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슬럼프가 오거나 새로운 시작을 해야 할 때는 미래에 초점을 맞추곤 했다. 외국어를 배우기 위해 학원을 등록하고, 새해 계획을 멋지게 작성하기도 하고, 헬스장에 등록도 한다. 하지만 그 계획은 내가 목표한 일정의 1/5도 못 돼서 나는 ‘관성의 법칙’을 철저하게 따라서 원래 자리로 돌아가 버린다. 그럴 때마다 다시 중심을 잡고 새로운 계획은 더 치밀하게 세운다.
지난번에 못 했던 것이 있으니 더욱더 큰 목표를 세운다. 그 약속도 지키지 못하고 원래대로 돌아간다. 꼭 모래성이 무너지면 다시 쌓듯이 무한으로 미래에 자꾸 집중한다. 그렇게 한번 무너질 때마다 스스로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한 실망도 같이 따라온다. 결국 계속 무너져가는 모래성을 쌓고 있었다.
그러다가 문득 드는 생각이,
계획을 버리자!
계획 따위는 버리고 미래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현재에 집중하기로 했다. 물론 현재에 집중한다고 마냥 되진 않는다. 가만히 앉아서 “아 나는 현재에 집중해야지”라고 결심한다고 현재가 나아지지는 않는다.
나는 조금 특별한 방법으로 시도해봤고, 그 방법을 실행한 지 벌써 5개월이 되니 삶이 조금씩 달라졌다.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더 많아졌고, 하루에 2~3시간은 외국어 공부를 하고, 부모님에게 하루에 한 번씩 전화하고, 스트레스를 받아도 쉽게 회복되었다. 아래 3단계를 실천한 이후로 나의 일상은 완전히 달라졌다.
1단계: 나를 관찰하기
현재 나의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했다. 날 제대로 파악하려면 누군가가 24시간 동안에 날 관찰하는 것이 제일 좋다. 하지만 나에게 맞는 〈SKY캐슬〉의 김주영 샘 같은 사람도 없고, 그런 사람을 고용할 돈도 없는 게 나의 현실이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날 정확하게 진단하는 방법은 의외로 너무나도 간단했다. 그냥 그 시간에 뭘 했는지 적기만 하면 된다. 나는 그냥 적었다. 내가 몇 시에 잠을 자고, 몇 시에 식사를 마치고, 몇 시에 지하철을 타고, 몇 시에 TV를 보고, 몇 시에 책을 읽는지 나의 생활을 빠짐없이 적었다. 도대체 나는 어떻게 하루를 보내는 걸까?
이렇게 시간을 함께 적으면 얼마나 시간을 보내는지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사람마다 적는 도구는 다를 수 있는데, 어떤 형태이든 상관없는 것 같다. 앱으로 기록을 하거나, 메모지로 기록을 하거나, 아무것도 상관없고 그저 기록하기 편한 수단으로만 적으면 된다.
TIP
- 핸드폰, pc 호환이 되는 기록 수단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항상 핸드폰은 휴대하고 다니니 시간 기록하는 데 문제가 없었고, pc에서는 좀 더 자세한 내용을 적기에 용이했다. 그런 도구 중에서는 여러 개가 있지만 개인적으로 에버노트를 추천한다.
- 시작 시각과 끝나는 시각을 함께 적을 필요 없이 끝나는 시간으로 적는 것이 좋다. 예) 12:30~13:30 점심(x), 13:30 점심(o). 어차피 ’12:30 업무’를 적을 것이고, 그러면 이전 시간을 쉽게 파악이 가능하다.
- 가능하면 상세하게 적는 것이 좋다. 다시 복기할 때 상세하게 적어야지 상기하기 훨씬 용이하다. 또한 그때 느꼈던 감정도 함께 적는 것이 좋다.
- 자신이 했던 것을 솔직하게 쓰는 게 좋다. 느꼈던 감정이나 행동에 대해서 말이다.
- 한두 번 빼먹으면 쓰기 싫은데, 그렇더라도 계속 써야 한다.
이렇게 적으면서 내가 어떻게 시간을 보내는지 알 수 있었다. 육아를 열심히 한다고 했으나 막상 육아 시간은 길지 않았고, 잠자는 시간도 들쭉날쭉하다는 걸 알았고, 불필요한 웹서핑을 하면서 버리는 시간이 생각보다 길다는 걸 알았다.
2단계: 되돌아보기
하루 시간을 놓치지 않고 작성했다면 그다음은 되돌아보는 것이다. 되돌아보는 시간은 아침이어도 되고, 저녁이어도 된다. 조용한 곳이어도 되고, 아주 시끄러운 지하철이라도 상관없다. 단지 하루를 되돌아볼 수 있는 곳이면 그곳이 명당이다.
되돌아보는 특별한 방법은 없다. 그저 전날 적어놓은 관찰 기록지를 하나씩 보면서 느낀 감정을 적기만 하면 된다. 그렇게 적다 보면 스스로 되돌아보고, 내가 하고 싶은 게 뭔지 내가 다음에 뭘 해야 하는지 자연스럽게 나온다.
TIP
- 하루 동안 했던 것을 카테고리를 나눠서 기록하면 좋다. 그렇게 정리하면 항목별 시간의 변화량을 정확하게 볼 수 있다.
- 한 주가 마무리되면 다시 한번 정리한다. 엑셀 피벗 기능을 활용하면 항목별로 시간을 어떻게 사용했는지 알 수 있다.
- 이렇게 주별로 정리한 항목을 한 달에 한 번, 주별로 정리하면 좀 더 쉽게 변화량을 파악할 수 있다.
하루를 되돌아보면서 가장 큰 것은 자신의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했는지 여부가 아니다. 오히려 일상을 보내면서 흔들렸던 마음을 다시 볼 수 있다. 일상을 지내다 보면 다른 사람의 작은 말이 나에게 상처가 되어서 돌아올 때도, 자신의 의지가 작아질 때도 있다. 그렇게 마음이 흔들리면 모든 신경이 그곳을 향해서 달려가고 일상을 조금씩 흔들어 놓는다.
하지만 일상을 기록할 때 스스로 그 감정에 대해서 솔직히 표현하고, 그 감정을 하루가 지나서 살펴보면 그 감정을 어떻게 다스려야 하는지 볼 수 있다. 그렇게 스스로 반추하면서 나 스스로가 단단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생각해 보면 항상 마음이 문제였다. 이 단계에서 스스로 마음이 단단해짐을 느낄 수 있었다.
3단계: 보완하기
여기에서 계획은 거창한 것이 없다. 하루를 기록하고, 그걸 스스로를 솔직하게 되돌아보면서 현실적인 계획이 세워진다. 그 계획도 종종 무너지는데, 그럴 때마다 왜 무너졌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고 계획을 다시 세우면 된다.
- 항상 아침 기상 시간은 4시를 목표로 한다. 그런데 어느 날은 6시에 일어났다. 다시 살펴보니 전날 잠을 3시간밖에 자지 못해서 다음 날 영향을 미친 것을 알았다. 그래서 그 뒤로는 매일 10시 반에 잠들기 시작했다. 또 어느 날은 저녁 약속을 마치고 11시에 들어오자마자 거실에서 잠들었다. 그러면 4시 반에 일어나야 했는데, 다음날 또 6시에 일어났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거실은 너무 조용해서 숙면을 취해 더 오래 잔 거였다. 그 뒤로는 늦더라도 안방에서 잤다.
- 매일 중국어를 5문장씩 암기하는데 뭔가 아쉬운 게 보였다. 나에게 맞는 중국어 문장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어느 날부터는 작문을 시작했다. 작문을 해서 암기하다가 또 문득 듣기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일 아침 3분짜리 중국어 방송을 들으면서 받아쓰기를 했다.
무너진 계획을 보완할 뿐 아니라 스스로에게 약속을 잘 지키고 더 탄탄하게 만들 수 있었다. 더 잘할 수 있는 부분이 없을까? 되돌아보고 스스로 물어보면서 그 답을 찾았다. 자신에게 솔직한 모습에서 계획을 세운다. 그 계획은 아주 작은 것에서 시작되기 때문에 아주 탄탄하며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남들처럼 걸음이 빠르지는 않지만 이렇게 조금씩 나를 단단하게 다져나가다 보면 언젠가는 내가 원하는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확신을 가진다. 오늘도 스스로를 관찰하고, 되돌아보고, 보완해간다.
원문: 중국게임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