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살아가는 시대는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새로운 제품이 쏟아진다. 그 새로운 제품은 우리가 쉽게 사용하는 스마트폰, 지금 내가 글을 적는 데 사용하는 태블릿 PC 같은 기기만 아니라 ‘음식’이라는 제품군에서도 우후죽순 새로운 제품이 쏟아지며 소비를 자극한다.
새롭게 만들어진 제품들은 프로모션 발표회, 연예인을 이용한 광고를 통해 마치 지금 그 제품을 갖지 않으면 안 된다는 식의 이미지를 심어준다. 지금 당장 나에게 필요하지 않은 제품군임에도 광고와 함께 쏟아진 과잉 정보를 통해서 무심코 생각한다.
어쩌면 나에게 필요할지도….
그 생각은 이윽고 무분별한 소비, 가치 없는 소비로 이어져 생각지도 못한 피해를 끼친다. 단순히 현명한 소비를 하지 못하는 게 문제의 전부가 아니다. 과잉 공급을 따라가려고 하다 보니 지갑은 얇아지고, 반대로 몸은 두꺼워진다.
이번에 만난 책 『경제학자의 다이어트』는 이 과잉 공급 시대에 두 경제학자가 어떻게 34kg, 20kg을 감량할 수 있었는지 말하는 책이다. 솔직히 책을 읽기 전부터 ‘경제학자가 말하는 다이어트’라는 점에서 흥미가 생겼고, 늘 ‘다이어트’라는 단어를 머리 한쪽에서 두어서 너무 궁금했다.
두 경제학자는 어떻게 34kg, 20kg을 뺄 수 있었을까? 나는 10kg을 빼는 데도 3개월이 걸렸는데 말이다.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이 대체로 비슷한 속도이지 않을까 싶다. 그저 먹는 걸 조절하고, 운동을 하면서 내가 먹는 칼로리를 조절하는 동시에 지방을 태우는 운동을 늘 머릿속에서 신경을 쓰는….
하지만 경제학 관점으로 한 번도 접근해본 적이 없어 책의 내용이 더 신경 쓰였다. 일단 먼저 『경제학자의 다이어트』 책을 시작하는 프롤로그 부분에서 ‘사회는 어떻게 뚱뚱해졌는가?’라는 소제목을 통해 아래와 같은 글을 읽을 수 있다.
우리는 너무 많이 먹기 때문에 살이 찐다. 대부분의 사람이 필요한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음식을 먹는다. 경제학 관점에서 보면 세계 대부분 지역에 식량이 과잉 공급된다. 낮은 가격은 공급의 증가와 그에 따른 사람들의 절제력을 한계점까지 밀고 나갔다. 우리는 이러한 조건을 ‘풍요로움(abundance)’이라고 부른다.
- 31쪽
잠시 멈추고 자신의 식습관을 생각해보면, 여기서 말하려는 핵심이 무엇인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마지막으로 집에서 재료 손질부터 온전히 한 끼 식사를 준비한 적이 언제인가? 얼마나 자주 밖에서 식사하는가? 먹는 음식 대부분이 포장 용기나 상자, 통조림에서 나오지 않는가? 물론 모든 가공식품이나 패스트푸드를 철저히 배격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하지만 이런 음식은 집에서 기본적인 재료로 만든 음식보다 일반적으로 열량이 높기 때문에 허리둘레를 계속 늘어나게 하는 주된 원인이 될 것이 분명하다.
- 36쪽
어떻게 보면 굉장히 당연한 이야기인데 그동안 미처 생각해보지 못한 관점이기도 하다. ‘너무 많이 먹어서 살이 찐다.’는 이유는 알지만 너무 많이 먹는 이유가 낮은 가격으로 과잉 공급된 현상이 사람의 절제력을 한계로 밀고 나갔다는 건 생각지 못했을 테니까.
설사 그런 관점으로 생각해보았다고 해도 이제는 익숙해진 생활 습관을 고쳐버리는 일은 쉽지 않다. 위 그래프에서 볼 수 있듯이, 고소득 국가가 남성과 여성의 과체중 성인 비율이 높다는 걸 알 수 있다. 우리 주변에는 돈이라는 재화를 통해 너무나 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많다.
특히 그중에서도 한국은 배달 문화가 대단히 발단한 나라다. 36페이지에서 읽은 ‘먹는 음식 대부분이 포장 용기나 상자, 통조림에서 나오지 않는가?’라는 질문에 곰곰이 생각하면 ‘어. 그렇네?’라는 답을 도출하는 사람이 적지 않을 거다. 한국에서는 적당한 서민이라면 모두 배달 문화를 이용하니까.
그래서 대체로 열량이 높은 식사를 하지만, 그 열량만큼 움직이지 않거나 덜 먹지 않기 때문에 오늘날 ‘다이어트 비법’을 찾아서 마치 먹이를 찾아 헤매는 하이에나처럼 움직인다. 그리고 그 생활 습관 때문에 병원을 찾아 다이어트약을 먹거나 주사를 맞기도 하는 등 또 엉뚱한 소비를 한다.
여기서 어떻게 해야 좋을까? 그 대답을 알기 위해서 나는 책의 1장인 ‘희소성, 당신이 매일 몸무게를 재야 하는 이유’를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제일 먼저 읽은 첫 단락에서 작은 설명과 함께 ‘왜 우리가 매일 몸무게를 재야 할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단순하게 얻을 수 있었다.
도박을 좋아하는 사람이 길모퉁이 편의점에서 로또복권을 사거나 쉽게 사행성 게임에 접할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다면, 반드시 충동을 조절할 줄 알아야 한다. 이처럼 체중을 감량하려는 사람이라면 먹을 것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적게 먹는 법을 스스로 훈련해야 한다. 그리고 먹을거리라곤 코코넛이나 야생초, 직접 만든 나뭇가지 작살로 잡은 물고기뿐인 무인도로 추방되지 않는 한, 이것을 행동으로 옮기기는 매우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이런 까닭에 다이어트를 할 때 자신에게 솔직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몸무게를 재는 것이다. 이것은 이 책에서 제안하는 제일 첫 번째 조언이자 가장 중요한 조언으로, 실제보다 음식이 더 희소하다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단계다. 체중계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 49쪽
매일 몸무게를 재는 건 어떻게 보면 가장 진실하게 자신을 마주 보는 방법이다. 자신의 깊은 내면을 들여다보는 일은 너무나 심오한 일이다. 하지만 자신의 몸무게를 들여다보는 일은 굉장히 단순한 일이라 자아 정체성을 찾는 것보다 훨씬 쉽게 몸무게의 정체성을 찾을 수 있다.
이 책의 저자 중 한 사람인 크리스는 100kg에 육박하는 자신의 몸무게를 확인하면서 심한 굴욕감을 느낄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 하소연할 수 없는 자신의 책임이라 비난받을 사람은 다름 아닌 자신이라는 것도 안다. 그래서 크리스는 이 사태를 막기 위해서 무엇이든 해야 한다고 느꼈다.
그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자신의 식사에 긴축정책을 실시하며 주변에 매번 넘쳐나는 음식이 희소한 것인 양 여기면서 먹는 양을 줄이기 위해 노력했다. 어떻게 보면 단순한 일이지만, 이렇게 식욕을 금욕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몸무게를 줄이기로 했다고 하더라도 배가 고파질 기미가 보이면 무심코 간단한 초코바 같은 음식을 찾게 된다. 지금 글을 쓰는 나도 무심코 아침에 배가 고파서 몽쉘을 먹으면서 ‘뭐, 이건 아침 대용이니까.’라며 자기합리화를 해버린다. 그런데 과연 나는 하루 동안 몽쉘을 몇 개나 먹는 걸까?
무심코 어떤 음식에 손을 대는 이유는 ‘배고프니까.’라는 단순한 이유이지만, 저자는 ‘지금 우리가 느끼는 것이 진짜 배고픔인가?’라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말한다. 배고픔을 채우기 위해서 먹어야 한다고 말해도 지금은 과거 쌍팔년도처럼 정말 못 먹어서 죽을 정도는 솔직히 아니다. 배고픔을 느끼는 이유는 평소 먹은 만큼 먹지 않았기 때문에 느낄 확률이 높다.
책의 두 저자는 폭식을 한 후 다음 날 배가 고파서 잠에서 깬 경험을 언급하며 ‘이때는 정말 배고픈 것일까?’ 라는 질문을 통해 군것질의 유혹을 피하는 방법으로 ‘가짜 배고픔’이라고 말하며 이를 무시하고자 했다. 그렇게 무시하는 법을 연습하면서 가짜 배고픔을 견디는 법을 터득했다. 아래는 저자가 실천한 방법 중 일부다.
다이어트 초기에 배고픔을 잊기 위해 했던 일
- 15년 만에 피아노 연습을 다시 시작했다.
- 뜻밖에도 집안 청소와 정리정돈에 재미를 붙였다.
- 군것질거리나 달달한 것들을 집에서 깨끗이 치웠다.
- 친구와 가족 모두에게 다이어트 중임을 밝혔다.
- 가능한 부엌에서 멀어지려고 가끔 멀리 산책한다.
- 모임에서 맥주는 계속 마셨지만(작은 희생이라고 해두자) 지나치게 많이 마시는 분위기로 흐르지 않도록 했다.
저자는 배고픔은 시야를 터널처럼 좁게 만들기 때문에 다이어터는 끊임없이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돈을 모으기 위해서 경계해야 하는 과소비를 줄이기 위한 수단으로 가계부를 작성해 내 소비가 어떤 상황인지 파악하는 것과 똑같이, 다이어트를 위해서는 매일 몸무게를 재는 일이 바로 그렇다.
매일 몸무게를 재는 것이 다이어트에 성공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의 하나라고 말한다. 적어도 체중계 숫자 앞에서는 거짓말을 할 수 없고, ‘이건 옷 무게야.’라며 부정하는 당신이 나체로 체중계 위에 서더라도 체중계는 불편한 진실을 보여줄 뿐이다. 그래서 우리는 확실히 알 수 있다.
이 글은 『경제학자의 다이어트』의 사소한 일부분에 불과하다. 아니, 책을 절반 읽기 전에 먼저 글부터 썼다. 책을 읽으면서 느껴지는 바가 너무 많아 바로 글을 쓰고자 마음먹었고, 대학을 졸업한 이후에 몸무게가 다시 늘어나는 오늘의 나에게 살짝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고 싶었다.
『경제학자의 다이어트』는 제목만 봤을 때는 굉장히 특별해 보이는 책이지만, 막상 읽으면 평소 다이어트를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지 말하는 책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단 과잉 공급 시대에서 미처 생각하지 못한 관점에서 생각하게 해주고, 두 저자의 경험담에 크게 공감할 수 있게 해준다. 가령 아래의 글을 읽어보자.
체중을 감량하기 전에 나는 아내와 아이들과 함께 비슷한 연령의 자녀를 둔 다른 가족과 어울려 자주 외식을 했다. 그 집 부모는 모두 날씬했고 체중 문제로 심각하게 고민한 적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그들은 제정신이 아닌 선택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 한번은 그 집 엄마가 치킨 전문 체인점인 칙필레에서 샐러드를 주문했다. 나는 할 말을 잃었다. 거의 모욕당하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요즘 나는 그 행동을 이해할 뿐 아니라 비슷한 주문을 할 것 같다. 아이들을 위한 특별한 날에 덩달아 무엇이든 해도 되는 건 아니다.
우리가 말하려는 요점은 당신이 지금 입에 넣은 음식을 의식하라는 것이다. 기념일이나 생일처럼 아주 특별한 날이 아닌 다음에야, 입맛이 끌리는 대로 주문해서는 안 된다. 신중하게 생각해 좋아하는 음식을 실컷 먹기로 결정한 것이 아니라면, 칙필레에서 540칼로리 스파이시 디럭스 샌드위치와 사이드 메뉴로 400칼로리 와플 포테이토 프라이를 주문하는 대신, 날씬한 허리를 유지할 수 있는 메뉴를 선택하자.
- 177쪽
치킨집에서 샐러드를 주문하는 일은 솔직히 미친 것처럼 보인다. 한국 사람에게 치킨은 늘 함께 하는 음식이지만, 사실 딱히 특별한 이유도 없이 치킨을 먹는다. 그만큼 치킨과 맥주는 서민 생활을 이어가는 우리에게 하루를 마무리하거나 혹은 그냥 먹기 좋은 음식으로 자리 잡은 거다.
앞서 말했듯 한국은 배달 문화가 크게 발전했고 배달어플도 대단히 쉽게 음식을 주문할 수 있게 되어 있어 음식을 주문하는 데 불과 1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그렇게 무심코 주문해서 먹는 음식은 특별한 날이 아닌데도 특별히 많은 칼로리를 섭취하게 하면서 허리를 두껍게 한다.
이를 똑바로 의식하지 않는 이상 결코 다이어트에 성공할 수 없다. 책 『경제학자의 다이어트』에서 두 저자가 말하는 건 이렇게 경제학 법칙에 따라 우리 상황을 정리하는 법, 그리고 두 저자의 경험담을 필두로 한 체중 감량 결과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실천적인 방법이다.
- 매일 아침 몸무게를 재라.
- 제대로 된 식사는 하루에 한 번만 하라.
- 칼로리를 의식하라.
- 유행하는 다이어트 방법이나 다이어트 식품에 돈을 낭비하지 마라.
- 먹는 음식의 다양성을 제한하라.
- 짧은 과식과 짧은 단식을 생활 방식에 적용하라.
이렇게 간단히 여섯 가지로 정리한 방법이 왜 필요한지, 이 여섯 가지 방법을 실천하지 못하는 우리는 어떤 과잉 공급의 함정에 빠져 있고, 어떻게 함정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 책 『경제학자의 다이어트』에서 소개한다. 위에서 소개한 여섯 가지 중 당신이 실천하는 건 몇 가지인가?
이제 3월이 되면서 기온이 다시 올라가기 시작했다. 옷차림새는 다시금 조금씩 가벼워지고, 살짝 한눈을 팔면 눈 깜짝할 새에 여름이 다가온다. 물론, 노출의 계절이라 말하는 여름을 준비하기 위해서만 아니라, 매일 아침 체중계에 올라가는 나 자신에게 당당해지기 위해서도 다이어트는 꼭 필요하다.
지금, 당당한 나와 건강한 나를 위해 다이어트를 시작하려고 하는 사람에게 이 책 『경제학자의 다이어트』를 추천하고 싶다. 좀 더 자세한 이야기는 직접 책을 읽어보기를 바란다. 그리고 이 글을 쓰는 나와 이 글을 읽을 독자 모두가 다이어트를 제대로 해내어, 지금의 허리 사이즈를 줄일 수 있기를 응원한다!
원문: 노지의 소박한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