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사이 도미조림이라는 키워드가 화젯거리이다. 자초지종은 이렇다. 얼마 전, 대한항공 조현아 씨의 남편이 조 씨를 가정폭력으로 고소했다. 조 씨 남편은 조 씨가 자신에게 폭행을 가하고 자녀들에게 폭언을 일삼고 있으며, 자신은 그로 인해 공황장애가 생겼고 약도 먹고 있다면서 평소 폭언이 담겨있는 음성 녹음을 공개했다. 이 녹음을 들어보면 조 씨가 남편에게 ‘아까 식사 자리에선 왜 그렇게 도미조림을 게걸스럽게 먹었느냐, 너 때문에 창피했다, 약물 복용해서 그랬던 것 아니냐’는 취지로 몰아세우는 대목이 있다. 흔한 음식이 아니어서였을까. 아무튼, 이런 과정을 거쳐 별안간 도미조림이 유명한 키워드가 됐다.
송사에 관한 판단이야 법원이 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그다지 도덕적인 인간형이 아니어서 누구 편을 드느냐 마느냐도 관심 없다. 다만 약간 흥미로운 것은 평소 사회적 약자에 대한 2차 가해를 비판하던 많은 사람이 이 도미조림이라는 키워드를 조 씨의 남편을 조롱하는 용례로 사용하고 있더라는 점이다. 자신이 운영하는 가게의 바이럴 마케팅 도구로 활용하는 분도 봤다.
길가는 아무나 붙잡고 ‘조 씨 부부 중 더 강한 사람이 누구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어보면 누구나 한진그룹 맏딸인 조 씨를 지목할 것이다. 그런 조 씨를 상대로 상대적 약자인 남편이 법적 구호를 요청하며 나선 상황이다. 물론 그 주장이 진실인지 아직 알 수 없다. 그러나 이들의 성별이 바뀌었어도 과연 ‘도미조림을 게걸스럽게 먹었다’는 지점이 비웃음의 포인트가 될 수 있을까.
어떤 경우는 약자에 대한 2차 가해를 하면 안 된다. 그러나 또 어떤 경우는 약자에게 2차 가해가 가능하다. 이게 무슨 개똥 같은 사고방식인가. 이런 논리를 갖춘 사람들의 말은 언제나 자기 편한 대로 바뀌기 마련이다. 경계해야 한다. 도미조림, 도미조림 했는데, 막상 나는 도미조림 맛을 모른다. 먹어보지도 못한 귀한 음식에 나쁜 인상만 쌓여버렸다. 억울하다.
원문: 김동환 님의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