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감시/정보/정찰 자산(ISR)도 정치적으로 복잡한 문제입니다만, 이것들이 당신의 계획에 영향을 주고 있습니까?
A. 음, 우리는 정치적인 이유로 매우 고가의 무기체계를 보유하게 되었습니다. 글로벌 호크 말이죠. 지금 돌아가는 상황에 의하면 전 글로벌 호크를 계속 구매하겠다고 얘기해야할 것 같은데 정작 우리는 U-2와 글로벌호크를 둘 다 감당할 형편은 안 됩니다. 그러니 아마 U-2를 포기하는 쪽으로 생각을 해 봐야 겠고, 그건 현재의 U-2가 갖고 있는 것과 비슷한 능력을 갖기 위해서 글로벌 호크에 돈을 퍼부어야 한다는 말이 됩니다.
이것을 위해 많은 시간과 돈이 필요하고, 대가로 U-2 전력 또한 잃어버릴 것입니다. 이제 우린 진짜 분쟁 환경에선 쓸모 없는 고고도 감시자산만 가지게 될 것이며 이는 고강도 분쟁과 분쟁지역에서의 항공력 운용에 변화를 가져오게 될 것입니다.
– 마이클 호스티지 미 공군 전투사령관, Air Force Times와의 인터뷰 중.
미 공군은 한국도 도입 예정으로 알려진 고고도 정찰용 UAV인 글로벌 호크에 대해 불만이 많으며, 이 UAV가 앞으로의 미국의 외교전략으로 천명된 ‘태평양으로의 복귀’에 유용할 지에 관해 공공연히 회의감을 표출하고 있다. 이 문답은 뒤에 논의할 내용과 관계가 있다.
이번 해프닝과 별개로, 북한 UAV의 위협은 실재한다
이번 북한제로 추정되는 UAV(Unmanned Vehicle)의 침투 사건에서 각 이해당사자들의 반응을 보면, 군은 이 사건을 빌미삼아 저고도 레이더를 비롯한 장비 도입의 기회를 만들고 싶어 하고, 의회는 이 사건을 박근혜 정부의 안보태세에 대한 문제제기를 위해 활용하고 싶어 한다.
언론은 늘상 있었던 미사일 사격, 방사포 발사 등의 진부한 도발 방법이 아닌 UAV라는 뭔가 첨단의 냄새가 나는 방법으로 북한이 도발을 했다, 또는 이것 자체의 조작 여부 등 기사거리가 생겨서 즐거워하는 분위기고, 많은 국내의 RC 동호인과 밀덕후들은 이것의 스펙과 군사적 용도에 대해서 열을 올리고 있다.
필자의 이런 문제에 대한 관점을 간략하게 밝히면 다음과 같다 –
1) 적어도 이 UAV가 북한이 만든 것 같기는 하다.
2) 이번 북한의 UAV는 아주 원시적이며, 사실 취미생활용 장난감과 큰 차이는 없다.
3) 그러나 이 UAV가 가지고 있는 안보적 위협은 절대 ‘0’이 아니다.
4) 동시에 이런 원시적 UAV의 영공 침투에 대한 효과적이고 효율적 대응책은 근본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5) 그리고 이 UAV가 북한이 갖고 있는 UAV 관련 능력의 정수라고 보는 것은 극히 어리석다.
이어질 논의에 대해서 나는 이 다섯 가지의 기본 전제를 바탕으로 삼고 싶다. 물론 이 사건 자체가 박근혜 정부의 자작, 혹은 장비를 도입하고 싶은 국군이 저지른 자작이거나 아니면 국내 RC 동호회의 장난이라면 딱히 할 말은 없겠지만.
북한의 UAV 운용,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한 가지 언급해 두어야 할 것이 있다면, 이번 UAV가 북한 것이냐 아니냐와 관계없이 북한의 UAV 운용은 오히려 상당히 오래 되었다는 사실이다.
북한은 90년대 말부터 중동으로부터 러시아제 UAV를 도입한 것으로 추정되며, 불과 몇 주 전 미국의 워싱턴 프리 비콘(Washington Free Beacon)에서 북한이 시리아를 통해 미국 방산기업 레이시온(Raytheon) 사의 MQM-107 스트리커(Streaker) UAV를 입수해 그 데드카피를 제작한 것 같다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워싱턴 프리 비콘에 따르면 몇 가지의 테스트는 이미 작년에 이루어졌으며, 폭발물의 장착 역시 시험되었다고 한다.
이 이야기를 왜 꺼냈냐면, 북한이 대남 도발용으로 UAV라는 종전에 존재하지 않았던 플랫폼을 사용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빠르든 늦든 언젠가는 가능한, 대비를 했어도 한참 전에 시작했어야 하는 일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어서다.
이번 무인기 추락의 UAV가 북한제가 맞든 아니든 북한의 UAV를 사용한 대남 군사정보 수집 및 자폭 공격은 이미 가능한 범주에 있었다. 심지어 북한이 UAV라는 개념을 접하고 굴려보기 시작한 것으로 언급되는 시간대는 2000년대도 아닌 ’90년대’다.
단지 이번 무인기가 북한제가 맞다면 그것이 ‘아주 유력한 앞으로의 시나리오’에서 ‘진짜로 확인된’ 것에 불과하다고 말할 수 있게 되는 차이가 있다. 또한, 이번 북한의 추락한 UAV가 북한이 보유한 UAV 중에서 최하급의 장비일 가능성 역시 매우 높다는 확신 역시 어느 정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즉, 이 장난감 같은 UAV가 북한의 것인지 아닌지는 다른 문제에 비해 냉정하게 보면 중요한 이슈는 아니다.
UAV 미발견, 국군의 책임은 아니다.
또 다른 문제를 들어보자. 나는 이번 북한의 UAV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하는 것이 국군에게 있어서 큰 잘못이 되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솔직하게 말해서 무게 15kg에 불과하며 전폭과 동체 길이가 2m에도 달하지 않고 300미터 상공에서 저속으로 비행하는 UAV를 국군이 지상레이더나 단거리 방공탐지장비, 혹은 ‘견시’로 포착하고 파괴해야 한다는 요구 자체가 대단히 비현실적이다.
물론 지금 언급되는 저고도 레이더, 하이브리드 비호, 러시아의 Pantsir-S1 등 기타 단거리 방공장비들의 질과 양을 높이면 좀 더 침투경로와 침투 가능성을 제약하는 것은 가능하다.
그러나 극히 비효율적이며, 비효율적인 것을 떠나 국군에게 이러한 종류의 UAV 침투를 완벽에 가깝게 봉쇄하라는 것은 사실상 무리한 요구이다. 이는 새정치연합의 전 육군 대장 출신 백군기 의원의 무인기 추락사건에 대한 평가에서 잘 드러난다.
“백 의원은 “무인정찰기가 넘어왔다고 해서 그것을 휴전선 전체에서 저고도 레이더로 일일이 막으려는 시도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 등장하는 (북한의) 무기체계마다 1 대 1로 방어하자고 하면, 현재 예산으로 감당이 안 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며 “현실적으로 우리 군이 북에서 넘어오는 무인기만 막을 수는 없지 않으냐. 오히려 전략적 가치를 판단해 주요 시설별로 무인기에 대한 대책을 세우는 것이 더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 “저고도 레이더 도입이 급한 게 아니라…북한 무인기 분석부터 먼저 해야” (한겨레, 링크)
백군기 의원의 이 자조에 가까운 반응을 좀 더 수치적으로 현실화해 보자. 이 무인기를 막아내기 위한 체계로 국군의 자주대공포인 K-30 비호를 도입한다. 30mm 기관포 2문과 18km까지 색적 가능한 레이더, 8km까지 색적 가능한 전자광학장비, 3km의 유효사거리를 가진 이 자주대공포 비호의 대당 단가는 50억원이 넘는다. 유효사거리가 3km이니, 최소한 5km 바깥에서는 북한의 무인기에 대한 포착과 대응준비가 완료되어야 한다. 즉 비호의 커버리지는 잘 봐야 5km이다.
그런데 북한의 UAV가 서해나 동해로 우회해 들어온다는 가능성을 감안하지 않더라도, 휴전선은 무려 250km이다. 극히 낙관적인 견해로서 비호로 휴전선을 통한 이번 북한의 UAV 침투를 봉쇄하기 위해 필요한 최저한의 비호 수요가 50기라는 결론이 나와 버린다. 심지어 이건 교육 수요 및 예비물자, 24시간 가동 등을 감안하지 않은 댓수로, 실제로는 그 2~3배의 장비가 있어야 이런 UAV에 대한 완전한 봉쇄에 다가갈 수 있으며, 심지어 이것도 ‘비호만으로’ 이런 가뜩이나 포착이 어려운 UAV를 막아낼 수 있다는 극히 낙관적 전제에 기반한다.
실제로는 바다로의 우회보다도 당장 휴전선의 지형에 5km마다 비호를 배치한다고 하더라도 고도와 장애물로 인한 사각이 발생하며, 비호뿐만이 아니라 색적만이 가능한 레이더, 공격만이 가능한 발칸과 같은 장비 역시 추가적인 수요가 생성된다.
태생적으로 비효율적일 수밖에 없는 UAV 침투 봉쇄
즉 북한의 5천만원도 안 되는 UAV가 휴전선으로 침투할 때의 가장 기본적인 가능성만을 봉쇄하기 위해서 국군에게 요구되는 예산이 최하 3천억원이라는 것이다. 대략 6000:1의 예산 교환비를 가진다. 우리나라가 북한에 비해 부유한 건 사실이지만, 6천 배나 북한에 비해 부유하진 않다(…)
물론 HPM(고출력 마이크로웨이브 방사 미사일)이나 GPS 교란책, 전술 레이저 등을 배치해서 비용을 줄일 순 있지만, 어느 쪽이든 전혀 수지타산이 맞는 일이 아니다. 즉 이와 같은 북한의 원시적 UAV를 물리적으로 파괴하거나 기능을 기계적, 전자적으로 봉쇄하려는 시도는 근본적으로 효과적이지 않다.
그래서 사실상 당국이 여기에 택할 수 있는 방법은 백군기 의원의 언급처럼 주요 군사시설에 대한 은폐와 방어를 강화하고, GPS 교란과 같은 소프트 킬이나 아니면 실용화가 슬슬 이루어지고 있는 전술레이저에 집중하는 정도밖에 없으며, 상당수의 국민과 언론, 어떤 의원이 요구하는 것처럼 휴전선이 이런 종류의 UAV에 대한 철의 방벽이 되는 것을 완전히 불가능한 방향이다.
오히려 경제력의 격차에 비해 남한에게 과도한 투자를 요구하는 이런 휴전선에서의 봉쇄는 북한 입장에선 희희낙락할 만한 시나리오이며, 사실 우리나라가 택할 수 있는 거의 모든 대안은 남북한의 경제력 격차보다 더 큰 투자를 우리나라에게 요구하고 있다.
구태여 이번 무인기 추락사건을 대남도발로 정의하고 그 무인기가 주는 남한에 대한 타격을 설명한다면 청와대 사진이 찍혔다는 사실, 혹은 여기에 생화학 폭탄이나 핵가방을 실어 서울에서 뻥 하고 날릴 가능성보다는 이걸 봉쇄하려고 하는 시도 자체가 극히 비효율적이라는 점이 될 것이다.
실제 위협으로 다가올 UAV,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필자의 이 사건과 이 무인기 자체에 대한 기술적인 견해는 이제 모두 다 밝혔다. 진짜 논의는 지금부터다. 그렇다면 이 무인기 추락사건과 그에 관련된 문제들이 가진 가장 근본적인 주제는 무엇인가? 지금까지 필자가 얘기해온 것들이 북한의 장난감 UAV와 그에 상응한 봉쇄의 난감함이라면, 지금부터는 범위가 달라진다.
이번 무인기 추락사건이 안보적으로 갖는 가장 큰 본질은 따로 있다. (적어도 이것이 북한에서 날아온 것임을 인정한다면) 북한이 UAV의 일종이라고 할만한, 전통적 비대칭 전력인 미사일이 아닌 미사일 외의 UAV(Unmanned Vehicle)를 대남 도발에 활용할 수 있음을 사실상 확인한 사건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이번 북한의 UAV는 구태여 UAV 전반이 아니라 ‘북한이 만들 수 있는’ UAV의 범주에서도 가장 허접한 축에 속한다고 봐야 할 것이고, 북한이 본격적으로 대남 도발에 저런 종류의 장난감만이 아니라 UAV를 활용하기 시작했다고 봐야 한다는 것이 문제가 된다.
이번 무인기, 또는 이번 무인기를 포함하는 UAV 체계 전반을 떠나서 북한의 대남 도발에 대한 군사적 접근법은 크게 세 가지의 차원으로 분리된다.
1) 북한이 무슨 의도를 갖고 있든 그 도발에 사용된 플랫폼에 맞대응해 파괴하기: 예) 장사정포에 대한 정밀 항공폭탄과 다연장 로켓 및 대화력전용 자주포
2) 그 도발에 사용될 플랫폼의 기능을 무력화시키기: 예) BMD(탄도미사일방어:Ballistic Missile Defense), MD, 해궁(K-SAAM), 기타 C-RAM(Counter-Rocket/Artillery/Mortar)
3) 북한이 무슨 장비를 동원하든 북한에게 그에 상응하거나 넘어서는 타격을 그 이후 강요함으로서 안 하느니만 못하도록 만들기: 예) 평양으로 조준되어 있는 국군의 대화력 지상병기와 탄도탄, 한미동맹의 핵우산
북한이 UAV를 사용하는 경우에도 같은 접근법을 적용해 볼 수 있다. 즉 휴전선이든 어디든 북한의 UAV를 요격해 파괴하는 것, 북한의 UAV가 자폭공격을 가해올 경우 그걸 파괴하거나, 북한의 UAV가 쏜 뭔가를 CIWS든 뭐든 사용해서 받아내 무력화시키거나, 항법장비를 재머로 교란하든가, 아니면 북한이 UAV로 장난을 치면 그에 상응하는 보복을 가해줌으로서 미친 개는 몽둥이가 약이라는 식으로 접근하는 것.
분명 모두 가능한 시나리오이며, 분리하긴 했지만 1, 2, 3이 복수로 진행될 수 없는 전략인 것도 아니다. 이런 접근법을 UAV에 적용한다고 가정해 보자.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발본색원이 불가능한 북한 UAV
1. 북한이 무슨 의도를 갖고 있든 그 도발에 사용된 플랫폼에 맞대응해 파괴하기
보다시피 우리나라가 택할 수 있는 건 UAV를 때려잡는 것이 아니다. 극히 비효율적일 뿐더러, 별로 돈을 들인다고 예산 격차를 떠나 효과적이지도 않다. 즉 UAV를 어떤 식으로든 국경이나 북부 지역에서 포착해 물리적으로 파괴하거나 소프트 킬을 가하는 것은 별로 현실적인 전략은 아니다.
물론 국군은 그걸 하려고 어느 정도 노력은 하겠지만, 그것은 청와대나 국방부, 기타 주요 시설과 건물에 대해 집중적으로 적용될 것이고 실제 대부분의 민간인과 일선 군부대는 그와 같은 적극적인 보호가 불가능할 것이다. 그러므로 매우 제한적인 답안이다.
2. 그 도발에 사용될 플랫폼의 기능을 무력화시키기
마찬가지다. 사실 1과 별 차이가 없다. UAV를 포착해야 한다는 기본 전제가 바뀌지 않기 때문에. 포착만 하면 UAV를 잡는 건 북한이 미군도 실험중인 X-47 무인함상실험기와 같은 걸 전투기로 개발을 완료해서 운용하는 게 아닌 이상 파괴하는 난이도는 국군에게도 그다지 높지 않다.
그러나 사각이 없이 포착을 하려는 시도 자체가 매우 고가의 레이더와 전자광학 장비에 대한 대규모 소요를 발생시킨다. 즉 문제는 원점으로 돌아간다(…)
3. 1+2 패키지
일단 1+2가 패키지가 되어 찔끔찔끔 정부와 국군에 의해 찔끔찔끔 시도될 것이라는 점은 일단 분명하다. 실제로 국방부는 이미 긴급 소요로 이스라엘제 및 영국제 저고도 레이더를 언급하고 있으며, 모 밀리터리 사이트에서는 세계 최고의 단거리 야전방공체계 중 하나인 러시아의 Pantsir-S1과 같은 플랫폼의 도입이 필요하다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국산 좋아하는 모 사이트에선 비호 가지고 주물럭주물럭 해서 어떻게 대응해 보자는 망상에 가까운 아이디어를 내놓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그런 밀덕후나 국방부가 어떻게 생각하든, 적어도 국방부와 군 출신 의원들은 이게 별로 효과적인 대안이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다.
전통적 해결책 “쏘면 같이 쏜다”도 통하지 않는 UAV
4. 북한이 무슨 장비를 동원하든 북한에게 그에 상응하거나 넘어서는 타격을 그 이후 강요함으로서 안 하느니만 못하도록 만들기
그런데 손을 놓고 있을 수가 없으니 남는 진짜 효과적일 수도 있는 답안은 4이다. 즉 UAV에 대한 대응은 일단 후순위고, UAV로 장난을 치려는 마음을 먹지 못하게 하는 방향이다. 그리고 국군이 한국전쟁의 재개를 막기 위해 꾸준히 걸어온 방법이 이 노선이었다.
적어도 UAV라는 여태까지 한반도의 전장에 존재하지 않았고, 이전의 병기와는 다른 특성을 가진 병기가 전면에 들어서기 전까지는 이런 상대방에게도 피할 수 없는 거대한 출혈을 안기는 전략은 매우 유효했으며 또한 유효하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핵’이다. 전략원자력잠수함(SSBN)에 장전되어 있는 핵미사일은 조국이 모두 지옥으로 변하고, 지하의 ICBM 사일로까지 모두 파괴되고 생존해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더라도 발사한 상대방 역시 그와 같은 꼴로 만들 수 있으며, 우리나라 역시 미국의 핵우산을 통해 북한의 핵개발로 인해 부딪히는 핵위협에 대한 최후의 대비책을 세워 두었다.
MD에 러시아와 중국이 신경질적인 이유도 이런 회피 불가능한 핵보복을 통한 3번 전략을 2번(기능의 무력화)으로 전환할 수 있는 방안이기 때문이다. 구태여 핵과 같은 끔찍한 소재가 아니더라도 북한의 장사정포가 수도권을 겨냥하는 것에 맞춰, 국군은 온갖 화력 플랫폼을 북한의 주요 대도시에 겨냥한다.
북한이 치면 우리도 쏜다. 적어도 전통적 플랫폼에는 아주 유효했다. 도발원점이 아주 알기 쉬운 ‘국가’의 단위인 핵이나, 그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도발원점이 어딘지는 알 수 있고 인명 피해에 인명 피해로 되돌려주는 것이 가능한 것이 전통적 플랫폼이기 때문에. 그러나 무인 장비가 전면에 들어서면 모든 문제가 곤란해진다.
소형 UAV를 통한 정찰은 어떠한 인명피해도 없으며, 어떠한 재산피해도 없다. 그러나 안보적 위협 자체는 가해지는 도발인데, 여기에 대해서 한국이 이 안보적 위협에 어떻게 보복전략을 세워서 북한의 행동을 억제할 수 있는가? 우리도 평양 상공에 글로벌 호크나 KAI에서 개발중인 사단급/군단급/대대급 무인기를 집어넣으면 될 것인가? 가서 그걸로 정찰하다가 추락시키면 보복이 되는가?
전혀 아니라는 건 초등학생도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가해진 안보적 위협을 도대체 뭘로 어떻게 대응보복을 가하면 되는가?
대체 어떻게 보복해야 하나?
정찰의 영역을 넘어서 UAV로 자폭 공격을 가했다고 치자. 예를 들면 전방의 어떤 초소에 UAV가 자폭을 해서 서너 명의 장병이 사상자가 났다. 이 경우, 정부와 국군은 ‘도발원점’을 어떻게 정의하고, 그 정의한 대상에 대해 어떻게 공격을 가해야 하는가?
연평도 포격에 대한 국군의 초기 대응은 아주 심플했다. 최대한 빨리 자주포를 준비시키고, 날아온 곳으로 대응 포격을 가이드라인에 잡힌 비율로 투사했다. 그런데 UAV는 대체? 국군이 쓸 만한 자폭 무인기라면 KAI의 데빌 킬러가 있는데, 이걸 UAV가 ‘날아왔다고 생각되는 곳’에 날리면 되나? 아니면 조선인민군은 어디에 있든 그냥 다 똑같은 빨갱이들이니 아무데나 가까운 곳으로 때려 박으면 되는가?
애초에 도발의 시작은 주석궁의 3대 왕일 텐데. 무인기는 미사일과는 달리 어디서 그 도발행위가 시작되었는지를 포착하는 것이 매우 어렵고, 포착된다고 하더라도 그 시점은 마치 천안함 사태가 북한의 소행이라 결론이 나는데 걸린 시간처럼(필자가 그 결론에 동의하느냐 아니냐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오랜 시간이 지난 뒤일 것이다.
결국 국군이 즉각적으로 택할 수 있는 방법은 거의 없으며, 행정수반이 그에 상응하는 룰을 어떻게 짜주느냐, 혹은 행정수반이 어떻게 결단하느냐를 기다려야 하고 행정수반 역시 ‘적절한’ 결론을 내기가 매우 어렵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다른 어떤 나라의 케이스를 따를 수도 없다. 무인기를 통한 공격을 전면에 이끌고 나온 미군의 상대는 국가라고도 부를 수 없는 조악한 게릴라 집단에 불과한 탈레반이지, 200만 조선인민군은 아니었다.
사실 탈레반은 그들이 무인기를 어떻게 만들어 미국을 공격하든, 미국의 무인기를 떨구든 그냥 미군을 죽이든 모두 미군에겐 죽어 마땅한 존재에 불과했다. 그러므로 그냥 미군은 탈레반을 죽이면 된다.
이스라엘은 어떨까? 이스라엘은 애초에 이런 문제를 생각하지 않는다. 하마스와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에게 있어 미군의 탈레반만도 못한, 인간 이하의 존재이며 팔레스타인 자체도 그러하다. 즉 이런 장난을 치는 걸 떠나 칠 낌새가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이스라엘은 핵을 제외한 모든 전력을 제한 없이 풀어서 헤즈볼라와 하마스(로 의심되는 주변 민간인들까지)를 죽였고, 또 죽이고 있다.
그러나 한국과 북한에게는 이런 개념이 전혀 성립되지 않으며, 남한이 북한을 미군이 탈레반 보듯이 하기엔 군사적 역량 자체가 부족하고, 이스라엘이 헤즈볼라 보듯이 하면 3차 대전이 벌어지든지, 아니면 애써 세운 나라가 다시 박살이 나든지 할 것이다.
북한에겐 ‘핵’이 있고, 긴장의 에스컬레이션은 예기치 못한 사고로 발전하기 충분하다. 즉 한반도에서 UAV를 이용한 북한의 대남 도발은 기술적으로도 상대하기 짜증나지만, 전략적으로 억지력을 투사하기도 골치 아픈 사례가 되었다. ‘테러’화된 것이다.
또 다른 생각: 우리의 UAV를 북한이 공격한다면?
지금까지의 논의의 촛점이 북한의 UAV가 남한에게 미치는 영향이었다면, 다른 생각도 해볼 수 있다. 오히려 이쪽이 더 곤란한 것일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UAV를 북한이 공격한다면 어떻게 되는가? 이미 KAI는 각종 무인기의 연구와 개발에 진입하였으며, 최근 발표된 군제개혁에서도 UAV는 중요하게 다루어졌다.
노스롭 그루먼의 고고도 무인정찰기 RQ-4 글로벌 호크는 지난한 논쟁 끝에 3월말 총예산 8800억원으로 4기를 도입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즉 북한뿐만 아니라 국군도 각종 UAV 플랫폼을 보유하고 활용하기 시작했다.
과연 북한이 국군의 UAV에 대해서 도발을 하지 않을까? 그렇지 않을 거라는 건 거의 확실하다. 아니, 오히려 도발의 1순위로 자리잡게 될 것이다.
글로벌 호크는 아주 대표적인 사례다. 마이클 호스티지 장군이 언급했듯이 글로벌 호크는 U-2에 비해 비슷하지만 기체 자체의 생존성이 더 낮은 체계이며, U-2를 격추시킬 정도의 방공 미사일은 60년대에도 있었다.
즉 우리가 북한 영공에 글로벌 호크를 넣는 순간, 북한은 그걸 격추시킬 능력이 있다! 그렇기에 국군이 글로벌 호크를 운용하는 방식은 우리 나라의 영공에서 되도록 북쪽에 붙이면서 글로벌 호크의 높은 작전고도와 인공위성 연계를 이용해 건물 꼭대기에서 전망이 넓은 것처럼 북한을 정찰하는 방향이 된다.
그러나 이게 그렇다고 글로벌 호크가 안전하다는 뜻은 전혀 아니다. 연평도 포격은 명백하게 우리나라의 영토에 북한이 공격을 가한 사례고, 북한의 방공미사일 사거리에 글로벌 호크가 들어왔을 때, 북한이 도발이 하고 싶다면 과연 지상의 부대에 포격을 하는 걸 선택할까, 글로벌 호크를 선택할까? 글로벌 호크가 떨어져도 죽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글로벌 호크가 격추당해도 죽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 과연 강점인가? 전시에는 강점이다. 그러나 북한이 이런 식으로 테러와 유사해지고 간헐적인 도발을 걸어온다면, 무인기이면서 가치가 높고 격추하기 상대적으로 쉬운 글로벌 호크를 공격하는 것은 아주 유력한 시나리오가 될 수 있다.
글로벌 호크가 수도권에 위치하지 않는다면 관측거리는 극히 제한적일 것이 뻔하고, 국군은 정보 수집을 위해 글로벌 호크를 가능한 한 최대한 안전이 보장된다고 생각된다면 수도권 북부 쪽으로 올려붙이고 싶을 것이다. 이 경우 북한의 SA-6 뿐만이 아니라 S-300(의 중국제 카피 등)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이렇게 해서 격추되면 우리나라는 거기에 대해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
죽은 사람은 없으니 조선인민군 부대에 불벼락 맛을 보여주기는 정치적으로도, 군사적으로도 긴장의 에스컬레이션을 각오해야 하니 무리수라고 생각될 가망도 크다. 북한에게 규탄성명같은 말장난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기정사실이다. 결국 보복을 하자니 난감하고 보복을 안 하자니 2천 2백억원 짜리 장비가 박살이 났다는 곤란함에 휩싸인다.
발사된 미사일 사이트에 JDAM(합동직격탄) 맛을 보여줄 수 있을까? 연평도 포격 때도 그렇게 안했는데? 여기에 보복하겠다고 하다가 국군 장병이 죽어버리면? 국군 장병을 추모하기는 커녕 미국에서 호구짓 해서 몇천억원 짜리 물건 사왔다가 북괴한테 깨먹고 애꿎은 장병 개죽음 시켰다고 반응할 사람들이 천지에 널려 있다.
보복 행위에 대한 6자회담 당사국의 반응은 또 어떻고? 당장 미국이 보복 행위에 찬성하기나 할까? 미스테리한 부분이 너무나 많다. 구태여 글로벌 호크가 아니더라도 그냥 모든 종류의 무인기에 다 해당한다. 남한의 UAV라면. 이런 전장의 변화에 대해서 국군은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가?
국군은 UAV가 타격을 입었을 경우, 그걸 병사들의 목숨과 맞바꿀 준비가 되어 있는가? 그렇게 준비가 되어있다면 국민은 그걸 납득하고 있는가? 병기의 플랫폼만 첨단화되었을 뿐, 운용 당사자도 그걸 바라보는 사회도 아직 그것이 의미하는 바를 모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정리
말이 길어졌지만, 결국 북한의 UAV 추락 사건이 우리나라의 안보에 관해 남긴, 국군과 행정부가 답해나가야 할 근원적인 문제를 간단하게 요약하면 다음 세 가지다.
우리나라에 떨어진 북한의 무인기는 분명 조악한 허접쓰레기다. 그러나 그것은 북한 UAV 기술의 현재를 보여준다고 말할 근거가 아주 희박하며, 오히려 대남 도발사에서 북한이 UAV를 동원하기 시작한 첫 사건이 될 가능성이 아주 높고, 무인화된 병기의 등장은 핵무기가 없고 선제공격이 어려운 남한의 처지를 매우 곤란하게 만들 것이다.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전쟁에서 이스라엘이 아니라 헤즈볼라에 핵이 있고, 이스라엘이 선제공격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생각해 보라. 이스라엘은 존립을 위협받을 것이다. 북한은 헤즈볼라 이상으로 존재 자체가 위협적이다.
전통적인 도발원점에 대한 정의가 의미가 없는 UAV의 정찰과 자폭, 무장 발사는 대남 도발에 대한 대응을 즉각적으로 응사할 수 있었던(제대로 작동하느냐를 떠나) 연평도 포격사태와 같은 방향이 아니라 그 정보를 파악하는 데에만 며칠, 몇 주일, 몇 달이 걸리게 만드는, ‘천안함’과 유사한 상황으로 만들어 놓지 않을 거라고 누가 주장할 수 있겠는가? 이건 필자가 천안함을 북한 소행이라고 믿냐 안 믿냐와는 전혀 다른 문제다. 핵에는 핵우산으로 대응할 수 있으나, UAV에 UAV 우산으로 대응할 순 없다.
1. 북한이 무장한 UAV로 시설물이나 인명을 타격했거나, 정찰을 통해 군사정보를 빼갔다. 우리는 거기에 대해서 도발원점을 찾아내고, 유효한 수준의 보복을 가할 수 있는가? 그건 북한의 UAV를 이용한 도발에 대한 적절한 억제책이 될 수 있는가?
2. 우리의 UAV에 북한이 도발을 가해서 UAV가 격추당하거나 했다. 우리는 거기에 대해서 도발원점을 찾아내고, 유효한 수준의 보복을 가할 수 있는가? 그건 북한의 우리 UAV에 대한 도발에 적절한 억제책이 될 수 있는가?
3. 그리고 이 두 개의 질문에 대한 전제로서, 북한 UAV의 공격과 그리고 우리 UAV에 대한 북한의 공격에 우리나라가 정의하는 도발 원점은 이전의 도발 원점과 같게 정의될 수 있으며, 정의될 수 있다면 ‘적절한 보복 수위’는 어떻게 되는가?
그리고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을 군과 행정부는 가능하면 변하지 않을 원칙이자 독트린의 형태로 내놔야 하고, 그 실현을 위한 결론으로서 군이 뭔가를 요구해야 한다. 저고도 레이더든, 아이언 돔이 됐든, 비호에 돈을 더 바르든 뭘 어쩌든, 국군의 많은 도입사업 중 상당수가 ‘긴급소요’라는 이름으로 효용성을 납득하기 어려운 물건을 사왔거나, 개발했다.
꼭 군사기밀을 언급해야 한다는 얘기가 아니라, 최소한 “대략 어떻게 하겠습니다”라는 말을 사회에 군이 해 주고, 그 다음에 군이 자신의 소요를 밝혀야지, 지금처럼 일이 터지고 화제가 되니 긴급소요로 레이더 지를 궁리나 하고 방산업체 에이전트들 신난 소리가 들려오면 아주 곤란하다.
원문: 잉간 블로그 / 편집: 리승환
chanel shoesChinese weddings in San Francisc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