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기영(ㅍㅍㅅㅅ 소속, 이하 최): 쿠팡을 디스하면서 나타나셨습니다.
박성의(진짜유통연구소 소장): 어이구, 그렇게 직접적으로 쿠팡을 디스한 건 아니고요ㅎㅎ 최근 오프라인을 많이 안 가는 성향이 생기면서 전통의 오프라인 강자에 대해서 다들 잊은 게 아닌가 싶더라고요. 오프라인 플레이어들은 생각보다 더 어마어마한데 말이죠. ‘그들이 진짜로 움직이면 지각변동이 엄청날 거다’라는 측면에서 ‘쿠팡보다는 롯데가 더 강력할 것이다’라는 이야기를 한 거예요.
최: 호오…
박성의: 게다가 쿠팡은 갑자기 물류를 시작하더니 새벽배송을 시작하질 않나, 500원짜리 800원짜리를 구매해도 배달해주지 않나… 이게 과연 오래 갈 것인가… 분명히 저는 대놓고 이야기하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한 번만 생각해보면 이해 갈 만한 순서대로 유통 강자를 나열해 봤죠. 이 글에서요ㅎㅎ
최: 순서가 어떻게 되나요?
박성의: 1번 롯데, 2번 네이버, 3번 쿠팡. 이 순서로 돼 있습니다.
최: 롯데에 주목하신 이유는 ‘롯데 몰’ 때문인가요?
박성의: 커머스의 전장이 물류, 배송 쪽으로 완전히 넘어갔단 말이죠. 온라인 몰만 한정해서 보면 CJ, 롯데, 한진이 많은 부분을 커버해요. 그런데 택배 물량은 점점 늘어나고, 한편에서는 열악한 택배기사의 처우를 개선해 달라는 고객의 요구도 더 올라가요. 또 한편에서는 택배차를 아파트 입구에서 막는 말도 안 되는 실랑이도 벌어지고, 반품 소동까지 벌어지죠. 이러한 택배 이슈를 쿠팡이 자체적으로 처리하면서 판을 바꿨어요. 그래서 “물류는 무조건 외주 주는 거 아냐?” 하다가 “아, 이제 물류가 경쟁력인데?” 수준까지 왔죠.
근데 잘 생각해보세요. 오프라인 쪽 강자들은 이미 물류를 다 깔아놨어요. 롯데를 예로 들어볼게요. 세븐일레븐이나 롯데슈퍼, 롯데마트, 롯데아울렛, 좀 더 포괄적으로 따져서 롯데시네마까지 다 오프라인 거점이에요. 그래서 마음만 먹으면 인터넷으로 주문하고 아무 롯데 매장에서 받아가세요, 할 수 있다는 말이죠. 속칭 라스트 마일 딜리버리. 그리고 ‘정시성’도 있어요. 빠른 배송과 정시(On-Time)은 전혀 다르거든요. 넷플릭스가 왜 강한가요? 온-디맨드라 그렇습니다. 내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장소에서 편하게 볼 수 있잖아요. 똑같이 배송도 3시, 혹은 7시에 갖다 달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대량으로 처리하는 온라인 몰에서는 그 시간을 맞추기 불가능한 거예요. 하지만 오프라인 매장이 있는 곳들은 할 수 있다는 거죠. 여기는 롯데슈퍼에서 1동 담당하고, 세븐일레븐에서 2동 담당하고, 롯데백화점에서 3, 4동 담당하는 식으로 진행할 수 있단 말이죠.
최: 갑자기 지역이 커다란 중국은 어찌할지 급 궁금해집니다.
박성의: 징동이나 알리바바 같은 곳들이 D+1을 지금 해요.
최: 그건 어떻게 하는 거죠?
박성의: 돈을 때려 붓는 거죠. 물류센터를 엄청나게 많이, 성 단위로. 흔히 말하는 택배를 ‘허브 앤 스포크’ 방식이라고 하는데, 내 택배가 어디쯤 왔나 검색해 보면 제조사는 분명 서울인데 대전 갔다가 용인 찍고 우리 집에 오거든요. 효율이 커서 그런 거예요. 배송 시작할 때 이건 옆 동네 택배니 따로 정리해야지, 이게 아니라 박스에 싸서 통으로 밀어 넣으면 물류센터에서 다시 분류해 주거든요. 그게 훨씬 효율적이죠. 그런데 그걸 가까운 데에서 바로 보내준다? 그러면 훨씬 빨라지겠죠. 예전에는 대전 물류센터까지 내려갔던 택배가, 이제는 분당 물류센터까지만 내려갔다가 다시 서울로 올라가는 거예요. 그러면 그날 1시까지 주문한 걸 배송할 수 있겠죠.
최: 결국 돈 싸움이군요.
박성의: 그래서 누가 돈이 많냐 생각해 보라는 거죠. 쿠팡이 돈이 많을까요, 신세계나 현대가 돈이 많을까요?
최: 쿠팡도 만만치 않을 텐데.
박성의: 쿠팡이 4조 정도 투자를 받았잖아요? 하지만 롯데, 신세계 등의 매출액과 보유한 부동산 생각해 보면 4조는 가뿐한 금액일 수 있어요.
최: 롯데몰 생기는 거 보니까 무섭긴 무섭더라고요.
박성의: 아울렛 복합쇼핑몰 하나 짓는 데 보통 8,000억에서 1조 정도 들어가요. 그걸 20개 짓겠다잖아요. 그것만 해도 20조예요. 그런데 그 몰을 조금만 더 신경 쓰면 물류거점으로 쓸 수도 있거든요? 물류센터는 이미 다 있고요. 그런 측면에서 제가 ‘오프라인 인프라가 너무 간과되고 있다’는 이야기를 한 거죠.
주니어 때부터 PI를 실현한 남자, 유명 컨설팅 회사에서 수석 교육을 받다
최: 지금 하시는 일은 뭡니까?
박성의: 컨설팅을 주업으로 하는 ‘진짜유통연구소’라는 걸 만들었어요. 이름이 ‘유통연구소’다 보니 유통만 하는 줄 아는데, 저는 대부분 프로세스 혁신(Process Innovation) 업무를 담당해 왔어요. 거쳐왔던 회사가 롯데마트, 11번가, GS홈쇼핑, 위메프, 그리고 물류 스타트업 원더스예요. 그 경험을 살려서 프로세스 개선이나 전략 컨설팅 등을 담당합니다.
최: 이른바 기획통, 전략통 출신이군요. 어쩌다 그 길로?
박성의: 공채로 유통업체 들어간 게 시작이었던 것 같아요. 그중 들어간 곳이 롯데마트였죠. 형이 당시 현대백화점에 다녔는데 유통업체가 갑 오브 갑이라고 하더라고요. 지금은 다소 영향력이 줄었지만, 2006년 기준으로 유통업체가 꽤 많은 헤게모니를 쥐었어요. 그때 롯데마트는 한창 성장기기도 했고요. 그때는 제일 잘 나가는 유통 업태가 할인점이었거든요.
최: 어떤 식으로 잘 나갔나요?
박성의: 매출 성장세, 시장 지배력, 고객들의 인지도 모두 좋았죠. 당시에는 ‘물건 사야지’라고 마음먹으면 할인점에 갔어요. 온라인 쇼핑이나 복합몰이 활성화되기 전이었으니까요.
최: L사에서 어떤 직군으로 들어가셨나요?
박성의: 지금은 바뀌었는지 모르겠는데, 처음에는 신입사원을 무조건 점포에 배치시켜서 현장에서 영업담당, 지원 담당을 시켰어요. 그러다 TO가 나면 누구는 MD로 가고, 누구는 인사팀에 가고, 누구는 재무, 누구는 물류에 갔죠. 그러다 1~2년이 지나면 또 부서를 돌리면서 전체 프로세스를 다 익히면 관리자로 내보내는 육성 구조였어요. 최근에는 전문직군 구조로 바뀌어서 MD로 들어온 사람은 계속 MD를 하는 식으로 바뀌었다고 하던데… 그럼에도 지원 쪽으로 시작해서 MD를 겸업하고 나중에는 점장 레벨까지 올라가는 관리자 육성코스는 아직 남아 있습니다. 저는 점포에 있다가 당시 회사가 맥켄지 컨설팅을 받기로 하고 내부적으로 그것을 이행하는 혁신팀을 꾸렸어요. 그때 추천으로 들어가서 기획/개선 업무를 담당했죠.
최: 왜 선발되셨다고 보세요?
박성의: 저는 그때부터 반골 기질이 많았어요. 그래서 어떤 상황이든 하고 싶은 말 다 한다, 그런 캐릭터로 알려졌죠. 그런 인력은 혁신 작업하는 데 필요하지 않을까, 라는 인사팀의 추천도 있었고… 당시 제가 재고를 담당했는데, 그때 재고일보라고 해서 매일매일 재고 실적을 보고하는 프로세스가 있었어요. 근데 그게 영 귀찮더라고. 그래서 나름 간단히 해보겠다고 이리저리 머리 굴려서 매뉴얼을 만들었어요. 엑셀 화면, 클릭 하나하나까지 다 캡처 따서 110장짜리 ‘재고일보 만들기 매뉴얼’을 만들어 동기들한테 배포했죠. 자료 카피해서 붙이면 숫자가 좌라락 다 바뀌게. 어차피 만든 김에 니들도 이거 보고 참고해라… 그게 본사에서 얘기가 좀 돌았대요. 그래서 좋게 보였던 것 같아요.
최: 그때부터 PI를 하셨군요. 이게 게으른 사람들이 개선을 잘하더라고요.
박성의: 내가 하기 싫으니까. 조금이라도 일 줄일 수 있게.
최: 그 팀 들어가서 컨설턴트 교육받으신 거예요?
박성의: 그렇게 선발이 되어서 ‘창조혁신팀’이라는 곳에 갔고, 그 후로 컨설턴트 교육을 받은 거죠. 그때 그 회사에서 엄청난 말을 남겼습니다. “우리가 비싼 이유는 우리가 직접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고 해결할 사람을 키워 주기 때문이다”였어요.
최: 우와…
박성의: 그리고 진짜 비쌌습니다. 그들이 가져간 돈만 해도 수십억(…)
‘잘 만든 문제해결 방법론’이 스타트업에 가져올 수 있는 변화
최: 그렇게 뭘 배우셨나요?
박성의: 흔히 말하는 문제해결 방법론, 문제해결 7단계, 그리고 각종 문제해결 툴킷들이죠. 뭐 VSM이라든가 SOP, 푸시-풀 방식, 커뮤니케이션 방법론, 설득 커뮤니케이션, 회의체, 그리고 각종 실사례를 바탕으로 한 모듈이 18개가 있었죠. 그걸 6개월 배우고 매장 기준으로 실습하고 바깥 사례까지 본 다음, 저희가 주도해서 매장을 돌아다니면서 실제 개선사례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최: 어떤 부분이 제일 도움이 되셨어요?
박성의: 흔히 말하는 ‘구조화’의 개념이었어요. 드라마 〈미생〉에도 나온 개념인데, 어떤 이슈가 발생하면 그게 좋은 거든 나쁜 거든, 그 본질을 깊이 들여다봐야 한다는 거죠. 왜 그런가? 그리고 그 이슈를 쭉 파 보는 거예요.
예를 들어 내가 지금 몸무게가 계속 늘어나는 게 이슈다, 그렇다면 뭐가 날 비만으로 이끄는지 생각해보는 거죠. 원인은 먹고 싶은 대로 먹는다, 그리고 운동을 전혀 안 한다. 뇌 측면으로 봤을 때 뺄 생각이 과연 있는가? 라는 문제가 생기고, 리스크 측면에서는 이렇게 되면 무릎도 안 좋아지고 관절도 안 좋아진다, 등등의 문제가 생기겠죠. 이를 토대로 현재 상태를 트리 구조로 만드는 겁니다. 그리고 그에 대한 해결 방법까지 나열한 뒤 우선순위를 찾아요. 충격요법을 쓸까? 갑자기 20kg 모래짐을 지운 다음 뛰게 할 것인가? 그런 다음 도요타 TPS에서 따온 ‘카이젠’이라는 방법론을 통해 가설을 만들어 봅니다. 거기에 문제를 바꿔서 다시 적용해 보죠. 그게 괜찮으면 다른 점에 적용해 보고… 이런 식으로 진행해서 두세 개 정도 괜찮다고 판단되면 ‘퀵 윈’이라고 해서 전 회사에 전파하는 거예요.
최: 사실 그런 작업은 문제해결 측면에서 당연하게 해야 하는 거죠. 그런데 왜 따로 툴을 만들까요? 왜 그것들을 활용하는 게 도움이 될까요?
박성의: 호환성 측면에서 그렇다고 봐요. 내가 엑셀로 작업해서 넘겨주면 따로 설명해 주지 않아도 아 이거랑 이거랑 합쳐서 여기 값이 나왔구나, 이렇게 생각하게 되잖아요. 흔히 말하는 변화 관리자들이 각각의 영역에서 작업한 뒤 결과물을 공유하고 서로 코칭해줄 때, 똑같은 문제해결 과정을 가지고 봤어야 이야기가 통해요. 나는 이걸 줄자로 쟀는데 쟤는 저울로 쟀어, 그러면 스케일이 안 맞잖아요. 똑같이 30센티미터 줄자로 측정해서 얘는 5번, 얘는 4번 뭐 이렇게 통일되어야 아 이게 좀 더 크네, 이렇게 알아볼 수 있는 거죠.
최: 일종의 프로토콜 같은 것이군요.
박성의: 트리즈(TRIZ) 76가지 문제해결 방법론이라는 게 있어요. 러시아의 특허 140만 건을 분석해서 평범한 사람도 문제해결 사고방식을 이렇게 갖추면 잘된다, 는 해결 방법이죠. 40개의 트리즈와 76개의 아리즈로 구성되어 있는데, 트리즈는 진짜 기술개발 영역을 뜻하고 아리즈는 논리적인 문제해결 방법론을 뜻해요. 흔히 말하는 천재의 생각법을 몸에 익히는 것처럼, 오랜 기간 동안 사람들이 문제해결 과정을 통해서 쌓아 놓은 툴을 쓰는 연습이 필요해요.
최: 성공했던 방법들을 잘 정리한 뒤 그대로 하면 성공 확률이 높다는 것이군요.
박성의: 그렇죠.
최: 근데 트리즈도 그렇고 식스 시그마도 그렇고, 유행 타다가 어느 순간 사라지잖아요.
박성의: 본질은 비슷한데 목적을 어디 두느냐에 따라 달라져요. 식스 시그마는 100만 개 중 1개 불량이 나오도록 설계하는 방법론인데 최근에는 불량률이 많이 떨어졌으니까, 이제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죠. 그런데 100분의 1보다 더 낮게 나오려면 100만분의 1이어야 하거든요? 거기까지 가려면 비용이 어마어마하게 들어요. 그러니 더 해야 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또 이미 어느 정도는 습득한 거죠. 이제 와서 식스 시그마를 이야기하지 않아도 사람들이 표준편차, 분포표, 흔히 말하는 C4를 익히게 된 거예요.
최: 문제해결 방법론 중 가장 핫한 부분들은 어떤 게 있을까요?
박성의: 최근에는 디자인 씽킹이 핫하죠. 그리고 굳이 방법론이라 할 필요도 없이 많은 스타트업이 치열한 고민 끝에 새로운 방법을 많이 만들고요.
최: 이번에 강의로 배우는 것들이 스타트업에도 많은 도움이 될까요?
박성의: 제가 지난 10년 넘게 해온 개선 작업 중 가장 핵심적으로 배운 건 ‘진단’이에요. 현재 상태를 제삼자 관점에서 보는 거죠. 흔히들 내 흠은 안 보인다고 하는데, 내 생각이 아니라 그런 툴을 통해 우리 회사를 냉정하게 진단해 보자는 거죠. 그렇게 이슈가 도출되면 우선순위를 세우고요. 다른 데도 비슷하지만, 스타트업은 특히 리소스가 부족하거든요. 할 사람이 없다, 어디 사람 없냐? 일도 명확하지 않은데 할 사람도 없어요. 그런 측면에서 봤을 때 우선순위화는 무척 큰 도움이 됩니다. 단순하게 급하니까 이것부터 하자, 이것보다는 실질적으로 임팩트가 큰 분야를 고르고 그게 가능한지 연관 관계를 따져봐야 한다는 거죠.
대기업에서 PI가 필요한 이유, 반대로 스타트업에서는 필요하지 않은 이유?
최: 이 개선작업, PI에서 가장 어려운 건 뭐라고 보세요?
박성의: 의식전환, 그리고 참여 유발이죠. 대놓고 얘기하면 대표가 의지를 가진 만큼 성과가 나옵니다. 대표가 딱 봐서 이거 끝까지 한다, 고 말하면 직원들이 움직여요. 그런데 이름 대서 알 만한 회사들이 PI 작업을 주기적으로 해 왔는데 성과가 나지 않는다는 건, 사람들이 하다 말 걸 알기 때문에 안 움직여서 그래요. A에서 B로 간다 따라와라, 하니까 사람들이 따라갔는데, 자기 혼자 앞으로 한참 가더니 돌아오더라는 거예요. 막상 나는 60%나 갔는데 돌아오래. 돌아왔죠. 다음에 또 한다네? 이번에는 50%까지 갔어, 그런데 또 돌아오래. 그다음에 또다시 가라고 하면 가겠어요? 팔짱 끼고 자리에 앉아있죠.
최: 왜들 그렇게 변화에 소극적일까요?
박성의: 첫 번째로 흔히 말하는 관성. 맨 처음 했을 때 끝까지 가지 않은 거예요. “이거 3년 전에도 했고 7년 전에도 했던 거예요. 적당히 하세요. 괜히 오버하던 사람들 다 피 보고 있어요.” 이런 얘기 하는 거예요.
최: 모든 대표이사가 처음 오면 PI부터 하려고 하잖아요? 마찬가지로 꽤 많은 컨설턴트나 컨설팅 회사가 PI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하고요. 그런데 잘 안 되는 이유는 끝까지 밀어붙이지 못해서인가요?
박성의: 끝까지 밀어붙이지 못한 것도 있고, 대표이사 수명이 짧은 것도 있죠.
최: 아… 2~3년?
박성의: 2~3년이면 엄청 신임받는 거죠. 그러니 PI를 끝까지 한다는 경험도 없을뿐더러 정확히 핵심을 건드리지 않는 경우도 많아요. 쉽게 말해서 조직 진단을 했더니 대표이사가 문제로 나온 거예요. 대표이사를 바꾸는 게 우선순위 중 0순위인 거죠. 그럼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 되는 거예요. 그 얘기 누가 할 거야. 대표가 “자, PI 해봐” 해서 보고서 만들어왔는데 막상 대표이사를 교체해야 하는 게 성공 확률 90% 떴고 나머지 암만 해 봐야 소용없다고 누가 말할 거냐고. 그렇게 사람이 얽혀있는 경우가 많아요. 그러니 그 이야기 쏙 빼놓고 “신규 시스템 도입해야 합니다. 이번에 새로 나온 그램 쫙 깔면 직원들 생산성 올라갑니다” 같은 이야기나 하게 되는 거죠. 속도는 어쨌든 빨라져요. 펜티엄 쓰다가 i7 코어 8세대로 바꿨는데. 하지만 달라지는 건 속도뿐이에요. 왜? 방향이 잘못됐으니까.
최: ERP든 뭐든 여러 프로그램이 막 얽혀 있어서 개선이 계속 필요한 건 맞는 것 같아요. 그런데 스타트업 같은 경우에는 뭐가 많이 없잖아요? 그런 상태에서 PI까지 생각할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
박성의: 스타트업에서 필요한 건 정확히 PI는 아니에요. 아까 제가 말했던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죠. 우리의 정확한 상태를 파악하고, 내부 직원의 리소스와 현재 상태를 냉정하게 파악해야 한다는 거예요. 저희 직원이 지금 5명이에요. 그래서 어, 너 총무 했으니까 네가 CFO 해. 너는 말 좀 잘하니까 CMO 하고, 내가 돈 냈으니까 내가 대표하고, 우리 개발자가 없네? PC방에서 하던 애 CTO 구해와. 삐딱하게 말하면 이 구조 아닙니까. 그러니 그 사람의 역량을 냉정하게 봐야 한다는 거죠.
그다음에는 사업의 본질을 봅니다. 우리가 강아지 용품을 만들겠다, 고 선언했어요. 그러면 어떤 걸 팔 거냐는 거죠. 강아지 용품을 최저가로 만들 건지, 강아지가 이거만 입으면 배를 드러내고 떼굴떼굴 구르는 걸 만들 건지, 딴 거 다 필요 없고 인스타 사진 찍히기에 예쁘기만 한 강아지 옷을 만들 건지. 근데 하고 싶은 것과 할 수 있는 건 다르잖아요? 만약 이 회사에 강아지를 키우거나 강아지 좋아하는 사람이 없다고 해 봐요. 그런데 강아지가 좋아하는 걸 어떻게 만들겠어요. 하지만 인스타에 있는 걸 파악하면 뭐가 트렌디한지는 나와요. 핑크색 목도리가 잘 먹히는구먼? 이런 식의 분석이 리소스가 부족하기 때문에 중요하다는 거죠.
오히려 제가 아는 범위 내에서 큰 회사일수록 선택과 집중이 위험합니다. 걔들은 자기가 할 것과 하지 않을 것, 살 것과 외주 줄 것을 구분해요. 근데 스타트업은 외주 주려니까 돈이 없죠. 안 하려니까 막상 안 하면 뒤쳐질 것 같죠. 그러니까 우선순위가 10개씩 생기는 거예요. CTO가 오늘 해야 할 일이 10개야. 대표가 해야 할 일이 20개야. CMO는 오늘 미팅만 20개야. 뭐가 중요한지 모르겠어, 그러니 다 하는 거죠. 모두가 다 열심히, 악착같이 일하지만 모두가 힘들기만 한 거죠.
최: 우선순위를 정하는 기준도 천차만별일 것 같은데요.
박성의: 그래서 우선순위를 정하는 기준에 대해서도 다 같이 얘기해야 해요. 우리가 고객에게 전하고자 하는 핵심 가치가 뭔가요? 목이 마르니까 필요한 게 물이야, 그런데 이 상황에서 커피는 뭘 마실까 고민하면 안 된다는 거지. 스타트업은 또 간지가 생명 아닙니까? 어느 정도 간지를 지켜야 사람들이 모이기도 하거든요. 묵묵히 자기 일만 하면 계속 묵묵히 자기 일밖에 못 합니다. 어디까지 간지를 찾고 어디까지 실속을 챙겨야 하냐, 이것도 잘 판단해야 하는 거죠. 다른 사람은 몰라도 대표라면.
어설픈 개념보다, 바로 회사에 적용할 수 있는 ‘공식’부터 전수한다
최: 11번가에 첫 번째로 들어가실 때와 두 번째로 들어가실 때는 각각 다른 일을 하신 건가요?
박성의 :첫 번째는 전략기획팀에 있었고요, 두 번째는 마케팅전략팀에 갔죠.
최: 그런데 전략이란 말 자체가 애매하지 않나요? 말이 전략이지…
박성의: 일단 전략기획팀은 R&R이 애매하죠. 그냥 있는 경우도 있어요. 그래서 회사에서 PI 한다고 하면 제일 먼저 없애는 곳이 전략기획실이에요. 왜? 아웃풋이 모호하니까. 그런데 재미있는 게, 다시 PI 하면 그때는 제일 먼저 생기는 데가 거기예요. 대신 위치가 조금씩 바뀌죠. 어떤 때는 대표이사 직속으로 있다가, 어떤 때는 가장 파워 있는 임원 밑에 있어요. 어쨌든 ‘전략기획’이라는 이름이 가지는 힘이 있어요. 전략기획실에서 뭔가 얘기하면 사람들이 KPI 이야기하나? 신사업 뭐 있나? 조직 개편하나? 하면서 신경을 써요. 어쨌든 리포트를 내기 때문에 그걸 바탕으로 임원진이 의사결정 하거든요.
최: 기획이란 게 대체 뭡니까?
박성의: 제가 ‘기획’ 글자 들어간 부서에 되게 오래 있었는데,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면 대략적으로 ‘설계, 숫자 기반으로 구조를 짜고 계획 짜는 곳’이라고 나오죠. 말 그대로 초기 단계의 아이디어를 숫자 바탕으로 구체화하는 곳입니다. 누가 갑자기 “어, ㅍㅍㅅㅅ 부산에 지점 하나 내지?”라고 던지면 그걸 처음으로 맡는 곳이 기획단인 거죠. 그러면 시장조사부터 해야죠. 부산에 수요가 있냐? 부산에 하면 비용은 얼마나 들까? 우리가 거기서 얼마나 매출을 내서 BEP를 달성할 수 있냐? 부산하고 서울은 연계할 거냐, 아니면 단독으로 분리할 거냐? 지점이 두 개가 되었는데 서울의 커버리지는 어디까지, 부산의 커버리지는 어디까지 설정할까? 이렇게 원셋으로 쭉 만들어내는 게 기획입니다.
최: 호오…
박성의: 그런데 이렇게 말하면 뭔가 어마어마한 것 같아도, 사장님이 지나가다 “야, 저기 부산에 하나 지을라니까 보고해 봐.” 이러면 까는 조직입니다. 그러다 그다음 날 “야 부산 하지 마, 하지 마” 하면 없어지고… ㅠㅠ
최: 기획이라는 일에서 가장 중요한 건 뭘까요?
박성의: 눈치, 그리고 밸런싱. 일단 말귀를 잘 알아먹어야 해요. 대표님이 “야, 부산에 2호점 출점하자”라고 말했는데 저게 회장님께 쪼이고 와서 보고서 용으로 만들자고 하는 건지, 진짜로 2호점 오픈하실 생각이 있는 건지 잘 판단해야 해요. 그래서 보통 대표님이랑 전략실장이랑 기획실장이 많은 시간을 같이 보냅니다. 두 번째, 밸런싱. 많은 경우 기획실이 사내에서 갑 포지션을 맡아요. 왜냐, 평가를 대부분 거기에서 하거든요. 그래서 보통 기획조직에는 사내 로비/청탁이 엄청 많습니다. “우리 부서 이번에 직원도 줄었는데 목표 그대로 다 달성해야 하니?” 뭐 이런… 아니면 “우리 이번에 TO 더 주면 안 돼? 사장님 요새 심기 괜찮으시니?” 이런 걸 물어오는 경우도 있죠. 이런 건 비서분들께 물어보는데, 기획실장이랑 친하면 기획실장이 조금 더 잘 아니까요. 지금 저 회장님에게 전화 받았으니까 웬만한 보고는 다음 주로 미루세요, 이렇게 얘기할 수 있는 자리니까요.
최: 교육은 앞으로 어떻게 끌고 가실 생각이세요?
박성의: 제가 배웠던, 또 실제로 여러 회사를 옮겨 다니면서 익혔던 사례 중심으로 진행하려고 해요. 그리고 실질적으로 효과 있던 걸 케이스 스터디 방식으로 체득화하는 것도 생각하고요. 물론 상황이 많이 차이가 나다 보니 그대로 적용하지는 못할 수도 있지만, 어떤 시대든 정말 중심이 되는 정수, 핵심 가치, 밸류는 크게 다르지 않거든요. 기업은 처음부터 이익이 목적이었고 앞으로도 이익이 목적인 것처럼, 그 공동 키워드를 가지고 얼마만큼 이야기할 수 있을까가 포인트라고 생각합니다.
최: 이번 코스에서는 어떤 쪽을 중점으로 두실 건가요?
박성의: 로지컬 씽킹, 문제해결 방법론이예요. 방법론을 중심으로 사례를 넣어서 각 회사에서 적용할 수 있는 형태로 진행하려고 합니다. 첫날은 OPE(Overall Process Efficiency)라 해서 가치 업무를 중심으로 최종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필수적으로 업무를 재설계하는 방식을 다뤄볼 것이고요, 두 번째는 SOP(Standard Operating Procedure), 표준 업무 지침 작성을 통한 효율 개선,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VSM(Value Streaming Mapping)으로 전체 가치 흐름상 낭비 요소를 발견하고 원인을 해결하는 방법을 다루고자 합니다.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하다 보니 영화 하이라이트처럼 이도 저도 아니게 될 것 같아서 한 가지를 중점적으로 다루려고 해요. 어설픈 코스요리 다 먹느니 제대로 된 탕수육 하나, 제대로 된 짬뽕 한 그릇을 먹어서 맛을 느끼게 해드려야 하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최: 어떤 분들이 들으면 가장 도움이 될까요?
박성의: 바로 적용해 볼 수 있는 분들이 좋겠죠. 회사의 의사 결정권을 가진 분들이요. 흔히 말하는 팀장 레벨 이상의 관리자들이 들으시면 좋을 겁니다. 하지만 학생이나 사회 초년생이 들어도 도움이 될 겁니다. 그냥 시키는 일 하지만 그 이면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 생각해볼 수 있거든요. 그래서 다음 단계에서 이 일을 어떻게 처리할 건지, 만약 내가 의사결정권자라면 지금 배운 걸 바탕으로 어떻게 의사결정을 했을까 생각해보는 계기가 될 수 있겠죠. 한발 더 나아가서 적극적으로 제안도 할 수 있을 거고요.
[박성의] 아무도 알려주지 않은 로지컬씽킹 따라하기
- 기업의 임원 혹은 부서장 등 의사결정권자, 스타트업 대표
- 리소스 대비 많은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는 누구나
- 강연 수준은 초급~고급 내용까지 진행 예정(기본 개념 + 실습 + 과제)
유명 회사 소속 컨설턴트만 배우는 로지컬씽킹을 ㅍㅍㅅㅅ 아카데미에서 하루 만에?
- 초급부터 고급까지 다루는 내용으로, 신입사원부터 대표까지 두루두루 들을 수 있습니다.
- 기본 개념 학습 + 실습 + 과제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 딱 15명만 모시고 진행합니다.
로지컬씽킹 따라 하기 OPE, SOP, VSM
– 전략 전문가에게 실습으로 배우는 로지컬씽킹
- OPE(Overall Process Efficiency): 가치를 중심으로 한 업무 재설계, 가치업무/부수업무/낭비업무로 구분 가능
- SOP(Standard Operationg Procedure): 표준 업무 지침 작성을 통해 낭비 없는 업무 매뉴얼 작성법
- VSM(Vale Streaming Mapping): 전체 가치의 흐름상의 낭비 요소를 발견하고 원인 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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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 차 ─ OPE: Overall Process Efficiency
1. 가치업무 중심으로 업무를 재설계 or 가치업무란 무엇인가?
- 가치업무 : 최종 목표를 달성하는데 필수적인 업무
- 가치업무, 부수업무, 낭비업무를 구분할 수 있다.
- 우리회사가 추구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 낭비 제로화, 부수업무 최소화하기
2. 실습
- 가치업무, 부수업무, 낭비업무 구분하기
- OPE 측정실습
3. 과제
- 본인의 OPE 측정하기
2주 차 ─ SOP: Standard Operating Procedure
1. 표준 업무 지침 작성을 통한 효율 개선 or 낭비 없는 업무매뉴얼 작성법
- SOP를 통해 누구나 가치업무를 효율적으로 실행하도록
- SOP의 개념 이해
- SOP를 통한 커뮤니케이션 비용 절감 및 부서 간 오해 줄이기
- 표준 매뉴얼 유지를 넘어 습관화하기
2. 실습
- SOP 게임
- SOP 작성 실습
3. 과제
- 본인의 업무 중 하나를 SOP로 작성하기
3주 차 ─ VSM: Value Streaming Mapping
1. 전체 가치 흐름상 낭비 요소를 발견하고 원인 해결
- 핵심 가치의 흐름을 End To End로 시각화할 수 있다
- 전체 업무의 흐름을 한 장에 시각화하기
- 업무와 업무 사이 업무 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낭비 요소 발견
- 문제해결을 위한 단서 및 미래 운영을 위한 구조를 제공함
2. 실습
- VSM 작성 실습
3. 과제
- 본인 회사의 전체 업무 흐름도 작성 및 이슈 도출하기
- 날짜: 7월 19일 (금)
- 시간: 9:30–18:00
- 장소: 강남 근방, 추후공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