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터지만 막상 ‘SNS 운영 잘하는 브랜드’를 알려달라고 하면 난감합니다. 저도 항상 묻는 말이거든요. 그런데 며칠 전, 동종업계 종사자들이 모여 있는 단체 카톡방에 비슷한 질문이 떴습니다. 집단지성의 힘은 대단했습니다. 대략 10개 정도의 브랜드가 거론되더군요. 조용히 메모하고 그날 밤 염탐했습니다.
유난히 페이스북 팔로워 수가 비슷한 2개의 브랜드가 있었습니다. 핵심 타깃의 연령층도 가격 정책도 비슷했습니다. 그런데 두 브랜드의 SNS를 동시에 띄워놓으니, 차이점이 보입니다. 브랜딩 요소를 포함해서 보았더니 명확했습니다. 이건 기록으로 남겨야겠다 싶더군요.
위젯: 글로시에는 리뷰, 마몽드는 숍
페이스북 위젯에서도 서로 다른 방법을 선택합니다. 글로시에는 후기 위젯이었습니다. 소비자들의 만족도는 4.5/5.0이고 540명이 의견을 남겼어요. 후기는 평균 300자 이상으로 자세히 적혀 있었습니다. 제품 구입부터 배송은 물론, 제품 경험에 대한 피드백까지 다양했습니다. 아래는 최근에 올라온 후기입니다(엄청난 의역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나는 4개의 제품을 주문했고 2개의 송장 번호를 받아야 했습니다. 그러나 1개만 받았고, 즉시 고객센터에 연락해서 나머지 송장 번호도 받았어요. 결국 저는 1박스만 받았습니다. 글로시에의 시스템이 잘못되었는지는 확신할 수가 없어요. 그래서 1개의 제품당 1번씩 주문하는 게 나을 것 같다고 봐요.
이에 대한 글로시에의 답변입니다.
혼란을 드려서 죄송합니다. 그리고 의견을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문제는 우리 팀에 즉시 전달하겠습니다. 그동안 우리는 당신이 이번에 산 제품만큼은 만족하셨으면 좋겠습니다.
후기 중에는 지적이나 불만에 가까운 피드백도 많습니다. 그러나 글로시에는 모든 의견에 빠르고 깔끔하게 대응하면서 그들과의 관계 유지 및 강화에 집중했습니다. 말로는 쉬워 보이지만 글로시에를 만든 에밀리 와이스는 자신을 포함한 모든 직원이 Q&A에 참여했다고 대답했죠. 그 결과 글로시에는 엄청난 수의 충성고객을 얻었습니다.
이는 글로시에가 블로그 ‘인투 더 글로스(Into The Gloss)’에서 시작했기에,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을 알기에 가능했습니다. 실제로 에밀리 와이스가 블로그에 새로운 립스틱 론칭을 발표하자, 1만 명 이상이 사전 예약을 신청했던 것은 유명한 일화입니다.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은 누구나 알지만, 실천하기란 정말 어려운 것 같습니다.
마몽드는 커머스 위젯인 ‘삽 섹션’을 선택했습니다. 이벤트를 제외한 모든 콘텐츠 하단에는 샵 섹션에 등록된 제품이 노출되었습니다. 뷰티를 포함한 대부분의 소비재 기업들은 이 기능을 잘 활용합니다. 1~2번의 클릭으로 구매 페이지 이동이 가능합니다. 구입 후기를 비롯한 상세 정보 확인은 물론 즉시 구매도 됩니다.
1월 동안 마몽드 페이스북에서는 립 제품에 주력했습니다. 현재 마몽드 전속 모델이 출연 중인 드라마와 연계한 콘텐츠가 계속 업로드되더군요. 월별 or 분기별로 1개의 주력 제품을 선정하는 듯했습니다. 가격은 4,500원이라는 매력적인 수치로 고객들을 상세페이지로 유도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들어가면 1+1 패키지 형태로 9,000원부터 결제가 가능한 상태였습니다.
콘텐츠: 글로시에는 오가닉 아티클, 마몽드는 이벤트
글로시에의 페이스북에는 블로그 인투 더 글로스의 글들이 자주 소개됩니다. 주제도 다양해요. ‘과소비의 진짜 가치는 무엇일까?(What’s Really Worth The Splurge?)’ ‘24시간 헬스장의 한밤중(Midnight At The 24 Hour Fitness)’ ‘건강한 1주를 위한 일요일의 음식 준비(Sunday Food Prep For The Healthiest Week Ahead)’처럼 뷰티와 관계없는 분야의 글까지 소개하는데요. 정말 도움이 될까요?
그럼요. 글로시에의 타깃이 밀레니얼(Millennial) 세대이니까요. 1975~2000년대에 태어난 그들은 어릴 때부터 인터넷을 사용해서 IT에 대한 거부감이 없습니다. 나의 개성을 나타낼 수 있는 것에 과감한 지출도 아끼지 않습니다. 개인주의보다 독립주의라는 말이 어울리며 경험을 중요시하는 그들이 밀레니얼 세대입니다.
사진에서도 자연스러움+여유로움이 느껴집니다. 현장에서 아이폰으로 찍고 바로 올렸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죠. 모든 콘텐츠에서 느끼는 유일한 공통점은 글로시에 핑크(Glossie Pink)라고 부르는 브랜드 컬러입니다. 쉽게 말해 모든 콘텐츠에서 일관성 있는 브랜드 톤&매너가 유지됨을 알 수 있습니다.
마몽드의 페이스북에는 이벤트가 많습니다. “현재 마몽드 광고 모델이 드라마에서 썼던 립스틱은?” 같은 형태가 대부분입니다. 정답이 쉽고 응모가 편하며, 당첨자 발표가 3일 이내로 빠릅니다. 게다가 상품은 있으면 있을수록 좋은 립 제품이다 보니 많은 사람이 참여합니다. 이벤트는 소비자에게 제품을 인지시키는 게 주목적입니다. 게다가 좋아요/공유/도달 등 수치로 환산 가능한 결과도 얻을 수 있죠.
다만 소비자의 목적이 ‘경품’이기에 정작 기업이 원하는 ‘구매’로 전환되는 비율은 낮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벤트만 참여하기 때문에 이탈률이 급격히 증가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이벤트 콘텐츠와 함께 고객들이 제품(브랜드)에 관심을 가지게 할 수 있는 콘텐츠 기획도 필요합니다.
인스타그램: 글로시에는 셀피, 마몽드는 모델
인스타그램에서는 두 브랜드의 전략이 두드러집니다. 인스타그램은 비교를 위해 관련 해시태그, 태그 게시물을 체크했습니다. 우선 글로시에 인스타그램의 게시물은 2,936개, 팔로워는 1,700만 명, 팔로워는 3,516명입니다. 브랜드 톤&매너는 인스타그램에서도 동일하게 유지됨을 알 수 있었습니다.
글로시에의 프로필에는 ‘글로시에는 사람을 중심으로 하는 뷰티 생태계입니다(Glossier Inc. is a people-powered beauty ecosystem)’라고 적혀있습니다. 관련 해시태그 중 최상단 해시태그는 #glossier로 337k의 게시물이 존재하더군요. 이어서 #glossierph(23.4k), #glossierpink(19.9k)로 이어집니다. 그 아래로도 몇천 개 정도의 게시물이 있는 해시태그는 수십 개 이상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왜 이렇게 많지?’라는 생각을 했는데요. 아래에 정답이 있습니다.
글로시에는 셀피를 포함한 해시태그의 게시물들을 공식 계정으로 매일 리그램합니다. 원작자의 인스타그램 계정도 같이 태그 해요. 이러한 비율은 공식 계정의 콘텐츠 중 50%를 훌쩍 넘습니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더 많은 사람이 충성고객이 되었습니다. 그들은 글로시에를 주제로 셀피를 찍고 해시태그를 등록합니다. 오늘은 내 사진을 써주길 바라면서요. 컬트 브랜드로 불릴 수 있던 이유 중 하나는 ‘충성고객 관리’였습니다.
마몽드의 프로필은 ‘꽃의 힘을 너에게’입니다. 게시물은 746개, 팔로워 16만 명, 팔로우는 1명입니다. 1명은 누굴까요? 현재 광고 모델의 인스타그램입니다. 마몽드의 해시태그 중 1위는 #마몽드(52.9k) 였으며 #마몽드크리미틴트컬러밤(3.4k), #마몽드가든(2.9k)가 뒤를 이었습니다. 나머지 해시태그도 브랜드+제품명이 대부분이었으며 전체 게시물 개수는 몇백 개 정도의 수준이었습니다.
태그 게시물은 대부분 제품 촬영 컷이었습니다. 몇 명의 셀피가 있었지만 대부분 인플루언서들의 게시물이 전부였습니다. 물론 마몽드가 태그 게시물을 실제 이미지로 활용한 경우는 없었습니다. 립 제품을 활용한 게시물은 대부분 광고 모델의 촬영 컷 혹은 출연 중인 드라마 장면을 사용한 사례가 대부분이었습니다. 마몽드는 꽃을 콘셉트로 하는 브랜드임에도 최근 콘텐츠들은 모델에 맞춘 느낌이 강했습니다.
마치며
지금까지 글로시에와 마몽드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을 비교해보았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페이스북 팔로워가 비슷하다는 이유로 쓰게 되었는데요. 이번 글을 정리하자면 이렇습니다.
글로시에
- 해외 브랜드가 쓰는 오가닉+고객추천 마케팅 전략
- 철저한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으로 고객관리 → 컬트 브랜드 유지
- 글로시에 핑크를 중심으로 하는 일관성 있는 브랜드 아이덴티티
마몽드
- 우리나라 뷰티산업에서는 ‘빠른 정보+가격 경쟁력’이 필수!
- 이벤트를 통한 지속적인 고객관리, 다른 방법에 대한 고민 필요
- 꽃을 콘셉트로 하는 브랜드 정체성, 광고모델을 이길 수는 없을까?
비교 글을 쓰다 보니 잘하는 곳과 그렇지 못한 곳으로 자연스레 나누어지게 되더군요. 물론 브랜드별로 상황이 다른 만큼 우리가 모르게 얽힌 부분도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또한 우리나라와 외국은 업무 스타일도 다르니 그런 점도 감안해야겠지요? 오늘 얘기를 나눈 곳 외에도 ‘여기도 잘하던데’라는 브랜드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감사합니다.
원문: 용진욱의 브런치