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이라는 건 참 남다른 나이다. 경제적인 의미에서는 더욱더 그렇다. 21살, 블로그 첫 수익으로 적금을 넣기 시작할 때에는 ‘서른에는 1억 정도를 모으지 않을까?’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런데 얼마 전 서른이 된 내 통장에는 더 유지하기 힘들어 해지한 장기 보험 상품에서 환급받은 1,200만 원이 전부다. 참담한 심정이다.
원래는 보험 상품 없이 은행 적금으로만 돈을 모았다. 그런데 중간에 큰 사고를 당하면서 수술비가 필요해져 적금을 모두 해제했고, 남은 건 어머니께 드렸다. 블로그로 버는 수익(전적으로 구글 애드센스)이 줄어들면서 적금을 유지하기 어려워졌고, 복학을 결정한 후 대학 등록금을 부담하는 것도 힘들어졌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보험 대출도 받았다. 대출 이자를 상환하고 대출을 갚는 일 자체가 얼마나 힘든지 체감하며, 세상 살기 쉽지 않다는 걸 몸소 느꼈다.
대출까지 받았던 보험 상품도 더는 유지하기 어려워 해지 통고를 받고 환급을 받았다. 그렇다고 넣은 돈이 다 돌아오지는 않았다. 보험 설계사를 하시는 어머니 친구분 때문에 가입한 상품이라, 내 수중에는 1,200만 원만 돌아왔다.
모든 2030대를 위해
오늘 소개할 책의 저자인 재테크 블로거 출신 요니나는 자신의 저서 『서른에는 남부럽지 않게 잘살고 싶다』에서 이렇게 말한다.
싱글일 때는 장기 보험 상품 가입을 최대한 미루는 것이 좋다. 물론 결혼한 사람도 향후 2~5년 안에 있을 이벤트를 확인하고 재무계획을 세워야 한다. 앞으로 5년 안에 큰돈이 필요한 이벤트가 있다면 보험료를 조절하거나 가입을 한 번 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더군다나 어떤 상품인지 알지도 못하는데 보험설계사가 일방적으로 좋다고 권하는 상품은 피하는 것이 좋다.
보험사는 하루라도 일찍 가입하면 유리하다며 생각할 시간조차 주지 않고 가입을 권유한다. 대부분의 금융상품은 물가상승률 때문에 일찍 가입하고 오래 유지하는 게 유리하다. 이 조건은 만기가 되면 비로소 빛을 발한다.
하지만 현실은 당장 몇 년 뒤에 발생하는 결혼, 출산 등의 이벤트 때문에 연금을 해지한다. 그러면 보통 원금이 손실이 난다. – 본문 206p
딱 내가 아무 생각 없이 가입한 상품이 이런 경우다. 오랫동안 유지해야 본전을 챙길 수 있는 장기 보험 상품은 나와 같은 2030 세대가 감당하기 어려운 상품이다. 정말 돈을 악착같이 모으겠다는 심정으로 정기 수입의 70% 이상을 재테크로 돌릴 자신이 없는 사람은 절대 해서는 안 된다.
돈을 모으고 싶어서 재테크 공부를 했고, 돈을 굴리고 싶어서 주식도 했고, 적금 상품에 들기도 했고, 친인척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보험 상품에 가입도 했다. 하지만 지나고 보면 제대로 건질 수 있었던 건 하나도 없었다. 좋은 말로 포장해야 ‘뼈아픈 경험을 밑거름 삼아 배울 수 있었다.’라고 말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상식 선에서 경제 공부와 재테크 공부를 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선 우리는 이 혹독한 세상을 제대로 살아갈 수 없다. 어릴 때부터 “돈, 돈”거리면 좋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어른들도 있다. 하지만 돈을 알아야 비로소 세상을 알 수 있고, 제대로 살아갈 수 있다.
오늘 소개하고 싶은 김나연(요니나)의 저서 『서른에는 남부럽지 않게 잘살고 싶다』는 내가 대학생 시절에 큰 도움을 받은 『대학생 재테크』라는 도서의 후속작에 해당하는 책이다. 『대학생 재테크』를 집필할 당시 대학생이던 저자가 이제는 서른이 되어 경험한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풀어낸 책이다.
『서른에는 남부럽지 않게 잘살고 싶다』는 돈을 어떻게 굴려야 더 큰돈을 만드는지 알려주는 재테크 도서와는 거리가 있다. 이 책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저자가 똑같은 2030 세대에게, 사회초년생이 주의해야 할 재테크 상식을 전하는 책이다. 서문에서 저자는 ‘사회초년생이 재테크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아래와 같이 말한다.
대부분의 사회초년생은 정해진 월급을 받는다. 수입은 자신이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러면 한정된 수입 안에서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할 수 있는 돈을 어떻게 만드느냐가 관심사가 된다. 사회초년생이 재테크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 본문 6p
이 말대로, 『서른에는 남부럽지 않게 잘살고 싶다』는 크게 네 가지 파트로 분류되어 있다. 각 파트의 이름은 다음과 같다.
- 쥐꼬리만 한 수입에도 돈을 모으는 사람의 비밀
- 지속 가능하고 실현 가능한 돈 관리법
-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는 사회초년생 금융공부
- 부자 되는 한 끗 차이 라이프스타일
네 가지 파트 중 관심이 가는 파트를 먼저 읽어도 되지만, 나는 이왕이면 순서대로 읽는 걸 추천한다. 나도 그랬다. ‘가계부 하나는 꾸준히 쓰자’라는 목표를 지금껏 지켜오고 있는 내가 앞으로는 무엇에 좀 더 관심을 가져야 할지 알고자 했다. 솔직히 커다란 비법은 없었지만, 사회 초년생이라면 효과적으로 지킬 수 있는 기본적인 규칙을 잘 적어 놓았다.
그중에서 몇 가지 ‘이건 꼭 명심하자’라며 표시해둔 부분을 간략히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젊을 땐 무작정 저축만 해야 한다거나, 투자 경험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실행 가능한 재테크를 시작하는 것이다. ‘잘 모르는데 괜찮을 것 같아서요’, ‘오래 놔두면 언젠가 수익이 나지 않을까요?’ ‘직원이 추천해준 것이니 괜찮지 않을까요?’ 등 내 소중한 돈을 제3자에게 맡기고 책임을 회피해서는 안 된다. -본문 39p
저축은 투자와 달리 원금 손실이 나지 않아 상대적으로 안정성이 높다. 한때 투자 수익이 저축 이자보다 높다고 홍보하며, 낮은 금리의 저축을 계속하는 것은 손해라는 인식도 있었다. 하지만 수익률에 혹해 무턱대고 투자 상품에 가입하는 것이 손해일 수도 있다. 오히려 처음 재테크를 시작하는 사람이라면 조금 느리더라도 저축으로 차곡차곡 기반을 쌓는 것이 좋다. – 본문 160p
윗글만 읽더라도 『서른에는 남부럽지 않게 잘살고 싶다』가 어떤 장르의 재테크 도서인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우리가 시중에서 읽을 수 있는 ‘이렇게 하면 당신도 아파트 한 채를 마련할 수 있다’는 문구로 독자를 유혹하지 않는다. 철저하게 돈을 한 번도 공부한 적 없는 2030 세대가 알아야 할 기본적인 금융 지식을 다루고 있다.
제목에서 볼 수 있는 ‘서른에는 남부럽지 않게 잘살고 싶다’는 욕심은 한순간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저자도 그 사실을 알고 있다.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편리함에 게으름을 피우다 놓쳐 버리는 크고 작은 방법을 소개하며 ‘당신도 이것부터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라고 권유한다. 그 권유에 어떤 식으로 대처할지 결정은 오로지 독자의 몫으로 남는다.
나와 비슷한 나이의 저자이지만,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읽으면서 내심 감탄했다. 별것도 아닌 아주 사소한 차이가 5년 이상의 시간을 지나면 커다란 규모로 차이가 났다. 책에서 읽은 이야기 중 내가 가장 저자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었던 건 여행에 대한 이야기였다.
하지만 20대가 끝나기 전, 유럽과 미국은 꼭 가보고 싶었다. 돈을 벌기 시작하면서 4~5년 정도 기간을 잡고 유럽과 미국 여행 통장을 만들었다. 각 8만 원씩 1년 만기 적금에 가입하길 몇 년 동안 반복했다. 한 달 16만 원을 오로지 4~5년 뒤에 갈 여행을 위해 저축한 것이다.
저축에 목적이 생기니 중도 해지할 확률도 낮아졌다. 평소에도 허튼 곳에 소비하지 않으려 노력하게 되었다. – 본문 125p
20대라면 솔직히 누구라도 한 번은 꿈꾸는 유럽과 미국 여행. 가까운 일본 여행은 비용이 크게 들지 않지만, 유럽과 미국 여행은 적지 않은 돈이 든다. 그 여행을 실천하기 위해서 4~5년 동안 지나치게 큰 금액이 아닌 금액을 착실히 모을 수 있는 힘. 이게 바로 저자가 가진 재테크의 비결이었다.
저자는 올봄에 다시 삿포로로 떠나기 위해 ‘삿포로 여행 통장’을 만들어 1년 동안 돈을 모았다. 거기에 엔화가 떨어질 때마다 조금씩 환전을 하며 준비했다. 최근에는 1~2년 안에 프랑스 파리의 봄을 느끼고 싶어 월 20만 원씩 저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저자의 꼼꼼함에 존경을 표하고 싶다.
오늘 소개한 책 『서른에는 남부럽지 않게 잘살고 싶다』가 전하는 이야기는 이런 것이다. 단박에 지금 상황을 뒤집을 수 있는 획기적인 재테크 비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가령 주식 투자 치고 빠지기로 돈을 벌 수도 있겠지만, 아직 돈을 잘 모르는 사람이 도전하기에는 주식 시장은 너무나 위험한 곳이다.
돈을 잘 모르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돈을 공부하고, 돈을 알아가는 일이다. 크지 않더라도 작은 것부터 실천 가능한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위해 실천하는 일이다. 꾸준히 해낼 수 있다면, 책의 제목에 어울리는 ‘남부럽지 않게 살 수 있는 서른’이 되지 않을까 싶다.
원문: 노지의 소박한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