다 보니 ‘자주’보다는 ‘깊이’가 내게 경쟁력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래서 분석 글을 주로 쓰고 그렇다보니 너무 진지해져버린 것이 늘 아쉬웠다. 날 만나는 분마다 생각보다 어려서 놀랐다고 하는 걸 보면 확실히 생각노트에는 엄근진 모드가 있다. 하지만 인스타그램을 하면서 조금은 그 진지함을 내려놓으며 또래분들과 즐거운 대화를 나누고 있다.
마치며
이상으로 인스타그램 채널을 운영한 9개월을 정리해봤다. 사실 생각노트 채널 중에서 가장 ‘애증’의 채널이 인스타그램이다. 할지 말지도 제일 고민이 많았고 오픈 하고나서도 어떤 콘텐츠를 올려야할지 제일 막막한 채널이었다. 텍스트 크리에이터가 이미지 크리에이터로 어떻게 넘어갈 수 있을지 고민도 많았다. 그럼에도 점차 방향성을 찾아가고 팔로워분들께 ‘가치 있는 채널’로 자리 잡아가는 것 같아 뿌듯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렇게 자리 잡는데에는 팔로워분들의 애정이 정말 큰 영향을 미쳤다. 포스트를 올릴 때마다 늘 빠짐없이 좋아요 해주시는 분들이 있고 솔직한 생각을 댓글로 정성껏 달아주시는 분도 있다. 모두 정말 감사한 일이다. 또한 내가 늘 생각하는 원칙은 ‘독자는 정직하다’다. 좋은 콘텐츠와 생각에는 아낌없는 애정을 보여주고 조금이라도 소홀했거나 부족한 콘텐츠에는 무관심으로 피드백을 주신다. 이런 애정과 피드백 덕분에 스스로 반성하면서 점차 발전시켜나갈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오랫동안 꾸준히 이분들과 함께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
원문: 생각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