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7시, 오늘도 어김없이 시끄럽게 알람이 울린다.
아, 5분만 더 자도 되겠지? 오늘 밤에는 진짜 일찍 자야지….
어젯밤 늦게까지 TV를 본 나 자신을 원망하고 헛된 다짐을 해본다. 좀비처럼 일어나 졸린 눈을 비비고 욕실로 들어간다. 오전 8시 정각에 승강장에 진입하는 지하철을 타야 단 1분 1초도 지각하지 않고 사무실에 골인할 수 있는데 5분 늦잠을 잔 덕분에 서둘러 출근 준비를 해본다.
모두가 알다시피 러시아워(Rush Hour)란, 버스, 지하철 등 교통수단이 혼잡을 이루는 시간대를 의미한다. 발 디딜 틈 없는 지하철, 아니 ‘지옥철’을 타야 안전한 출근이 가능하니 평일 아침이 무서울 뿐이다. 참고로 신도림역의 하루 평균 환승 인원은 평일 기준으로만 30만 명 이상이라고 한다. 그러니 직장인들의 러시아워 출퇴근 전쟁은 피할 길이 없다.
이 지긋지긋한 지옥철, 벗어날 순 없을까?
오늘날 직장인들의 출퇴근 시간은 과거에 비하면 굉장히 탄력적으로 변했다. 거기에 자율근무제나 재택근무 등의 장치가 도입되고 있으니 앞으로도 장기적으로, 지속적으로 개선될 전망이다. 내가 맡은 프로젝트나 주어진 업무만 수행하면 문제없이 출퇴근으로 인정해주는 것, 이것이 ‘지옥철’을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일 수 있겠다.
그러나 회사마다 가지고 있는 특성과 상황이 있다는 점을 간과할 수는 없다. 이미 일부 회사들은 자유로운 출퇴근 시간을 부여하고 노트북이나 모바일로 업무를 수행하는 환경을 마련해 두었다. 이를테면 모바일 오피스와 같이 회사와 내가 통신망으로 연결되어 필요한 정보는 수시로 찾아보고 업무 지시를 받거나 업무 수행에 대한 결과나 상황을 보고하는 것이다. 키워드 그대로 ‘움직이는 사무실’이라 할 수 있다.
다만 이는 회사 업무 포털이나 결제 시스템을 온전히 갖춰야 가능한 일이다. 언제 어디서나 접속 가능한 무선 통신 속도 역시 기반이 되어야 하겠다. 자, 그렇다면 직장인이 지옥철을 벗어날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3차원 입체영상을 이용한 가상회의
영화 <킹스맨 : 시크릿 에이전트>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어벤저스> 그리고 <캡틴 아메리카> 시리즈를 유심히 봤다면 ‘홀로그램 3차원 입체 영상’을 활용한 가상회의 장면을 한번 이상 봤을 것이다. <캡틴마블> 역시 3D 입체영상을 이용한 통신이 자주 등장하기도 한다. 멀리 떨어져 있거나 불가피한 경우 회의실에 굳이 모든 사람이 모여 앉지 않아도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감히 말해 ‘지옥철’을 벗어날 수 있는 묘책이 될 수도 있겠다.
지방이나 해외에 있어 참석이 불가한 클라이언트들이 있다면 전화선을 이용한 콘퍼런스 콜이나 영상을 활용한 화상 회의가 충분히 가능해진 시대다. 그러나 음성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화상을 이용하는 것은 동화상(動畵像)과 음성 그리고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어 콘퍼런스 콜에 비해 매우 편리하고 효과적이지만, 여러 사람이 참여하게 되는 경우라던지 화상회의에 필요한 시스템 구축 등 우리가 꿈꾸는 가상회의와 비교하면 역시 한계점을 보인다.
영화 속에서 볼 법한 가상회의는 음성과 화상을 뛰어넘는 판타지 같다. 실제 사람이 내 옆자리에 앉아있는 것처럼 무슨 옷을 입었는지, 어떠한 표정을 하고 있는지 쉽게 알 수 있을 것이고 무엇보다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뛰어난 퍼포먼스를 보일 수 있다. 그렇다면 가상회의가 가능하기 위한 인프라는 무엇일까?
실감미디어와 홀로그램
사실 홀로그램과 혼합현실 등 새로운 영상 서비스 기술로 ‘실감미디어(Immersive Media 또는 Tangible Media)’라는 키워드가 종종 활용된다. 삼성전자나 LG전자가 개발한 UHD TV나 QLED TV가 구현하는 영상정보를 훨씬 뛰어넘는 기술로서 선명함은 물론 현실감까지 제공한다.
재단법인 전라북도문화콘텐츠산업진흥원에서 주관하는 제2회 지투페스타(G2FESTA)가 2019년 3월 1일 전북 군산에서 개막해 KT 등 40여 개 기업들이 참여했다. KT의 경우 체험관을 운영해 실감미디어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위에서도 언급했듯 아무리 화질이 좋은 TV라 해도 2차원적인 시각정보밖에 제공할 수 없다. 하지만 실감미디어는 3차원으로 정보를 업그레이드하기 때문에 사람의 촉각, 시각, 청각 등을 충분히 자극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시각 정보인데, 사람의 두 눈이 어떠한 피사체를 바라볼 때 생겨나는 화각의 차이를 활용해 입체감을 발생시킬 수 있도록 한다. 양쪽 눈이 눈 앞에 물체를 바라볼 때 두 눈 사이의 거리만큼 약간의 다른 시야를 보게 되는데서 일어나는 현상을 양안시차라 하며, 인위적으로 양안 시차를 만드는 입체경 같은 것을 시작으로 3D TV나 3D 영화들이 등장한 것이다.
실감미디어 역시 사람의 시각 정보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고 3차원 미디어로 현실감을 느낄 수 있도록 구성된다면, 우린 비로소 거추장스러웠던 3D 입체 안경을 벗어던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감미디어는 사실 우리가 꿈꾸는 가상회의를 위한 기술의 시작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역으로 보면 홀로그램이 실감미디어의 기초단계라고도 볼 수 있다. 보다 실제와 같은 모습을 구현할 수 있어야 게임은 물론 엔터테인먼트, 통신 등 기타 산업분야에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했던 KT는 2017년 상암동 누리꿈스퀘어에 ‘K-live X VR Park’를 개관한 바 있다. 지투페스타에서 선보였던 AR농구와 같이 홀로그램과 가상의 영상을 AR과 접목시켜 구현한 것 역시 이 곳에서 만나볼 수 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가수들의 공연이나 뮤지컬 등을 플로팅 홀로그램으로 현실화한 콘텐츠이다. 고해상도의 프로젝터를 통해 영상을 쏘고 이를 거대한 투명막에 투사하는 방식으로 구현한다.
이는 말 그대로 판타지인 셈이다. 하지만 마치 눈 앞에서 진짜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3D 입체 안경을 쓰고 영화를 바라보던 시대가 이와 같은 홀로그램과 실감미디어를 통해 변모하고 있는 셈이니, 어지럽거나 시각적인 피로감은 사라지고 기술이 구현된 어느 곳에서나 공간의 제약 없이 ’진짜‘ 같은 판타지를 느낄 수 있다. 이런 점을 생각하면 가상회의 역시 조금 더 가까워진 듯한 느낌이다.
LTE를 넘어 5G로!
가상회의를 위한 것이라면 끊김 없는 통신 속도 또한 매우 중요할 것이다. 실사와 같은 입체 영상을 구현하려면 광학기술도 중요하지만 엄청난 데이터의 송수신량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인류는 5G 통신 속도를 구현하게 되면서 대용량의 동영상 파일도 끊김 없이 볼 수 있는 시대를 맞이했다. 기존의 LTE를 넘어선 5G 시대를 맞아 가상현실(VR)이나 증강현실(AR), 사물인터넷(IoT) 분야가 가장 각광을 받고 있다. 퀄컴(Qualcomm)의 크리스티아노 아몬(Cristiano Amon) 사장은 이렇게 언급한 바 있다.
5G가 가져올 변화는 실로 어마어마하다. 모바일 산업과 소비자 경험에 새로운 혁신이 일어날 것이다.
그만큼 5G는 응답 및 처리 속도, 처리 용량 등 기존의 4G보다 상당 부분 향상되었다. 포브스(Forbes)지에서도 5G 시대를 맞이하게 되면 AR와 VR 시장이 크게 성장하게 될 것이라는 언급을 했다. 사실 VR과 같은 콘텐츠 시장이 크게 각광받지 못했던 이유 중에 하나가 대용량의 데이터를 송수신할 수 없는 네트워크의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장비의 보급이나 부실한 콘텐츠 역시 성장을 막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했다.
그에 비해 5G의 통신 속도는 최대 다운로드 속도를 20Gbps까지 구현할 수 있다. 기존 LTE 시대를 감안하면 약 20배 수준이다. 쉽게 말하면 1GB 분량의 영화를 약 10초 이내로 다운로드해 감상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른다. 다운로드 속도는 물론 정보를 송수신할 수 있는 응답속도 역시 중요하다. 홀로그램 자체의 정보를 아주 먼 곳에 있는 서버와 주고받아야 끊김이 없기 때문이다. 4G의 응답속도를 두고 약 10~50밀리세컨드(ms) 수준이라고 했는데 5G에서는 1~5밀리세컨드로 크게 줄어들게 된다.
SK텔레콤의 ‘T 리얼 텔레프리즌스‘는 AR 글라스를 통해 홀로그램 기반의 영상 회의를 구현할 수 있는 기술이라고 전했다. 쇼파나 침대에 편하게 누워서도 미국이나 남미, 아프리카 등 우리나라와 저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들과 소통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실제 회의실에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것은 물론이고 대용량, 고화질의 영상을 함께 본다거나 3D 설계도면을 함께 펼쳐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미국의 과학기술 사이트인 ‘singularityhub’는 호주국립대학교와 우리나라 카이스트에서 홀로그램 입체영상을 구현할 수 있는 소형 장치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호주 기업인 Euclideon 역시 세계 최초로 다중 사용자 홀로그램 테이블이라는 이름의 프로토 타입을 제작하기도 했다. 미국에서는 미 육군을 위해 1만 3천 개 이상의 3D 홀로그램 지도를 제공해 전략을 어떻게 수립할 수 있을지 큰 도움을 주기도 했단다.
삼성전자의 경우 홀로그램 재생 장치와 재생 방법에 대한 특허를 출원했다고 알려져 있다. 역시 R&D 단계에 머물러 있어 실제로 언제쯤 상용화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꿈꾸고 있던 판타지가 현실화될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농후하고 먼 미래에나 구현될 줄 알았던 신기술이 금방이라도 만나볼 수 있을듯한 느낌마저 든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지옥철’은 사라질지도 모른다
딱딱한 디스플레이가 흑백에서 컬러로 변했고, 다시 총천연색의 QLED로 진화했다. 브라운관에서 평면으로 그리고 다시 커브드 디스플레이로, 최근에는 급기야 휘어지고 접히는 플렉시블 AMOLED로 진화했다. 이처럼 기술과 트렌드는 하루가 다르게 변한다.
물론 이런 고퀄리티의 기술력이 3D 홀로그램을 이용한 가상회의를 구축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온전히 이를 위해 값비싼 장비와 인프라를 구성해야만 할까? ‘기술이 좋으니, 그리고 좋아질 테니 언젠가는 만나볼 수 있을 겁니다’라는 편한 말로 끝낼 수는 없다. 기술을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사용자의 경험(UX)이 매우 중요하다. 멀리서 바라보는 공연과 달리, 내 옆에서 누군가가 진짜 있는 것처럼 느끼려면 나뿐만 아니라 내 앞에 있는 회사 동료처럼 동일하게 느껴야 할 것이다. 쉽게 말하자면, 영화처럼 매우 자연스럽게 보이는 결과를 낳으려면 홀로그램의 안정성이나 피사체를 촬영하고 송수신하기 위한 영상 융합 등의 문제점을 해결하고 고도화하는 기술도 함께 병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홀로그램을 활용한 공연이나 뮤지컬 콘텐츠가 존재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이익을 창출하는 비즈니스로 확장하기 위해서는 정부 지원 및 이를 위한 인력 양성, 제작 및 송출, 융합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인 연구와 개발이 필요할 것이다. 모두를 위한 테크닉으로 바람직하게 발전하려면, 반드시 올바른 정책과 똑똑한 정책이 수립되어야 할 것이다.
모바일 오피스나 탄력근무제 역시 매너리즘을 파괴하고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을 증대시킬 수 있는 방안 중 하나다. 홀로그램이나 혼합 현실을 통한 가상 회의나 업무 수행은 지옥철을 벗어날 수 있는 매우 스마트한 수단이 될 수 있다. 기술이 발전하면 최적의 업무 환경을 제공하는 것 이외에도 보다 효율적인 업무 수행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수많은 직장인들에게 긍정적인 효과를 전해줄 수 있는 것이다. 또한 프로젝트 협업 증대에도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중요한 의사결정 역시 빠르게 대응할 수 있으니 회사 차원에서도 효과적인 근무 방법이 될 것이다.
스마트 조직을 위한 솔루션과 정보를 제공하는 사이트 ‘Cowork(cowork.io)’에 따르면, 직장인 대다수가 부서대로 서열대로 앉아서 근무하는 전통적 사무실보다는 위워크나 패스트파이브와 같은 공동 작업 공간을 선호했다고 한다. 이렇게 함께 일하는 공간은 나아가 ‘스마트 오피스’라는 개념으로 진화할 것이다. 보도자료를 제공하는 미국의 TCB(TCB resistencias)에서는 2028년까지 전세계 스마트 오피스 시장이 약 14% 성장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지금으로부터 10년 후의 미래다. 그때가 되면 우리는 앞으로 지옥철보다는 쾌적한 ‘지하철’을 타게 될 것이다. 딱딱하고 답답한 사무실 의자가 아니라 편안한 내 집 의자에 앉아 있을 것이다. 우리는 업무의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기회 앞에 서 있는 것이다.
원문: Pen 잡은 루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